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완] 벙커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9.2

2048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멸망 후 벙커에 살게 된 상류층들과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실험!

 
B-102 - 03
작성일 : 19-09-02 20:39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716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머리가 짧아졌다. 아니 머리카락이 없다. 머리를 다 밀어버렸다. 삭발을 했다. 머리를 만지자 까슬까슬한 느낌이 날 반겼다. 허전하지만 사실 좋다. 머리를 감고…… 아니 머리를 물에 적시고도 말리지 않고 침대에 누울 수가 있으니까. 침대를 적시지 않을 테니까 좋았다.

  침대에 눕자마자 몸이 나른해졌다. 휴식을 취할 수가 있었다.

  침대 옆 협탁에 놓인 리모컨을 들어 적녹색의 버튼 하나를 눌렀다. 적녹색의 버튼을 누르자 집 안을 비춘 조명들이 모두 꺼졌다. 그리곤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떴다. 잠이 오지 않았다. 모든 소리가 차단 된 이 어둠 속에서도 난 잠이 오지 않았다. 다시 또 협탁 위에 놓인 리모컨을 들어 이번에는 파란색의 버튼 하나를 눌렀다. 이번에는 벽에 노을 진 하늘이 비추기 시작했다. 내 손은 금방 노을빛에 물들어 버렸다. 보기 좋았다. 마음에 들었다. 파란색의 버튼 옆에 하늘색의 버튼을 눌렀다. 천장에 붙은 스피커에서 잔잔한 시냇물 소리를 냈다. 듣기 좋았고 금방이라도 잠들어버릴 수 있었다.

  난 다시 또 눈을 감았다. 방금 전 보다 훨씬 더 편안하게…….

  얼마 후 난 눈을 떴다. 그런 내 모습이 기계 같다고 느껴졌다. 여전한 노을빛이 B-102와 나를 물들었고 듣기 좋은 시냇물 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모든 것을 차단시키기 위에 협탁에 손을 올렸지만 리모컨이 만져지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 협탁 위를 쳐다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침대에서 나오자 내 발에 무언가가 밟혔다. 리모컨이었다. 나는 땅바닥에 떨어진 리모컨을 줍고 흰색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더니 노을빛의 조명과 듣기 좋은 시냇물 소리를 내던 스피커가 꺼지고 모든 빛과 소리가 차단되었다.

  현관 밖, 복도에서 소리가 들린다. 발걸음 소리였다.

 

  “연회의 밤이 끝난 건가……?”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혼자 중얼거려도 나보고 미쳤다고 말 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더욱 더 많이 혼자 말했다.

 

  “하…….”

 

  난 한숨을 쉬었다.

  누가 보면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냐며 핀잔을 주겠지만 여긴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외로웠다.

 

  “배고프네…… 배고프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냈다. B-102의 모든 소음은 내가 내고 있었다. 난 카드 키를 들고 B-102를 나왔다. 사람들과 마주쳤지만 그들은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나를 지나쳤다. 그들의 눈에는 난 그저 이 벙커 안의 주민일 뿐이니까 말이다.

  다이닝룸까지 걸었다. 다이닝룸에는 비싸 보이는 옷을 갖춰 사람이 많았다. 편한 옷을 입은 사람은 나뿐이었다. 심지어 그 여자도 다이닝룸에는 없었다.

 

  “B-102에 가서 먹어야지…….”

 

  또 다시 혼자 중얼거렸다.

  다이닝룸 안에 들어서자 음식 냄새가 퍼졌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치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게 없어서 더욱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판기에 카드 키를 데고 또 다시 참치김치볶음밥을 선택했다. 너무 뻔하다. 이번에는 사람이 많아 여유를 가지며 메뉴를 선택하는 척 하지 않았다. 한 번에 골랐다.

  자판기에선 맛있는 냄새를 뿜었고 난 참치김치볶음밥을 꺼내 다이닝룸을 빠져나갔다. 이상하게도 또 다시 그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날 쳐다보고 있는 그 느낌. 하지만 난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내가 만약 뒤를 돌아본다면 소름에 돋아 참치김치볶음밥을 떨어트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다이닝룸을 빠져나와 복도를 걸었다.

  복도를 걷는 내내 처음 보는 사람들을 지나쳤다. B-102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B-102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테이블 위에 참치김치볶음밥을 올려놓았다. 사실대로 말하면 난 그 느낌보다 고픈 배를 채우는 게 급선무였다. 의자에 앉아 허겁지겁 먹었다. 체해도 상관없었다. 굶주린 배를 채우고 싶었다.

