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정오마을 살인사건
작가 : 다시봄
작품등록일 : 2019.8.27

25년 전 한 사건으로 인해 여자아이, 연이가 죽었다. 그 후, 마을사람들은 쉬쉬 거리며 모든 것을 없던 일처럼 여겼다. 그리고 25년 후, 마을에 새로운 손님. 그의 정체는 신부이다. 그가 나타난 후, 살인이 시작된다. 범인은 그 신부인가? 왜 연이는 25년 전에 죽었을까?

 
3. 정오마을-1
작성일 : 19-08-31 22:38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507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3.

 정오마을-1

 

 

 1

 

 

 

 퉁퉁하게 생긴 아저씨는 졸린 지 까막까막 잠이 들려고 폼을 잡았다. 잠이 드는 건 상관이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아저씨가 운전 중이라는 사실이다.

 

 아저씨가 졸 때마다 운전대가 자꾸 옆으로 살짝살짝 돌아갔다. 운전대의 방향에 따라 차도 차선을 이리저리 넘나들었다. 아줌마는 보조석에 뻗어 자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반대 차선에서 트럭이 무서운 속도로 으르렁거렸다. 트럭 운전사의 시선에 상대 차의 헤드라이트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

 

 잠시 후, 헤드라이트는 중앙선까지 침범했다. 트럭 운전사의 손은 곧바로 경적 위로 올라갔다.

 

 

 빵.

 

 빵.

 

 빵.

 

 

 아저씨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그는 왼쪽으로 비틀어진 핸들을 바로 잡겠다며 힘주어 핸들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보통 반사 신경은 몸이 경직되면 반대 행위를 할 때 힘이 더 들어가는 법이다. 핸들을 조금만 돌려야한다는 이성의 일깨움보다 요란한 트럭의 경적소리에 감정이 요동친 것이 먼저였다.

 

 차바퀴는 탄력 받은 가속도에 힘입어 완전히 반대로 틀어졌다. 차바퀴의 속도는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멈춰질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브레이크의 순간 경직으로 인해 차체가 뱅그르르 돌았다. 도로 위에서 차는 허우적거렸다. 차타이어는 도로 바닥과 심한 마찰을 일으켰다.

 

 타이어에서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차는 곧 중심을 잃고 난간 끝을 향해 치달았다. 차는 보이지 않는 어두운 절벽 아래로 유유히 사라졌다.

 

 

 “헉... 헉...”

 

 

 벌떡.

 

 박복순은 땀을 흘리며 일어났다. 또 악몽을 꾼 것이다. 요즘은 매일 꿈이다. 몇 개의 꿈이 돌아가며 반복해서 재생되었다.

 

 

 마치 누가 정해진 일정대로 틀기라도 하는 듯이.

 

 

 박복순의 머리맡 위로 검은 액자 2개가 걸려 있다. 한 액자에는 꿈에서 운전하던 아저씨의 사진이고 다른 액자에는 그 옆 보조석에서 졸던 아줌마의 사진이다.

 

 

 “요즘 계속 이 꿈이네. 잊힐 만도 한데... 징글징글해.”

 

 

 상스러운 목소리다. 긴장된 목구멍이 뻣뻣했는지 목소리도 갈라졌다. 박복순은 머리맡에 있던 물 컵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탕.

 

 탕.

 

 탕.

 

 

 박복순은 아직 잠의 잔영에 머물러 있던 상태였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완전히 현실로 돌아왔다.

 

 

 “지겨워.”

 

 

 아직은 이른 새벽이었다.

 

 

 “이 놈의 인간들은 잠도 안자나? 지긋지긋한 인간들. 늙으면 잠도 없어진다더니... 에휴...”

 

 

 갈라진 목소리 틈새로 물이 촉촉하게 베었는지 목소리가 낭랑해졌다. 살짝 벌어진 입 밖으로 푸시시, 거리며 하품이 새어나왔다.

 

 박복순은 입 끝을 홱 구부렸다. 달리 잠이 다시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일어나기 귀찮았다.

 

 

 탕.

