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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잃어버린 자들
작가 : 라하비
작품등록일 : 2019.7.15


'록 바이러스(Lock Virus)'라는 전염병이 퍼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1부 시계 도시 中>

“오빠.”

잠시 침묵한 티아가 나직하게 나를 불렀다.

“응?”

대답을 하면서도 지금 티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 혹여나 안가겠다는 대답이 나올까봐 불안했다. 얼굴에 그런 생각이 드러난 것일까. 티아가 머그컵을 탁자에 내려놓고는 무릎 위에 올려져있던 내 손을 잡는다. 따듯한 온기가 전해졌다.

“걱정하지 마. 내일 갈 거야.”

“그래.”

“대신에 한 가지 부탁만 들어줘.”

“부탁? 뭔데?”

티아가 싱긋 웃는 걸 보고도 이상하게 안심이 들기는커녕 이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져 손을 빼고 달아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실행하기도 전에 티아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게 먼저였다.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내린 거야. 내일 추첨 용지 넣을 때.”

거기까지 들었을 때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안 돼.”

나는 다급하게 티아의 말을 끊어버렸다. 듣고 싶지 않아. 싫어. 공포와 경악으로 몸의 모든 장기들이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끝까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를 악물며 처음으로 원망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어떻게? 악바리처럼 악쓰고 티아의 어깨를 잡아 흔들며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에 나는 티아의 손 안에 갇혀있던 내 손을 빼고 어두운 눈빛으로 티아를 향해 다시 한 번 단호하고 절박한 감정을 담아 말했다.

“안 돼”

널 잃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야. 나는 티아를 노려보았다.

“알아.”

무엇을 아냐고 물어볼 새도 없이 티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록 바이러스에 걸린 걸 토큰에 들키면 어떻게 되는지 나 알아, 오빠.”

티아의 눈에서 작은 빗방울들이 떨어져 내렸다.

.
.
<중략>
.
.

“오빠를 믿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야. 하지만 나는 내 미래는 내가 결정하고 싶어. 혹시라도”

잠시 말을 끊으며 숨을 고른 티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시설에 가야하는 일은 사양하고 싶어. 그리고 나는……. 나로 살고 나로 죽고 싶어.”


 
13화 다시 만난 모디스
작성일 : 19-08-27 12:18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1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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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급소 내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이동식 큐브’를 타는 것이다. 이동식 큐브란 기본적으로 엘리베이터 역할을 하지만 필요에 따라 그 용도를 달리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시장으로 설정하면 해당 큐브의 속성에 따라 '야채 시장' '밀가루 시장' 등으로 이름이 붙여졌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빈 큐브로써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했다. 또한 보급소 내에 있는 사람들이 이동을 원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하여 원하는 위치에 나타나게 되어 있었다. 특히 빈 큐브의 존재는 위급 상황이 오면 배출하여 안전도를 높이는 역할로 쓰기 위한 버려진 패나 다름없었다. 여하튼 보급소를 이루는 큐브들은 모두 다용도 큐브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런 능력(?)이 출중한 이동식 큐브들 중 하나가 우리가 어디로 갈지 정하자마자, 어느새 눈앞에서 우리가 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장점들을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특이한 단점이 딱 하나 존재했다.

 “‘겨울이 돼서야 솜옷을 장만한다.’ 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티아가 큐브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여기 작명 센스가 참 꽝이지.”

 미처 티아가 끝맺지 못한 문장의 뒷말을 뱉어냈다. 미간에 주름이 졌다. 고작 이런 일로 주름이 생기다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지만 보급소에서 매번 이동식 큐브를 이용할 때마다 대체 이 시스템을 만들었을 플램 연구진의 의도가 무엇일까 정말, 정말로 궁금했다. 물론 홈페이지에서 찾아봐서 그 의도가 뭔지는 알고 있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을 뿐이지.

