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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22세기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19

22세기가 됐다. 주인공은 소속된 프로야구단에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당장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가 맞닥뜨린 22세기의 풍경은 가혹하다. 집권한 총리는 자신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펴고 그와 맞서는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22세기, 그 속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4. 야구의 비밀 - 2
작성일 : 16-09-29 09:54     조회 : 388     추천 : 0     분량 : 7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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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찬8은 천천히 홈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았다. 그는 이온음료를 입술에 적신 후 아직 공을 던지고 있는 투수의 어깨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어깨를 투수의 몸에 붙이는 상상을 했다. 아직 젊은 자신의 어깨라면 투수가 예전처럼 공을 던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찬8은 주변에 있는 선수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시선에 들어온 많은 선수들의 몸과 자신의 몸 일부분을 합성하는 상상을 이어갔다. 2루수에겐 자신의 다리, 중견수에겐 자신의 눈, 좌익수에겐 자신의 손가락, 1루수에겐 자신의 발,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3루수에겐 자신의 허리, 유격수는 자신의 목, 우익수에겐 머리를 갖다 붙였다. 우찬7은 눈을 감았다. 눈 속에서 우찬7은 야구경기를 하는 모든 선수의 모습이었다.

 

  투수의 어깨가 되어 공을 던졌고 1루수가 되어 주자를 아웃시켰고 중견수가 되어 높게 뜬 공을 잡았다. 우찬7은 자신이 야구의 모든 것이 되고 싶었다. 야구의 모든 순간 속에 자신이 있기를 바랐다. 야구가 아프면 자신도 아프고 자신이 슬프면 야구도 슬프고 야구가 울면 자신도 울고 싶었다. 지금처럼 야구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야구 자체를 하고 싶었다. 지금처럼 야구경기와 관련된 행정적인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를 아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죽어가는 야구를 살리고 싶었다. 야구가 행복하기를 바랐고 야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야구가 싫어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일단 야구를 그만두었고 야구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지 않았고 야구가 그에게 야구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주지 않아도 야구를 사랑하지 않았다. 야구와 우찬7은 헤어진 연인같이 변해버렸다.

 

  외야수들은 심심한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선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상대팀 응원가의 가사를 바꿔서 따라 부르는 것이다. 제일 따라 부르기 쉬운 응원가가 지금 흘러나오고 있다. 승리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소용없다는 가사의 응원가다. 응원가를 부르며 외야수들은 제발 자신에게 공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팀의 승리는 투수력으로 결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타격할 때 상대팀 선수들이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공은 기대하는 것과 다르게 잡기 어려운 곳으로만 날아온다. 펜스에 부딪히고 고르지 않은 잔디에 피부가 벗겨지는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선수시절 우찬7의 수비위치는 중견수였다. 좌익수와 우익수 사이에 서서 무섭게 떨어지는 공을 쫓아다니며 땀을 흘렸었다. 그는 넓은 그라운드의 끝에 서있다는 것은 외로움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경기가 이루어지는 마운드와 타석은 바쁘게 움직이는 생명이 있는 곳이고 자신이 있는 곳은 생명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소외된 지역이라고 생각했었다. 생명의 힘이 전해지지 않는 그 끝에서 우찬7은 펜스를 넘어 날아가는 홈런을 쳐다보며 자신의 죄도 자신에게서 벗어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자신의 죄는 늘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힘없는 타구가 되어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죄? 우찬7은 왜 야구공을 죄로 비유했었던 것일까? 야구를 하면서 그는 죄를 지은 것일까? 무슨 죄일까? 야구 이외의 것에 눈을 돌린 죄?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공정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한 죄? 우찬8은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무슨 일을 한 것일까? 1루에 있을 때 같은 팀 타자가 친 공이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면 2루로 주루하면서 상대팀의 송구를 방해하기 위해 다리를 일부러 길게 뻗었던 일, 스테로이드약물을 권장량보다 더 많이 먹어서 순간적인 근력을 증가시킨 일, 상대 투수가 던진 공이 몸 쪽으로 바짝 붙어서 날아올 때면 심판이 눈치 챌 수 없도록 몸을 돌려서 공을 맞은 것이 죄일까? 아니라면 혹시, 야구를 사랑하지 않고 값싼 승리를 사랑한 것? 잡았다가 놓친 공을 꼭 잡은 것처럼 심판을 속인 죄, 상대팀 포수의 사인을 훔쳐서 타석에 있는 같은 팀 선수에게 가르쳐 준 죄, 아웃이 분명한 상황에서 세이프를 선언한 심판에게 ‘솔직히 저는 아웃입니다’고 말하지 못한 죄, 포지션을 경쟁하는 다른 선수의 슬럼프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쳤던 죄.

