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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Guernica for the city
작가 : 날개이름
작품등록일 : 2019.1.7

Guernica for the city : 도시를 위한 전란

'게르니카(Guernica)'는 독일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에스파냐 북부 도시의 이름이자, 그 도시의 참상을 묘사한 피카소의 작품 제목이기도 합니다.
괴기스러운 화풍으로 당시의 전란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죠.
'Guernica for the city : 도시를 위한 전란'은 그 피카소의 작품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전란. 즉, 전장의 혼란.
얼핏 종전이 선언된 지 오래인 현대사회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주제지만, 전란이란 단어는 사실 21세기의 도시와 의외로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각자의 전장으로 매일같이 출근하여, 망신창이가 되어 돌아오고
답이랄 것 하나 없이 제자리를 맴돌다가
차디찬 술병을 비운 다음
우울에 빠져, 침묵.

이 파란 유리빌딩의 숲 속에는 분명, 전장에 버금갈만한 묵직한 혼란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에 대해 묘사한 여러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순수문학에서도 장르소설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작풍의 시~단편들을 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들어오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심심하신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wingname'을 검색해 보세요. 규격이 맞지 않아 못 올린 소설의 프로필 그림을 포함하여 제가 그린 그림들을 몇 개 올려둘까 합니다.

 
디자인
작성일 : 19-08-27 12:38     조회 : 308     추천 : 1     분량 : 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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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은 아름다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빙글빙글 돌며 도시를 나다녔습니다. 그야말로 활보했죠. 보란듯이 말입니다. 꽃가루라도 흩날릴 듯한 상큼함이군요.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삐뚤어진 운전자들은 그런 그녀의 활보를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나보군요. 빵빵. 여기저기서 경적을 울리며 그녀에게 소리칩니다.

  “불법을 규제하는 용기! 아름다워!”

  하지만 그녀는 더욱 볼을 분홍색으로 물들이고는, 여전히 빙글빙글 돌아가며 차도를 가로지릅니다. 마조히스트 성향이 있는 걸까요? 아니,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발랄하군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한껏 상기된 채 빙글빙글 돌던 그녀는,

 “너무 아름다워서 죽어버릴 것만 같아…!”

  결국 도로를 달리던 차에 치이고 맙니다.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 같던 그녀는 결국 말이 씨가 되어 다음 생을 기약하게 되었군요. 그렇게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사체를 향해 트럭 한 대가 다가옵니다. 큰일이군요. 사실 이미 죽어 있어서 딱히 큰일날 것도 없다지만, 아무튼 큰일입니다. 어서 멈춰야 할 텐데요. 하지만 운전자의 상태가 조금 이상해 보입니다.

  “이 세상은 부조리해!”

  비죽 내민 입에서 담배연기를 뻑뻑 뿜어내며, 그런 대사를 끊임없이 읊조립니다. 앞을 살필 겨를도 없어 보이는데요? 아, 역시. 조금 요상하게 생긴 방지턱인 양 자연스럽게 그녀를 즈려 밟고 맙니다. 차체가 덜컹 튀어 오르고 나서야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민 남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역시 부조리해!”

  처참하게 뭉개진 사람을 본 감상 치고는 상당히 가벼운 대사군요. 기가 막힌 타이밍에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온 경찰차가 트럭의 앞을 막아 섭니다. 결국 차에서 끌려나온 남자는 두 팔을 붙잡힌 채 경찰서에 질질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범인도 아닌 주제에 자수하듯 순순히 팔을 내어주고는, 마치 뿌리칠 생각으로 가득하기라도 한 것처럼 남자는 목청껏 외칩니다.

 “부조리!!”

  하지만 어휘력이 조금 부족해보이는 군요. 아니면 여자를 친 것은 자신이 아니라고 설명할 의지조차 없는 걸까요? 술에 거하게 취한 것처럼 추태를 부리는 그를, 경찰관은 귀찮은 듯 대충 쥐고 경찰서로 향합니다.

  “아아ㅡ, 귀찮아. 이 세상은 귀찮은 일 투성이야.”

  독방에 남자를 던져 넣고 철창을 닫은 경찰관은, 나른한 얼굴로 하품을 하며 서를 나섭니다.