 홈페이지에 기재된 보급소 관리자의 말에 의하면 'Winter'이라는 보급소 이름에 맞게 이동식 큐브의 이름을 겨울과 관련된 용어로 자동 지정이 되도록 설정해놓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가끔씩 지정되는 큐브의 이름은 한번쯤 이유를 생각해 볼 정도로 정말 이상한 게 많았다.

 10번을 타면 3번꼴로 항상 겨울 음식과 관련된 이름이 지정이 되었고, 5번의 꼴로 식물과 관련된 이름이 지정되었으며, 그 외에는 그냥 겨울과 관련되었다 싶은 온갖 이름들이 튀어나오기 일쑤였다. 예전에는 '녹차, 야채, 녹두 모두 맛있는 호떡 호'라는 이름을 가진 이동식 큐브도 타 보았다. 랜덤 지정이라 우연히 그렇게 된 거겠지만 고개가 절로 저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일 간식으로는 호빵이나 먹자.”

 바로 옆에서 누군가 타고 간 이동식 큐브 이름을 본 티아가 순수하게 내일 간식 메뉴를 정했다.

 “그래.”

 나 역시 티아가 본 큐브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티아의 반응을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묘한 안심이 들었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었어.

 이름에 금방 적응이 된 티아가 먼저 ‘겨울이 돼서야 솜옷을 장만한다.’ 호에 탑승하고, 그 뒤를 따라 내가 올라탔다. 이름이 너무 길어. 나는 그냥 간단히 겨울 솜옷 호라고 부르기로 했다. 나는 겨울 솜옷 호 내부에 있는 패드에 '야채 시장2'로 도착지를 설정했다. 야채의 종류는 많지는 않았지만 찾는 사람은 많았기 때문에 항상 장소가 여러 곳이 생성되곤 했다. 그래서 조금 덜 복잡한 장소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야채 시장1(원활)' '야채 시장2(마감 임박)' 이런 식으로 헛걸음을 하지 않도록 말이다.

 도착지를 설정하고 나서 겨울 솜옷 호는 가장 먼저 탑승 인원에 맞춰 크기를 15명 이상 탈 수 있는 넓은 공간에서 5명이 탈 수 있는 공간으로 줄였다. 크기가 작을수록 다른 큐브들 사이를 지나갈 때 시간이 더 단축되기 때문이다. 원하는 크기로 자체적으로 공간을 줄인 겨울 솜옷 호가 이동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얼른 소파를 꺼내달라고 명령어를 입력했다. 기본적으로 이동식 큐브들은 블랙 큐브와 시스템 활용이 같기에 조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소파는 왜?”

 “도착 시간이 길지는 않더라도 편안히 가는 게 좋잖아.”

 티아의 물음에 대꾸해준 나는 내 요청으로 인해 정중앙에 떡하니 나타난 소파를 보며 만족스럽게 다가갔다. 여전히 단출하게 지정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또한 가운데에 있는 걸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방의 침대도 정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었다.

 “안전벨트도 매자.”

 티아를 소파에 앉히며 손수 벨트를 매주었다.

 “근데 이동식 큐브는 누가 이름을 정해주는 거야?”

 소파 위에서 다리를 흔들던 티아가 궁금한 듯 물었다. 아까 봤던 이름이 충격적이기는 했지. 좀 전에 10명의 탑승 인원을 태우고 우리를 지나쳐 출발했던 큐브의 이름이 떠올랐다. 아마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홀로 집에서’ 호였던가? 근데 그게 무슨 의미야? 지정되는 명칭 중에는 그 의중을 알 수 없는 것도 많았다.

 “시스템에 겨울과 관련된 거면 다 넣고 랜덤으로 설정했데.”