  어느새 도시락은 바닥을 드러냈고 내 배는 불러있었다. 난 그 느낌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 나 냉장고로 걸어갔다. 텅텅 비워진 냉장고에는 물과 맥주로 가득 찼다. 나는 물을 한 병 꺼냈고 벌컥벌컥 마셨다. 산꼭대기에서 처음 물을 마시는 사람처럼 사막을 거닐다 며칠 만에 물을 먹게 된 사람처럼 벌컥벌컥 마셨다.

  물은 어느새 빈 병이 됐고 나는 그 플라스틱 병을 손으로 구겼다. 그리곤 봉지 안에 집어넣었다. 봉지는 비어있는 물병과 맥주 캔들 그리고 빈 도시락 통으로 가득 차있었다. 난 그 봉지를 묶고 현관 앞으로 갔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집 앞에 서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재빨리 문을 닫았다. 소름 돋았고 무서웠다. 구멍으로 복도를 봤다. 남자는 사라졌다.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쓰레기가 가득한 봉지는 버리지 못했다. 현관 앞에 놔뒀다.

  난 침대 위에 누웠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이상했다.

 

  “체했나……?”

 

  가슴에 뭐가 얹어버린 거 같았다. 곧이어 난 헛구역질을 시작했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변기를 잡고 토를 했다. 먹은 것들을 다 게워냈다. 담즙이 내 입속에 냄새를 풍겼다. 좋지 않았다. 토를 하고 난 후엔 배가 아프고 열이 났다. 머리가 아팠다.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체한 게 맞았다.

  난 인터폰의 알약이 그려진 버튼을 눌렀다. 그리곤 침대에 누웠다.

  잠시 후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들겼다. 난 그 소리에 눈을 떴다. 아니 잠에서 깼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잠들어있었다. 침대에서 나와 현관까지 걸어갔고 구멍으로 확인했다. 관리자였다. 관리자인 걸 확인한 나는 문을 열었다.

 

  “어디가 아프시죠?”

 

  그가 말했다.

 

  “체한 거 같아요.”

 

  내가 말했다.

 

  “방금 전에 토를 했어요. 머리도 아프고 열도 나고 배도 아프고 오한도 있어요.”

 

  다시 한 번 내가 말했다.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B-102를 나갔다. 나는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잠들 때는 아프지 않았는데 눈 뜨고 나니 다시 또 몸이 떨린다.

  방금 전 듣던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의 사람이 문을 두들겼다. ‘관리자입니다!’ 그의 음성은 아주 높았다. 이번에 난 확인 없이 문을 열어줬다. 그는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 가방에는 약이 들어있을 게 뻔하다. 그래서 궁금하진 않았다.

  난 소파에 앉았고 그는 날 따라 B-102 안으로 들어와 내 옆에 앉았다.

  그는 내게 약을 주었고 내 팔에 주사 한 대를 놓았다. 진정제 같았다. 주사를 놓자 내 몸은 아주 빠르게 진정을 찾아갔다.

 

  “토를 했으니 빈 속이겠네요. 뭐라도 드시고 약 드세요. 물이라도 좋으니까.”

 

  그가 말했다.

  그의 음성은 듣기 좋은 음성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 진정제와 약을 줬으니 이 순간만큼은 듣기 좋은 음성이라고 착각할 수 있겠다.

  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였다.

  그의 손목시계가 이상한 소음을 내뱉었다. 다른 벙커 주민이 그를 부르는 소리 같았다. 그는 바쁜지 한숨을 깊게 내뱉고는 약이든 가방을 챙겨나갔다. 또 다시 B-102에는 침묵이 흘렀다.

  난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빈속을 채우기 위함이었다. 그리곤 그가 건네주었던 약을 먹었다. 배가 불렀다. 오줌 한 번 싸면 금세 꺼지겠지만 지금은 배가 매우 불렀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침대 위에 밀가루 반죽처럼 퍼져 누웠다. 편안했고 따뜻했고 좋았다.

 

 

  눈을 떴을 땐 아침이 된 후였다. 바깥은 보이지 않았지만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아침이고 구름이 많고 새가 지저귀고 있다. 계절은 모르지만 아마 지금은 가을일 것이다. 여기 저기 나무에는 감이 달려있고 인도에는 은행이 떨어져있으며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갔고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오줌을 쌌다. 오줌을 싸자마자 배가 고파졌다. 헛웃음이 나왔다. 내 예상이 들어맞았다. 난 손을 씻고 이를 닦았다. 그리고 세수를 했다. 머리에 물기를 묻히려고 했는데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머리카락이 없는 삭발을 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잊고 있었다.

