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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완] 딕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8

마약중독자 흑인 부모에게 태어나, 백인 가족들 밑에서 자라게 된 미국 뉴욕 버팔로 치크토와가 딕 로드(Dick Rd)에 사는 딕(Dick)이 있는 흑인 십대 소년 딕 존스(Dick Jones)의 아주 평범한 성장 이야기

+
사실 장르가 드라메디 장르인데 드라마, 코미디 장르를 선택할 수가 없네요ㅠ

 
BFFF
작성일 : 19-08-31 10:44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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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교실을 나갈 준비를 했는지 종이 울리자마자 무섭게 교실을 나오는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나는 엄마가 크리스마스 때 사준 파란색 가방을 매고 귀에 별이 그려진 파란색 헤드셋일 쓰고 음악을 들으며 홀로 음악에 몸을 맡겼다.

 

  나를 숨 쉬게 하는 건 음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인터넷에서 본 문장에 흠뻑 빠진 사람처럼 말이다.

 

  “야! 딕 존슨!”

 

  나는 점점 더 음악에 빠진 사람처럼 음악에 심취한 척 연기했다.

 

  빌리 녀석이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면 그런 연기를 할 필요도 없는데 그때 나는 빌리의 저 목소리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화장실로 들어가면 빌리가 좇아올 게 뻔하고, 교장실로 간다면 해밀턴 교장의 지루한 말을 계속 들어야 한다.

 

  차라리 여학생 탈의실로 가는 게 낫지.

 

  이건 선을 넘은 거 같다. 말을 주워 담는 건 못하지만, 드로이안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집에 드로이안 피규어 하나 있는데. 그래도 괜찮아 아무도 못 들었으니까.

 

  나는 화장실도 교장실도 그리고 여학생 탈의실도 갈 수 없어 빨간 뒷문을 열고 학교 밖으로 나왔다. 아주 빛났다.

  천국에는 이런 환한 빛을 비출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빛났다. 그리고 천국으로 가기 전에 눈이 멀어서 발을 헛디뎌 땅으로 추락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빛 속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빌리가 눈이 부신 듯 팔로 눈을 가리고 미간을 구기고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예수의 탄생이라도 되는 듯 빌리를 댄 아저씨 같은 미소로 한 번 보곤 문을 닫았다.

 

  내가 문을 닫자 모든 빛이 사라져버렸다.

 

  허무하다.

 

  게임이나 영화 속 인물이라도 된 거 같은데……. 이런 거에 허무해 하는 내가 정말 우습고 유치하다. 그러니까 너드(nerd)라는 말이나 듣지.

 

  나는 텅 빈 주차장을 둘러보다 한 소년에게 시선이 꽂혔다. 정확히 말하자면 토미는 루비 선생님의 빨간 자동차를 훔치려고 하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끼지 못 한 채 핀셋처럼 보이는 뾰족한 무언가로 빨간 자동차 문을 열었다. 나는 그런 토미의 모습에 감탄했다.

 

  토미는 빨간 자동차에 올라탔다. 내가 보는 곳에서는 토미가 무슨 행동을 하는 지 알 수 없지만, 아마 차를 시동 거는 거 같다.

 

  내 예상이 맞았다. 토미는 차를 시동 걸었고, 나는 또 다시 토미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런 토미가 백미러를 통해 나를 보았다.

 

  반대 쪽 문을 열더니 내게 목을 한 번 까닥였다. 나는 그런 토미의 행동에 요즘 유행이라도 하는 사인인 줄만 알고 토미의 행동 그대로 따라했다. 그 다음의 행동이 없자 토미는 내가 답답하기라도 했는지 내게 손짓했다.

 

  “안타고 뭐 해!”

 

  토미의 말에 나는 곧바로 빨간 자동차에 올라탔다.

 

  “넌 나랑 공범이야.”

 

  이게 토미랑 나눈 첫 대화였다.

 

  “네 이름 뭐야?”

 

  토미는 내가 ‘공범’이라는 말에 놀랄 틈도 주지 않았다. ‘네 이름 뭐야?’라는 토미의 말이 가장 놀라웠다.

 

  난 너랑 같은 역사 수업 듣는데……? 그리고 내가 유일한 흑인인데……? 나를 멀뚱멀뚱한 눈으로 쳐다보는 토미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될지 모르겠다.

 

  “딕. 딕 존슨.”

 

  모르긴 뭘 몰라.

 

  날 모르는 녀석에게 내 이름 하나 말하는 것 즘이야 어려운 게 아니지.

 

  “딕, 딕, 딕, 딕, 딕. 딕이 있는 딕이라니…….”