 티아에게 이야기해주면서도 나는 다시 한 번 누군가의 작명센스의 치를 떨었다. 곧이어 겨울 솜 옷 호가 이동을 시작했다. 얕게 한숨을 내쉰 나는 재빨리 티아 옆에 앉아 벨트를 착용한다. 겨울 솜옷 호의 이동 방식은 그 이름과는 다르게 특이하지는 않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꾸며지지 않은 영상을 보는 기분이랄까? 탑승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큐브가 지나갔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젠가=Winter 보급소’라고 가정한다면, 이동식 큐브가 들어갈 곳의 나무막대 하나가 밖으로 빠지면서 공간을 만들어주는 형식이었으니까.

 공간이 움직이거나 변화가 생긴다고 해도 사람들은 작은 진동조차도 못 느끼기 때문에 위험에 빠지는 일도 없었다. 아마 Winter 보급소가 어떻게 생겼는지 밖에서 보게 된다면, 쉼 없이 큐브가 밖으로 빠졌다가 들어가는 일련의 행동들을 반복하고 있는 걸 보게 될 것이다.

 “다들 우리를 피하는 것 같아.”

 “그래서 이상해?”

 별 생각 없이 물은 말에 티아의 얼굴이 침울해져갔다. 왜 그러지?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결국 티아가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빤히 바라보자 머뭇대며 티아가 입을 열었다.

 “마치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거부하고 있는 거 같잖아. 이동식 큐브는 우리밖에 못 태우는 거야?”

 그렇게 설정되어 있으니까. 라고 냉정하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사실 왜 그렇게 설정되어 있는지, 티아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잠시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티아가 하는 말이 왜인지 원망처럼 들리고, 그 원망이 결국은 나한테 돌아오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가 거부하는 게 아니야. 이동식 큐브가 거부하는 거지.”

 “왜?”

 “딱 한 장소만 갈 수 있거든. 그래서 다른 장소로는 못 가.”

 억지다. 다르게 이야기 했어야 했나. 이유가 너무 빈약한데. 티아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역시나. 티아의 표정이 뚱해 있었다. 오리처럼 튀어나온 입을 꾹 눌러 다시 넣어주고 싶은 걸 참기 위해 시선을 티아의 뒤쪽 어딘가에 두었다.

 “어휴. 우리 동생은 궁금한 게 참 많아요. 내가 토큰에 문의해볼게. 실은 나도 잘 모르거든.”

 내가 티아를 어떻게 이기겠어. 일단 문의는 해 보지 뭐.

 “그래서 귀찮아?”

 어깨를 축 내린 티아가 안절부절못하며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니 또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된데.

 “그럴 리가. 누구 동생인데. 그러니까 우울한 표정 그만 짓고 구경해. 다음번에 내가 안 데리고 오면 어쩌려고.”

 장난삼아 엄포를 놓으니 그제야 얼굴이 펴졌다. 잠깐 나를 흘겨보더니 이내 나한테서 고개를 돌려 큐브 밖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큐브 자체가 유리처럼 되어 있어 밖을 보기에는 아무런 방해도 없었다. 겨울 솜옷 호는 큐브들끼리 암묵적으로 약속이나 한 듯 그들의 대장처럼 자리를 양보 받았고, 절대 사선으로는 이동하지 않았다.

 겨울 솜옷 호 밖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냥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반대로 우리는 그들을 아주 대놓고 관찰하고 있었다. 관찰이라고 하니까 규칙2번을 어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내가 보는 것들은 전부 소소한 일상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사람들이 음식을 고르는 모습. 센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는 모습. 집으로 이동하는 모습 등이 마치 영사기를 통해 영화 필름을 돌려 보여주는 것 같았다.

 주로 많이 보이는 장면들은 단연코 물건을 전송하는 장면이었다. 나는 또 다시 전송하는 사람들을 지나쳐가면서 흘깃 티아를 훔쳐보았다. 음, 아무래도 오늘 전송은 티아한테 맞기는 게 좋겠지? 티아가 신나서 전송을 해보는 모습을 상상하며 좋아하는 사이에 어느새 겨울 솜옷 호는 '야채 시장2'에 무사히 도착했다.

 “먼저 내릴래? 잠시 통화 좀 하고 갈게.”

