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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기록되지 않은 쐐기용사의 영웅담
작가 : SolaR
작품등록일 : 2019.9.1

인류는 ‘이레귤러의 시대’라 불리는 최악의 시대와 맞서며 끔찍한 고통을 견디어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정체불명의 괴물들, 생태계를 뒤바꿔버릴 정도로 지독한 이상기후, 그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린 인간들까지.
그러나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고통의 나날들 속에서도 누군가는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기록되지 않을 누군가의 영웅담이다.

 
1장 시스터 바리 카흐(1)
작성일 : 19-09-01 13:30     조회 : 350     추천 : 0     분량 : 7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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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시스터 바리 카흐

 

 국토의 절반 이상이 자갈 사막으로 이루어진 사랄(salar) 왕국은 몇 년에 걸친 지독한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황량하던 사막은 더욱 황량해졌다.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토착종들마저 하나 둘 모습을 감춰버린 그곳에는 말라비틀어진 텀블링 트리만이 모래바람에 밀려 굴러다닐 뿐이었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별다른 수가 없었다. 심술을 부리는 자연 앞에 선 인간은 한없이 무력하기만 할 뿐이니까. 그저 하릴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원망 섞인 한숨으로 견뎌내는 수밖에.

 

 자갈 사막은 본디 외세로부터 사랄 왕국을 지켜주던 든든한 수호신과 같은 존재였다. 사랄 왕국을 탐하던 외세는 자갈 사막이 형성하고 있는 두터운 국경지대를 어떻게든 공략하지 못 하고 번번이 돌아서야만 했다.

 

 그 덕에 사랄 왕국은 건국 이래 단 한 번의 전쟁도 치른 적 없는 평화로운 국가로 이름을 새기고 있었다.

 

 물론 전 세계를 뒤덮은 이상기후가 시작되기 전까지 말이다.

 

 자갈사막은 이상기후로 인해 순간순간 변덕스럽게 모습을 바꿔댔다. 자갈사막의 종잡을 수 없는 변덕은 사랄 왕국이 축적해온 사막 국가로서의 삶을 너무도 간단히 무너뜨렸다.

 

 자갈 사막은 여전히 왕국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그것은 결코 보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규모가 더욱 비대해져버린 자갈 사막은 사랄 왕국을 움켜쥐고 서서히 말려죽이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져갔다.

 

 왕국을 이탈하는 국민들이 늘어났고, 그나마 남은 국민들도 폭도로 변하기 일쑤였다. 왕국의 변방지역에서는 왕권의 무능함을 꼬집으며 내전을 준비하는 움직임까지 포착되었다.

 

 자갈 사막은 원주민들조차 꺼리는 위험 지역이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자갈 사막을 건너려는 이방인들의 발걸음은 도통 끊이질 않았다. 각자의 사정을 업은 그들은 다양한 이유로 자갈 사막을 넘으려 했다.

 

 하지만 원주민들조차 예측할 수 없는 지역이 되어버린 자갈 사막은 건너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보장받을 수 없는 위험천만한 일이 되었고, 자갈 사막에는 이방인들의 시체가 수도 없이 발견되곤 했다.

 

 지금도 겁 모르는 여행자 하나가 시체가 되어 사랄 왕국의 국경 지역을 나뒹굴고 있었다.

 

 시체 위로는 썩은 살점을 노리는 새들이 불길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새들이 시체를 향해 일제히 날아들었다.

 

 그러자 시체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그것’이 사력을 다해 발버둥을 치며 새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생명의 불꽃이 완전히 연소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새들을 쫓아내고도 한참 동안이나 발악하듯 몸부림치던 여행자는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모두 소진했는지 풀썩하고 쓰러졌다.

 

 “아아....... 신녀(神女) 님. 당신의 어린 양이 이렇게 말라죽어가고 있답니다......”

 

 여행자는 뜨거운 햇살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두꺼운 후드가 달린 망토를 걸치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는 악명 높은 사랄 왕국의 국경을 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망토 위로 드러난 체형은 분명 여성의 것이었다.

