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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완] 벙커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9.2

2048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멸망 후 벙커에 살게 된 상류층들과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실험!

 
구멍 - 02
작성일 : 19-09-02 20:41     조회 : 178     추천 : 0     분량 : 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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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였다.

  여자B-114였다.

  “뭐?”

  내게 미친놈이라고 한 남자가 언성을 높이며 여자에게 말했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미친놈이라고 했는데? 댁은 쟤한테 미친놈이라고 했잖아.”

  “이 미친년이…… 돌았나.”

  남자는 여자에게 손을 올렸고 나는 남자가 여자에게 내치려던 손을 잡았다. 남자가 여자를 때리려던 걸 막았다. 그리고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난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가 D구역의 남자들이란 생각을 하며 있는 힘껏 노려보았다.

  남자는 내가 잡은 손목을 뿌리치고 여자와 나를 번갈아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미친놈에 미친년에 쌍쌍으로 만나는 구만……”

  남자의 말이 아주 우스웠다. 그는 내게 폭력을 가할 수 없었고 D구역 남자들처럼 대담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남자는 땅바닥에 침을 뱉고는 또다시 나와 여자를 쳐다봤다. 마치 ‘두고 봐, 너희’라는 말을 하 듯. 하지만 그의 그 눈빛은 경고가 아니었다. 그렇게 그는 식당을 빠져나갔다. 우스웠다. 사람들의 시선은 나와 여자를 향해 있었고 남자는 먼저 시비를 걸고 도망을 가버렸다. 이제부터 저들에게 그 남자는 찌질 한 도망자나 다름없다.

  “내가 생각해보니까…….”

  여자가 말했다.

  여자의 말에 난 어려운 퀴즈 문제를 풀고 있는 학생처럼 여자를 쳐다봤다.

  “머리 잘 민 거 같아. 빡빡이로 하니까 좀 세보여.”

  “허…….”

  “진심.”

  여자는 내 머리가 세 보인다고 했지만 남자 D구역 무리에겐 통하지 않았나보다. 세보였으면 날 건들지 않았을 텐데.

  “근데 너…… 그거 세 개 혼자 다 처먹은 거야?”

  여자가 물었다.

  여자의 말투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말 좀 예쁘게 할 수 없나.”

  혼잣말이었다. 사실 혼잣말 보다는 여자가 듣고 거친 말을 좀 고치길 바라는 마음에 뱉은 말이었다.

  “내가 왜.”

  여자가 말했다.

  여자의 말에 나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더 이상 여자에게는 어떠한 말도 통하지 않을 거란 직감을 했다. 난 테이블 위에 있는 도시락 통을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리고 곧장 식당을 빠져나갔다.

  “삐졌냐?”

  “…….”

  “삐졌네.”

  “…….”

  “남자가 고작 그거가지고 삐지냐……?”

  여자는 내 뒤를 쫓아 나왔고 재잘재잘 내 뒤에서 떠들어댔다. 너무 시끄러웠다.

  “좀 조용히 할 수 없나.”

  내가 말했다.

  또 다시 혼잣말로 중얼거렸고 여자가 듣고 조용히 했으면 하는 마음에 뱉은 혼잣말이었다.

  “그러니까 진작에 대답을 해주면 얼마나 좋아.”

  여자의 말에 나는 뒤를 돌아봤다. 여자와 눈을 마주쳤다.

  “뭐. 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내가 말했다.

  갑작스런 내 말에 여자는 당황한 듯 보였다. 여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피날 거 같은데. 하지만 여자에게 입술을 깨물지 말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 입술도 아닌데…….

  “아니 그냥…….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하려던 말도 까먹었잖아.”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아무 생각 없이 날 괴롭히기 위해 지겹도록 내 뒤에서 재잘재잘 떠들어댄 것이다. 난 그런 여자가 너무 귀찮았고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뒤를 돌아 B-102를 향해 걸었다. 난 지금 즈음 B-102에 도착해서 두 발 뻗고 자고 있을 텐데……. 여자 때문에 모든 게 망쳤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내 두 귀에 들리는 소리라곤 스피커가 내는 아주 작은 잡음과 복도 위를 걷는 벙커 주민들의 발걸음 소리가 다였다. 여자의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B-102에 도착해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는 없었다. 나는 마음 놓고 B-102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B-102 안에 들어가자마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상했다. 가슴에 무언가가 막힌 거 같았다. 그래서 난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변기를 잡고 토를 했다. 체한 건 없는데 정말 답답했다. 누가 내 위에 올라간 거처럼 아주 답답했다.

  “웩…….”

  위장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게워냈다. 냄새가 났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양치를 해야 되는데 힘이 빠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난 변기 옆에 앉아 숨을 헐떡였다.

  “체한 건 아닌데…….”

  정말 이상했다. 저번에 체했을 때는 열도 났고 머리가 아팠고 배도 아팠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 토만 했을 뿐. 배 속의 무언가를 게워냈을 뿐. 지난 번 하고는 완전 달랐다.

  한참을 변기 옆에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완전히 기운을 차렸진 않았지만 일어나 양치를 하고 나를 도와줄 누군가를 불러야만 했다. 난 변기 위에 앉았다. 그리고 치약과 칫솔을 꺼내 양치를 시작했다. 입 안을 괴롭히는 치약의 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가진 치약이라곤 저 마음에 들지 않는 치약뿐이라 버리거나 다른 치약을 쓰거나 하지 못했다.

