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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정오마을 살인사건
작가 : 다시봄
작품등록일 : 2019.8.27

25년 전 한 사건으로 인해 여자아이, 연이가 죽었다. 그 후, 마을사람들은 쉬쉬 거리며 모든 것을 없던 일처럼 여겼다. 그리고 25년 후, 마을에 새로운 손님. 그의 정체는 신부이다. 그가 나타난 후, 살인이 시작된다. 범인은 그 신부인가? 왜 연이는 25년 전에 죽었을까?

 
4. 정오마을-2
작성일 : 19-09-01 20:26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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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정오마을-2

 

 

 타랑, 거리며 메스가 탁자로 떨어졌다. 이진만의 손에 힘이 빠쳤다. 그의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침이 목 줄기를 타고 따끔거리며 내려갔다.

 

 TV 뉴스채널에서 나오던 소식 하나가 그의 동작을 멈추게 했다. 그의 놀란 눈동자가 TV를 향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황봉철 저 사람이 자살했다고?>

 

 <정말로?>

 

 

 그의 머릿속에 기억 하나가 오롯이 섰다. 그는 몇 주 전, 호텔 커피숍에서 황봉철을 만났다. 아직도 이진만의 살갗에 그날의 불안했던 진동이 울리는 것 같았다.

 

 이진만은 평상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의 표정은 냉정하고 웃음기가 없었다. 그런 그가 지금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낯빛은 흙빛이 되었다. 그날의 기억이 이진만의 머리 앞부분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왜 여기까지 불러낸 겁니까? 우리 서로 이제 만날 일 없는 사람들 아니었던가요?”

 

 

 이진만은 한껏 불만이 섞인 목소리였다.

 

 

 “협박받았어요. 25년 전 그거?”

 

 “네? 무슨 말이에요?”

 

 

 이진만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25년 전 그거?>

 

 

 이진만은 이 인간이 미쳤구나, 라고 중얼거렸다. 그 말을 꺼내다니 황당했다. 황봉철은 내내 불안에 떨었다. 그는 테이블 위로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그 봉투는 황봉철 서재의 책상 서랍 첫 번째 칸에 있던 바로 그것이었다.

 

 이진만은 천천히 테이블 위로 손을 올렸다. 하얀 봉투를 잡으려는 동작 같았다. 그러나 이진만은 무언가를 망설였다. 그의 손은 좀처럼 봉투에 가 닿지를 않았다.

 

 황봉철은 이진만의 느린 동작이 답답했던 모양이었다. 그는 먼저 손을 내밀어 봉투를 잡았다. 황봉철은 하얀 봉투를 거꾸로 흔들었다.

 

 테이블로 구겨진 편지 한 장이 툭, 하고 떨어졌다. 황봉철이 얼마나 조바심을 내며 수없이 만졌을지 눈에 훤했다. 편지는 심하게 구깃거렸고 접힌 부분이 살짝 찢어져 너덜거렸다.

 

 황봉철은 이진만의 눈앞으로 편지를 펼쳤다. 그의 손은 경련을 일으키듯 떨렸다. 덩달아 편지도 이진만의 눈앞에서 휘청거리며 흔들렸다.

 

 

 “나보고 자수하래. 자수를.”

 

 “누, 누가 그런 시답잖은 소리를.”

 

 

 이진만은 편지를 잡아챘다. 그 과정에서 편지가 애매모호한 부분에서 부욱, 하고 찢어졌다. 상단이 3분의 1과 하단이 3분의 2조각, 이렇게 두 조각이 되었다.

 

 이진만은 찢어진 두 조각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는 두 조각을 조심스럽게 껴 맞췄다. 그의 눈은 편지의 한 줄 한 줄을 더듬거렸다. 그의 눈동자가 방향을 잃고 흔들린 건 몇 초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이진만은 후우, 라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의 시선은 다시 편지로 떨어졌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선은 읽었던 부분의 줄을 찾아 헤매는 것 같았다.

 

 헉, 하고 이진만이 숨을 토해내는 소리가 들린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의 숨소리가 멈춘 것 같았다. 편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25년 전 당시, 그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모를 내용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거. 이, 이복규 그 작자 아니에요?”

 

 

 이진만은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이복규.

 25년 전 그 사건이 있은 후, 정오마을을 떠난 사람이었다. 그 당시 정오마을은 꽤나 큰 제조공장이 있었다. 이복규는 그 공장을 관리하는 관리소장이었다.

