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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트랄 휴먼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사회부적응자들의 세상, 아스트랄 휴먼

 
열아홉-2
작성일 : 19-08-28 14:29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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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나는 엄마를 불렀다.

 문을 열고 들어 온 엄마는 내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가방을 떨어트리고 주방으로 달려왔다.

 엄마는 나를 발견하고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내 목을 받쳐 천천히 나를 일으켰다. 마침내 나를 홀리던 사이렌이 나를 놔주었고, 깊은 물웅덩이 속으로 홀로 외로이 사라졌다.

 

 “피자 먹으려고?”

 

 엄마가 나를 보자마자 한 말이었다. 나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피자 위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굳었네…….”

 

 혼잣말이다.

 

 “굳었으니까 나가서 먹을래?”

 

 이번에는 내게 건넨 질문이다. 나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임으로 대답했다.

 

 나는 열두 조각으로 갈라진 접시를 쳐다보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혈색이 없었고 땀범벅이었다.

 땀을 닦아내고 싶어 찬 물로 세수를 했다.

 정신이 바짝 들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엄마가 화장실 앞에 둔 옷을 갈아입고 현관 앞으로 갔다. 현관 앞에서는 엄마가 가방 안의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타코 먹으러 갈까?”

 

 엄마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너무 고팠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난 진흙 웅덩이에 빠져 뱀과 사이렌에게 빠져나오기 위해 힘을 써서 힘든 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배가 고파서 힘든 거라고 믿고 싶다.

 

 나는 엄마의 뒤를 따라 걸었다. 절대 엄마의 앞에서 걷거나 엄마의 옆에 붙어 걷지 않았다.

 엄마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했다.

 나는 그런 엄마와 눈이 마주칠 때 마다 입 꼬리를 올려 어색하게 웃음을 보였다. 얼마나 많이 뒤를 돌아 봤는지 내 입가에선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엄마와 온 곳은 위드 타코(WiTH TAcO)였다. 우리가 가는 곳은 늘 정해져있다. 위드 타코 아니면, 베이커 피자.

 

 위드 타코 간판에 적힌 문구는 소문자와 대문자가 이상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처음 위드 타코의 간판 속 문구를 보고 나 와 같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어딘가 어울리지 못하고 일정한 틀이 없는 것들이 나와 아주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판 속 문구가 위드 타코 음식들의 맛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먹어보면 알겠지만 이게 무슨 맛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맛이 없다는 건 절대 아니다. 의문이 드는 맛. 그러나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엄마랑 내가 위드 타코에 자주 오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위드 타코에 들어 온 엄마와 나는 가장 구석진 곳에 앉았다.

 내 옆에는 아무도 앉을 수 없게 엄마의 가방을 놓았다. 테이블 위에 양 팔을 올렸다. 손톱으로 테이블을 툭툭 쳤다. 일정한 박자 따위 없는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엄마는 그 소리 때문에 미간을 심하게 구겼다.

 하지만 나는 그만 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엄마가 미간을 구겨도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엄마는 내 행동을 멈추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쓰지 않고, 트리스를 불렀다. 엄마의 부름에 트리스가 고개를 들어 나와 엄마를 쳐다봤다.

 트리스는 메뉴판을 들고 나와 엄마에게로 다가왔다. 그제야 나는 내 행동을 멈출 수가 있었다.

 

 트리스는 엄마에게 메뉴판을 건네줬다. 엄마의 메뉴 선택을 기다리던 트리스가 엄마에서 나로 시선을 돌렸다. “안녕” 트리스가 내게 말했다.

 나는 트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메뉴를 다 골랐는지 트리스에게 건네받은 메뉴판을 다시 내게 건네주었다

 

 “볼 필요 없는데. 내가 먹는 건 늘 똑같잖아.”

 

 내가 말했다. 엄마를 보고 말하지 않고 트리스를 보고 말했다.