 

 숙련된 여행자였다면 저런 가벼운 차림으로 사랄 왕국의 악명 높은 국경에 도전하지는 않았을 테니 그녀는 여행자로서도 그리 경험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 아, 이렇게 끝인가 보구나...... 역시 근성만으로는...... 무리였어.......”

 

 그녀는 마르다 못해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로만 듣던 주마등일까?

 

 그녀의 머릿속으로 과거의 한 장면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

 

 소형 기름등이 일렁이는 어두운 실내.

 

 이제 갓 소녀티를 벗은 여성이 목제 책상을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가 심상치가 않았다.

 

 “원장수녀님!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런 그녀의 거센 항의에 원장수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뾰족하게 각이 진 안경을 추켜올린 원장수녀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시스터 바리. 예의를 지키세요. 이곳은 원장수녀실입니다.”

 

 따끔한 일침에 바리는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바리의 기세가 주춤하자 원장수녀는 사무적인 목소리로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이상하군요. 분명 관련 문서를 하달했을 텐데요. 혹시 받지 못하셨나요? 만약 그렇다면 다시 한 번 구두로 전달해드리죠.”

 

 원장수녀가 선고하듯 말했다.

 

 “시스터 바리. 당신의 요청은 기각되었습니다.”

 

 반박의 여지를 일체 남겨 두지 않는 단호함에 바리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원장수녀의 말처럼 기각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전달받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규모가 작은 수녀원에서 문서가 소실되는 일은 흔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원장수녀의 날인이 찍힌 것이라면 더더욱.

 

 분명 문서는 받아 읽었지만 그 내용을 납득할 수가 없었기에 이렇게 독대를 청하게 된 것이었다.

 

 “어째서인가요?”

 

 가슴을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상심에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 나왔다.

 

 그런 바리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원장 수녀의 표정은 변함없이 차가웠다.

 

 “어째서냐고요? 글쎄요. 그건 오히려 제가 묻고 싶군요. 어째서 그런 터무니없는 요청을 한 것이죠?”

 “네?”

 "당신의 요청........'세계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수녀원의 성물이 필요합니다! 빌려주세요!' 였었죠?"

 ".........그런데요."

 “아무리 예비 수녀라고는 하지만 당신은 제법 오랜 시간 본 수녀원에 몸을 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한숨이 섞인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의식까지도 얼어붙었는지 뭐라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몇 번이고 와본적 있던 원장수녀실의 낯선 듯 익숙한 풍경이 일그러지며 길게 늘어지는 듯 했다. 대대로 원장 수녀에게만 열람이 허락된 고서들의 곰팡내가 의식 저 먼 곳에서 피어올랐다.

 

 그리고 기름등에서 새어나오는 기름 냄새. 평소 같으면 크게 의식할 것 없는 냄새들이 속을 메스껍게 만들었다.

 

 그것은 아마 바리를 꿰뚫어보는 듯한 원장수녀의 차가운 눈빛 때문일 것이다.

 

 ‘저 여자는 사람이 아니야. 뱀이야. 뱀. 그것도 아주 독한 독사.’

 

 그것이 바로 바리가 가진 원장수녀에 대한 이미지였다.

 

 크로우베리(crowberry) 수녀원의 원장 수녀 에리니에스(Erinyes).

 

 마흔을 넘긴 그녀는 어느 병단 출신이라는 수녀로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에리니에스는 병단에 몸을 담그고 있을 무렵부터 뛰어난 지략가로서 명성을 날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명성은 수녀가 된 지금까지 이어졌다.

 

 정에 휘둘리지 않고 언제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그녀는 수녀원을 나아가 수도회에서까지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바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바리가 본 에리니에스 원장수녀는 냉철한 것이 아니라 냉정한 것이었다. 차갑게 얼어붙은 심장을 가진 그녀는 주변 인물들을 다룰 줄만 알았지 정을 주는 법이 없었다.

 

 에리니에스의 차가운 반응에 움츠러든 바리였지만 그녀와 독대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용기를 짜내어 의견을 피력했다.

