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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완] 벙커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9.2

2048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멸망 후 벙커에 살게 된 상류층들과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실험!

 
구멍 - 01
작성일 : 19-09-02 20:41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3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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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가 아물었다.

  상처가 아문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내 얼굴과 몸은 상처 투성이였고 그것들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시간동안 아무데도 나가지 않았다.

  문을 두들겼다. 나는 도 다시 그때의 끔찍한 기억이 떠올랐고 나도 모르게 몸을 웅크렸다.

  “남자B!”

  다른 목소리였다.

  “남자B-102!”

  그 여자였다.

  B-114.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보름이나 지났는데 아프거나 하지 않았다. 현관 앞까지 걸어가 구멍으로 밖을 보았다. 여자B-114가 맞았다. 나는 문을 열었고 여자는 B-102 안으로 들어왔다. 여자를 막을 수가 없었다. 여자는 B-102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내 상처를 가장 먼저 보았다.

  “헐……”

  여자가 말했다.

  나는 여자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매서운 눈으로 여자를 노려봤다.

  “미치겠다. 어쩜 사람 얼굴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드냐.”

  난 여자의 말에 실소를 내뱉었다.

  “웃냐? 웃기냐?”

  “아니. 별로.”

  내가 말했다.

  “그건 그렇고 여기 왜 왔어.”

  다시 한 번 내가 말했다.

  난 이름도 모르는 저 여자가 무턱대고 B-102에 찾아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틱틱 거리는 내 음성에 여자는 나를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게…….”

  여자가 말했다.

  여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B-102에 올 이유도 없이 찾아왔다는 것인가……? 여자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생각을 해봤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

  여자는 내가 방심한 틈을 타 내 상처에 손을 데었고 나는 소리치며 여자의 손을 떼냈다. 쓰라렸다. 뇌로 쓰라린 그 느낌이 퍼져버렸다.

  “많이 아프냐?”

  여자가 물었다. 얄미웠다.

  “그걸 말이라고 해?”

  내가 말했다.

  “미안, 미안. 열흘이나 지났는데 괜찮을 줄 알았지. 얼굴에 상처도 아물었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보름이고. 상처가 아물어도 아플 수 있어.”

  “그래 미안하다고 말했으면 됐지. 남자가 쪼잔하게.”

  여자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여긴 왜 왔는데. 할 말 없으면 나가.”

  내가 말했다.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은지 여자는 미간을 구겼다. 난 속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여자와의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이긴 기분이 들었다.

  “상처에 바르는 연고 있어?”

  “뭐?”

  “저번에 준 거 말고. 그건 버리면 돼.”

  “없어.”

  “그래서 가져왔다고. 네 하는 꼬라지를 보니 없을 거 같아서.”

  여자는 주머니에서 연고를 꺼내 흔들었다. 여자의 말과 행동이 아주 우스웠다.

  “네가 주는 건 필요 없는데.”

  진심이었다. 난 저 여자가 주는 건 진심으로 필요 없었다. 아무리 비싸도 내 돈으로 사는 게 낫지.

  “거참. 고마우면 고맙다고 해! 애처럼 때 쓰지 말고.”

  여자는 내 손목을 잡고 어딘가로 데리고 갔다. 난 순순히 여자가 가는 곳으로 따라 갔다. 어차피 이곳은 B-102고 여자보단 내가 더 잘 알고 있는 곳이다.

  “앉아.”

  “뭐?”

  “앉으라고.”

  “허……”

  여자는 나를 소파에 앉혔고 여자는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내게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다. 난 아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여자의 손이 닿자 움찔 거리기만 할뿐 여자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여자를 피하거나 소파에서 일어나거나 하지 않았다. 엉덩이에 본드를 붙인 듯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런 나의 태도에 여자는 마음에 든다는 듯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말은 잘 듣네…….”

  여자가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내 귀에는 여자의 중얼거림 여자의 숨소리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들렸다.

  “고개 돌려 봐.”

  여자의 말에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아직 멍은 남아 있잖아. 멍 빼는 연고거든 이게……. 원래 멍 빼는 목적으로 만든 건 아닌데 써 보니까 멍은 좀 빠지더라. 며칠 쓰면 멍 다 빠질 거야.”

  “응.”

  내 말에 여자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미간을 심하게 구겼다. “순순히 대답도 하고. 철 들었네.” 여자가 말했다. 나도 모르게 실소를 내뱉었다.

  “웃지마…….”

  여자가 말했다. 여자의 말에 난 표정을 굳혔다.

  “정들어.”

  여자의 말이 끝나자 다시 실소를 내뱉었고 여자는 뭐가 재미있는 듯 입 꼬리를 올렸다. 억지로 올린 건 아닌 거 같았다.

  “다 했다.”

  이 말을 끝으로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고개를 들어 여자를 쳐다봤다.

  “나 간다. 붙잡지 말고. 내 생각 하지 말고. 나 없다고 울지 말고. 가는 사람 붙잡아 주는 게 예의야.”

  여자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면서 말했다. 난 여자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B-102의 문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도 여자의 말이 아주 우스웠다.

  “미친 여자야…….”

  미친 여자 같았다. 여자는 처음부터 정상적인 모습을 본 적 없는 거 같았다. 그래서 정말 미친 여자 같았다.

  난 닫힌 문을 보고 침대로 갔다. 침대에 누워 TV를 봤다. 내가 본 건 아주 평범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오늘 하루는 48번 채널을 잊고 싶었다. 매일 같은 하루가 아님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벙커 주민들이 자주 보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아주 평범한 삶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깨달았다. 벙커를 집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멍은 가라앉았다. 여자가 준 연고 덕분인지 시간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멍이 사라지자 멀쩡한 사람 얼굴처럼 보였다.

  한 달이 지났고 난 B-102를 나왔다. 복도를 거닐었다. 사람 사는 기분이 들었다. 한 달 동안 내가 한 거라곤 TV를 보거나 잠을 자는 거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본 사람이라고는 하루에 한 번씩 날 치료해주러 오는 치료팀과 B-114호 여자 뿐.

  사람들은 나를 쳐다봤지만 난 그들의 시선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소문났겠지. 몰래 D구역에 쳐들어가서 두들겨 맞은 B-102에 사는 남자라고. 그래서 난 사람들의 시선이 더더욱 불편하지 않았다.

  내가 가장 먼저 간 곳은 식당이었다. 배가 너무 고팠다. 무언가를 먹고 싶었고 그 무언가가 참치김치볶음밥이길 원했다. 이제 죽은 먹고 싶지 않았다.

  난 참치김치볶음밥 도시락을 세 개를 구매했고 테이블에 앉아 그 자리에서 걸신들린 사람처럼 마구 먹어대기 시작했다. 식당 안의 벙커 주민들은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그들의 시선에 집중할 마음이 없었다. 내가 집중한 건 이것들을 먹는 거뿐이었다.

  도시락은 금방 바닥을 들어냈고 나는 더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더 먹지 않았다. 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시락 세 개에서 난 수저를 내려놓았다.

  배가 불러있었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나도 모르게 입가로 미소가 흘러 나왔다. 벙커 생활 중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기쁘다.

  “미친놈. 실실 쪼개는 거 보소.”

  남자가 내 웃음을 보며 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귀머거리처럼 들은 채도 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난 그를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저 미친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난 귀머거리가 아니라는 듯 그 익숙한 목소리에 반응했고 뒤를 돌아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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