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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완] 벙커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9.2

2048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멸망 후 벙커에 살게 된 상류층들과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실험!

 
B-102 - 05
작성일 : 19-09-02 20:40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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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구역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난 힘겹게 몸을 가누며 엘리베이터를 빠져 나왔다. 좀비처럼 시체처럼 복도를 걷는 내내 나를 쳐다보는 복도 위의 저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났다. 저들은 나를 쳐다보며 숙덕거리기만 할뿐 아무도 날 부축하거나 돕지 않았다. 복도에는 나의 신체 어딘가에서 떨어진 피로 물들어갔다. 복도를 보고 싶었지만 눈을 뜨기 힘들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부패한 시신 같았다. 얼굴은 부었고 특히 눈은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부었다. 입술은 생채기가 나있었고 이마는 찢어졌다. 얼굴에 터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보이는 게 이 정도인데 보이지 않는 건 어떨지 예상이 갔다.

  나는 나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했다. 맞아 죽어서 부패한 시신, 딱 내가 그 모습이었다.

  복도 위를 걷던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힘겹게 눈을 뜨자 확신에 찰 수가 있었다. 여자는 얻어터진 내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발소리가 들렸다. 말없이 내게 다가왔다.

  “꺼져.”

  내가 말했다.

  이 말이 방패를 상대할 나의 날카로운 무기였다.

  하지만 여자는 내 말에도 나를 부축하려 했다. 하지만 난 또 다시 날카로운 무기를 세웠다. 이번에는 말 대신 행동으로. 여자의 손길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러더니 여자는 아니꼬운 표정으로 날 째려봤다.

  “거참, 환자가 고집은 더럽게 세네…….”

  여자가 말했다.

  내 모습이 환자라니……. 어이가 없었고 또 끔찍했다.

  “지금 그쪽 상대할 시간 없습니다.”

  내가 말했다.

  “누군.”

  난 여자의 말을 무시하고 B-102까지 힘겹게 몸을 이끌었다. 여자가 내 뒤를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무시했다. 2분이면 갈 거리를 5분 만에 도착했다. B-102 안으로 들어 온 나는 현관 앞에서 멈춰 섰다. 여자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구멍 속 여자를 보았다.

  “조까 새끼야.”

  여자는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고 내게 말했다.

  난 여자의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신기했다. 이런 잔혹한 벙커 속에 저런 사람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3년간 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3년이 지난 후 저 사람을 보게 된 걸까 정말 신기했다.

  여자가 사라지자 나는 몸을 옮겼다.

  소파에 앉아있었다. 앉아서 숨을 돌렸다.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가 폐를 찌르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씻고 싶었다. 하지만 씻을 수가 없었다. 힘이 없었다. 아마도 이 상태로 씻다간 기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파에 앉아 숨을 돌렸다.

  “후…… 하…….”

  소리를 내며 몇 번이고 반복을 했다.

  몸에서 진정을 찾을 때 까지 반복 했고 몸이 내게 진정됐다는 말을 하자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난 수납장을 열어 며칠 전에 받은 진정제가 담긴 주사 하나를 찾았다. 사실 받은 건 아니다. 훔친 거다. 난 그게 필요했다. 괜찮아지지 않았다. 진정되지 않았다.

  주사를 맞고 나니 몸은 진정을 되찾았고 나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샤워기에서 나온 물이 내 몸에 번진 피를 닦아냈다. 아팠다. 쓰라렸다. 하지만 참아야만 했다. 비누 거품에 닿자 고통에 소리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참는 거뿐이었다.

  힘겨웠던 샤워를 끝마치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눈은 물고기처럼 퉁퉁 부어있었다. 밴드 하나 없는 이마에 손을 대자 쓰라린 듯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 난 시선을 옮겼다. 더 이상 상처를 보고 싶지 않았다. 난 서랍에서 수건을 꺼내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냈다. 그리고 커다란 수건 하나를 두른 채 화장실을 나왔다.

  화장실을 나오자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미간이 구겨졌다. 그 여자의 목소리였다. 현관문을 무식하게 마구 쳐대며 소리치는 행동은 그 여자만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남자B!”

  여자가 소리쳤다.

  “남자B! B-102!”

  여자가 날 불렀다. 남자B-102 날 부른 소리였다.

  쉴 새 없이 문을 두들기자 난 신경질적으로 문 앞으로 가 문을 세게 열었다. 내가 문을 열자 여자는 B-102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를 위 아래로 훑었다.

  “왜.”

  내가 말했다.

  “거적때기나 걸치지? 보기 흉해.”

  여자가 말했다.

  거적때기라니……. 보기 흉하다니……. 여자의 말은 늘 놀라웠다. 좋지 않은 쪽으로 놀라웠다.

  “말이 짧다?”

  난 여자의 짧은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게 늘 반말을 했다. 마치 친구처럼 아주 친한 사이처럼 내게 반말을 했다. 난 그런 여자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동안인 건 인정하는데 나 너보다 먹을 만큼 먹었거든?”

  난 여자의 말에 헛웃음을 뱉었다. 그럼 뭐…… 네가 마흔 살이라도 된 거야?

  “그건 그렇게 여기 왜 왔어.”

  내가 말했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여자에게 나도 반말을 했다. 난 처음부터 저 여자를 존중할 마음 따위 없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 봉사 점수가 꽤 높게 나온 걸로 기억하거든?”

  여자가 말했다. 여자의 어이없는 말에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의 다음 말이 궁금해졌고 그래서 여자를 지켜보았다.

  “불우이웃을 보면 난 그냥 지나가지 못 했거든.”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그 말이 끝난 후 주머니에서 밴드와 연고를 꺼내 내 눈 앞에서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봉사. 봉사 정신.”여자는 나를 보고 입 꼬리를 올렸다. 미소였다. 난 그런 여자를 보고 아주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실소를 내뱉었다.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내 시선을 피했다. 그러더니 신발을 벗고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손에 들린 밴드와 연고가 거추장스러웠는지 밴드와 연고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남자 혼자 사는 곳 치고는 깔끔하네?”

  여자가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궁금해졌다.

  “남자가 사는 곳을 많이 가 봤나 보네.”

  “가보긴. 가보는 게 소원이다.”

  여자는 이 말을 내뱉고 B-102의 흥미가 떨어졌는지 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신발을 신으며 내게 말했다. “아참. 연고랑 밴드는 안 돌려줘도 돼.” 이 말을 하고 여자는 현관문을 열고 B-102을 나가버렸다.

  여자가 나가자 내 시선은 현관문에서 테이블로 옮겨졌다. 정확히 말하면 여자가 두고 간 연고와 밴드에 가 있었다. 난 연고와 밴드를 들고 소파에 앉아 상처 난 입술과 볼에 연고를 발랐다. 이마에 연고를 바르자 뇌로 뻗치는 고통에 눈을 세게 감고 신음을 내뱉었다. 잠시 후 고통이 사라지자 나는 이마에 밴드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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