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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바람 한 조각 우물 안에 내려 앉을 때
작가 : MyLord
작품등록일 : 2019.8.27

"아버지. 그 우물이 그렇게 좋으십니까?"
"아이야. 예로 부터 내려오는 것들 중에 이 우물 만큼 중요한것은 없단다.
네가 이 우물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너의 백성들은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단다. 백성 뿐만이 아니라 너 자신까지도 살리고 죽이기도 하지.
잘지켜다오.
그리고 절대 빼앗겨서는 안된다."
"무엇으로 부터 빼앗긴단 말입니까?"
"글쎄...
많은 것들이 있지 않겠니.
너의 우물은 어떤 것으로 채워질지 아비는 무척이나 궁금하구나."

 
7.지족 땅으로2(폐하의 부인이라고요?)
작성일 : 19-08-30 16:14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5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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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짙은 청록색 눈동자에 홀릿 듯 멍하니 바라보던 래인은 계집인지 사내인지 분간 안가는 미모의 얼굴에서 눈을 내렸다. 그랬더니 훤히 드러나는 사내의 가슴팍이 눈에 들어 왔다. 래인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에 있는 사내를 침상밖으로 밀쳐버렸다.

 

 퍽

 

 "윽!"

 

 너무 과하게 밀어 다친건 아닌건가 싶어 바닥 쪽을 살펴보니 검은 머리칼이 비단 같이 흘러 내려 고운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내가 노려보는게 보였다.

 

 "미친게냐?"

 

 자리에서 튀어 오르듯 일어 서며 래인을 향해 인상을 쓰고는 사내가 화를 냈다.

 

 "아니…

  그러니까 왜 자는 사람 코 앞에 붙어 있어서 …"

 

 우물쭈물을 말을 이어 가다가 래인은 주위를 살펴보더니 썰렁한 자신의 몸을 훑어 보았다.

 

 "어? 내 옷!"

 

 그리고는 이내 앞에 거의 옷을 벗다시피 서있는 사내를 노려 보며 말했다.

 

 "아…. 네가 이래 놨냐?"

 

 사내는 래인을 힐끗 쳐다 보더니 귓볼까지 빨개져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자신의 겉옷을 던져 주며 궁시런거렸다.

 

 "뭐..

  볼것도 없는 계집 주제에 발끈하기는."

 

 "볼게 없어? 어디가 어떻게 볼게 없는데."

 

 래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돌리고 있는 사내 앞으로 뛰어가서며 씩씩거리고 말했다.

 

 "야! 딱 봐!

  어디가 볼게 없는지 말해보라고!"

 

 래인은 몸매 하나는 자신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 본 건방진 사내가 볼게 없다고 자신의 몸에 대해 비아냥거리니 참을 수가 없었다. 설산으로 돌아 가면 은요에게 꼭 물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내의 얼굴을 자신에게로 돌리며 래인은 씩씩거렸다.

 

 "…….

 정신이 나간것이냐?"

 

 입으라는 겉옷은 입지 않고 속살이 다 드러날거 같은 속옷만 입고 서서 화를 내고 있는 여인에게 억지로 시선을 붙잡힌채 사내는 얼굴이 벌게져서 허공을 보고 얘기했다.

 

 "아 어딜봐. 날 보라고!"

 

 자꾸만 엄한 곳으로 시선을 피하는 사내의 시선을 집요하게 쫓으며 래인은 소리를 질러댔다.

 

 "아 진짜!"

 

 괜한 역정을 내고 정면을 응시한 사내는 자신의 품에 품고도 남을 갸녀리고 아름다운 래인을 바라봤다.

 

 "내가 진짜 볼게 없어?"

 

 래인은 자리에 똑바로 서며 가슴을 쭉펴고는 사내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사내는 흑갈색 빛나고 탐스러운 머릿결이 덮고 지나간 아름다운 몸결을 눈으로 쓱 지나치고는 귓볼이 새빨게 져서 멈칫거리다 말했다.

