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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김원봉(욕지도)
작가 : 금보
작품등록일 : 2019.9.2

비운의 독립군 김원봉님과 최초 여 비행사 권기옥님의 일본과의 독립항쟁을 시류에 맞게 판타지화하여 각색한 글.

 
1. 사라진 교방사 관기들.
작성일 : 19-09-02 07:19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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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 지 도(慾知島)

 

 

 

 

 

 

 

 

 

 

 

 

 #. PROLOGUE

 1895년4월 청일전쟁, 1905년9월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고 당시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가 주도한 포츠머스조약으로 일본은 러시아, 미국, 중국, 영국 등 제국주의 열강들로부터 조선반도의 독점적 지배를 인정받는다.

 이에 일본은 1905년11월 을사조약, 1907년 8월 대한제국 군대의 강제 해산, 1909년 9월 남한대토벌 작전을 거쳐 마침내 1910년 8월 한일 합방으로 36년간 조선반도를 강점하게 된다.

 

 두 차례 전쟁으로 국고는 바닥나고 빚만 잔뜩 짊어진 일본은 식민지로 전락한 조선반도를 차지하고 철저히 약탈하기 시작하였다.

 

 1895년부터 일본은 조선반도의 어업을 수탈하기 위해 욕지도를 거점으로 삼고 도미우라를 파견하여 욕지도를 정탐케 하였고

 1900년부터는 그를 상주시켜 본격적으로 어획물을 수탈하기 시작한다.

 욕지도 자부포에 집하된 어마어마한 양의 각종 어획물들은 중국, 만주, 일본, 서울, 마산, 등지로 팔려나가 일본제국의 침략자금으로 활용된다.

 

 도미우라는 일본 해군과 경찰의 힘을 등에 업고 욕지도를 거점으로 조선반도의 어획물들을 독점하여 수탈하였고 1915년경 욕지섬에는 강제로 억류된 조선인 2만 여 명은 2천 여 명의 일본인 관리자 및 경찰의 감시, 감독 하에서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가족이 볼모로 잡혀 도망가지도 못한 채 마치 노예와 같은 생활을 이어 가고 있었으며 어마어마한 부가 도미우라의 금고에 축적 되고 있었다.

 

 

 

 

 

 -2-

 

 

 

 

 SC #1. 사라진 교방사 관기들.

 

  1907년 모일. 욕지도 자부포 도미우라저택.

 욕지항의 풍경은 갈매기 한가히 나르는 여느 포구들과는 사뭇 다르다. 노란 색, 녹 색, 파란 색 깃발을 단 수많은 크고 작은 배들이 어지러이 오고가고 자부포에 위치해 있는 도미우라저택 건너편 조선족들이 거주하는 조선포와 야포의 낮은 언덕과 뒤편 산에는 아래에서 꼭대기 까지 한 치의 틈도 없이 수많은 판잣집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그래서 밤이면 이들 집에서 밝히는 불빛으로 온 산들이 마치 불붙고 있는 듯한 장관을 연출했다.

 

 동쪽으로 난 욕지항 입구를 들어서면 항 전체가 마치 항아리처럼 형성 되어있고 중앙에 천왕봉을 중심으로 높고 낮은 산과 언덕이 욕지항을 삥 둘러싸서 어지간한 태풍이 와도 욕지항은 전혀 피해가 없었다. 천혜의 요새이며 어업과 군사의 전진기지인 욕지항은 오늘도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3-

 도미우라는 벽돌로 지은 서양풍의 저택 이층, 항구 쪽으로 난 큰 창 앞에서 혼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창밖을 무심히 응시하고 있다.

 그가 사무실과 손님 접대로 쓰는 이 방에는 화려한 장식품이나 가구대신 단순하고 튼튼해 보이는 책상과 널따란 테이블, 손님용 의자들이 놓여있고. 창 반대편 한쪽 벽면은 그가 병적으로 좋아하는 낚시 도구와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당시 정말로 귀한 스코틀랜드 제 릴낚시대도 보인다.

 입구 쪽에는 지나치게 커 보이는 열쇠 보관함이 놓여있는데 보관함 안에는 수많은 고등어 간독들과 창고의 열쇠들이 번호가 매겨져 찾기 쉽게 잘 정돈 되어 걸려 있다.

