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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완] 벙커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9.2

2048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멸망 후 벙커에 살게 된 상류층들과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실험!

 
B-102 - 04
작성일 : 19-09-02 20:40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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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는 눈을 뜨자마자 TV를 켰다. 그리고 48번 채널을 보았다. 해가 떠있었다. 늦은 오후가 아니었다. 아쉬웠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면 좋을 텐데……. 아쉬움만 가득한 채로 몸을 일으켰다.

  난 수납장에서 운동복을 꺼내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이틀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아서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난 체력 증진 센터에 가야 된다. B-102를 빠져나와 복도를 걷는 내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운동이 끝난 후 샤워를 끝내고 B-102 안으로 들어와 조금만 쉬다가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다시 기록을 써내려가고 싶다.

  체력 증진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시끄러운 소음이 날 괴롭혔다. 그게 싫었다. 난 신발장에 물을 올려놓고 주머니에서 MP3와 이어폰을 꺼냈다. 그리곤 이어폰을 귀에 꽂고 MP3를 켜 음악을 틀었다.

  시끄러운 음악……. 이 소음을 없앨 음악…….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 내 두 귀를 더 상하게만 할 뿐이다. 난 그냥 듣고 싶은 음악을 틀었다. 이어폰에서는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이 흘러나왔다.

  스트레칭을 하고 러닝머신 위를 달렸다.

  땀이 내 얼굴을 적셨고 콧등에서 떨어진 땀이 운동화 위로 떨어졌다. 이제 그만 달려야 되는 걸 알면서도 난 무리하게 러닝머신 위를 달렸다. 근육이 파괴 되고 내 몸이 상할 걸 알면서도 난 무식하게 운동했다.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오늘은 그래야만 했다. 3년 전처럼 오늘은 평소와는 더 강도 높게 운동하고 싶어졌다.

  무릎이 아팠다. 그제야 러닝머신 위에서 내려올 수가 있었다.

  나를 발견한 관리자가 내게 다가왔다. 나를 보더니 파스하나를 가져와 내 무릎에 붙여줬다. 그리고 그는 내 카드 키에서 만원을 가져갔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몇 백 원짜리 파스 하나 붙여주고 만원을 가져가는 꼴이라니……. 정말 어이없었다. 하지만 난 그의 행동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카드 키의 돈이 가짜인 걸 알면 난 벙커에서 쫓겨나가게 될 운명이니까.

  하는 수 없이 스트레칭과 러닝머신 위에서의 30분 그리고 마무리 스트레칭일 끝내고 샤워실 안으로 들어갔다. 샤워기에서는 뜨거운 물이 나왔고 내 무릎에 뜨거운 물이 닫자 무릎에 뭉친 근육들이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물먹은 파스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 꼴이 아주 웃겼다. 이럴 거면 왜 거금 만원을 주고 파스를 산건지 모르겠다.

  땀범벅이 된 몸을 물로 닦아냈다. 거울에 비친 내 머리를 보자 참 웃겼다. 물먹은 파스와도 같은 꼴이었다. 다만 머리카락이 없어 물을 먹지 못 할 뿐이지. 난 수건 한 장으로 머리를 닦아냈다. 그러곤 그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끝났다. 이렇게 쉽게 될 거 왜 나는 침대까지 적셨는지 모르겠다.

  수건으로 몸에 묻은 물기를 닦고 옷을 갈아입고 체력 증진 센터를 빠져나갔다. 탁한 공기에서 조금 덜 탁한 공기가 내 코로 들어왔다. 그 다음 폐로 들어갔다. 좋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졌다.

  “허…… 미친…….”

  실소를 터트리고 욕을 했다.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다. 산소통이 있을까……? 이 벙커 안에? 설마 정말 산소통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있을 거야. 폐암 환자가 필요한 게 산소통이잖아?

  B-102에 들어오자마자 난 신발을 벗기도 전에 인터폰을 눌렀다. 호출 버튼……. 한 번도 눌러본 적 없는 호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자가 내 문을 두들겼다. 난 곧바로 문을 열었다. 다급해 보이는 그의 표정과는 달리 난 아주 평온했다.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내 목적을 듣고 싶어 하는 표정처럼. 하지만 난 그의 표정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질문을 듣기 전에는 아무런 말이 하고 싶지 않았다. 내 표정을 읽은 그가 입을 뗐다.