 

 "뭐…..

  혹시 사요가 그렇게 사내를 유혹하라고 가르치던?"

 

 "사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천진 난만한 얼굴을 하고 래인은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먼가 알아냈다는듯 깜찍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어제 그 가마 앞에서 사요라고 들은거 같은데?

  그 사요?"

 

 "사요를 몰라?"

 

 "흠…. 어제 처음 들은 이름이라…

  내가 아는 자일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겠지."

 

 "무슨 답이 그런가?"

 

 "그럼 그쪽은 무슨 질문이 그래?"

 

 사내는 래인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는 생각에 빠졌다.

 

 '분명 지족 인간은 아닌거 같다. 머리칼 색이나 눈동자 색도 그렇고 말투나 행동에 전혀 예의라는 것을 찾을수가 없다.

 분명 지족 귀족이라면 나를 알아 볼텐데….'

 

 생각에 빠져 지민은 래인을 지그시바라보았다.

 

 지민의 시선이 이제 부담스러워 졌는지 한들대는 꽃처럼 방 이곳 저곳을 들쑤시고 두리번 거리다가 래인은 말했다.

 

 "어이~ 그쪽 멍하니 있지만 말고 내 옷 좀 돌려주지?"

 

 "어이~?"

 

 "그럼 뭐라고 불러야 되?

  아 맞다. 은요가 상대방을 알고 싶으면 내 소개부터 하라고 했지.

  흠!흠!

  나는 리… 아니 나는 주린이야 진주린."

 

 왜 은요는 다른 종족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발설하면 안된다고 하는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래인은 은요가 알려준 가짜 이름을 사내에게 말해주었다.

 

 

 "진 주 린…."

 

 "그쪽은?"

 

 주린의 이름을 곱씹고 있는 사내에게 래인은 눈을 흘깃하며 말했다.

 

 "나는. 지민이다. 천 지 민."

 

 "천 지 민….."

 

 천지민.. 천지민..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였다.

 래인은 지민의 이름을 듣고는 머리가 아파오는것을 느꼈다.

 은요가 자신은 생각을 너무 깊게 하면 안되는 종이라고 하더니 정말 뭔가가 떠오르려고 하면 머리가 깨질듯 아파왔다.

 

 "지족 수령 천지민이다."

 

 "아…."

 그제서야 은요가 지족 수령 이름이 지민이라고 말해주었던것이 떠올랐다. 멍청한 자신의 머리가 한스러운지 주먹으로 쿵하고 때리고는 지민을 바라보았다.

 

 "음…

  그럼 폐..하? 뭐 이렇게 불러야 되나?"

 

 "아마도 그럴걸."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왕을 보고는 래인은 멋쩍은듯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하하…..

 제가 아직 덜 되먹어서 이런 존귀하신 분을 못알아 봤네요.

 음….

  진주린! 지족 수령 지민 폐하를 뵙습니다."

 

 이렇게 인사하는것이 맞나? 분명 풍.린 수장들은 자신에게 예를 표할 때 이렇게 하던데. 아맞다. 무릎을 꿇지 않았다는 생각이 스치자

 엉거주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지민의 눈치를 살펴댔다.

 

 "흠…..

  되었다. 일어 나거라. "

 

 '분명 지족이 아니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생각들은 지민의 뇌리를 스쳐갔다. 지족 여인들은 저런 대장군들이나 할 법한 인사 따위를 속옷만 입고 부끄러운지 모르고 하지는 않는다.

 대장군들도 자신 앞에서 속옷만 입고 인사 하지는 않는다.

 절대 그런것은 보고 싶지도 않았다. 갑자기 머리에 그려 보다 못볼것을 보았다는듯 지민은 인상을 쓰고 혀를 끌끌찼다.

 

 '그렇다면 어디서 온거지? 그리고 이곳은 왜 온것이며 가마에 왜 저자가 타고 있었던거지?'