 

 그는 삼십대 후반쯤으로 보이고 넓은 어깨와 두툼한 가슴은 무공으로 다져진 듯 하고 날카로운 눈과 짙은 눈썹, 짧은 머리, 덩치에 비해 짧아 보이는 팔이 인상적이다. 손등과 목덜미의 깊은 상처자국에 험하고 모진 그의 인생 여정이 엿보인다.

 

 일본이 조선반도 남해안 일대의 어획물을 남획하기위해 1895년부터 조선인 어부가족들을 꾸준히 욕지도로 이주시킨 것이 그 딸린 식구들이 늘어나면서 부터 급격하게 욕지도의 인구가 증가되어 2만 여 명에 이르렀고, 일본인들도 욕지도가 군사적 요충지이며 동시에 수산물의 보고였기에 해군기지에 군인들이 많이 상주하게 되고, 이만 여 명의 조선인들을 관리하자니 일본인 경찰과 도미우라의 가신들 역시 많은 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문제는 조선인들은 가족이 있는 반면 일본인들은 대부분 남자들이다. 그래서 우월한 지위를 가진 일본 남자들은 틈만 나면 조선 여자들을 겁탈하기 일쑤였다. 이런 이유로 조선인들과 일본인들 간의 다툼은 하루를 그칠 날이 없었다.

 

 -4-

 도미우라 : 타누키 !

 

 입에서 술 냄새는 엄청 역하게 풍기지만 그의 목소리는 전혀 취한 기색이 없다.

 

 타누키 : 하이 !

 

 항상 사무실 밖에서 대기 중인 타누키가 비쩍 마른 큰 키를 반쯤 접을 만큼 허리를 숙이고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온다.

 섬 생활에 어울리지 않게 얼굴이 희고 창백하다.

 

 도미우라 : 부산포에서 출발한 배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겐가?

 

 타누키 : 하이! 아직 입항 하지 않았지만 곧 들어 올 것입니다.

 

 왠지 타누키의 목소리가 들떠있다.

 

 도미우리 : 200 여 명이 하선할 것이니 이를 통제할 인력들을 준비시켜 뱃머리로 나가자.

 

 타누키 : 하이 ! 이미 밖에서 주인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미우라는 빠른 걸음으로 집을 나와 검은 복장을 한 한 무리를 이끌고 선착장으로 향한다.

 

 SC #2. 1907년 모일. 부산포 후지모리 수송선.

 

 부산포에 정박 중인 후지모리 수송선에 화장을 예쁘게 한 날렵하고 앳된 51명의 여인들이 탑승 하고 있다. 이들은 조선 왕조 교방사 소속 관기로 무용수 들이다. 경성에서 온종일 기차를 타고 부산까지 왔건만 그들의 표정은 다들 밝다. -5-

 조선 왕조 궁중에서 궁중음악, 춤과 악기를 담당하던 교방사가 없어지면서 일본 경찰 간부 요시무라가 교방사 무희들에게 제시한 조건은 너무 좋은 기회인 듯하여 무희 51명 모두가 자원 한 것이다.

 일본 천황 앞에서 공연을 하면 노비에서 면천 해주고 충분한 보상금까지 준다는 것 이였다.

 수송선 갑판에 무용수들이 도열하자 그 숫자를 확인 한 후 요시무라는 선장 부관 요시다에게 무용수들을 인계한다.

 선장실에서 이배 선장 후지모리는 갑판에 도열하고 있는 망해가는 조선 왕조의 무용수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요시무라 : 자 다들 함정에서 안내하는 대로 배 밑으로 내려가라.

 

 무용수들을 인계한 요시무라는 선장실로 가서 후지모리를 만난다. 선장 후지모리는 오십대 중년쯤으로 보이는 차갑고 무뚝뚝한 얼굴로 낡은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의자에 걸터앉아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다.

 

 요시무라 : 선장님 여기까지.. 약속한 저의 역할은 다 끝냈습니다. 50명을 요구하였으나 1명이 더 온 셈이네요.

 

 후지모리 : 자! 받으시오.

 

 선장은 두툼한 봉투를 꺼내 요시무라에게 건넨다.

 

 요시무라 : 금액은 정확 하겠지요 하! 하! 하!.

 

 봉투 속을 힐끗 본 후..

 어색하게 웃는다. 그의 눈은 횡재한 기쁨으로 가득했다.

 요시무라의 야비한 관상과 그의 행동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6-

 빨리 거래를 끝내려는 듯 후지모리는 퉁명하게 말을 뱉는다.