  “무슨 일이죠?”

  그가 말했다.

  난 그의 말에 침을 한 번 삼켰다.

  꿀꺽.

  그리고 난 입을 열었다. “산소통이 필요해요.”

  내 말에 그의 미간이 심하게 구겨졌다. 그는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난 당신한테 무슨 일이 생겨서 당신이 날 호출 한지 알고 달려왔는데 네가 하는 말은 뭐? 고작 산소통이 필요해요? 허…… 미친. 그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산소통은 왜 필요하죠?”

  그가 말했다. 나름의 침착함을 유지한 채로.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거든요. 벙커 안이 너무 갑갑해서.”

  내가 말했다.

  내 말에 그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혹시 모르지. 당신도 이 벙커 안이 너무 갑갑하다고 느낄지. 그래서 내 말에 완전히 동의할지.

  “기다리세요. 산소통 가져 올게요.”

  그가 말했다.

  난 그의 말에 이상 모를 희열감에 차올랐다. 산소통이 있었다니……. 이제 난 이 더러운 공기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 그가 빨리 B-102를 나가서 0구역에서 산소통을 가져왔으면 좋겠다. 저 더럽게 느린 엘리베이터가 그 순간만큼은 아주 빨리 오르내리길 나도 모르게 기도했다.

  그가 B-102를 나가고 난 현관 앞에 주저앉았다. 그를 기다리는 건 아니었다. 무릎이 아파졌다. 욱신거렸다. 구부린 무릎을 펴자 무릎에서 뼈 소리가 났다.

  “파스나 들고 오라고 할 걸…….” 진심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그가 고생을 하든 말든 사실 나는 상관이 없다. 지금은 내 아픔이 사라지는 게 더 중요했다.

  난 현관에 앉아 계속 그를 기다렸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가 도착했다. 발걸음 소리였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얼마 후에 B-102 문을 두들겼다.

  “산소통 가져왔습니다.”

  가장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아픈 무릎을 잃고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그가 산소통을 가져왔다. 하지만 실망했다. 산소통은 아니었다. 아주 작은…… 휴대용 산소 캔이었다. 그는 그걸 내 얼굴에 들이밀었다.

  “환자가 아닌 이상 산소통을 판매할 수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의 말에 나는 불만 없이 수긍할 수 있었다. 그래……. 난 환자가 아니었지. 내 폐는 아주 멀쩡해. 담배를 그만큼 많이 펴도 내 폐는 너무 건강해……. 시발.

  “사십팔만 육천 원입니다.”

  그가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말이 되지 않았다. 저 작은 캔 하나에 사십팔만 육천 원이라니…….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벙커 속에서 10년을 채울 수 없을 거다.

  나는 그에게 카드 키를 건넸다. 그는 기계에 카드 키를 데고 나의 사십팔만 육천 원을 빼갔다. 하지만 아깝지는 않았다. 난 돈은 없지만 돈이 아주 많았다. 그가 내게 마스크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난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릎이 아픈데 파스 좀 주세요.”

  그는 귀찮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개 필요하죠?”

  “열 개면 될 거 같아요. 십 만원 지금 미리 계산 할 수 있죠?”

  내가 말했다.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키드 키를 기계에 찍었다. 오늘 하룻동안 돈을 얼마나 쓰는 거야……. 그는 내게 카드를 건네주고 B-102를 나갔다.

  난 침대 위에 누웠다. 그가 건네주었던 마스크를 산소통에 연결했다. 그리고 난 바깥 공기를 마셨다. 좋았다. 아주 좋았고 행복했다. 마치 세계가 멸망하기 전 그때의 평범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똑똑-

  “파스 가져왔습니다.”