 

 탕.

 

 탕.

 

 

 문소리는 문을 부숴뜨리기라도 할 듯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나가요. 저러다 유리가 다 아작나것네. 물어줄 것도 아니잖아요. 좀 기다려. 기다리라고. 아이고. 성질머리 하고는.”

 

 

 박복순은 툴툴거렸다. 이미 문을 두드리는 주인공이 누군지 안 모양이었다.

 

 

 “날이 갈수록 어째 더 심하지시나... 쯧쯧쯧...”

 

 

 박복순은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옷걸이에 대충 걸려있던 야시시한 옷을 꺼내 주섬주섬 입었다. 옷이 날개라고 하지만 박복순에게는 예외였다. 그녀가 옷을 입자 얼굴과 옷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천박하고 싸구려처럼 보였다.

 

 30대 중반의 박복순은 잘만 꾸미면 예쁠 상이다. 키도 165센티 정도에 몸매도 예쁜 편이다. 그녀는 시스루라 불리는 옷을 입었지만 그건 말이 시스루이지 요즘 같은 세련된 디자인이 아니었다.

 

 또한 맨 얼굴에 알록달록 화장을 찍어 바르기 시작하면 푸르뎅뎅한 눈두덩에 입술은 쥐 잡아 먹은 듯 새빨개졌다. 다른 여자가 되었다.

 

 

 드르륵.

 

 

 방문을 열면 박복순이 잠을 청하던 작은 방은 바로 슈퍼와 연결되었다. 그녀는 딱 봐도 짝퉁인 싸구려 삼선 슬리퍼를 질질 끌며 슈퍼로 나왔다. 헝클어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대충 빗으며 이래저래 매만졌다.

 

 슈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정사각형의 구조로 슈퍼 문을 들어서면 바로 유제품류와 야채를 놓는 오픈형 냉장고가 오른쪽에 있다.

 

 선반은 가운데 삼단짜리 두 개, 벽을 두르고 사단짜리가 있다. 거기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계산대는 문 바로 왼쪽에 있고 그 옆으로 폐쇄형 냉장고가 위치하고 있다. 나름 깔끔한 분위기였다.

 

 

 “누구세요? 이 꼭두새벽부터?”

 

 짐짓 모르는 척 박복순은 볼멘 소리를 내었다.

 

 

 “나. 꼭대기 집.”

 

 

 꼭대기 집은 이씨부인이 스스로를 호칭하는 이름이다. 이씨부인은 필리핀 사람이라 발음이 어눌했다. 시집온 지 25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한국 발음은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 집은 잠도 안자요?”

 

 

 박복순은 약간 퉁명스런 투로 말했다. 문 바로 앞에 있는 계산대에 낡은 쇠 통이 하나 있다. 박복순은 거기서 열쇠를 찾아 문을 열었다.

 

 쇠 통에는 두툼한 노란 봉투와 젓가락, 그리고 수면제 약병, 새빨간 립스틱이 들어 있다.

 

 슈퍼 문은 따로 걸쇠나 잠근 장치가 없는 오래된 문이다. 하는 수 없이 커다란 자물쇠를 위한 고리를 따로 달았다. 그래서 밤마다 번거롭게 자물쇠를 걸고 문을 잠가야만 했다.

 

 문이 열리자 곱게 생긴 이씨부인이 배시시 웃으며 슈퍼 안으로 들어왔다. 거의 20살 차이가 나는 이씨에게 시집올 때 이씨부인은 20대 초반이었다.

 

 필리핀 사람답지 않게 피부가 하얗고 고운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한국으로 시집와서 시골 생활을 하며 얼굴이 많이 상했다.

 

 

 “미안. 새벽부터.”

 

 “하루 이틀이야? 꼭두새벽부터. 지겹지도 않아요. 사람이 잠을 자야 하루 일을 개운하게 시작하지. 하루가 멀다 하고 왜 이렇게 사람을 괴롭혀. 오늘은 또 뭐 때문에요?”

