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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트랄 휴먼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사회부적응자들의 세상, 아스트랄 휴먼

 
열아홉-3
작성일 : 19-08-31 10:43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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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실수했다. 내 말에 트리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데. 오늘 했던 말 중에서 가장 후회되는 말이었다.

 

 “왜? 너 돈 있어?”

 

 이번에는 트리스 때문에 내가 당황해버렸다. 트리스의 말은 뜻밖의 대답이었다. 아니 아주 뜻밖의 질문이었다. 나는 트리스의 그 질문 때문에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돈이 얼마나 있지…….

 

 “왜 그렇게 깊게 생각해?”

 

 트리스가 말했다.

 

 나는 트리스의 말에 대답을 할 새도 없었다. 내 머리 속에선 지갑 속, 책장 속 그리고 액자 속에 숨겨 둔 돈들을 찾고 있었다.

 

 “나 383달러 있어.”

 “뭐?”

 “빌려줄 수 있어. 난 상담만 받으니까 돈 쓸 일이 없어.”

 

 내가 말했다. 그리고 내 정신은 집 안에 가있었고, 집 안의 책장과 액자 속의 돈을 찾기 시작했다.

 

 “지갑에 38달러 있고, 책장에는 150달러가 있어. 애거서 크리스티책에 150달러를 껴놨어. 아마 빨간 책일 거야.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어. 그리고 제이슨 사진 액자 속에 나머지 돈들이 있어.”

 

 트리스가 당황했다. 이번에 내가 트리스를 당황시켰다. 게임에서 이긴 기분이었다. 게임에서 가장 먼저 최종 보스를 죽인 사람처럼 기분이 좋았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나를 우러러 보는 거처럼 정말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나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왜 그래.”

 

 트리스는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할 거 없었다. 나는 아주 기쁘다.

 

 “게임에서 이겼어.”

 “허…….”

 

 내 말에 트리스의 잇새로 바람이 빠져나왔다. 무슨 일이지? 497달러가 필요한데 383달러는 너무 적은 건가? 그래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건가?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이유 때문이야, 트리스. 얼른 말해줘.

 

 “괜찮아. 네 돈은 빌릴 마음이 없어. 친구 사이에 돈 거래는 하는 거 아니라고 하잖아. 어떻게든 해결 되겠지. 근데 네가 이런 말을 하는 거 봐선 내 얼굴에 걱정이 되게 많이 드러나 있나 봐. 아무튼 걱정…… 해 준 거 정말 고마워.”

 

 트리스는 내가 걱정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하는 건 걱정이 아니었다.

 내 예감에 누군가 죽을 것만 같았다. 그 누군가는 남자였고, 트리스는 남자를 전깃줄로 목을 졸라 죽일 것만 같았다.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내 느낌이 그랬다. 느낌으로 트리스의 과거가 보였다.

 나는 트리스를 걱정하기 보단 그 남자가 죽을까봐 불안했다.

 

 배에서 뱃고동 소리가 들렸다. 타코는 벌써 식어가고 있었고, 치즈가 굳어버렸다. 배가 얼마나 고픈지 내 뱃속에서는 치즈가 굳고 식은 타코를 미친 듯이 원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배에게 식어버려 맛이 없는 양고기 타코라는 선물을 주려고 한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엄마는 많이 바쁜지 연락을 주지도 않는다.

 나는 연락이 없는 엄마가 걱정됐지만, 엄마에게 전화를 하지는 않았다. 엄마가 무사히 집에 도착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속이 이상하거나 토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나쁜 기분을 털어내 버리고 싶었다. 헛구역질을 하자 위에서 위액이 올라왔는지 입 안에서 위액의 쓴맛이 느껴졌고,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기분 나빴다. 나는 바닥에 침을 뱉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만 참고 입 안에 머무르게 하고 화장실에서 침을 뱉는 건데. 생각지도 못한 내 행동이 후회됐다. 나는 벌거벗은 몸으로 화장실을 나와 발로 침을 밟아 닦았다. 발바닥의 촉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샤워기에서 나온 물로 침이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았다.

 

 샤워기에서는 알맞은 온도의 뜨거운 물이 나왔다. 물이 몸에 닿자마자 몸서리쳤다. 기분이 좋아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고, 몸서리침과 동시에 내 입에서 기분 좋은 신음이 내뱉어졌다. 거울에 김이 꼈고, 손바닥으로 닦아냈다. 그러자 거울에 비춘 내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거울에 비친 내 파란 눈동자를 응시했고, 내 눈동자에서는 기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기억은 아주 끔찍했고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눈을 질끈 감아도 머릿속에서 빠짐없이 그 기억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과 김 때문에 거울은 다시 뿌옇게 변했지만 나는 그 기억에서 떨쳐 나올 수가 없었다.

 나는 화장실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쌌다. 샤워기의 물은 점점 더 뜨거워졌고, 화장실에는 뜨거운 김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숨을 쉴 수가 없었고,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둠에 가려진 한 남자가 보였다. 그 남자의 손에는 끝이 뭉툭한 방망이가 들려있었고, 그 남자는 방망이를 미친 듯이 내려치기 시작했다. 방망이 끝으로 무언가가 튀기 시작했고, 그것은 마치 피 같았다. 너무 어두워 그 피 같은 무언가의 색깔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것을 피로 확신한다. 냄새가 피였고, 느낌이 피였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즈음, 내 눈 앞에 죽어있는 그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제이슨…….”

 

 제이슨이었다.