 '도대체 사요라는 자는 무슨 일을 꾸미는지 ..'

 여러 가지 생각들이 지민의 머릿 속을 헤집고 다녔다.

 

 "저기 폐.. 하?

  저 죄송하지만 제 옷 좀…."

 

 래인은 엉거주춤 서서 지민이 건네 주었지만 바닥에 던져 버렸던 겉옷으로 몸을 감추며 말했다.

 

 "보기 좋은데 그대로 있거라."

 왠지 골려 주고 싶은 생각에 입꼬리를 올리고 웃으며 지민은 래인을 응시했다.

 

 그러고 있자니 지민은 왠지 모르게 몸에 열기가 올라 침상 뒷켠에 던져 두었던 래인의 옷을 집어 들고는 래인에게 던져 주었다.

 

 "어느 집 여식이냐?"

 

 노란빛이 섞인듯한 미백색 옷자락을 여미고 있는 래인에게 지민은 질문을 던졌다.

 

 "아….. 그게….

  아 맞다. 진 집안 사람입니다. "

 

 "진 집안 이라?….

  그럼 왕후와 막연한 사이겠구나?"

 

 왕후가 진 집안 사람이였던가? 지족 인간들 귀족 집안까지 속속들이 알수 없었던 래인은 은요가 진가 인간들이 어쩌고 저쩌고 했던것이 기억나 둘러댔던 것인데 왕후가 진가 인간이라니 래인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입을 꼬집었다.

 

 "아… 그럴걸요?

  아하하하

 왕후님은 잘 계시죠?"

 

 능숙하지도 못한 거짓말을 내뱉고 있는 래인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하듯 지민은 짙은 청록색 상의를 쓸어 내리고 자리에 앉아 턱을 괴었다.

 

 "그래…. 잘 계시지….

  너무 잘 계셔서 탈이지."

 

 비릿한 미소를 짓는 지민을 보고 래인은 여기서 나가면 빨리 설산으로 돌아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

  진! 충진 거기 있어?"

 

 지민은 시선을 래인에게서 거두지 않은채 밖을 향해 누군가를 불렀다.

 

 문을 열고 여섯척은 넘을 것 같은 큰키의 눈이 부리부리한 사내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나랑 저 아이 좀 데려다 주러 가자."

 

 데려다 준다니 래인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 돌아가도 되?"

 

 그런 래인을 지민과 충진이 가만히 바라 보았다.

 그러다가 충진이 지민에게 샐쭉한 표정으로 투정어린 말을 뱉었다.

 

 "주군. 또 절 더러 진 내시라고 하셨습니까?"

 

 "왜? 누가 진 내시라고 부르던가?

 하하하하."

 

 재미난 장난이 통하기라도 한건지 지민은 아이 같이 웃으며 말했다.

 

 "그만하십시오. 저는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크크크

 그래 그래 알았어. 그만하지. 흠흠흠…크큭"

 

 웃고있는 지민을 보고 래인은 생각없이 말을 내뱉었다.

 

 "지족 인간들은 저런게 재미난건가?"

 

 그러고는 아차 싶어 앞을 보니 왕이라는 자와 내시라는 자가 자신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저 장군님이 남자답게 늠름하신데 내시라고 하면서 놀리시니까..

  애들 같기도 하고…

  아 근데 진짜 내시는 아니죠?"

 

 야릇한 눈빛을 내고는 지민은 충진에게 여인의 옷을 가져오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충진은 연분홍 한들거리는 여인의 옷을 가져 와 지민 앞에 내려 놓았다.

 

 "거기. 주린!

  옷은 이걸로 갈아 입어라."

 

 "아.. 저는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좋은데요.

  분홍빛은 제 취향이 아니라…"

 

 "지금 네가 입고 있는 그 의복이 다른 이에게 상당히 의심스러울수도 있는 복장이라 내말을 듣는것이 좋을텐데."