 

 

 박복순은 쇠 통에서 무언가를 뒤적였다. 손 안에 들린 것은 바로 싸구려 붉은 립스틱이다. 박복순은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발랐다.

 

 그녀의 입술은 금세 붉어지고 볼에 생기가 돌았다. 다만 말하면서 발라서인지 입술 끝이 벌겋게 번졌다.

 

 

 “그 양반이 아침부터 된장찌개 먹고 싶다는 데 두부가 없어서.”

 

 

 이씨부인의 어눌한 발음을 들을 때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폭소를 안겨줄 때가 있었다. 박복순은 크흥, 소리를 내며 피식 웃었다.

 

 

 “또또.. 그 양반 거드름 피웠구만. 지겹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으면 사람이 좀 변하기도 해야 하는데... 사람 변하는 건 쉽지 않아. 벼락이 맞아야 하나? 지금도 유식한 척 신문 읽고 있어요?”

 

 “응.”

 

 

 이씨는 나름 마을의 유지라 생각했는지 새벽부터 일어나 신문을 펼쳐 읽는 습관을 길러왔다. 그러면 유식해진다거나 유식해 보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씨는 60대 중반이지만 그의 외모는 다른 남자들보다 더 늙어 보였다. 키도 170센티 정도임에도 어깨가 굽어서인지 더 작아보였다. 또한 배싹 메마른 몸 때문에 얼굴 생김새가 날카롭고 눈매가 사나웠다.

 

 박복순은 신문 읽는 이씨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상상했다. 그의 두꺼운 돋보기 속에 갇힌 왕방울만 하게 커진 눈이 떠올랐는지 키득거렸다.

 

 

 “왜 웃어?”

 

 “아니에요. 근데 아저씨는 그 까다로운 성미 어쩌실라구 그래. 그냥 있는 거 쳐 드시지. 왜 마누라를 고생시킨대. 이러다 아줌마 도망가면 혼자 어쩌실라 그러나... 노씨 아저씨도 이거 알아?”

 

 

 어, 어? 라며 이씨부인은 말을 더듬었다. 뜻밖의 이름이 나와서인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뭘 또 당황하고 그래? 걱정마. 죄 졌어? 사랑이 무슨 죄야? 난 아줌마랑 아저씨 응원해. 나 같아도 빌어먹을 인간 떼어내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도망가겠어. 아줌마도 참 용타. 견디는 거 보면.”

 

 “내, 내가 뭘?”

 

 “그만큼 하고 살았으면 됐다고. 이제 사랑하는 사람이랑 살아야지. 아줌마도. 참. 가만 보면 답답해. 멍석 다 깔려 있는데 밟지 못하는 거 보면... 뭐가 무서워서 그래?”

 

 

 박복순은 실눈을 떴다. 이씨부인은 새침을 떼며 모른 척 했다.

 

 

 “복순이야 말로 사랑하는 사람 만나 살아야지. 아직도 젊은 처자가 이 촌구석에서 뭐하는 거야?”

 

 “첫사랑은 안 이뤄진다잖아요. 난 이제 글러먹었어.”

 

 “누구? 또 철수 얘기야?”

 

 

 머리를 매만지던 박복순의 손끝이 멈칫했다. 그녀의 입가에서 유들유들한 웃음이 사라졌다. 그녀의 공허한 갈색 눈동자가 희미하게 떨렸다.

 

 이씨부인은 박복순의 사랑 이야기에 딱히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상투적인 대화의 흐름이었다. 그런 상투적인 대화가 박복순의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했다.

 

 

 “아줌마는 잘도 그 이름 꺼내내. 다 잊었어요?”

 

 “너무 오래됐잖아. 기억이 안 나지. 가물가물해.”

 

 “대단하네. 애 하나는 죽였놓고, 애 하나는 병신 만들어 놓고선...”

 

 

 박복순의 말에는 가시가 돋아있었다.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자. 두부가 어딨더라.”

 

 

 이씨부인은 어색한 웃음을 볼에 찍어 바르고는 오픈형 냉장고로 갔다.

 

 철수.

 그리운 이름이다.