 내가 키우던 강아지 제이슨이 죽어있었고, 제이슨을 안으려던 내 손에는 방망이가 들려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방망이를 떨어트렸다. 온 몸이 벌벌 떨리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 제이슨과 눈이 마주쳤다. 죽어가는 제이슨의 눈에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경멸이 보였다.

 나는 무릎을 꿇고 제이슨을 안으려고 했지만 제이슨은 나를 향해 있는 힘껏 짖었다. 비록 제이슨의 목소리는 죽어갔지만 제이슨은 내게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제이슨의 머리에 손을 얹으려고 하자 제이슨이 멀어졌다.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피 비린내는 더 가까워졌고, 내 콧속을 파고들었다.

 

 피가 뚝뚝 떨어졌다. 코피였다. 갑자기 내 코에서 코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펌킨파이!”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펌킨파이!”

 

 펌킨파이는 엄마가 나를 부르는 애칭이었다.

 

 “펌킨!”

 

 엄마의 목소리다.

 

 엄마는 물을 껐다.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불빛에 끔찍하고 두려웠던 기억들이 연기처럼 날아가 버렸다.

 엄마는 수건으로 내 몸을 감싸고 나를 안았다.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온 몸이 떨렸다. 발가락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몸이 심하게 떨렸다. 엄마는 문을 닫고, 나를 더 세게 안아줬다. 화장실 안은 춥지만 엄마의 온기는 따뜻했다.

 

 “피나…….”

 

 콧구멍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수건을 붉게 적셨다. 엄마는 내 피를 보자 단걸음에 휴지를 가져와 내게 건넸다.

 나는 휴지를 뜯어 코를 막고 고개를 숙였다. 엄마는 수건 두 개를 가져와 하나는 내 몸에 걸치고, 하나는 내 머리에 묻은 물기를 털어줬다. 열아홉 살짜리 성인 남자에게 하는 행동이었다.

 

 어느새 코에서 피가 흐르지 않게 되자 고개를 들어 엄마를 쳐다봤다.

 

 “이제 괜찮아요.”

 

 내 말이 진짜 괜찮다는 걸 깨달은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일으켰다. 몸에 수건을 걸친 나는 드디어 화장실을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엄마의 걱정스러운 눈빛과는 다르게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방으로 올라갔다. 뒤를 돌아보거나 엄마를 보거나 엄마와 눈이 마주치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나는 아주 긴 모험을 했다.

 하지만 그 모험은 끝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엄마는 내가 방 안으로 들어가 옷을 입고 침대 위에 누울 때 까지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엄마는 나와 다르게 아주 불안했고, 겁에 질려 있었다. 엄마에게 괜찮다는 걸 보여줘도 엄마는 늘 걱정하고 있다. 나라도 그럴 것이다. 나 같은 미친 사람은 누군가의 관심이 필요한 사람이니까 말이다.

 

 잠시 후 엄마는 내 방을 나갔다.

 그리고 나는 아주 조용한 내 방 안에서 아무 소리를 내지도 않고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세상 모든 소리가 들렸다. 지구 반대편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영어도 라틴어도 아니었다. 아시아인가……. 야시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나는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것은 질색이다.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마음속으로 말했다. 다른 곳으로 보내줘.

 

 곧이어 다른 곳이 보였다.

 

 기차였고 스피커에서는 에스파냐어가 들렸다. 알아들을 수 없지만 분명 에스파냐어였다.

 그리고 냄새가 났다.

 스페인의 냄새였다. 스페인을 가본 적은 없지만 이건 확실히 스페인의 냄새였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기차 여행 도중에 만났다.

 나는 이렇게 느꼈다. 두 사람은 분명 사랑하게 될 거야. 하지만 알 수 없다. 나는 과거의 기억을 느끼지만 미래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더욱 더 내 미래가 궁금하고 느끼고 싶다. 과연 나는 사이코패스로 살아갈지 아니면 잭처럼 의사가 될지. 아니면 이런 꿈을 꿀 기회조차 없이 며칠 후 죽게 될지.

 

 똑똑-

 

 침대 위에 누워 세상과의 만남을 이어갈 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 문은 내 방의 문이 아니었다. 먼 곳의 문이었다.

 

 

 나는 궁금해졌다.

 누굴까.

 누가 우리 집에 온 걸까. 잭일까.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빠져나온 나는 난간 앞에 서서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엄마는 작은 유리 사이로 밖에 있는 누군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우리를 위협하지 않을 안전한 사람인 걸 확인한 엄마는 문을 열었다.

 

 다행이다. 야구방망이로 사람을 위협하는 일이 없어서.

 

  “안녕하세요.”

 

 트리스였다.

 

 “트리스. 어쩐 일이니?”

 “아까 이걸 놔두고 가서 전해주려고요.”

 

 트리스가 엄마에게 건네준 건 내 MP3 플레이어였다. 내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트리스의 행동에 깜짝 놀라 떨어트린 거 같다. 트리스와 대화를 하느라 MP3 플레이어가 떨어진지도 몰랐나보다.

 

 “고마워. 트리스. 지금 자고 있는데 나중에 위드 타코 놀러갈게.”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트리스를 내쫓고 싶은 모양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기 싫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자고 있다니……. 생각해보니까 엄마가 트리스에게 한 말은 거짓말은 아닌 거 같다. 몇 시간 째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시체처럼 방 안에 틀어박혀 있으니 당연히 엄마는 내가 잠든 줄 알겠지.

 

 그건 그렇고 도대체 엄마는 무슨 일을 하기에 방해받기 싫은 사람처럼 트리스를 내쫓으려고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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