  “그깟 정의가 뭐라고… 귀찮다 귀찮아. 정말 귀찮아. 귀찮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 귀찮아. 귀찮고 귀찮으며 귀찮아서 귀찮아진 나머지 귀찮도록 귀찮게 되어버렸어.”

  보기 드문 성실한 타입이군요. 문을 닫고 나갈 때까지 꼬박꼬박 대사를 쳐주는 등장인물은 그리 흔치 않아요. 요즘 시대에 노력하는 귀한 인재네요. 서를 나선 그와 교차하듯이 기자들의 무리가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옵니다. 그 중 유난히 의욕적인 여성 기자 한 명이 쓰러지듯 철창에 기대며 창살 안으로 마이크를 쥔 손을 내뻗습니다.

  “이 세상은 우울해!”

  아아, 안타깝군요. 안타까움의 정석입니다. 어쩜 저리도 가녀린 여성인 걸까요. 구석에 앉아 쭈뼛쭈뼛 눈치를 보던 부조리 씨를 보고 기자가 말을 꺼냅니다.

  “어쩜 이리도 처참한 행색일까요!”

  “이 세상은…”

  “범죄자라고는 믿기 힘들어지는 인상이군요…”

  “이 세…”

  “분명 사연이 있으셨겠죠…?”

  “이…!”

  “아아,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이런 우울한 세상!”

  “이세부조리!!”

  “정말이지 안타깝군요!”

  어떻게든 멘트를 욱여넣으려는 남자와 자기 할 말만 하는 여성의 치열한 공방이 한바탕 펼쳐집니다. 남자 쪽은 앵무새 뺨치는 외골수군요. 나름 기지를 발휘해 줄임말로 대항해보지만, 음향 장치와 플래시를 등에 업고 천지창조마냥 손을 내뻗은 이 준비성 철저한 여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나봅니다.

  “이세부조리! 이세부조리!!”

  미련이 남은 듯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남성을 내버려두고, 기자들의 무리는 순식간에 장비를 철수한 뒤 우르르 몰려 서를 나섭니다. 그런데, 오.

  “이, 이건 아니야!”

  기자들이 활짝 젖혀놓고 떠난 문 뒤로, 쪼그려 앉아 무언가 열심히 끄적이는 경찰관의 모습이 보입니다. 툴툴대며 나간 지가 언젠데, 어디 가지도 않고 바로 앞에 앉아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이건 인터뷰 대본이 아니야!”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떠나간 모양이네요.

  아쉽게 되었습니다.

  어어, 울지 마세요 성실 씨. 다음에도 분명 기회가 있을 겁니다.

  “우, 울긴 누가 울어?!”

  반응이 너무 그렇게 1차원적이면 작품의 깊이가 얕아지고 맙니다. 자제해주세요 성실 씨.

  “성실 씨 아니야! 그보다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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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TV

 

  50대 남성, 삶의 부담감에 못 이겨 결국 뺑소니에 확인사살까지 범해…

  세상은 부조리하다고 연신 주장하는…

  현대 가장이 떠안은 문제…

  그건 바로 자신감…ㅠ

  해결법은 남성활력제…

  단돈 5000원…

  가까운 매장에서….ㅠㅜ

 

  #뜨거운밤#오늘밤은성공#각방그만#자신감회복#남성활력제#신감남성의원#가장들모두화이팅#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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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TV

 

  어떠신가요? 정말 따뜻하고 해맑은 미소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미소를, 더이상 볼 수 없습니다.

  어제 낮 12시, 이 여성은 차에 치이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아아,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꿋꿋하게 웃었던 여성.

  이 여성의 삶은, 한 트럭 운전기사에게 처참하게 짓뭉개지고 말았습니다. 뭉개뭉개…아, 아니, 흠흠. 여성을 치고 지나간 뺑소니보다도!

  차도를 지나가는 그녀를 방치한 그 어느 사람들 보다도오…!!

  우리는, 그녀의 사체를 밟고 지나간 그 배은망덕한 자식의 낯짝을 부숴버려야 합니다!!! 박피를 하고! 찢어발겨야 합니다!!!! 햇빛에 찬란히 빛나던!!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떤!!!! 그!!!!!! 미소르을!!!!!!

  하아….하아….우리는, 더이상 잃지 않아야만 하는 겁니다…

  트럭운전기사의 사형에 동의하시는 분은, 이 간곡한 청원 영상에 공감을 꾸욱 눌러주세요.