 

 이진만의 머릿속에서 사건과 관련해 떠오르는 인물 중 가장 유력한 이였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걸 알면 내가 자네를 만나자고 했겠어. 이제 와서 이게 무슨 일이야? 내가 무슨 죄야? 응?”

 

 

 황봉철은 불안했는지 말하면서도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그... 그렇다고 왜 날 찾아요? 내가 뭐라고...”

 

 

 이진만은 애써 황봉철의 시선을 피했다. 황봉철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냥 자수해야겠어.”

 

 “자수하면 우리 다 끝이에요. 당신만 혼자 살겠다고 자수하겠단 말입니까? 당신이 자수하면 우리도 줄줄이 다 엮이는 거 몰라요?”

 

 

 이진만이 미간을 일그러뜨리자 이마가 불쑥 튀어 올랐다. 그는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비볐다. 땀인지, 얼굴에 묻어 있던 기름인지 모를 뭔가가 손바닥에 잔뜩 껴 있었다.

 

 그는 손바닥을 바지에 스윽, 거리며 닦았다. 그러나 손바닥에는 여전히 불쾌한 액체가 묻어 있었다.

 

 

 “지금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거야?”

 

 

 황봉철은 눈을 치떴다.

 

 

 “왜 죽어요? 죽기는... 고작 종이 조까리 하나 가지고...”

 

 “자수 안 하면 날 죽일지도 몰라. 요즘 이상한 사람이 날 미행까지 했다고.”

 

 “이 양반, 이거 늙더니 노이로제 걸렸네. 죽인다는 말이 어디 있어요? 거기에. 정신 좀 차려요. 미행은 무슨...”

 

 

 이진만은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입을 벌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했다. 그의 시선은 다시 편지로 떨어졌다.

 

 이진만은 편지를 보낸 이의 의도를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야 그 다음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결정되었다.

 

 안 그럼,

 25년 전 사건이 다 들통 나고 만다.

 이진만은 계속해서 되뇌었다.

 

 편지로 시선을 옮긴 지 1분 정도 지났을 무렵, 이진만은 팔짱을 끼고는 어깨를 웅크렸다. 그의 입에서는 흠, 하는 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편지 보낸 이의 의도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이제 와서 누가 왜 자수를 권고하고 있을까?

 그것도 황봉철에게.

 

 이진만의 눈이 갑자기 부산스럽게 흔들렸다.

 

 아니 황봉철에게만 보냈을까?

 다른 관련자에게 또 이런 편지를 보낸 것은 아닐까?

 나에게도 이런 편지가 오는 건가? 

 

 여러 생각들이 이진만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부유하기 시작했다. 두통이 그의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그는 양쪽 중지를 관자놀이에 대고 원형으로 돌렸다. 뻐근함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게 죽이겠다는 말과 뭐가 달라?”

 

 

 황봉철의 목소리는 우렁우렁했다. 이진만은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그 표정은 뭐야? 지금 발 빼겠다는 건 아니지? 이미 25년 전에 우리는 그걸로 묶인 인생이야. 이거 왜 이래?”

 

 “목소리를 낮춰요.”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 내가 죽어줄까? 근데 난 전혀 그러고 싶지 않는데? 내가 왜? 니들이 범인인데... 내가 무슨 죄라고.”

 

 

 탕.

 

 이진만은 꽉 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순간 정적이 호텔 커피숍을 휩쓸고 지나갔다. 다른 사람들의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사람들은 황봉철과 이진만의 테이블을 흘끗거렸다.

 

 

 “알았으니까 진정해요. 진정하라고.”

 

 

 이진만은 난처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니네가 시킨 거잖아. 그렇게 일을 마무리 한 건데. 내가 왜 죽어?”

 

 “우리가 언제 시켰어요? 결국 당신이 중재한 거잖아요. 그걸로 당신도 승진하고 좋았잖아.”

 

 

 이진만은 정색한 어조였다.

 

 말은 바로 해야지.

 따지고 들면 모두가 공범이다.

 수세에 몰렸다고 혼자 살겠다는 꼴사나운 태도라니.

 

 이진만은 입을 씰룩거렸다.

 

 

 “이제 와서 발뺌은.”

 

 

 이진만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 다음 말은 입속으로 삼켰다.

 

 

 “이렇게 나오시겠다? 날 제물로 삼아보시겠다?”

