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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완] 벙커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9.2

2048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멸망 후 벙커에 살게 된 상류층들과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실험!

 
B-114 - 01
작성일 : 19-09-02 20:40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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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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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이 지났고 내 얼굴에 있던 상처는 갈 곳을 잃은 듯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었다.

  난 다리를 쭉 뻗으며 침대에 누웠다. 몸이 나른해졌다. 이대로 물에 둥둥 떠다니고 싶었다. 침대 위에 올려 진 리모컨의 하늘색 버튼을 눌렀다. 천둥번개 소리가 들렸고 다시 또 한 번 더 눌렀다. 이번에는 폭포였다. 소리가 좋았다. 하지만 귀가 아팠고 난 그 소리에 금방 실증이 나버렸다.

  “아…… 맞다.”

  난 무언가 생각이 나 침대에서 일어났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전구를 생각해내기 전에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난 컴퓨터를 켰다. 기록을 검색하고 많은 파일들 속에서 8월 23일 영상을 골랐다. 그 옆에 기록지에는 ‘8월 23일. 영상 속에는 수상해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단서를 찾을 수가 없다. 다음에 갈 곳은 0구역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이다.’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나는 8월 23일의 기록을 지웠다. 그 놈들이 날 끌고 갈 때 D-121호의 코너에 있던 무언가를 보았다. 분명 그게 엘리베이터일 거야. 그 날의 영상도 지웠다. 파일을 지워버렸다. 그리곤 컴퓨터 옆에 있는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D-121호.’수첩을 덮고 컴퓨터의 전원을 껐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앉아있다 머리를 쥐어 감쌌다.

  “무슨 생각이라도 나라…… 좀…….”

  하지만 나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는 B-102 속에서 내 질문에 대답을 할 존재는 없었다.

  다시 또 침대 위에 올라가 누웠다. 이번에는 방금 전처럼 몸이 나른하지 않았다. 불편했다. 귀신이 내 몸 위에 올라탄 거처럼 아주 불편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내가 눈을 뜰 때 즈음 되면 세계가 멸망하기 전으로 돌아가길 꿈꾸며 눈을 감았다.

  배에서 들리던 뱃고동 소리 때문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난 그런 내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무슨 꿈을 꾸고 있던 거였지……? 그 꿈속에서 배라도 탄 건가? 난 이 현실이 꿈이고 꿈속에서 보았던 것들이 현실이라고 생각한 건가?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불쌍했다. 난 침대에서 일어났다.

 

  다이닝룸에 도착하자 공동 냉장고의 문을 열고 도시락을 꺼내는 여자가 보였다. 여자는 도시락을 아기처럼 안고 있었고 냉장고 문을 닫자 보이는 내 얼굴에 깜짝 놀라 도시락을 쏟아버렸다. 여자는 도시락이 아까운 듯 내게 화를 내기도 전에 쭈구려 앉아 휴지 몇 장으로 음식을 담기 시작한다.

  “아이고 아까워라…….”

  여자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더럽게 그냥 버려. 담지 말고.”

  내가 말했다. 흙먼지 묻은 음식이 너무 더러웠다.

  “여기 음식이 얼마나 비싼데. 사주거나 도와줄 거 아니면 꺼지시지?”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내 말을 들을 리 없다는 걸 느낀 나는 자판기로 갔다. 그리고 뒤를 돌아 여자에게 외쳤다.

  “뭐 먹을래?”

  내 말에 여자가 나를 쳐다봤다.

  “제일 비싼 거.”

  여자가 말했다.

  나는 여자의 말에 아무 말 없이 자판기에 카드 키를 대고 가장 비싼 음식의 버튼을 눌렀다. 십 삼만 이천 원. 그게 저 도시락의 가격이었다. 십삼만 이천 원짜리 도시락이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자판기에서 나왔고 나는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내가 먹을 이만 삼천 원짜리 참치김치볶음밥 버튼을 눌렀다.

  “나 여기서 안 먹을 거야.”

  여자가 내게 말했다.

  하지만 난 여자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귀찮았다. 난 배가 고팠고 밥만 먹으면 돼서 여자의 말 따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자판기에서 참치김치볶음밥이 나왔다. 난 참치김치볶음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의자에 앉았다. 나를 보던 여자가 아니꼬운 듯 나를 보며 다시 또 말했다.

  “나 여기서 안 먹을 거라니까?”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근데.”

  여자는 내가 올려 둔 도시락 하나를 집어 들었다.

  “들어가서. 들어가서 먹자.”

  여자는 내 도시락과 자신의 도시락을 들고 다이닝룸을 나갔다. 난 하는 수 없이 여자를 따라 나갔다.

  그 여자를 따라 내가 도착한 곳은 B-114였다. B-114는 B-102와는 아주 다른 분위기였다. 아무것도 없는 설렁한 그런 분위기. 아주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구 몇 개. 새하얀 가구. 그리고 B-102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컴퓨터가 없었다. 필요하지 않은 건가……. 이 여자는 컴퓨터 없이도 살 수 있는 건가……? 나처럼 아무런 기록도 하지 않는 건가? 이곳 사람들과 똑같이 벙커 안에서 동요된 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책장이 있다. 저 뒤엔 뭐가 숨어있을까.

  난 책장 앞으로 갔다. 그리고 책장 뒤에 손을 넣으려고 할 찰나에 행동을 멈췄다.

  “어서 앉지?”

  여자가 말했다. 그녀는 B-114를 둘러보는 나를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며 아주 삐딱한 자세로 쳐다보고 있었다.