  연회장에서 빠져 나온 나는 휴게실에 가서 이상한 여자와 대화 같지도 않은 대화를 했고 그 다음엔 B-102에 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젖은 침대 때문에 클립퍼로 머리를 밀었다. 잊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거라곤 약을 먹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신 거뿐이었다.

 

  “치매라도 걸린 건가…….”

 

  헛웃음이 나왔다.

  말이 되지 않았다. 내가 어디 아픈 건가……. 요 근래부터 전 날에 무엇을 했는지 단 번에 기억을 하지 못했다. 정말 내가 아픈 건가.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었다. 관리자들에게도 말 할 수 없었다. Z에게도. 그렇게 나가고 싶던 벙커에서 나를 쫓아낼 것만 같았다. 난 그게 무서웠다.

  B-102를 나왔다. 난 아주 멍하니 복도를 걸었다.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아무 생각 없는 사람처럼 목적지 없이 걷는 사람처럼 아주 멍하니 걸었다. 그때 천장 위에 달린 스피커에서 기분 나쁜 잡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나는 미간을 종이처럼 구겼다.

 

  “시발.”

  “시끄러.”

  “저 소리 좀 어떻게 할 수 없나?”

 

  기분 나쁜 잡음에 복도에 있던 몇 몇 사람들이 귀를 막고 욕을 내뱉었다.

  잡음을 내던 스피커에서 이내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복도의 사람들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위대한 권력자라도 되는 듯 하던 욕을 멈추고 그 목소리에 집중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발걸음을 멈춰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벙커 주민 여러분들의 관심 덕에 제 7회 연회의 밤이 성황리에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Z였다.

  위대한 권력자, Z는 이 벙커 안의 위대한 권력자였다.

 

  “벙커 주민 여러분. 바깥 상황은 별반 다를 거 없습니다. 48번 채널 폐쇄회로로 보이는 모습들이 현재의 바깥 상황입니다. 생존자는 이 세계의 모든 벙커에 있는 사람들과 여러분들뿐입니다.”

  “지랄.”

 

  난 Z의 말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맨날 같은 말이다.

  Z가 할 수 있는 말은 맨날 같았다. Z가 한 말, 48번 채널 폐쇄회로로 보이는 모습들이 현재의 바깥 상황이라는 말 그리고 생존자는 이 세계의 모든 벙커에 있는 사람들과 여러분들뿐이라는 말은 어딘가에 적어놓고 읽는 말이다. 이제 Z의 말에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희망의 불씨는 이미 꺼진지 오래이다.

  다이닝룸 안으로 들어왔다. 어제에 비해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테이블에 앉아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여자였다. 휴게실에서 나와 설전을 벌였던 그 여자. 하지만 나는 그 여자의 시선을 피하고 자판기로 옮겼다. 그 여자는 달라진 내 머리에서 시선을 옮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판기 유리에 비친 저 눈빛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배가 고팠고 누군가와 대화로 싸울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특히 저 여자라면.

  오늘은 다른 게 먹고 싶어졌다. 3년 간 매일 먹었지만 별로 질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에겐 그게 쌀밥이었고 반찬이었다. 절대 질리지 않은 밥과 반찬. 하지만 오늘은 이상했다. 저 여자가 먹고 있는 게 궁금해졌다. 저 미트볼의 맛이 어떨까…… 궁금해졌다.

  미트볼 도시락을 꺼냈다. 가격은 비싸지 않았다. 만 팔천 원이었다. 참치김치볶음밥 보단 저렴했다. 난 미트볼 도시락을 들고 다이닝룸을 빠져나갔다.

  복도를 걸었다. 복도는 조용했다. 연회의 밤이 끝난 후 Z가 늘 똑같은 말을 떠들어 대면 사람들은 벙커 안에 처박혀 TV를 틀었다. 그리고 48번 채널 속 폐쇄회로를 지켜보았다. 평소에는 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던 바깥세상에 대한 궁금증. 그들은 그렇게 궁금증을 해소 시켰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까 B-102 앞에 다와 간다. B-105 앞에 쓰레기봉투가 있다. 아참, 버려야 되는데……. 조금 있다가 버려야지.

  B-102 안은 어두웠고 아주 조용했다. 한 치의 빛과 소음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공간 같았다. 스위치를 누르자 B-102 안이 아주 환해졌다. 난 B-102 안에 불빛이라는 금기를 깼다. 미트볼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탁- 소리가 컸다. 이번에는 B-102 안에 소음이라는 금기를 깼다.

  의자에 앉아 수저를 들고 미트볼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맛은 있었다. 정말이었다. 맛은 훌륭했다. 하지만 3년 동안 먹다보면 질릴 거 같았다. 느낌이 들었다. 일주일도 못 가 처다 보기 싫을 정도로 질릴 거 같았다.