 

  토미는 내 이름 가지고 장난을 친다. 토미는 ‘딕이 있는 딕’이라는 말장난에 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는 걸 기대한 모양이다. 그런데 어쩌나 그건 빌리에게 너무 많이 들어봐서 아무렇지 않다.

 

  표정 변화 없는 내 모습에 토미는 머쓱한 듯 한 손으로 운전대를 한 번 쳤다. 그 소리에 나는 놀랐다.

 

  “화학이 너무 엿 같아서.”

  “어?”

  “화학이 너무 엿 같아서.”

 

  내가 되묻자 토미는 바이러스 걸린 인공지능 로봇처럼 똑같은 말을 똑같은 표정 똑같은 음정으로 말했다. 또 한 번 더 물어보고 싶지만 토미가 나를 때릴 거 같아서 또 다시 묻지 않았다.

 

  나는 토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치크토와가 고등학교엔 엿 같지 않은 건 없어. 모두 다 엿 같아. 나도 엿 같고 해밀턴 교장도 엿 같고 빌리도 엿 같고 화학도 엿 같고 캐롤라인은……

 

  “너 어디 살아?”

  “난……”

  “아, 잠깐 말 하지 마. 내가 맞춰 볼게.”

 

  내게 어디 사냐고 물어놓고 맞추지 말라는 이 녀석은 뭘까. 보기 드문 이상한 사람이다. 빌리 보다 더 이상하다.

 

  “힌트 좀 줘 봐.”

 

  토미가 말했다.

 

  “치크토와가.”

 

  내가 말했다.

 

  “치크토와가…… 치크토와가…… 뭐, 딕 로드에 사는 건 아닐 테고.”

 

  나는 토미의 말에 콧방귀를 꼈다.

 

  “정말? 와…… 딕 로드에 사는 딕이 있는 딕이라……. 말장난의 귀재는 너였구나? 너희 부모님이 정말 존경스럽다.”

 

  나는 내 이름에 감탄하는 토미를 더 감탄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난 입양됐어.”

  “뭐?”

  “그리고 내 원래 이름은 브루스 웨인 아이삭이야. 배트맨의 이름이지.”

  “뭐? 하하하하하”

 

  내 이름을 들은 토마스는 배가 째지도록 웃어댔다.

 

  “조심해!”

 

  자신이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것을 잊은 채로. 하마타면 죽을 뻔했다.

 

  “너 진짜 마음에 든다. 우리 비 뜨리 에프 하자.”

 

  토미가 말했다.

 

  나는 토미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다. 비 뜨리 에프? 도대체 무슨 말이지? 내가 문명에 늦은 건가? 그건 아닌데. 새로운 만화책이 나올 때면 내가 가장 먼저 카드 스토어에 가서 일 등으로 책을 사는데. 그런 내가 비 뜨리 에프라는 단어를 모르다니.

 

  “베스트 프렌즈 포에버 퍽(best friends forever fuck)”

 

  토미의 말을 듣고 나는 잠시 동안 생각회로가 멈춘 듯 일시정지 상태였다. 그리고 몇 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베스트 프렌즈 포에버 뿩, 일명 비 뜨리 에프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딱히 감탄스럽진 않았지만 새로운 문명을 받아드린 기분이었다.

 

  “그래.” 새로운 문명을 알려준 거에 대한 화답이었다. “토마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좀 끊어졌긴 했지만 ‘아…… 그래 토미’였는데 토미가 내 말을 듣자마자 정확히 자신의 이름을 내뱉는 나를 보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도 토미를 놀라게 한 나의 벌인지 토미가 급정거로 인해 나를 놀라게 해버렸다. 악, 내 목!

 

  “너 내 이름 어떻게 알아?”

  “너 나랑 같이 역사 수업 들어.”

  “뭐? 거기 흑인은 한 명 뿐인데…….”

  “그 흑인이 나야.”

 

  나는 지금 까지도 토미의 그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만약 이게 영화라면 바로 지금 토미의 이 표정과 이 타이밍에서 한 번 더 멈췄을 거다.

 

  빌리가 ‘멍청이’ ‘또라이’ 등 내 마음을 대변한 낙서였다면 토미는 ‘BFFF TOMY’라고 적힐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단어를 적을 수 있다면 난 ‘멍청이’를 추가할 것이다. 얘 조금 많이 멍청하다. 나보다 더.

 

 

 

  초인종 소리가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그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은 단연 토미였다.

  나는 그런 토미 때문에 빌리에게 또 한 번 더 욕을 먹었다. “미친놈아! 네 찌질한 친구 좀 닥치라고 해!” 이런 식으로 말이지.