  아름다운 세상은, 여러분들의 손으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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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TV

 

  “전문가님, 이번 사건에 대해 저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아…그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트럭운전기사 쪽의 과실이 큽니다.

  여성을 처음 치고 간 차량의 경우에는 갑작스러웠지만, 이 트럭은 뻔히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단 말이에요? 차량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시야가 잘 처리가 안 됐어도 사이드미러의 반사각을 조정해서 옆 차의 미러랑 요리저리 팅가보다 보면 뭐 한 번쯤은 보이겠죠. 근데 그것조차도 안 했어요! 그야말로 그냥 밟고 지나가겠다는 의지가 투철했던 겁니다 그냥. 엄연히 의도적인 고인능욕이다 이 말이죠.

  “그럼 피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에 대해서 한 번 또 말해보자면 이게 또 심각해요. 현행법상 횡단보도가 아닌데 4차로를 건너는 건 법에 저촉되긴해요, 합니다만! 다마안! 자! 이 영상에서 여성은 뭐하고 있죠? 네 그렇죠 손을 들고 빙글빙글 돌고 있어요. 이건 자기자신이 그곳에 있다는 걸 명백히 알리는 신호이자 행위에요 일종의 자기 어필을 했다는 거죠. 저 표정 봐요 저 누가 무단횡단할 때 저딴 해맑은 표정을 짓겠냐는 말이에요 뭔가 의도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뻔히 알 수 있는데, 이럼에도 불구하고 치고 지나갔다? 이건 명백한 외모 차별이에요 이건. 만약 예쁜 여자가 저러고 있었으면 저렇게 갖다 꼬라박았겠습니까? 이건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뿌리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거에요 말 안된다고. 저 봐요 저 관객들 호응하는 거. 다들 그렇다니까요? 남자건 여자건 일단 못생기면 도로에서 우선권을 줘야 돼요 지나가다 왜 그렇게 생겼냐고 뚜드려 맞으면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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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우, 기사 한 번 화려하게 떴군요.

  이러고 세상 돌아가는 게 정말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하나하나 뜯어보면 겉모습이랑 속내랑 하나 같은 게 없는데, 마치 기름 발린 톱니바퀴인 양 세상은 아주 매끄럽게 돌아갑니다. 오히려 솔직했을 시절보다 몇 배는 더 마찰 없이 굴러가는 것 같군요.

  역시 디자인의 세대 답습니다.

  예술보단 디자인이죠. 본질적인 가식보단 가식적인 본질이. 수축보단 팽창이, 깊이보단 넓이가, 내면보단 외면이, 자신보단 타인에 대한 것이, 진심보단 가공을 거친 감정이 더 잘 팔립니다.

  실용과 본질에 근접한, 나름 머리를 쓴 세태에 기인한 상황이라지만

  그걸 영리하다고 불러야 될 지는 또 다른 문제란 말이죠.

  가식이 사라진 부분에는 멍청함이, 반대로 멍청함이 사라진 부분에는 가식이 덧붙었습니다.

  뭘 하든 묘하게 어긋나는 꼴이 참 인간답기도 하군요. 영원의 굴레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나이가 지긋한 사람도 아니고, 요즘 세상에 대해 딱히 부정적이진 않습니다만, 뭐 그냥 관찰일기를 쓰는 마음가짐으로 기록해봤습니다. 하지만 이래도 읽을 사람도 몇 없을 테니, 비밀로 좀 해주세요.

  네네.

  그럼 여기까지 쓸까요.

  못난 글 읽느라 수고하셨….

 

  “이 세상은 거짓 투성이야!”

 

  누, 누구세요? 여기 저희 집인데 어떻게 들어오신….

 

  “이런 나쁜 자식!”

 

  잠깐?! 그런 연극 톤으로 말하면서 끌고 가셔도 곤란한데요?! 적어도 어디로 가는 지는 말해주세요!

 

  “죽으러 가지 어딜 가! 이런 아니꼬운 세상!”

  “주, 죽으러 간다고요? 어째서?!”

 

  결국 저는 영문을 잘 알아버린 채 현관문 밖으로 끌려나가고 맙니다.

 

  “이… 이…! 이세부조리!!”

 

  급할 때 요긴한 말투군요.

  이건 인정하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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