 

 "내 옷이 뭐가 어때서?…아니 어때서요?"

 

 "글쎄…지족 여인네들은 사내 처럼 바지를 입지 않아. 그리고 지족 사내들은 바지 위에 한들 거리는 천을 두르지 않지."

 

 "아…. 그런가? 아니 저기 장에 가면 머 이런 저런 것도 파니까…"

 

 "보통 귀족집 여인들은 특히 더 여성스럽게 꾸미며 사내들이 한번이라도 흘끗 거려주길 바라지."

 

 "아.. 이상하네 . 사내들이 흘끗 거리면 뭐가 좋다고…"

 

 "그래야 자신의 맘에도 들고 신분도 높은 자와 혼인 할수 있으니 그런거 아닐까?"

 

 "그럼 뭐합니까? 그 사내가 자기만 예뻐라 해주는것도 아니잖아요. 지족… 아니 그 사내들 자기가 가지고 싶은 만큼 부인을 주렁주렁 달고 다닌다던데…"

 

 "흠……"

 

 "아니 거기 있는 폐하도 내가 32번째 부인이라고 하지 않았소?"

 

 "그야 뭐…

  짐이 워낙 인물이 좋다 보니 여인들이 가만히 두질 않아서.."

 

 "인물이 잘났으면 뭐해. 이 여인 저여인 껄떡대며 하룻밤만 보내면 찾아 오지도 않는 사내가 뭐가 좋다고…."

 

 뭐가 신이 났는지 열변을 토하던 래인은 주위가 싸한것을 느끼고는 자신의 입술을 때리면 말했다.

 

 "아니… 뭐 폐하니까 그러실수도 있지요. …."

 

 "그래서 넌 싫으냐?"

 

 "무엇이요?"

 

 "내 부인이 된것이!"

 

 "내가 …

  폐하의 부인이 라고요?"

 

 "네가 방금 말하지 않았느냐.

  폐하의 32번째 부인이라고 ."

 

 "아 그건 어젯밤 그 가마 앞에 있던 여인이 한말을 듣고 해본 말이지요."

 

 "그래서? 싫다는 거냐?"

 

 "아 싫고 좋고가 어디있습니까? 저랑 폐하는 …

 아휴~ 제가 폐하의 부인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무엇이?"

 

 "아니 . 전 그러니까. …

  서로 막 좋아하지도 않고 …

  뭐 어찌되었든 어젯밤에 신랑 신부 그 … 그런 일도 없었지 않습니까!"

 

 "…..

  있었다면?"

 

 래인은 막힘없이 답변하다가 갑자기 아무말도 하지 않고 멀뚱히 지민을 어의없이 쳐다봤다.

 

 '어제… 분명히 혼자 저 창고같은 곳에 쳐박혀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옷이 벗겨져 저 자의 침상에 같이 누워있었지..

  그래도 속옷은 입고 있었는데…

  혹… 다시 입혀 놓은건가?

  저자의 말이 맞다면….

 이 일을 어쩌지?'

 

 래인은 혼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안절부절 못하며 생각에 빠져있는 래인을 보고 지민은 왠지 짜릿하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했다. 왠지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즐거움 그리고 설레임이였다.

 

 "할말없으면 빈의 처소로 데려다 줘도 될까?"

 

 "….."

 

 지민은 한들거리는 분홍빛 옷을 래인에게 던져 주며 창고같은 곳을 가리켰다.

 창고 같은 방에서 연분홍빛 줘도 안입을것 같은 지족 여인의 옷을 입고 래인은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나왔다.

 

 그런 래인을 보고 지민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충진을 보고 명했다.

 

 "가자! 충진~"

 

 그리고 지족 수령의 방 문이 열리고 사내다운 충진이 걸어 나왔고, 멈칫 거리며 도살장에 소끌려가듯 래인이 충진을 뒤따랐다.

 그 뒤를 지민이 야릿한 미소를 지으며 기분 좋은 걸음을 걸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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