 선물은 역시 본인 몰래 해야 제 맛이지. 반드시 티아가 없는 장소에서 통화를 해야 했으므로 나는 티아를 먼저 내보내려고 시도했다.

 “콘으로도 가능하잖아.”

 곧바로 의심을 해오는 티아 때문에 침을 삼킨 나는 최대한 표정과 목소리에서 티가 나지 않도록 신경 썼다.

 “그렇긴 한데, 보급소 내부에 연락을 넣을 거라서.”

 일부러 주절주절 변명 아닌 이유를 늘어놓는 것도 하지 않는다. 딱 저 말만 뱉어놓고 나는 티아에게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 알겠어!”

 눈을 가늘게 뜨고서 날 훑어본 티아가 마침내 무죄로 분석을 끝내고는 흔쾌히 큐브 밖으로 나갔다. 눈치가 빠른 아이답게 티아의 예상은 70% 확률로 정답에 근접했을 것이다. 내가 또 다른 사람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게 누군지는 모를 테지만. 이거 즐거움이 두 배가 되겠어. 음흉한 미소를 살짝 지은 나는 티아가 무사히 내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큐브 시스템을 이용해 어떤 사람에게 연락을 넣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연락을 취하는 상대는 티아도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 때의 티아는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뿐이다. 막상 보면 뭔가 기억을 할지도 모르지. 신호음이 사라지길 기다릴 동안 바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티아를 보았다. 티아는 심심한지 바닥을 발로 툭툭 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곧이어 화상통화로 연결이 되자 시선을 돌렸다.

 화면 건너편 남자의 반응은 내가 기대한 대로였다. 상대방은 무척이나 짜증스러운 얼굴로 나를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잘생긴 사람이라 그런지 얼굴을 심하게 구겼는데도 주변이 훤했다. 저러다 주름만 늘지. 쯧쯧. 손가락으로 쫙쫙 펴주고 싶은 마음은 들었으나 노골적으로 나를 싫어한다는 티를 내는 남자의 태도에는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의 잘생긴 외모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우린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의 외모에 넘어간 적이 없었다. 말투만 보면 번지르르한 남자의 겉모습과 속이 다르다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사실 남자의 시선에서는 내가 더 나쁜 놈이었다. 나는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지금도 그걸 이유 삼아 그를 더 짜증나게 만드는 이야기를 통화하는 내내 해댔다. 결국 남자는 볼 일이 끝나자마자 매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겨우 3분 만에 검은 화면을 나타내고 있는 패드를 보며 나는 후련한 표정으로 큐브 밖으로 나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티아가 그새 새로운 것에 사로잡혀 열심히 구경을 하고 있었다. 티아가 넋을 놓고 보고 있는 야채 시장의 입구에는 당근과 상추 모양의 야채 캐릭터 로봇이 양쪽으로 세워져 있었다. 이 로봇은 크기가 사람만 했고, 안에 진자 사람이 들어있다고 믿을 정도로 움직임이 자연스러웠으며, 야채 시장에서의 가이드 역할과 함께 물건을 전송해주는 전송기 역할도 같이 하고 있었다.

 “당근 싫어! 난 감자 인형이 더 좋아!”

 한 아이가 당근의 다리를 툭 치며 투덜거렸다.

 <나도 나 때리는 사람 싫어. 함부로 남을 때리면 안 되는 거라고 배우지 않았니? 꼬마야?>

 당근의 색깔이 화가 난 걸 증명이라도 하듯 주홍빛에서 빨간빛으로 위험스럽게 변했다. 당근은 꼬마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먹였다. 아이는 맞은 부위를 두 손으로 문지르다가 울먹였다.

 “잘못했어요.”

 <흥! 이번만 봐줄게. 대신 당근 꼭! 가져가라.>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온 당근이 새침하게 대꾸하자 아이가 눈물을 그렁그렁 매난 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남자애 말고도 장난을 치면 그에 맞는, 정말 사람 같은 반응을 보여주는 행동들 때문에 입구에는 티아말고도 다른 아이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이제 나는 뒷전이네.”