  그가 나를 불렀고, 난 마스크를 벗고 현관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는 내게 파스를 건네주었고 B구역을 떠났다. 난 파스를 들고 침대로 올라갔다. 파스를 무릎에 붙였다. 차가운 기운이 내 몸에 퍼졌다. 핫 파스면 더 좋을 텐데……. 아쉽지만 투정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그가 나의 행복을 깨기 전 그때처럼 침대에 누워 공기를 마셨다. 그렇게 나는 잠이 들었다.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기계에 카드 키를 데자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위에 붙은 작은 화면에서 불빛이 켜졌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복도 안을 비추는 유일한 불빛이었다. 작은 화면에는 ‘M’이라고 적혀있었다. 엘리베이터는 M구역에 있었다. 아주 천천히 올라오던 엘리베이터는 어느새 B구역에 도달했고, 내 앞에 멈춰 섰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M버튼을 눌렀다. 아주 천천히 내려간 엘리베이터는 어느새 B구역에서 M구역에 도착했고, 난 또 다시 아주 조용한 M구역의 복도를 걸었다. 다이닝룸 쪽으로 향하는 남자와 마주쳤지만 난 숨거나 피하지 않고 내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M구역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걸었다. 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자 난 그가 다이닝룸에 도달했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나는 또 다시 카드 키를 뎄다. 이번에는 ‘D’였다. 엘리베이터는 D구역에서 M구역으로 올라오고 있었고 난 엘리베이터가 M구역으로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반복했다. 매일 반복한다. D구역에 도착한 나는 저번에 설치해 놓은 몰래카메라를 수거해야했다. 그래서 대죄를 지은 사람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원래부터 D구역에 살던 사람인 거처럼 자연스럽게 D구역의 공기에 섞였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여유로워 보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남들의 눈에는 내가 정말 여유로운 사람일지 모르겠다. 난 D구역의 구조를 눈으로 보고 있다. 눈으로 읽고 있으며 눈으로 외우고 있다. 내 기억이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

  누군가와 마주쳤다. 남자였고 그의 뒤에는 세 명의 사람이 더 있었다. 그 중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가 날 위아래로 훑어본다. 아주 기분 나빴다. 무시하려고 했으나 덩치 큰 남자가 내 어깨를 잡았다. 난 그의 손을 잡아떼었다. 그리곤 걸었다.

  “의찬아.”

  내 어깨를 잡은 덩치 큰 남자가 말했다.

  “왜.”

  의찬,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가 덩치 큰 남자의 말에 대답했다.

  “이 새끼 처음 보는 새끼 같은데…….”

  덩치 큰 남자는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들리지 않은 척 했다. 어딘가로 가야만 했다.

  “어이. 가까이 좀 와보시지.”

  누군가 나를 향해 말했다. 아마 의찬이라는 남자 같았다. 음성이 비슷했다. 나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미친……. 내 말을 씹네? 아주.”

  그들은 나를 쫓아왔고 내 뒷목을 잡았다. 아팠다. 덩치 큰 남자의 힘은 아주 세고 올가미처럼 나를 옥죄는 고통이었다.

  “놓지?”

  “허…… 들었냐? 놓지란다.”

  내 말이 웃긴 듯 실소를 터트렸다.

  “이 새끼 다른 구역 새끼 맞네.”

  처음 보는 남자였다.

  “그러게. 한 번도 본 적 없다 했어.”

  이 남자도 처음 보는 남자였다.

  “거시새끼가 여긴 왜 들어와, 시발……!”

  의찬이었다.

  덩치 큰 남자한테 뒷목이 붙잡힌 나를 보고 의찬이 말했다. 그들은 나를 끌고 갔다. 어딘지 모를 곳으로 끌고 갔다. 도망갈 수 없었다. 내게 욕설을 내뱉고 폭력을 가하는 그들에게서 멀어질 수 없었다. 의찬은 내가 도망갈 수 없게 붙잡힌 나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난 고통의 신음을 내뱉으며 무릎을 꿇었다. 비참했다. 그리고 끔찍했다. 처음 보는 남자들에게 맞는 꼴이라니 쪽팔렸다.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만큼 비참했고 내 자신이 한심했다.

  “이 새끼 처 울진 않네.”

  “그러니까. 남자 새끼가 울면 자지를 잘라 버려야지.”

  의찬의 말에 남자들이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는 매우 컸고 천박했다. 저 천박한 표정에 침을 뱉고 싶어졌다.

  그래서 난 저들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야이 시발! 미친 새끼야!”

  의찬이 내 얼굴에 주먹질을 했다. 그가 내게 폭력을 가하는 둔탁한 소리가 이 곳 안에 울려 퍼진다. 저 밖의 사람들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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