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현대물
슈퍼비틀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8.31

슈퍼비틀이라는 사슴벌레에서 발견한 당뇨병 완치제(GLP-K2 유사체)를 강탈하려는 일본과 한국 정보기관의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제1화 - 사슴벌레 사육장
작성일 : 19-08-31 13:44     조회 : 44     추천 : 0     분량 : 464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사육장 안은 눅눅하고 어두침침한 기운이 가득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곰팡이 균들이 마구 밀려드는 듯 쿰쿰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사방에서 꼼지락 거리며 움직이는 녀석들이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창정을 갉아 먹을 것만 같았다.

 사육장 주인인 병식이는 창정에게 지게 지는 법을 처음 가르쳐 준 친구다. 어릴 때부터 팔뚝이 창정의 두 배나 될 정도로 힘이 셌다. 반팔 티셔츠의 소매가 알통으로 가득 차 찢어질 정도였다. 공부는 좀 못했지만 항상 창정을 잘 챙겨주며 같이 놀았던 순박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 농사일을 많이 도왔고 중고등학교 때에는 장정들처럼 많은 일을 했다. 창정은 순박하고 우직한 병식이를 무척 좋아했고, 멱을 감거나 서리를 하거나 썰매를 만들 때도 항상 병식이와 함께 했다. 창정은 브레인, 병식이는 행동대장 쯤 되는 그런 사이였다. 둘은 오랜 시간 같이 지내면서도 말다툼 한번 해본 적 없는 친한 사이였다.

 병식이가 전 재산을 털어서 사슴벌레 사육장을 만들었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왔는데 겨우 15평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규모였다. 창고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하여 사육장을 만들었는데, 안에는 3층짜리 긴 선반 2개가 자리 잡고 있었고, 자그마한 사육 함들이 반듯하게 줄을 맞춘 채 놓여 있었다. 에어리언 같은 SF영화에 나오는 인큐베이터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칸막이가 쳐진 안쪽 구석에는 중고컴퓨터와 작은 프린터 한대가 놓여 있었고, 반대쪽에는 빈 사육통과 애벌레들을 키운다는 유충 병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참나무 조각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괜찮나? 포크레인 팔아뿌고 그 돈으로 요것들 키우고 있다 아이가."

 병식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장비학원에서 포크레인 기사 자격증을 땄고 10여 년 넘게 포크레인 기사 생활을 해 왔다.

 "와? 포크레인 할 때 수입 제법 괜찮다 카더만?"

 창정은 병식이만 만나면 사투리가 절로 나왔다. 도시에서 대학생활을 할 때부터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시골에서 살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술이 많이 취했을 때나 고향 친구들 앞이 아니면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이고, 말도마라. 심심하모 출장 댕기야 되지, 좁은 길에 운전하고 있으면 코때까리 같은 것들이 빨리 안 간다고 지랄 지랄을 한다 아이가? 그것 뿐이가? 산 먼당에 삐딱하게 세워놓고 작업하면 히딱 디비질까바 등짝에 식은땀이 다 난다 카니까."

 "그런데 우짜다 이런 거 할 생각 다 했어?"

 병식은 사슴벌레 사육장을 운영하던 사람의 집터를 고르는 일을 하다가 우연찮게 그 사육장을 넘겨받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어릴 때 익숙하게 잡고 놀던 곤충이라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야! 그런데 이건 무슨 냄새고?"

 "그거? 발효톱밥"

 "톱밥? 사슴벌레가 톱밥 먹고 사나? 송진 묵는 거 아니었나?"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이더라. 톱밥에서 잠도 자고, 그거 묵기도 하는데 그걸로 다 안 된다. 젤리 같은 거 따로 준다 아이가. 요안에 한 1,000마리 있는데 하루에 젤리 값만 3만원이나 나온다."

 "어이구 마이도 쳐 묵네."

 창정은 방충시트를 걷어내고 참나무 먹이통에 머리를 박은 채 젤리를 먹고 있는 암컷 사슴벌레 한 마리를 꺼냈다.

 "이기 암놈이제?"

 "어!"

 "야, 니 기억나나? 우리 옛날에 암놈 두 마리 붙여가지고 다리 자르기 싸움 많이 했다 아이가?"

 "하모, 당연히 기억나지. 창정이 니 사슴벌레는 전부 다리 뱅신 돼가 갔다 아이가? 하하하!"

 "뭔 소리하노? 나 그래도 쑥놈끼리 허리 자르기 할 때는 1등 했다."

 창정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플래시 하나로 언제든 사슴벌레를 잡을 수 있었다. 요즘은 전력공급이 워낙 좋아 플래시가 필요 없지만 그 땐 정전으로 동네 전체가 암흑천지가 되는 일이 자주 있었다. 가로등도 없던 시절이라 집집마다 플래시 하나씩은 꼭 있었다. 병수와 창정은 플래시로 냇가에서 멱 감는 여자 아이들을 비추는 장난도 많이 쳤었다.