 

 “맞아요. 고아인 저를 수녀원에서 거두어주었으니 제 인생의 대부분은 이 크로우베리 수녀원과 함께한 셈이죠. 그렇기에 할 수 있던 요청이었어요. 수녀원의 교리를 지키기 위해서요. 저희 수녀원, 더 나아가 저희 수도회의 교리를 따르면 저희는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봉사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지 않나요?”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어째서 제 요청이 기각된 것이죠? 제 요구는 분명 교리에 부합하는 것일 텐데요.”

 

 원장수녀가 골치 아프다는 듯이 엄지와 검지로 눈가를 지그시 눌렀다.

 

 정적이 찾아왔다.

 

 “시스터 바리.”

 

 이윽고 원장수녀의 억양 없는 목소리가 무거운 침묵을 헤집고 나왔다.

 

 “시스터 바리. 분명 우리 수도회의 교리를 따르자면 제 몸을 희생해서라도 세상을 평화로 이끌어야 하는 것은 맞아요.”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저의 요청이 거절당한 것이죠?”

 “수녀원의 성물을 당신에게 내어주는 것이 교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말씀드렸잖아요! 세계는 지금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이상 현상들로 인해 전에 없던 고통을 받고 있다고요. 그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하나의 종으로는 분류조차 불가능한 이레귤러라는 끔찍한 괴물들이죠.”

 “그에 관한 것은 알고 있어요. 물론 이레귤러에 대항할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것도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세간에서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이레귤러의 시대’라고까지 명명하고......”

 “그만!”

 

 격정을 담은 바리의 항변은 가차 없이 잘려나갔다.

 

 “시스터 바리. 당신에게 묻죠.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답해주세요. 당신은 국가단위의 지원을 받아 이레귤러의 대항마로 조직된 병사들과 견줄 정도의 힘을 갖추고 있나요?”

 “물론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몸을 건사할 정도의 검술은 체득하고 있다고요.”

 

 에리니에스는 자신의 실력을 자신하는 바리를 향해 대놓고 비웃었다.

 

 “제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검술이라. 그게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군요. 당신은 제 검을 과연 몇 합이나 받아낼 수 있을까요?”

 “그, 그건.”

 

 병단 출신인 에리니에스는 체력유지의 일환으로 수녀원의 마당에서 검을 휘두르곤 했는데 그 모습을 본 적 있는 바리로서는 그녀의 검을 받아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확실히 말해 격이 달랐다.

 

 불리해진 바리가 변명하듯 얼버무렸다.

 

 “그렇지만 제가 검술로 세계를 구한다고 한 것이 아니잖아요. 저는 성물을 이용하여.......”

 “성물을 가지고 나가 화적에게 객사라도 당한다면?”

 “.......”

 “성물이 제 발이 달려 수녀원으로 돌아올까요? 천만에. 어느 탐욕스러운 졸부의 수집품이 되어 한낱 장식품으로 전락하겠죠. 운이 좋으면 박물관에 전시가 될지도 모르고요.”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하는 바리를 향해 에리니에스는 쐐기를 박아 넣었다.

 

 “제가 보기에 당신은 세계의 위기를 핑계 삼아 성물을 요구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질 않는군요.”

 “네? 제가 세계의 위기를 핑계 삼는다고요?”

 

 다소 모욕적인 추측에 울컥한 바리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건 너무도 큰 모욕이에요! 아무리 정식 수녀가 되지 못한 몸이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수녀원에 몸을 의탁해 온 예비 수녀입니다. 그런 제가 사욕을 챙기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팔고 있다고요?”

 “정숙해주세요. 다시 말하지만 이곳은 크로우베리 수녀원의 원장수녀실입니다.”

 “원장수녀님께서 보시기에 제가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성물을 손에 넣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원장수녀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골몰히 생각에 잠겼다.

 

 아니, 생각에 잠긴 모습을 연출했다.

 

 오랫동안 그녀를 보아온 바리는 그 차이를 구분해낼 수 있었다.

 

 “글쎄요. 얼핏 듣기로 당신은 예전부터 수녀원을 떠나 바깥세상을 여행하고 싶어 한다고 하던데. 맞나요?”