  난 책장 뒤의 손을 뺐다. 그리고 여자의 맞은편으로 가 앉았다.

  내가 앉자 여자는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게였다. 웃음이 나왔다. 이런 벙커에서 어떻게 저런 게를 잡을 수 있는지. 아니면 양식 할 정도로 많이 있는 건지…… 정말 웃음이 나왔다.

  여자는 나와 달라 내 웃음에 나를 매섭게 쳐다봤다.

  “미쳤네…… 미쳤어…….”

  난 여자의 말을 무시하고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었다. 평소와도 같은 맛이 아주 맛있었다.

  “역시 비싼 건 맛있어.”

  여자가 말했다.

  난 여자의 말에 여자를 쳐다보거나 여자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고 묵묵히 밥을 먹었다. 그런 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매서운 두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금방이라도 체할 것만 같았다.

  “너 돈 많나봐.”

  여자가 내게 물었다.

  “너 보단.”

  내가 말했다.

  내 말에 여자는 실소를 내뱉었다. 내 말이 재미있다는 긍정적인 표현은 전혀 아닌 거 같다.

  “참나. 그래 너 돈 많으니까 이런 곳에도 왔겠지.”

  여자의 말에 어떤 말을 해줘야 될지 모르겠다. 난 원래부터 말주변에 형편이 없었다. 말하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된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건 내 특기가 아니었다.

  “너도 여기 있잖아.”

  아주 오랜 생각 끝에 뱉은 말이었다. 이런 형편없는 말 빼고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 그런데 문제는 난 빈털터리라는 거지.”

  여자가 말했다.

  여자의 말에 내 입 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왜일까. 왜 내 입 꼬리가 떨리는 걸까. 생각해봤다. 답은 하나였다. 나도 실상은 여자처럼 빈털터리이다.

  “그렇다고 동정할 필욘 없어.”

  “……”

  “값싼 동정은 별로…… 원하지 않거든.”

  여자의 말을 끝으로 B-114에는 아주 긴 침묵이 흘렀다. 이번엔 침묵 때문에 체할 것만 같았다. 약이라도 들고 다닐 걸.

  도시락을 비워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즈음 여자가 입을 열었다.

  “나 궁금한 게 있는데…….”

  “…….”

  “그때……. 너 왜 다친 거야?”

  “알 거 없……”

  “알 거 없다는 말은 하지 말고.”

  여자가 내 말을 끊었다. 나는 침을 한 번 삼켰다. 뭐라고 대답해줘야 되지? 내가 대답을 하지 않으면 여자는 나를 보내주지 않을 거 같았다.

  “…… 그냥.”

  “그냥……?”

  “그냥…… 뭐……. 시비 붙어서 싸운 거지.”

  내가 말했다. 그냥이란 게 있었을까. 그리고 정말 시비가 붙어서 싸운 걸까? 들켜서 맞고 들어온 게 아니고? 더욱 더 웃긴 건 나를 보는 여자의 눈빛이었다.

  “거긴 왜 갔는데?”

  그리고 나를 더욱 더 당황하게 한 건 여자의 말이었다. 여자가 말한‘거기’ 여자는 과연 다 알고 있는 걸까?

  “아니. 그러니까 사실 네가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는 거 봤어. M구역엔 왜 간 거야? 아니…… 어떻게 간 거야?

  여자의 말에 숨이 턱 막혔다.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여자의 말을 회피하는 법밖엔 없었다.

  “알 거 없어.”

  난 자리에서 일어나 여자를 내려 봤다. 여자는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맞췄다. 난 여자의 시선을 회피하고 B-114을 나갔다.

  B-114를 나와 복도를 걷는 내내 생각했다. 여자는 누구일까. 나와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내 존재를 알게 된 다른 사람일까. 난 고개를 돌렸다.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문을 열고 나를 보고 있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두근거리는 심장 떨림은 아니었다. 무섭고 두려운 무언가에 쫓기는 심장 떨림이었다. 난 다시 뒤를 돌았고 B-102를 향해 걸었다. 여자의 시선은 내 뇌를 뚫어버릴 만큼 날카로웠다. B-102 안으로 들어가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현관문이 삐빅-하는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B-102 안으로 들어 온 나는 숨을 돌리기 위해 소파 위에 누웠다. 그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B-102 안에서는 다른 소음은 용납할 수 없었다. 온전히 나의 숨소리만 울려 퍼졌다.

  한참을 내 숨소리를 들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나서 난 소파 위에서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책장이었다. 소파에 누운 몸을 일으키고 난 뒤 완전히 소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고리……”

  혼자 중얼 거렸다.

  “고리…… 고리…….”

  또 다시 혼자 중얼 거렸다.

  미친 건 아니다. 그냥 저 책장을 보자 고리를 풀어야 된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난 책장 앞으로 갔다. 그리고 책장 뒤에 있는 고리를 풀고 협탁에 있는 리모컨을 가져와 불을 껐다. 아주 어두웠고 폐쇄회로로 날 감시하는 이들이 날 절대 발견하지 못 할 정도의 암흑 속이었다. 사실 나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현재 B-102의 불빛은 폐쇄회로로 보이는 빨간 불빛 하나뿐이었다. 난 책장 앞에 서 책장을 밀었다. 고리를 풀자 아주 쉽겨 밀려나갔다.

  문이 하나 나왔다. 다락방의 통로처럼 보이는 문. 나는 어둠 속에서 직감으로 문고리를 잡아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왔고, 책장을 원위치로 옮겼다. 그리고 다시 문을 닫고 또 다른 어둠 속에서 방의 불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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