 

 박복순의 뇌 한쪽이 철수의 기억으로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철수라는 이름이 나오면 그녀의 눈꺼풀에 쓸쓸함이 낙인처럼 찍혔다.

 

 박복순은 쇠 통에서 젓가락을 들더니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 다음 대충 꼬아서는 비녀를 꽂듯 젓가락을 꽂았다. 엉킨 머리에서 기어코 한 올이 비집고 흘러 내렸다.

 

 

 

 2

 

 

 

 정오마을은 그렇게 크지 않다. 총 30가구 정도 몰려 살던 동네가 점점 사람들이 떠나더니 이제는 총 6가구만이 남았다.

 

 정오마을은 딱히 자랑할 만한 것이 없는 초라한 마을이었다. 이제는 노인들만이 남은 노쇄한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서 젊은이는 유일하게 30대인 박복순이 전부이니...

 

 

 “어제 오후 5시 경, 신설동 한 아파트에서 투신한 시신 한 구가 발견되었습니다. 신원은 T기업의 경영지원본부장 황봉철씨로 밝혀졌습니다...”

 

 

 방앗간 주인인 이진만은 의사들이나 사용하는 메스를 유별나게 윤이 나도록 닦았다. 딱히 이 메스를 사용할 일은 없었다. 그저 젊은 시절에 가난으로 인해 의사가 되지 못한 한을 담은 상징물이었다.

 

 그는 한이라도 풀려는지 시간만 나면 그것을 닦고 또 닦았다. 메스의 자리는 테이블 위였다. 방앗간 문을 열자마자 바로 보이는 자리였다.

 

 반짝거리는 투명 케이스 안이 메스가 누울 자리였다. 메스는 그의 손에서 탁한 은색에서 생동감 넘치는 은색으로 변했다. 그때 이진만의 표정은 날이 서고 냉랭함이 켜켜이 쌓여갔다.

 

 그의 귀가 움찔거린 것은 그때였다.

 

 타랑, 거리며 메스가 탁자로 떨어졌다. 이진만의 손에 힘이 빠쳤다. 그의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침이 목 줄기를 타고 따끔거리며 내려갔다.

 

 TV 뉴스채널에서 나오던 소식 하나가 그의 동작을 멈추게 했다. 그의 놀란 눈동자가 TV를 향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작가의 말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20. 밀회-2 2019 / 11 / 10 292 0 5506   
20 19. 밀회-1 2019 / 11 / 3 262 0 5057   
19 18. 사라진 시체-6 2019 / 10 / 27 294 0 4250   
18 17. 사라진 시체-5 2019 / 10 / 20 275 0 5298   
17 16. 사라진 시체-4 2019 / 10 / 9 281 0 5010   
16 15. 사라진 시체-3 2019 / 10 / 6 285 0 5103   
15 14. 사라진 시체-2 2019 / 10 / 3 278 0 5025   
14 13. 사라진 시체-1 2019 / 10 / 3 258 0 5030   
13 12. 두 번째 살인-5 2019 / 9 / 22 271 0 5049   
12 11. 두 번째 살인-4 2019 / 9 / 22 281 0 5022   
11 10. 두 번째 살인-3 2019 / 9 / 15 277 0 5213   
10 9. 두 번째 살인-2 2019 / 9 / 14 273 0 5108   
9 8. 두 번째 살인-1 2019 / 9 / 13 284 0 5252   
8 7. 정오마을-5 2019 / 9 / 12 286 0 5018   
7 6. 정오마을-4 2019 / 9 / 8 306 0 5153   
6 5. 정오마을-3 2019 / 9 / 4 281 0 5093   
5 4. 정오마을-2 2019 / 9 / 1 290 0 5017   
4 3. 정오마을-1 2019 / 8 / 31 286 0 5078   
3 2. 선을 위한 점들-2 2019 / 8 / 29 299 0 5188   
2 1. 선을 위한 점들-1 2019 / 8 / 28 302 0 5043   
1 프롤로그: 무지 2019 / 8 / 27 497 0 121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후영당의 그림자
다시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