 “.......”

 

 저 영악한 여자. 얼핏 들었다고?

 

 바리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바깥세상에 대한 동경이 너무 큰 나머지 수녀원을 무단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며 바리를 예비 수녀에 머물게 만든 것이 다름 아닌 에리니에스 원장수녀였기 때문이다.

 

 “그런 당신이라면 성물을 통해 어떠한 명분을 얻으려는 것일지도 모르죠.”

 “어떠한 명분이라니요?”

 “수녀원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명분.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성물을 소유하게 되면 설령 원장수녀인 저라고 해도 간섭할 수가 없으니까요. 저 뿐만이 아니죠. 수도회의 그 누구도 성물의 소유자에게 간섭할 권한이 없어져버려요. 그렇다면 수녀원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은 문제도 아니죠. 설마 명분이라는 단어의 뜻을 몰라서 물어본 것은 아니겠죠?”

 

 슬쩍 비꼬는 원장 수녀의 말에 바리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에는 본 수녀원에 오랜 시간 몸을 의탁했다고 자부하는 바리가 성물의 소유자가 된다는 의미를 모를 리가 없다는 뜻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함정이었다.

 

 에리니에스는 처음부터 바리의 입을 다물게 만들기 위해 포석을 깔아두었던 것이다.

 

 그것이 그간 수녀원을 떠나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던 바리의 언행과 결부되자 사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도무지 부정할 수가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바리가 입을 다물자 원장 수녀는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시스터 바리.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생각은 칭찬받을 만합니다.”

 

 도무지 칭찬하는 것으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들의 절박함을 파는 모습은 수녀원의 원장으로서 묵인할 수 없습니다.”

 “.........”

 

 묵묵부답하며 속으로 화를 삭이려 애썼다.

 

 “그런 당신께는 참회실을 내어드리도록 하죠.”

 “.......네.”

 “아 참. 혹시나 싶지만 참회실의 위치는 아시죠?”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유감스럽게도 최근에는 참회실에 갈 만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거든요.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의뭉스럽게 답한 바리는 그 길로 등을 돌려 원장수녀실을 나섰다.

 

 문을 세게 닫는 것으로 자기만 알 수 있을 정도의 소심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아아...... 원장수녀님. 당신은 주마등에서까지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셨네요.”

 

 한낱 시체로 밖에 보이지 않던 바리가 무기력한 몸을 일으켰다.

 

 “덕분에 쉽게 눈을 감을 수도 없어졌네요.”

 

 분노하던 당시의 감정을 떠올린 바리는 오기를 동력으로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사막지대라지만 이상할 정도로 기온이 높았다. 흐르는 땀을 아무렇게나 훔친 바리가 원망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니 태양은 여지없이 제 몸을 불사르고 있었다.

 

 “내가 헛것이라도 보고 있나? 사막에서 선인장이 말라죽다니.”

 

 바리의 말처럼 저 앞에 키가 큰 선인장 하나가 말라죽어 있었다. 선인장이 사막에서 말라죽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바리가 발견한 선인장은 어지간해서는 말라죽을 것 같지 않았다.

 

 물론 이 또한 이레귤러의 시대가 남긴 상흔이었다.

 

 “선인장도 말라죽는 판국에 인간들이야 오죽하겠냐고.”

 

 바리는 품속에 품고 있는 무언가의 존재를 느끼며 각오를 다졌다.

 

 “이레귤러의 시대는 내가 반드시 종결시킬 거야. 그게 내 사명이니까.”

 

 자신이 처한 극한의 상황을 잊으려는 듯이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라도....... 나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데........"

 

 아무리 강인한 의지라도 한계를 맞이한 신체를 극복하기란 힘든 일이었다.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리에 힘이 풀려 고꾸라지듯 쓰러지고 말았다. 아무런 방비 없이 넘어졌지만 어떠한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통증만이 아니었다.

 

 방향감각이 사라지고, 머리에 이어져 있는 신경다발들이 하나씩 끊겨 나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신체의 한계를 극복해내지 못한 의식은 어둠의 나락 속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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