 

  4회 말, 선두타자가 볼넷을 골라 1루로 걸어 나갔을 때 마리3이 우찬8의 옆자리에 앉았다. 우찬8은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웃음을 지었고 마리3은 자신의 팔로 우찬8의 팔을 감쌌다. 둘은 별다른 말없이 야구경기에 집중했다. 볼넷을 얻어 나갔던 주자가 도루를 성공해서 홈팀의 공격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원정팀 선발투수는 등 뒤에 있는 2루 주자 때문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사 2루의 상황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긴장한 투수는 기어이 폭투를 했다. 주자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3루로 도루를 했다. 홈팀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커지고 응원단장의 핏줄이 굵어졌다. 감독은 자신의 신체부위를 여러 군데 만지면서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고 타석에 선 타자는 투수와의 눈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안면에 힘을 주었다. 포수의 사인을 받은 투수가 야구공을 자신의 손가락 사이에 넣고 와인드업을 한다. 순간, 수만 명의 관중은 숨을 죽이고 투수의 손에서 빠져나가는 공에 시선을 고정한다. 공은 화살보다 빠르게 포수의 글러브로 날아간다. 타자는 그 공이 방망이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온 것을 본 후 몸의 모든 근육을 사용해서 스윙을 한다. 방망이가 공을 정확히 때리자 공은 자신을 던졌던 투수의 머리위로 날아간 후 유격수가 길게 뻗은 팔을 통과해 중견수 앞까지 굴러간다. 3루 주자는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온다. 1:0. 관중들은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고 치어리더 중 한 명은 그 소리에 놀라 인상을 찌푸린다. 원정팀 감독이 투수에게 걸어간다. 포수도 감독을 따라 투수에게 걸어간다. 투수는 감독을 쳐다보지 않는다. 셋이 모여서 이야기 한다. -야, 멍청한 놈아 거기서 몸 쪽으로 직구를 던지면 어떻게 하냐. 노아웃인데 뭐가 급하다고. -포수사인이 몸 쪽으로 났어요. -뭐? 야 네가 몸 쪽으로 던지라고 했냐? -타자가 바깥쪽을 더 잘 치는데 당연히 몸 쪽으로 던져야죠. -뭐? 투수코치가 그렇게 하라고 하디. -코치님은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그냥 제가 알아서 하는 거지. -어쨌든 너희 둘 잘 해. 이번에 더 실점하면 아주 그냥 죽을 줄 알아. 투수는 한 숨을 내쉬며 속으로 말한다. (그냥 확 홈런이나 맞아볼까.) 잠시 후 홈런을 맞은 투수는 벤치로 들어갔고 중간계투 투수가 마운드에 섰다. 연습투구를 마친 그가 심판에게 사인을 보내자 심판은 대기하고 있던 타자를 타석에 세웠다. 투수는 손가락에 송진가루를 충분히 묻힌 후 포크볼을 던지기 위해 공을 손가락 사이에 꼈다. 그리고 지체 없이 와인드업을 한 투수는 자신의 손에서 공이 미끄러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공은 변화구가 아닌 직구가 되어 타자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타자는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못했다. 딱, 소리가 난 후 타자는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원정팀 트레이너가 벤치에서 뛰어나왔다. 트레이너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타자의 경동맥을 촉지해서 그가 살아있는지 확인했다. 타자의 경동맥에선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트레이너는 벤치에 앉아있는 감독을 보고 두 손을 X자로 교차했다. 심판은 경기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를 불렀고 투수는 타자가 쓰러진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투수가 타자에게 가까이 걸어가는 것을 본 원정팀 선수들이 한 명씩 벤치에서 걸어 나왔다. 홈팀 선수들은 원정팀 선수들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우찬8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마리3도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우찬8과 같은 시선으로 그곳을 바라봤다. 원정팀 선수들이 투수를 둘러싸기 시작하자 홈팀 선수들이 투수를 보호하기 위해 원정팀 선수들을 밀치기 시작했다. 심판은 그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두 세 걸음 떨어진 곳에서 사태를 관망했다. 양 팀 감독들은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말싸움을 시작했다. 수석코치들은 감독들의 눈치를 보며 싸움을 말리는 것 같기도 하고 싸움을 붙이는 것 같기도 한 자세를 취했다. 그 사이 구급차가 그라운드로 들어와 쓰러진 타자를 싣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투수는 많은 선수들 틈에서 몸싸움을 하면서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구급차를 바라봤다. 투수는 고의적인 빈볼이 아니라는 것을 타자에게 말하고 싶었다. 포크볼을 던지려고 와인드업을 하다가 체간의 균형이 흐트러져서 공이 손에서 잘못 빠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프로의 세계에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팀에게 모욕을 가져다주는 천박한 행위라고 선배들이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얼마간의 물리적 충돌이 더 있은 후, 양 팀 선수들 중 선임선수라고 해도 될 만한 선수들 몇 명이 서로를 다독이며 몸싸움이 끝났다. 그리고 곧 투수는 교체됐다. 우찬8은 자리에 앉아서 마리3이 자리에 앉도록 그녀의 팔을 끌어당겼다. 마리3은 자신의 몸을 의자에 넣고 우찬8을 바라봤다. 우찬8은 자신을 바라보는 마리3의 눈 속으로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러운 표정을 집어넣었다. 잠시 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던 두 사람은 대화를 시작했다.