 살금살금 티아한테 다가가 우울한 목소리를 가장해 말을 걸었다. 그래도 돌아보지 않자 진짜 서운해지려는 마음이 살짝 들었다. 내가 속이 좁은 게 맞나 보다. 윤에 이어서 심지어 로봇한테까지. 왠지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지만 스스로 이건 단순히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세뇌시키며 티아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잡았다. 거의 얹은 거나 다름없었음에도 깜짝 놀라며 나를 돌아본 티아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반응에 반대로 내가 당황해버려서 상황이 어색해져버렸다. 내가 없는 사이에 뭔가 있었나? 설마 플램에서 티아한테 접근한 건 아니겠지? 나는 티아를 좀 더 내 쪽으로 끌어당긴 다음 주위를 살폈다. 하얀색 가운을 입은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긴. 그럴 리가 없지. 그럼 티아의 이 반응은 뭘까....? 내 품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는 티아를 내려다보았다. 좀 더 자세히 티아의 반응을 관찰하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웃음이 팝콘처럼 터지려고 했다. 티아는 로봇이기는 하지만 인형에 관심을 빼앗긴 걸 들킨 게 창피했던 것이다. 이미 다 아는데. 하지만 항상 내 앞에서 인형에 대한 관심이 없는 척 구는 티아라서 이해는 갔다. 티아는 모르고 있는 걸까? 이미 아침마다 방 안에 널려있는 인형들을 내가 보고 있다는 걸 말이야. 심지어 콘 내부에 있는 것을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티아가 내 품에서 떨어져 나와 빨개진 얼굴로 변명했다.

 “나 다 컸어! 이 인형은, 처음 봐서 신기해서 그런 거야······.”

 스스로도 변명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티아의 말은 점점 느려졌다. 다음에 인형하나 만들어서 몰래 방에 둬야지. 이대로 두다가는 울겠네.

 "알았어."

 나는 티아가 더는 창피해하지 않도록 이 대화를 급히 마무리 지어버렸다. 티아가 그런 내 배려를 눈치 채고는 작게 안도하는 걸 보면서 조금 슬퍼졌다. 그냥 나이답게 있어도 되는 건데, 티아는 너무 어른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서 로봇들이랑 더 놀다가자고 권유했지만 티아는 불에 덴 사람처럼 놀라며 어지럽지는 않을 까 걱정될 정도로 고개를 붕붕 흔들 뿐이었다.

 과격한 표현에 나는 더는 권유하지 않고 티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되도록 빨리 인형 선물을 해줘야하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야채 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티아의 상태가 평소처럼 안정되었고, 다시금 초롱초롱한 눈으로 빛났다. 오늘이 오늘이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미아 방지를 위해 티아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야채 시장 안은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규모가 작아서 티아를 잃어버릴 염려는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 때문에 놓칠 가능성은 언제든 있었으므로 나는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야채만을 위한 시장의 내부는 판매대를 제외하고는 다른 부수적인 부분이 없어서 깔끔했다. 3개의 판매대가 일렬로 비치되어 있었고, 각 판매대에는 내가 팔을 양쪽으로 쫙 펴도 끝에서 끝이 닿지 않을 정도로 넓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어 총 6개씩 다른 종류의 야채가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보기보다 판매대는 꽤 많은 양을 담아 둘 수 있게 설계되었고, 오늘 하루 정해진 양이 소진될 때까지 판매대는 계속 꽉 차 있을 것이다.

 “그나마 괜찮은 곳으로 온 건데 사람이 꽤 많네?”

 “다들 야채를 먼저 전송하러 왔나봐.”