  하지만 나는 현관과 멀었고 거실에서 배를 늙고 나쵸를 먹고 게임보이를 하고 있는 빌리가 현관과 가장 가까웠기 때문에 나는 가만히 침대에 누워 기다렸다.

 

  다리를 선반에 올리고 천장에 붙은 포스터를 바라봤다. 커트 코베인의 얼굴과 로건의 얼굴이었다.

 

  빌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대신 빌리의 발소리가 들렸다.

 

  빌리는 내 문을 크게 쿵 하고 열더니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 뒤에는 토미가 서 있었다.

 

  빌리는 내게 다가와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경고하듯 말했다.

 

  “또 한 번만 더 네 친구 시끄럽게 하면 너희 두 명의 손가락을 부러트릴 거야.”

 

  하지만 나는 빌리의 경고가 전혀 무섭지 않았다. 말만 심한 허풍쟁이라는 건 나와 토미 그리고 사만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빌리는 내 방에서 나갔고, 나는 침대에서 나와 턴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뭐 들을래?”

 

  내가 물었다.

 

  “뭐 하러 레코드 꺼내고 돌리고 해. 그냥 핸드폰으로 음악 들으면 되지.”

 

  토미는 손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말과 행동이 따로 논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라이브 엣 리딩(live at reading)…… 나는 책장에서 너바나의 레코드판을 꺼냈다.

 

  “넌 스콧 서머스가 좋다면서 로건은 안 떼냐?”

 

  “남자 친구도 있는데 다른 남자 만나는 진 그레이가 나쁜 거지.”

 

  “참나…….”

 

  토미의 말을 끝으로 내 방 안에 커트 코베인의 거친 목소리가 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나는 토미와 함께 청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침대 위에 머리를 맞대고 누웠다.

 

  그리고 우리는 커트 코베인의 목소리에 심취해 있었다.

  그 누구도 우리를 방해할 수 없는 아주 위태로운 곳에 서 있는 그런 청춘들의 자유를 표현하듯 보였다. 아니, 보였을 것이다. 보여야 되는데…… 보여야만 하는데…….

  그래야만 했는데 우리의 감성이 자동차 경적 소리에 산송장처럼 무너져 버렸다.

 

  빵- 빵-

 

  반갑지 않은 자동차 경적 소리에 토미가 침대에서 일어나 창틀로 향했다. 나는 그런 토미의 뒷모습을 보았다. 창을 가리니까 밖을 볼 수가 없다.

 

  “또 빌리?”

 

  내가 물었다.

 

  “사만다.”

 

  토미가 말했다.

 

  나는 토미의 말에 침대에서 일어나 창틀로 가 토미 옆에 섰다.

 

  사만다는 짧은 치마에 나시를 입고 금색의 머리를 흩날리며 프롬 킹, 풋볼 선수 주장처럼 생긴 남자에게 다가가 키스를 한다.

 

  그 남자 뒤에는 비싸 보이는 지프 차 한 대가 있다. 겉모습만 봐도 나와 토미와는 딴 판이다.

 

  나는 지프차에서 시선을 토미로 옮겼다.

  토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토미는 사만다를 좋아한다. 정말 비밀. 사만다를 태운 지프차가 사라지자 토미가 뒤를 돌아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더니 땅이 꺼져라 한숨을 축 쉬는 게 아닌가. 사랑의 아픔이란 이해할 수 없지만 어떤 건지 알 수 있었다.

 

  “왜 치어리더는 꼭 풋볼 선수랑 사귀는 걸까?”

 

  토미가 물었다.

 

  나는 토미에게 어떠한 답변도 줄 수 없었다. 당연한 거니까.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심지어 만화에서도 치어리더는 꼭 풋볼 선수랑 사귀니까.

  토미에게 당연한 대답을 해주고 싶지 않았다.

 

  “너드가 치어리더랑 사귀는 영화 없나?”

 

  토미가 물었다.

 

  나는 그런 토미의 물음에 미간을 구겼다. 남들이 봐도 넌 너드에 속하는 편은 아닌데. 너드는 나야, 나라고. 난 이게 또 뭐라고 훈장처럼 느껴지고 토미에게 뺏기기 싫은 거지?

 

  내가 대답이 없자 토미도 한 동안 말이 없다.

  사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너드가 치어리더랑 사귀는 영화를 생각 중이었다. 난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다.

  난 똑똑하지 않아서 너드는 아니야! 그때 한 동안 말이 없던 토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하듯 소리쳤다.

 

  “올해가 가기 전에 총각 딱지 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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