 

 “초구를 변화구로 던지려 했던 것이 잘못이었어요.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했다면 공이 빠지지 않았을 거예요.”

 “모든 타자들이 바뀐 투수의 첫 번째 공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직구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랬을 거예요. 마리 씨.”

 “첫 번째 공은 힘이 있잖아요. 온 힘을 다해서 직구를 던졌다면 타자를 이길 수 있었을 거예요.”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니면요? 초구를 노리고 있을 것이 확실한 타자에게 직구를 던져서 안타를 맞으면 4회 말 노아웃에 다시 1루나 2루에 주자가 있는 상황이잖아요. 3대 0으로 지고 있는 팀에선 어쩔 수 없어요. 변화구로 맞춰 잡을 수밖에….”

 “변화구를 던지는 이유가 뭐죠?”

 “네? 이유라뇨?”

 “직구가 솔직한 자신의 공인데 왜 공을 이상하게 잡고 던져서 타자를 속이냐는 거예요.”

 “그게 야구고, 그게 투수에요. 모두가 예측하는 대로 하는 것은 야구가 아니라고요.”

 “투수는 공을 꽉 잡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을 모아서 공을 던지면 돼요. 일부러 공을 천천히 던지면서 타자를 속이는 것은 옳지 않아요.”

 “속이는 것이 아니에요. 이기기 위해 그렇게 하는 거예요. 직구만 던져서는 이길 수 없잖아요.”

 “야구를 이기기 위해 한다고요?”

 “네, 스포츠는 승리를 위해 만들어 진 거예요. 지려고 경기를 하는 선수는 한 명도 없어요.”

 “그럼, 우찬 씨는 야구에서 이기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 하나요?”

 “전부죠.”

 “제 생각은 우찬 씨와 달라요. 야구는 어느 한 쪽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 한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정정당당하게 공을 던지고 공을 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다보면 정직하게 열심히 훈련한 선수가 많은 팀이 이길 거예요.”

 “정직하게 훈련하지 않는 선수는 없어요. 다 열심히 하지 일부러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가 있겠어요? 그렇다면 실제 경기에선 승리가 중요한 거예요. 이기지 못하면 연습한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고요.”