  양치를 끝내고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내 콧속을 괴롭히던 비릿한 토 냄새가 사라졌다. 산 속 맑은 공기를 마시는 거처럼 나는 B-102 안의 공기를 마셨다. 맛있거나 하지 않았다. 그냥 비릿함이 없어 좋을 뿐이었다.

  인터폰을 지나쳤지만 호출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속을 게워내니 괜찮아졌다. 다시 또 토를 할 거 같지도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다. 몸에 조금 힘이 없을 뿐 아무렇지 않았다.

  “이럴 때 엄마가 뭘 해줬더라…….”

  생각했다.

  이럴 때 엄마가 날 위해 뭘 해줬지……? 하지만 내가 생각나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내 머릿속을 스치는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한숨이 나왔다. 정말 치매검사라도 받아 봐야 되는 건가 생각했다. 왜 이렇게 자꾸 중요한 것들을 잊어버리는지 모르겠다.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기록을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후회됐다. 난 나의 기록들이 아주 올바른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 그래서 후회됐다.

  나는 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생각했다. 엄마는 내게 손을 따주지 않았다. 나는 피를 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피를 보면 금방이라도 토할 거 같았다. 그리고 내게 매실 원액을 줬던 걸로 기억한다. 배가 아팠을 때도 머리가 아플 때도 엄마는 내게 매실 원액을 줬다. 그래서 배가 아플 땐 제외 하고는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인터폰 앞에 서서 알약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난 현관문 앞에 앉아 나를 치료할 누군가를 기다렸다.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반가운 마음을 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관리자가 B-102 안으로 들어왔고 마음 같아서는 주스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주스는 없었다.

  “무슨 일이죠?”

  관리자가 말했다.

  “제가 토를 했는데요…….”

  내가 말했다.

  그는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체한 건 아닌데 갑자기 토를 했어요. 토를 하고 나니까 괜찮아 졌어요……. 그리고…… 기억이 안나요. 기억해야 되는 것들이 기억이 안나요. 벙커 밖에서 내가 뭘 했는지도 모르겠고 어제는 내가 뭘 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그리고…… 내 이름도 잊었었어요. 왜 이런 거예요……? 어디 많이 안 좋은 건가요? 제가…… 어디가 아픈 건가요? 아픈 건 없는데…… 겁이 나서…….”

  그는 내 말에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정신이 아픈 걸까? 생각했지만 내 정신은 아주 멀쩡했다.

  “왜 그런 거예요?”

  내가 물었다.

  그러더니 침착함을 유지하던 관리자는 가방에서 철 케이스 하나를 꺼냈다. 저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약일까? 진정제일까?

  관리자가 꺼낸 건 주사기였다. 그는 나의 동의도 없이 내 옷 소매를 걷었고 내 팔에 주사를 놓았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질 거예요.”

  관리자는 알코올이 묻은 솜으로 주사기를 뺀 곳에 대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얼마 후 가방을 챙겨 B-102를 빠져 나갔다.

  맞았다. 벙커 안에서 답을 찾는 건 가장 어려운 거였다. 그리고 난 괜찮아졌다.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는 거처럼 아주 편안해졌다. 그리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우주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 후 나는 잠에 들어버렸다.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벌레가 기어가고 내 살을 파먹는 느낌에 나는 눈을 떴다. 눈을 떴을 때 B-102 안은 아주 밝았다. 난 침대에 일어나 몸을 살폈다. 벌레는 없었다.

  “신경과민인가…….”

  그럴만도 했다. 요즘 난 많은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정신이 불안정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뭐였지……. 어디서 읽은 거 같은데…….”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정도 기억은 괜찮았다. 난 병 이런 거에는 관심도 없었고 지식도 없었다.

  갑자기 목이 아팠다. 벌레가 목에 기어가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아주 무거운 무언가가 목에 걸려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두 손으로 목을 감싸기도 했고 목을 스트레칭 하기도 했다.

  똑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벌레였고 몸이 아닌 내 뇌를 갉아 먹는 기분이었다.

  “남자B!”

  여자였다.

  나는 그 순간 B-114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침대에서 나와 발을 질질 끌고 현관 앞 까지 걸어갔다. 그럴수록 여자의 목소리와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그 소음이 매우 혐오스러웠고 난 그 소음을 멈춰야만 했다.

  “시발! 조용히 할 수 없어?”

  내가 여자에게 소리쳤다.

  여자는 당황했고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드디어 여자가 조용해 진건가……? 알 수 없는 희열감에 차올랐다.

  “아니, 나는……. 네가 문을 두들겨도 대답이 없길래……. 미안.”

  여자는 처음으로 내게 기죽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여자에게 미안한 감정 따위 느끼지 않았다. 여자는 내 눈치를 보았다. 고양이 캐릭터 같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여자는 알 수 없는 나의 웃음에 더 심하게 내 눈치를 봤다. 난 그런 여자의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내가 오늘은 좀 쉬고 싶은데.”

  “아…… 그래! 쉬어. 난 이만 나갈게.”

  내 말에 여자는 문을 열고 B-102를 빠져나갔다.

  여자가 나가자 B-102는 조용함을 찾을 수가 있었다.

  순간의 직감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난 현관 앞으로 갔다. 그리고 구멍으로 복도를 보려고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복도의 불빛이 모두 꺼진 상태 같았다. 암흑이었다. 내가 보이는 건 빛 한 줄기도 없는 암흑이었다.

  “허!”

  놀라 뒷걸음 쳤다. 엉덩이를 찧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본 건 암흑이 아니었고 눈동자였다. 여자는 그 작은 구멍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구멍으로 복도를 보았지만 그때는 여자가 사라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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