  배가 부르다. 이번엔 체하지 않을 거 같았다. 난 묶어 놓은 커다란 봉지를 풀어 바닥을 비운 도시락을 봉지 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묶었다.

  현관 문 앞에는 사람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또 다시 체하지 않을까 혹시나 걱정을 했는데 할 필요 없었다.

  TV 위에 올려진 TV 리모컨을 들고 소파에 앉았다. TV를 켰다. 리모컨을 눌러 채널을 바꿨다. 재미가 없었다. TV에서는 이미 보았던 것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새로운 것도 몇 개 있었다. 하지만 3년 전에 이미 본 느낌이 들었다. 난 TV를 끄고 책장 앞으로 갔다. 책장에는 많은 책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고 나는 그 많은 책들 중에서 빨간 표지의 책 한 권을 꺼냈다.

 

  “팬텀 오브 더 나이트메어……”

 

  꿈과 환상에 대한 책이었다. 난 그 책을 들고 침대 위에 올라갔다. 침대에 앉아 배꼽까지 이불을 덮은 다음 책을 펼쳤다. 낡은 책에서 풍기는 냄새가 아주 좋았다. 세상에서 맡았던 그 냄새였다.

  나는 책에 얼굴을 파묻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책의 냄새를 맡기 위해 책에 코를 파묻었다. 아주 정확한 표현이었다. 책에 코를 파묻고 숨을 여러 번이나 내쉬고 내뱉었다. 좋았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난 소리 내어 책을 읽었다. 옆에 어린 아이가 있는 거처럼. 그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거처럼 소리 내어 책을 읽었다.

 

  “눈앞이 캄캄하다. 눈을 뜨고 싶은데 눈꺼풀에 본드를 붙여 놓은 마냥 눈이 떠지지를 않는다. 눈꺼풀을 한참을 움직였을까, 눈을 떴고 눈앞에 놀라운 광경들이 펼쳐져 있다. 그냥 이 곳은 영화 같다. 이건 영화에 나오는 그런 배경이었다…… 우선, 작은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만 보던 난쟁이다. 그들의 키는 3ft(91.44cm)도 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우스운 건 그들이랑 9ft(274.32cm) 정도 돼 보이는 거인들이랑 같이 놀고 있는 것 이다. 이게 노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그들이 즐거워 보였다…….”

 

  난 제인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지만 그녀와 같은 꿈을 꾸고 싶어졌다. 영국에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영국이 궁금해졌고 그러기 위해선 이 벙커를 빠져나가고 싶었다. 난 책을 닫았다.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 책이 내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았다. 들어오던 책을 토해냈다.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시간을 알 수 없지만 오후가 지나서 일어날 수 있기를……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4 현실 - 01 2019 / 9 / 7 187 0 6324   
23 미로 - 02 2019 / 9 / 7 202 0 2447   
22 미로 - 01 2019 / 9 / 2 198 0 3108   
21 터널 - 01 2019 / 9 / 2 202 0 4657   
20 실험 - 02 2019 / 9 / 2 199 0 6120   
19 실험 - 01 2019 / 9 / 2 197 0 4639   
18 진실 - 03 2019 / 9 / 2 189 0 4008   
17 진실 - 02 2019 / 9 / 2 198 0 4132   
16 진실 - 01 2019 / 9 / 2 191 0 4772   
15 의심 - 01 2019 / 9 / 2 208 0 4039   
14 거짓 - 02 2019 / 9 / 2 203 0 3188   
13 거짓 - 01 2019 / 9 / 2 200 0 4725   
12 약 - 02 2019 / 9 / 2 196 0 6285   
11 약 - 01 2019 / 9 / 2 187 0 6772   
10 구멍 - 02 2019 / 9 / 2 178 0 5137   
9 구멍 - 01 2019 / 9 / 2 184 0 3482   
8 B-114 - 03 2019 / 9 / 2 191 0 1630   
7 B-114 - 02 2019 / 9 / 2 206 0 3893   
6 B-114 - 01 2019 / 9 / 2 191 0 4817   
5 B-102 - 05 2019 / 9 / 2 211 0 3187   
4 B-102 - 04 2019 / 9 / 2 188 0 5607   
3 B-102 - 03 2019 / 9 / 2 198 0 7164   
2 B-102 - 02 2019 / 9 / 2 204 0 6249   
1 B-102 - 01 2019 / 9 / 2 295 0 589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오블리비언
강냉구
아스트랄 휴먼
강냉구
[완] 딕
강냉구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