 “정정당당하지 못한 경기에서 이기면 무슨 의미가 있죠? 정의가 없는 스포츠는 도박이나 마찬가지에요. 야구가 원래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인가요?”

 “야구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는 몰라요. 제가 아는 것은 이겨야 한다는 거예요. 이겨야 승리수당도 나오고 이겨서 우승도 해야 연봉도 오르고 명예도 높아지는 거예요.”

 “그럼, 좋아요. 승리한 다음은 뭔가요? 승리수당을 받고 우승을 해서 연봉을 많이 받게 되고 명예도 높아지는 것 다음은 뭔가요? 언제까지 그런 날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마리 씨, 이제 저는 야구선수가 아니에요. 이런 말 이제 그만하죠.”

 “우찬 씨는 왜 우찬 씨가 야구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저는 재계약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야구선수가 아니에요.”

 “소설가는 죽을 때까지 소설가예요. 비록 그가 의식이 없어서 소설을 쓸 수 없을 때라도 그는 다른 어떤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가로 존재하는 거예요.”

 “소설가와 야구선수는 달라요.”

 “소설가는 소설로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야구선수는 야구로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소설가와 야구선수는 같아요.”

 “사랑?”

 “네, 사랑이요.”

 “사랑이 뭐죠?”

 “오래 참는 거예요.”

 “오래 참는 것이 뭐죠?”

 “소설가는 세상의 불의를 오랫동안 참아요. 참으면서 글을 쓰죠.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을 믿으면서 아직 아무도 읽지 않은 자신의 글을 열심히 쓰죠. 세상을 사랑해서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는 거예요. 야구선수는 야구선구가 된 것 자체가 오랫동안 참아서 된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공을 치고 공을 던지고 공을 잡기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참고 참았겠어요. 그렇게 해서 경기에 뛰고 있는 선수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죠. 절망 속에서도 자신이 꿈꾸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팬에게 야구선수는 모든 과정을 무사히 통과한 사람처럼 보일 거예요. 오랫동안 참았던 야구선수와 오랫동안 참고 있는 팬과의 사랑은 야구가 추구하는 이상이죠.”

 “마리 씨는 언제부터 야구를 사랑하게 됐어요?”

 “제 머리위로 날아가는 홈런을 봤을 때요.”

 “홈런이 멋있었나요?”

 “공이 자유로워 보였어요.”

 “부러웠나요?”

 “부끄러웠죠.”

 “뭐가요?”

 “담을 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부끄러웠어요. 저를 막고 있는 세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세상에 갇혀 있는 제 모습이 한심했어요. 홈런을 치면 될 텐데 자꾸 소극적으로 스윙하는 제 모습, 내 근육으로는 도저히 홈런을 칠 수 없다는 자기비하, 나는 결코 하늘을 날아 담을 넘을 수 없다는 절망이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야구는 자유로웠어요. 야구는 멋있었어요. 야구가 저에게 지혜를 줬어요. 생각해보면 야구가 저를 먼저 사랑한 거예요.”

 “야구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아요. 자기가 먼저 누구에게 다가가는 녀석이 아니에요. 야구는 기다리고 있어요. 선수들이 자기를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자기를 온전하게 이해한 선수에게만 승리를 주는 놈이죠. 독한 녀석이에요. 자기를 숨기고 우리를 드러내게 하는 녀석이에요. 우리의 본모습을 본 다음 우리를 평가하고 우리에게 승리를 주려고 하는 놈이에요. 우리의 본모습, 더럽고 추하고 미련하고 나약하고 냄새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우리가 지쳐있을 때 우리의 항복을 받아내는 놈이에요. 친하게 지내면 안 될 놈이죠.”

 “우찬 씨는 야구를 사랑하지 않나요?”

 

  우찬8은 마리3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진심을 말해야할지, 거짓을 말해야할지 아니면 진심과 거짓의 중간에 있는 단어를 사용해 대답을 만들어야할지 심각한 고민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우찬8은 야구를 사랑하고 있을까?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야구를 그만둔 것을 보면 야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가슴 어느 한쪽에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처럼 야구가 살아있다는 것을 아는 나는 그가 야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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