 티아의 예측이 영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야채는 과일만큼이나 희귀 품목인데다가, 아이들의 인기품목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처음에는 고기 위주로 먹다가도 몇 달 지나면 자연스레 야채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랄까?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하루 한 끼 이상, 한 달 넘게 계속 먹다보면 질리기 마련이었다. 티아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고기를 즐겨하는 아이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그렇겠지. 빨리 골라서 가자.”

 나는 품절이 되기 전에 생각해 둔 야채를 쟁탈하기 위해서 북적이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이 유독 많네. 그리고 여기서도 각자의 개성은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그렇게 따지면 나와 티아는 평범한 축에 속했다. 아직 머리색을 바꾼 적도 없고, 눈이나 피부색을 조정한 적도 없었으니까.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변해버리면 아빠가 돌아왔을 때 알아보지 못할까봐. 그게 걱정이 돼서 할 수 없었다는 게 맞았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돌아온다면 한번 해보고 싶기도 했다. 방금 내 옆을 지나쳐가는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같은 남색으로 된 가족들처럼 말이다. 내 가족이라고 표시하는 것도 여기서는 일종의 개성이었다.

 혹은 얼굴의 반을 문신하거나. 상체만 뚱뚱하게 바꾼다거나. 귀 끝을 뾰족하게 하는 사람도 있었다. 옷차림은 웬만해서는 개성을 살릴 수 없는 고정된 스타일이기에, 신체 쪽으로의 변경이 유독 많은 편이었다. 구경은 그만하고 야채나 전송시켜야겠다. '그'를 기다리게 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니까. 통화를 했던 상대방을 떠올린 나는 거침없이 손을 움직였다. 가장 먼저 집어든 것은 오늘 저녁 요리에 주요 재료 중 하나인 피망이 든 봉투였다. 피망은 한 봉투에 4개 들이로 되어 있었다. 4개면 양호한 편이네.

 오늘 나에게 허가된 야채 품목은 총 10가지였으므로 손을 멈출 여유는 없었다. 야채는 오로지 1가구당 각기 다른 종류들로만 가져갈 수 있게 되어 있었으며, 모든 야채들은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12개 정도로 봉투에 넣어져있었다. 품질 역시 비슷하기 때문에 싸움도 없었고 어떤 걸 고를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서 시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 덕분에 피망이외에 양상추나 양파 등의 10가지 종류를 채우기까지는, 겨울 솜옷 호를 타고 이곳에 온 시간보다도 짧았다.

 다섯 봉지씩 총 10개의 봉투 끝을 양손에 나눠 들고서 말했다.

 “좋아! 다 골랐으니까 이제 보내기만 하면 돼!”

 “저기서 보내면 되는 거야?”

 티아가 입구를 손으로 가리켰다.

 “어. 그리고 오늘 전송은 네가 해볼래?”

 자신한테 맡길 줄은 몰랐는지 온 얼굴로 놀라움을 표현해내며 티아가 눈을 깜박였다.

 “어? 진짜?”

 이번에는 뜸들이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여주자 얼굴이 환해지며, 주위마저도 동화되어 해사해질 정도였다. 해보라고 하길 잘했네.

 “정말로 내가 해보는 거지?”

 긴장 반 기대 반으로 티아가 재차 확인하며 묻는 말에 나는 “그렇다”고 원할 만큼 대답해주고는, 함께 입구로 다시 향했다. 전송은 오로지 입구에서 보았던 무인 전송로봇인 야채 인형들에게만 맡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입구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을 때쯤 나는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그리고 짜증나게도 그 환상은 현실이었다. 티아가 기쁜 얼굴을 한 채로 손가락으로 한 남자를 가리켰기 때문이다. 뒤늦게 알아챈 게 민망할 정도로 입구는 조금 전과도, 여러 차례 와봤던 예전과도 달라진 상태였다. 입구 양 옆에 있던 당근과 상추, 야채 인형도 사라지고 없었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던 '야채 시장' 이라는 간판도 없어졌다. 물건을 고르고 나갈 때에는 입구 간판이 사라지는 건 맞았지만, 전송 시켜줄 로봇인형도 사라진다는 것은 들어보질 못했다.