 

 후지모리 : 틀림없이 정확합니다. 수고하셨소!

 

 요시무라 : 그럼 저는 경성 열차시간이 다되어서.. 이만 물러갑니다.

 

 요시무라가 나가자 부관 요시다가 선장실로 들어온다.

 

 요시다 : 선장님 총 203명이 탑승 완료하였습니다.

 

 후지모리 : 늦었다. 출항하자!

 

 요시다 : 하이! 출항하겠습니다.

 

 수송선은 뱃고동을 울리고 흰 연기를 뿜으며 서서히 움직인다.

 잔잔했던 바다가 파도머리에 살짝 흰 거품을 보인다. 해풍이 일기 시작하나 수송선은 이 정도는 가벼이 여길 만큼 큰 배였다.

 

 

 SC #3. 1907년 모일. 부산포 후지모리 수송선 화물칸.

 

 화물칸 안에는 이미 많은 여인네들로 꽉 차있다.

 군데군데 멀미로 인한 토사물을 받을 들통들이 놓여있다.

 객실엔 승객도 보이지 않는데 조선 여인들을 모두 화물칸에 탑승 시킨 것이다. 원래 군인들이나 화물을 수송하는 용도의 배라 장식이나 꾸밈없이 꼭 필요한 최소의 것들만 준비 되어있다. 조명은 너무 어두워서 겨우 얼굴을 분간할 정도이고 꽉 찬 사람들로 짐칸은 향기롭지 못한 냄새들로 가득하다. 신선한 공기를 쐬고 싶지만 일본 도착 할 때 까지는 이들은 갑판위로 나갈 수가 없다고 했다.

 

 -7-

 여정 : 일본가는 여인들이 이렇게 많을까?

 

 열 네,다섯 살 되어 보인다. 예쁘장하고 가녀린 몸매이나 어른스러워 보이는 그의 용모에는 기품이 흐른다. 아끼는 외출복에 얼룩 질까봐 옷 보따리를 깔고 동료 미영과 마주 앉아 화물칸에 가득한 젊은 또래의 여인들을 둘러보고 있다. 조선말 망해버린 양반의 서출로

 태어 난 게 죄가 되어 애비의 빚으로 교방사에 팔려버렸던 것이다.

 

 미영 : 저들이 악공이나 무용수 같지는 않은데..

  한번 물어 볼까?

 

 여정에 비해서는 몸집이 크고 단단하다. 얼굴이 평범하고 피부는 가무잡잡하나 뒤로 틀어 올린 머리 아래 목선이 시원스럽다.

 성격은 활동적이고 털털해 보인다. 왼손 중지에는 그리 비싸 보이지 않지만 옥반지가 자랑스럽게 빗난다. 미영이 그들 옆에 20명 정도 무리를 지어 앉아있는 여인들에게 쭈그린 채로 엉금엉금 다가가 말을 건넨다. 나름 갖춰 입은듯하나 그들과 비교하면 어찌 좀 촌스럽고 남루하다.

 

 미영 : 우리는 경성 교방사에서 일본 천황에게 공연가는 길인데 댁들도 그러하우?

 

 임순 : 아닌 데요! 우린 진주 관기들인데 일본으로 돈 벌러 가요.

  일본에서 일하면 면천해주고 2년만 열심히 하면 집 사고 논, 밭 살 돈 충분히 벌어 올 수 있다고 했어요.

 

 임순은 미영의 질문에 기어드는 목소리로 답을 한다. 대충 묶은 쪽머리에 꽂은 색 바랜 나무 비녀가 측은해 보인다.

 

 

 -8-

 미영 : 일본에서 무슨 일을 시킨 데요?

 

 임순 : 일본 큰 도시.. 식당에서 일한다고 했어요.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별 어려운 일은 아니래요.

 

 눈이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휑하니 커 보이는 임순은 미영의 고운 손을 얼핏 보고 자기 손이 부끄러운 듯 치마폭에 슬쩍 감춘다.

 

 미영 : 네....

 

 여기 저기 무리지어 앉아있는 여인들은 대부분 여러 지역에서 온 관기 출신의 여인네 들이였다. 그래도 자기들은 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뽑혀왔다고 자랑 들이다.

 

 배가 움직이자 화물칸의 승객들은 잠시 잠잠하다..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그들 뇌리를 스치고 지나는 것이다. 몇 몇은 울먹인다.