 

 “어쩔 수 없어. 단골이라고 해도 메뉴판을 건네주는 모습을 보여야 해.”

 

 트리스가 말했다. 트리스도 나를 보고 말했다.

 

 “그래봤자 나는 네게 팁을 주지 않을 거야.”

 

 내가 말했다. 내 말에 트리스는 헛웃음을 지었다.

 

 “트리스. 나도 같은 걸로 줘.”

 

 엄마가 말했다. 엄마의 중재였다.

 그때마침 엄마의 핸드폰이 울렸다.

 

 엄마는 핸드폰을 보더니 내게 말도 없이 밖으로 급히 뛰쳐나가버렸다.

 그리고 트리스는 카운터로 돌아갔다. 나는 밖에서 전화를 받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엄마의 미간에는 기다란 주름이 여러 개 잡혀있었고, 곧이어 엄마는 소리를 쳤다. 엄마는 분명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있다. 도대체 누구에게 화를 내는 걸까.

 나는 그를 알기 위해 눈을 천천히 감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내 귀에 들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위드 타코가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내 앞에 학생들은 학교도 가지 않고 위드 타코에서 아주 시끄러운 소리로 떠들며 타코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저 구석에는 테이블에 엎드려 커다란 소리로 라디오를 듣는 신문배달부가 앉아있었다. 다섯 명 뿐인 손님이 내는 소리는 철도 앞에 앉아 빠르게 지나가는 기차 소리를 듣는 거 보다 더 시끄러웠다. 모든 소리는 나를 더욱 신경질적인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눈을 너무 세게 감았는지 얼굴 근육이 아프다. 아픈 얼굴 근육에 신경질적으로 눈을 떴다.

 그리고 학생들에게서 신문배달부로, 신문배달부에서 트리스로. 마지막으로는 엄마에게 시선을 옮겼다. 엄마의 이성을 잃은 모습을 보자

 나는 점점 불안정해져갔다. 이성을 잃은 엄마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내 이마에서 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나는 불안정한 단계를 걸쳐 공포의 단계에 도달했다.

 그리고 나는 공포에 질려버렸다. 사소한 거에 공포에 질렸다니…… 난 나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두려운 무언가를 본 것도 아니고 괴물을 본 것도 아니다. 연쇄살인마를 본 것도 아니고 피를 본 것도 아니다. 이성을 잃은 엄마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공포감에 휩싸였다.

 

 누군가가 내 등에 손을 올렸다.

 

 그때 번개처럼 수많은 것이 반짝였고, 파라노마처럼 수많은 것이 스쳐갔다.

 

 어린 여자아이가 보였다.

 그리고 새끼 리트리버 두 마리도 보였고, 나비 몇 마리도 보였다. 그 여자아이는 초원에 있었고, 그 초원은 아주 투명하고 깨끗했다. 나쁜 손을 타지 않은 순수한 모습 그대로였다. 여자아이는 레드 클로버 몇 송이를 꺾어 왕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작은 손으로 볼품없는 왕관을 만든 여자아이는 레드 클로버 왕관을 쓰고 초원을 뛰어다녔다.

 리트리버 두 마리가 여자아이를 향해 짖어대며 여자아이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 아이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되었고 소녀는 빵모자를 쓴 소년과 함께 나무 위로 올라탔다.

 소년은 나무에 매달린 사과를 발로 차서 떨어트렸고, 나무 아래에 있던 빨간 머리의 소년이 땅바닥에 떨어진 사과를 줍는다.

 소녀는 빵모자를 쓴 소년을 따라 사과를 발로 차 떨어트린다. 무수히 많은 사과들이 땅바닥으로 추락하고 사과들은 서로 부딪히고 짓누르며 볼품없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깨진 사과들은 투명한 피에서 새빨간 피를 내뿜기 시작하고, 때 타지 않았던 순수하고 투명했던 초원은 어느새 더럽고 쾌쾌한 냄새가 나는 낡아빠진 가구들이 가득한 집으로 바뀌어버렸다.