 

 “진정하라고요. 조용히.”

 

 “너는 무사할 줄 알아? 너도 죽어. 알아?”

 

 “조용히 하라고요.”

 

 

 이진만의 눈빛은 길을 헤매고 있었다. 이진만은 입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한 복판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황봉철을 만났던 날의 기억이 또렷한 영상으로 하나씩 재생되었다. 그때마다 이진만의 얼굴에 핏기가 서서히 가시는 걸 느꼈다. 그는 다시 칠흑 같은 터널 한복판으로 억지로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자살할 리가 없어.

 분명 누가 죽인 거야.

 

 그래.

 분명해.

 

 그런데 누가?

 편지 보낸 자인가?

 그게 누구지?

 

 혹시 다음 차례는 누구지?

 나인가?

 

 생각의 자락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이진만의 몸은 경련이 일어났다. 그것은 아주 낮은 파동이었다.

 

 25년 전,

 도대체 우리는 무슨 짓을 했던가.

 

 이진만은 쓴 약을 삼킨 듯이 인상을 구겼다. 그는 이 초조함을 안정시킬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는 초점을 잃어버린 멍한 시선을 떨어뜨렸다. 거기에는 핸드폰이 있었다.

 

 이진만은 떨리는 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았다. 손가락이 얼마나 떨렸던지 엉뚱한 번호키를 몇 번이고 눌렀다 취소했다. 여러 차례 실패 후 통화음이 연결되었다.

 

 

 “이씨? 납니다. 이진만. 네.”

 

 

 이진만은 몇 차례 심호흡을 했다. 그의 목소리가 다급했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심호흡 후 그는 “황, 황봉철 죽은 거 뉴스에서 나오던데 보셨어요?” 라고 말했다.

 

 

 <그려요? 그런디 그기 와요?>

 

 

 수화기를 통해 이씨의 칼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봉철이라는 이름을 듣고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 목소리였다.

 

 이씨의 사투리는 단어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곱씹는 스타일이었다. 정이 안 가는 목소리였다.

 

 

 “자살이 아닙니다. 분명, 그 사람 죽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요. 그런 사람이 자살할리가 없죠.”

 

 “그려요?”

 

 “뭔가 불길합니다. 25년 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사람이 그때 거기 서울 호텔에서 갑자기 만나자고 한 날 말이에요. 그 사람이 한 말이 있어요.”

 

 “그런디 말이여. 진만이.”

 

 “네?”

 

 “그기 우리랑 상관있으랜 법은 없쥬. 그렇쥬?”

 

 

 이씨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이런 대답이 나올 수 있을까.

 

 이진만의 입이 헤, 벌어졌다. 몇 초간의 침묵이 수화기를 통해 흘렀다. 이진만은 떨리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움직였다.

 

 

 “상관없다니요? 왜 상관이 없습니까? 이씨가 주도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발뺌 하시는 거예요?”

 

 “어허. 이사람. 이사람. 내가 은제 시켰어유? 다들 동의허니께 헌 거지. 나 원. 자네도 늙더니만 헛소리를 다 지껄이네.”

 

 

 분명한 발뺌이었다.

 악랄한 노인네.

 

 이진만은 분개한 표정이었다. 그 다음 이씨의 행동이 이진만을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이씨는 대화의 마무리 없이 그냥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다.

 

 

 “여보세요?”

 

 

 이진만은 잠시 핸드폰을 붙잡은 모습 그대로 정지했다. 머릿속이 한순간 하얗게 비어버리고, 그 다음에는 온갖 생각과 감정이 벌떼처럼 밀려들었다.

 

 이윽고 벌떼는 그의 귓가에 몰려와 윙윙 울어대기 시작했다. 이진만은 불안과 분노라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스스로를 던졌다.

 

 이씨는 뭐가 이렇게도 당당한 것인가.

 혹시 이씨인가.

 이씨가 황봉철을 협박한 것인가.

 

 왜.

 무슨 이유로.

 

 이진만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혀 근거가 없는 추측이다.

 

 그럴 리가 없다.

 25년 전 사건이 까발려지면?

 모든 것은 끝장난다.

 

 이진만은 손가락을 머리칼 안으로 밀어 넣은 후 머리를 감싸 쥐었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빌어먹을.”

 

 

 그때 인기척도 없이 이진만의 부인이 문을 벌컥 열고 방앗간 안으로 들어왔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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