 

 관기 00 : 우리가 다시 고향 땅 못 밟는 것은 아니 것 제?

 

 관기 01: 아이다 일본 가서 2년만 고생하고 오자.

 

 둘은 서로 부둥켜안고 훌쩍거린다.

 여기저기서 피곤한지 좁은 틈에 들어 눕거나 대부분 서로 기대어 잠을 청한다. 다들 먼 길을 힘들게 여러 경로로 여기까지 와 있는 것이다. 화물칸은 여기저기 낮은 코고는 소리와 벌써 멀미로 토하는 소리들로 어지럽다.

 

 후지모리 수송선 짐칸에 실린 200여명의 여인들은 난생 처음 타는 큰 배인지라 울렁거리는 뱃속을 이를 악물고 참아내며 잠을 청했다.

 

 -9-

 비몽사몽간에 잠깐 잠이 들어 시간이 좀 흐른듯한데 갑판에서 승무원들이 내려와 다 왔으니 짐을 챙겨 갑판으로 나오라고 꽥 꽥 소리를 질러 대는 것이다.

 일본이 이리도 가까운 가..? 모두들 의아해 하며 보따리를 챙겨 갑판으로 올라가는 좁은 철 계단을 오른다.

 점심나절에 출발하였는데 서산에 기운 해를 보니 초저녁 무렵이다.

 네다섯 시간 족히 지난 듯하다.

 

 그런데... 모두들 상상했던 일본의 큰 도시 풍경은 아니다.

 조선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어촌의 포구를 연상케 한다.

 다만 선착장에 묶여있는 크고 작은 셀 수 없이 많은 배들과 그들을 구경 나온 수많은 사람들에 압도당한다. 천 명은 족히 될 듯하다.

 경찰복을 입고 허리에 칼을 찬 순사들, 일본 해군들, 우체국에서 일하는 직원들, 통소매로 길이가 허리와 무릎쯤인 핫피 차림의 도미우라가신 2000여 명 중 절반은 구경 나온 듯하다. 허름한 바지저고리 차림의 조선인들은 무엇인가를 옮기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녀들을 힐끗 힐끗 쳐다본다. 이미 그녀들이 온다는 소문은 욕지도 이 좁은 동네를 열 바퀴는 족히 돌고 돈 듯했다.

 

 갑판에 모여선 여인들이 술렁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은 절대 아니다. 누구를 잡고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모여 선 여인네들은 가슴에 보따리만 움켜잡고 곧 기절 할 것 같은 표정들이다.

 

 배는 이미 불곡마을 앞에 정박되어 선착장에 묶이고 조선인들이 통나무와 판자로 만든 이동용 계단을 배 옆면에 대고 고정시키고 있다. 도미우라는 타누키와 호송 임무를 띤 가신들을 앞세우고 후지모리 수송선에 오른다. 가신들의 손에는 가죽 채찍이 들려있다.

 도미우라는 혼자 선장실로 향한다.타누키는 갑판위에서 당황해 하는 조선 여인들을 향해 소리친다.

 

 

 타누키 : 여기까지 온다고 수고 많았다. 여러분들은 이 곳 욕지도 기생학교인 명월 관에서 일본어 공부와 기생수업을 받은 후 일본으로 갈 수 있다. 자 모두 내리자.

 

 끌려온 조선 여인들은 모두 웅성거린다.

 

 여옥 : 욕지도라니 그럼 여기가 섬이란 말인겨?

 

 미영 : 이런 섬에 웬 기생학교?

 

 갑판에 모여선 조선 여인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르나 본능적으로 배에서 내리는 것이 마치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지는 것 같아 서로서로를 부여잡으며 하선하기를 거부한다.

 

 타누키는 가신들을 동원하여 채찍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휙! 휙! 하며 허공을 가르는 채찍이 가녀린 여인들을 등짝을 사정없이 내려 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애처롭고 귀를 째는 날카로운 비명은 배 한쪽 구석으로 몸을 피해 떨고 있는 다른 여인들에게 겁을 주기 충분했다.

 

 마침내 여인들은 겁에 질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하나 둘씩 사다리를 내려가기 시작한다.

 

 선장이 직접 문을 열고 도미우라를 맞이한다.

 

 후지마루 : 경성 쪽에서 늦게 도착한 이유로 좀 늦었습니다.