 풀냄새 자욱한 늦은 여름, 학교 갈 때나 잠을 잘 때나 항상 입고 다니던 얇은 반바지와 나일론티셔츠 그리고 검정고무신으로 무장한 둘은 해가 지면 늘 산으로 향했다. 수액이 나오는 덩치 큰 나무에 플래시를 비추면 커다란 사슴벌레들이 턱을 높이 치켜들었다. 둘은 집게를 양쪽으로 당겨 보고 힘이 아주 센 놈들만 잡았다. 그렇게 징집한 녀석들은 용맹스러운 이름을 부여받고는 전쟁영웅으로 나가 당당히 싸웠다.

 사슴벌레 싸움에는 형식이 있었다. 싸움에 임하기 전 둘은 사슴벌레의 배 아래쪽을 손톱으로 마구 긁어서 사기를 끌어올렸다. 개나 고양이가 엉덩이나 꼬리를 만지면 싫어하듯 사슴벌레의 그 곳을 박박 긁으면 찝찝하고 기분 나쁜 자극을 받은 사슴벌레가 한껏 독이 올라 집게를 있는 힘껏 벌렸다.

 싸움은 레슬링의 빠떼루 자세처럼 항상 현 챔피언이 도전자의 허리나 목 관절을 뒤에서 집게로 잡는 것으로 시작한다. 챔피언이 되기까지 버텨낸 수많은 검은 칼날을 이겨낸 대가로 선제공격의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다. 누가 만든 규칙인지도 모르면서 그 때의 아이들은 당연히 승자에게 유리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연전연승하는 강자가 나타나면 싸움은 훨신 흥미로웠다.

 "그때 힘 쎈 놈 만들라꼬 설탕물 많이 맥였는데!"

 "맞다. 나도 우리 엄마한테 빗자루 몽둥이로 맞아가면서 설탕 마이 훔쳤다 아이가?"

 "그래 수입은 좀 괜찮나?"

 "어, 작년까지는 제법 팔았는데 요새는 워낙 경쟁업체가 많아져서 신통찮다. 그런데다가 쇼핑몰 맡아 주던 학생이 다음 주에 군대 가는 바람에 니를 찾았다 아이가? 그런데 니는 우짜다 그리 됐는데?"

 "뭘?"

 "니 쫄딱 망했다매?"

 “지랄한다. 망하기는? 누가 그라데? 사업하다 보면 어려울 때도 있고 그런 거지.”

 “야! 야! 뭘 숨기냐? 내 다 안다. 원래 공부 잘 하는 아들은 장사를 못 한다 아이가. 돈 벌라면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고 돈 냄새를 잘 맡아야 되는 기라. 돈 된다 싶으면 팍 지르고, 돈 안 된다 싶으면 걷어치우고, 이거 따지고 저거 따지면 절대 돈 못 버는 기라.”

 병식이 말이 맞는 지도 모른다. 돈에는 눈이 있었고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사업을 하는 동안 창정은 엑셀파일에 매입, 매출 내역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적었다. 심지어 직원들이 간식으로 먹는 사탕 하나까지도. 매입, 매출 내역을 월별, 분기별로 비교하며 추세를 확인했고, 10원짜리 하나라도 거래내역과 맞지 않으면 어떻게든 항목을 찾아냈다. 회계사무소에서 결산을 할 때에도 그 엑셀파일 하나만 있으면 다시 묻고 답할 일이 없을 정도였다.

 “아무튼 잘 생각했다. 니는 쇼핑몰 전문가 아니가?"

 처음 쇼핑몰을 열었을 때는 고향 친구들, 직장 동료들로부터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쇼핑몰을 폐쇄한 후 모임을 안 나가고 나서부터는 만천하에 실패한 자영업자로 낙인이 찍혀 버렸다. 지인들은 어지간하면 위로전화도 안하려 했지만 병식이는 달랐다. 40이 넘은 나이에 장가도 안가고 늘 나를 챙겨주는 한결같은 친구였다.

 창정의 나이에 사무직으로 받아줄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진 재주라고는 쇼핑몰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것뿐인데 마침 병식이가 부탁을 해 왔다. 병식이는 자칭 워낙 사람냄새 나는 놈이라 컴퓨터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았다. 지인의 아들이 군대 가기 전까지 온라인 판매를 도와주었는데 이제 그 업무를 창정에게 부탁하려는 것 같았다.

 "내가 뭐 하면 되는데?"