 

 “내일까지 어떻게 500달러를 구해요! 돈을 내놓으라고 하고 싶으면 일주일 전에 말을 했어야지!”

 

 남자는 유리잔을 던졌다. 유리잔은 벽에 맞아 산산 조각났다.

 

 

 화기가 식혀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멍하니 고개를 숙이고 테이블 가운데에 시선을 두었다. 주먹을 꽉 쥐었다.

 

 “야.”

 

 트리스의 목소리다.

 

 “나 무시하는 거야?”

 

 다시 한 번 트리스가 말했다.

 

 “야.”

 

 트리스가 ‘야’라며 나를 여러 번 불렀고 나는 트리스의 말을 들었지만 듣지 못한 척 트리스의 말을 무시했다. 사실 무시하고 싶었다. 엄마가 나를 트리스에게 맡긴 게 화가 났다. 엄마에게 화가 났는데 트리스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리고 배가 고파졌다.

 나는 시계를 쳐다봤고, 시계는 다섯 시 오십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트리스는 내 시선을 따라 자신의 시선을 옮겼고 시계를 본 트리스의 시선은 다시 시계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내게 돌아왔다.

 

 “십분만 기다려. 십분 후에 끝나니까 그때 음식 가져올게. 배고파도 조금만 참아.”

 

 나는 트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시계를 보는 것을 그만뒀다. 생각해보니 트리스의 말에 처음으로 하는 대꾸였다. 트리스는 흐뭇한 표정으로 날 지켜보다가 자리를 떠났다.

 

 턱을 괴고 창밖을 쳐다봤다.

 엄마는 오래 전에 이곳을 떠났고, 창 밖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뿐이었다. 재미있는 건 없었다.

 아주 재미없고 지루한 풍경들이었다. 위드 타코 안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라디오를 시끄럽게 트는 우편배달부와 시끄럽게 떠드는 학생들은 떠났고, 유모차를 끌고 온 아줌마와 남자 아이 둘 이렇게 셋뿐이다.

 나는 가방에서 아이팟을 꺼냈다. 이어폰을 귀에 꼽자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렸다. 아주 시끄러워서 음악 밖의 세상의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음악 외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고, 음악에 몸을 맡겼다.

 

 그러자 내 세상이 보였다.

 

 내 세상 안에는 여러 인종의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수많은 관중 속에 있었고, 무대 위에 있었다. 내 뒤에는 저마다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있었고, 내 손에는 마이크가 들려있었다.

 나는 그 세상 안에서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내 목소리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내 목소리 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나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지만 끔찍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내 목소리가 끔찍하다면 그들은 내 목소리에 열광하지 않겠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절정에 다다랐다.

 

 그때였다.

 

 “많이 배고팠지?”

 

 트리스였다.

 트리스는 테이블 앞에 음식을 내려놓았다. 그 소리가 마치 아주 큰 드럼을 때리는 소리 같았다. 나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귀에서 이어폰을 꼽아버렸다.

 

 “왜 이렇게 깜짝 놀라?”

 

 나는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고, 트리스는 아주 놀란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그리고 트리스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괜찮아? 물줄까?”

 

 트리스는 내게 물을 건네주었고, 나는 또 다시 트리스가 건네 준 물을 받아 마셨다. 트리스는 내 앞에 앉았다.

 

 “이건 내가 사는 거야. 너 양고기 타코 좋아하잖아.”

 “고마워.”

 

 나는 트리스에게 입 꼬리를 올려 미소를 보여줬다. 이 미소는 다른 뜻은 없었다. 그냥 나는 아주 괜찮다는 뜻의 미소였다. 그러자 트리스도 내게 미소를 보였다.

 나는 트리스의 미소와 반대되는 눈을 보자 방금 전 기억이 떠올랐다.

 

 “트리스 돈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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