  총 203명입니다.

 

 도미우라 : 고생 하셨소.

 

 후지마루 : 여인네들 대금은 주신 돈으로 다 치렀습니다.

 

 도미우라는 품에서 빨간 비단 주머니 하나를 꺼내어 속에든 금괴를 후지마루에게 건넨다.

 

 도미우라 : 수고비입니다. 앞으로 종종 부탁 하겠습니다.

 

 후지마루 : 뭐 이렇게 과분하게.. 고맙습니다.

 

 순간 후지마루의 무뚝뚝한 얼굴에도 만족한 미소가 스친다.

 

 

 SC #4. 1907년 모일. 욕지도 자부 포 일원.

 

 선착장 길을 따라 욕지 항 입구 동쪽으로 가다보면 높은 언덕이 나온다. 이 언덕에는 모빌잣밤나무들이 꽉 들어 차 있다. 이 나무숲을 끼고 돌면 욕지 섬에서 해풍의 영향을 제일 덜 받고 정남쪽에 위치해 있어 겨울에도 따뜻하여 생활하기 좋은 자부 포가 나오는데 일본인들은 이 지역을 차지하여 조선인들은 출입을 통제 하고 있었다.

 자부 포의 첫 번째 건물이 벽돌로 지은 서양풍의 도미우라저택이다. 이 저택은 이층으로 튼튼하게 지어져있다. 포구에 바싹 붙여 지어 이층 거실에서 입, 출항 하는 배들이 가깝게 보인다. 이 저택을 시작으로 50 여 채의 일본식 집들이 길을 따라 길게 늘어 서있다.

 일본인 관리자 간부들과 고기를 사러온 상인들의 숙소가 위치하고 목욕탕과 음식점들도 눈에 띈다.

 

 그 거리를 지나면 동쪽 언덕 아래로 나무로 지은 꾀 큰 규모의 일본식 2층 건물이 있다. 건물 입구에는 명월관이란 간판이 조그마하지만 세련되게 붙어있다.

 

 

 그 건물 뒷마당을 지나 또 한 채의 일본식 건물이 자리 잡고 있는데 기생들의 숙소인 듯하다. 명월 관을 끼고 언덕아래 형성된 골목을 따라 새로 지은 열두 채의 안방주점들이 죽 들어서있다. 거의 다닥다닥 붙어있다. 섬이라 평지가 얼마 안 되는 이유이다.

 

 배에서 내린 203명의 조선 관기들은 앞장선 타누키를 따라 가슴에, 머리에 보따리를 안고이고 열을 지어 이 마을길을 따라 걷고 있다.

 그 행렬 좌우에는 도미우라가신들이 마치 먹잇감을 보고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을 번뜩이며 같이 걸어간다.

 

 길옆에는 구경 나온 일본인들이 음흉한 웃음과 불온한 괴성을 흘리며 눈이 충혈 되도록 끌려가고 있는 가녀린 여인들을 훑어보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자신들의 운명이 걱정스러워서인지 여인들의 발길은 무겁기만 하다. 교방사 소속이었던 궁중 무희 51명은 명월 관에 배치된다. 이날부터 이들에게 조선옷이나 조선말은 일체 금지되었고 일본 여자처럼 말하고 행동 하여야만 하였다. 낮에는 일본에서 데려온 게이샤 선생에게 모진 매질을 당하며 그들의 전통 현악기인 샤미센과 게이샤 전통 춤인 미야코오도리를 배우고 밤이면 일본 경찰 간부들, 일본 해군 장교들, 각지에서 수산물 구입 차 욕지도에 온 거상들과 일본인 관리자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어야 했다.

 다시 말해 기녀인 게이샤와 창녀인 죠로의 역할을 동시에 강요받았던 것이다. 안방주점에 배치 받은 조선 팔도의 관기 152명도 12개의 술집에 나누어 배치되었다. 주점 관리인들은 매질과 극도의 얼 차례로 그녀들의 혼을 다 빼 버린 다음, 순순히 복종하여야만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쳤다. 그녀들은 낮이건 밤이건 2,000여명의 일본인들을 상대로 몸을 맡겨야 만하는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했다.

 

 

 

 도미우라에게 속아서 끌려 온 조선 여인들은 고향과 부모 형제를

 꿈속에서 그리며 오늘도 눈물과 한숨으로 죽지 못해 또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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