 "인터넷으로 하는 거라서 나는 잘 모르겠더라. 학생이 모레 와서 알려 줄끼다. 니 들어보면 금방 알끼다. 니 머리 좋다 아이가?"

 병식이는 늘 창정을 보고 머리가 좋다고 했다. 사람은 각자 생긴 게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달라서 잘 할 수 있는 일이나 지식의 차이가 있음이 당연한데도, 병식이는 성적이 좋은 창정을 늘 치켜세웠다. 병식이는 자신이 모르는 많은 것을 창정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창정이 보기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은 병식이가 아니었다.

 "그래 알겄다. 고맙다 우쨌든. 대신 쏘주는 자주 살끼제?"

 창정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소주 몇 잔 얻어먹어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창정은 미친 듯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늘 이런 식으로 본심을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이다.

 "무슨 말이고? 대박 나서 양주 마시야지. 이제 전문가가 왔는데."

 "야! 야! 너무 띄우지 마라. 어지럽다. 니 그러다가 내가 뭐 잘못하면 눈깔 찌를라꼬 그라제?"

 "하하하! 아이다."

 습하고 어두운 사육장을 나오니 마음 놓고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밖에는 어릴 적 보았던 거름자리 같은 것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톱밥을 발효시키고 있다고 했다. 톱밥 더미를 덮은 비닐을 들추니 아니나 다를까 사육장 안에서 맡았던 쾌쾌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지만 겪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했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부르릉, 덜덜덜덜……."

 꿈에 그리던 재규어 XJ 라면 얼마나 좋을까? 10년도 훨씬 넘은 흰색 1,500cc 아반떼XD의 시동을 걸었다. 그래도 명색이 CEO의 애마였는데 차체 구석구석 페인트가 벗겨진 자리에 녹이 슬어 말이 아니었다. 사업이 잘되면 잘되는 대로 우쭐했고, 좀 어려웠을 때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폼 나게 다녔다. 대출이 여의치 않는 지경이 되고 나서부터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더라도 늘 양복을 쫙 빼입고 다녔는데 이젠 그런 가식이 필요 없을 만큼 밑바닥까지 내려왔다.

 "학생 오면 연락해라."

 "그래! 우리 잘 해보자이?"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4 [마지막회] 제33화 - 일상 2019 / 10 / 18 224 0 2629   
33 제32화 - 로보트 태권브이 2019 / 10 / 18 225 0 8749   
32 제31화 - 여행 2019 / 10 / 18 208 0 3668   
31 제30화 - 뉴스 2019 / 10 / 18 201 0 2354   
30 제29화 - 가족과의 재회 2019 / 10 / 18 218 0 4044   
29 제28화 - 탈출 2019 / 10 / 18 211 0 8060   
28 제27화 - 신주쿠 스시의 혈투 2019 / 10 / 14 220 0 8218   
27 제26화 - 납치 2019 / 10 / 13 217 0 3755   
26 제25화 - 버스터미널 2019 / 10 / 12 209 0 2575   
25 제24화 - 배후 2019 / 10 / 11 212 0 3959   
24 제23화 - 병식의 죽음 2019 / 10 / 10 209 0 6351   
23 제22화 - 국정원 그리고 황성곤 2019 / 10 / 9 210 0 5751   
22 제21화 - 14.8cm 2019 / 10 / 7 215 0 3970   
21 제20화 - 일본의 추적 2019 / 10 / 6 199 0 963   
20 제19화 - 슈퍼비틀을 만나다. 2019 / 10 / 4 228 0 9850   
19 제18화 - 박유진 연구원의 죽음 2019 / 10 / 2 224 0 3464   
18 제17화 - 산행 2019 / 9 / 30 233 0 2696   
17 제16화 - 유진의 선택 2019 / 9 / 29 210 0 2586   
16 제15화 - 유서 2019 / 9 / 26 210 0 1906   
15 제14화 - 자살을 결심하다. 2019 / 9 / 25 202 0 4000   
14 제13호 - 상장폐지 2019 / 9 / 23 199 0 3989   
13 제12화 - 회유 2019 / 9 / 22 209 0 3784   
12 제11화 - 사슴벌레 사육장 2019 / 9 / 19 196 0 3459   
11 제10화 - 수영 학교 2019 / 9 / 18 211 0 4672   
10 제9화 - 납치 2019 / 9 / 16 199 0 1586   
9 제8화 - 신주쿠스시 2019 / 9 / 11 227 0 3181   
8 제7화 - 청와대 2019 / 9 / 9 209 0 2104   
7 제6화 - 박유진 연구원 2019 / 9 / 8 223 0 4185   
6 제5화 - 일본 수상 관저 2019 / 9 / 2 203 0 2040   
5 제4화 - 국가생물종연구소 2019 / 9 / 2 202 0 3203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아티스트로 살아
백점토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