 하지만 그런 변화들보다도 가장 말이 안 되는 것은 따로 있어서 앞에 건 그대로 잊었다. 바로 티아가 가리킨 남자, 아니 정확히는 한 가이드가 로봇인형들을 대신해서 홀로 우아하게 그곳에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모디스? 그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나는 믿을 수 없어서 한참을 응시했다. 모디스는 양 손을 허리에 뒷짐진채로 서서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마치 마실 나온 사람처럼. 뭐지 이건. 설마 모든 시스템의 가이드가 모디스라는 한 형태로 바뀐 건 아니겠지. 설마……. 그건 아닐 거야. 아니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모디스!”

 다시 만나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않고서 티아가 내 손을 잡고 그대로 모디스를 향해 달렸다.

 “아닐 거야. 아마 같은 모습을 가진 다른 가이드겠지.”

 나는 티아의 손에 이끌려 뛰면서도 의심스러운 눈을 거두지 않았다. 시스템의 장난인가? 진짜 같은 가이드는 아니겠지? 하지만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런 내 바람은 헛바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안녕. 무사한 모양이네······.>

 남자의 말투를 통해 ‘모디스’가 그 ‘모디스’라는 게 확정되었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여기 있어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악!” 소리가 나왔다. 상체를 약간 숙인 채 두 손으로 옆구리를 잡고 있던 나는 내 옆에서 나를 흘겨보는 티아를 발견했다. 왜 또? 알 수 없었다. 티아가 오늘따라 유독 폭력적이었다. 살짝 눈물까지 맺힌 나를 티아는 무시했다.

 “당연히 무사하죠! 모디스 아저씨는 참 엉뚱한 거 같아요.”

 내가 눈썹을 찡그리며 불만을 표출하던 말든 티아는 모디스가 우리를 걱정해준다고 생각해 더욱 반갑게 그를 맞았다.

 <자주 들어······. 그런 말.>

 지금 인정한 거야? 나는 모디스가 무슨 생각인지 알기 위해 그의 무표정한 얼굴을 자세히 뜯어 분석하려고 노력했으나 내가 알아낸 거라고는 그가 기뻐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모디스는 다른 가이드들과는 달랐고, 나는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키로 했다. 플램의 일에 딴죽을 걸어봤자 변하든 건 없었으니까. 게다가 그냥 납득하기로 내 자신과 합의를 보는 게 정신에 좋을 듯싶었다.

 모디스는 특이하게 야채 시장2와 WC-S19에서만 존재하는 가이드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깊이 있게 따지고 들어봐야 지금 상황에서 골치 아픈 것은 나 혼자 뿐일게 분명해. 차라리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잘 넘기기는 데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머리카락 빠질 정도로 고민해봐야 나만 손해였다. 그래서 나는 모디스에 한해서는 관대해지기로 하고, 들고 있던 봉투들을 그에게 재빨리 넘겼다.

 <요리 좀 하나보네. 양상추는 여러 가지 만들어 먹을 수 있지······. 토스트, 샐러드······.>

 두 손 가득 야채 봉지를 들고서 모디스는 내가 넘긴 야채들을 검토하며 칭찬해댔고, 나는 그의 말을 급히 끊었다.

 “빨리 전송이나 해줘요.”

 아마 지금 내 귀는 춥지도 않은데도 붉어져 있을게 뻔했다. 아 진짜.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고 그런데. 괜히 애꿎은 귀만 문지르며 괴롭혔다.

 <칭찬인데.>

 헛소리하지 말라고 대꾸하려다가 이 이상 반응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입을 꾹 다물었다. 티아의 시선이 집요하게 느껴져 나는 괜히 모디스를 재촉했다.

 “그냥 빨리 해줘요,”

 딱히 쑥스러워서 그런 건 아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받는 칭찬이 오랜만이어서 말문이 막힌 것뿐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티아 쪽으로는 시선도 내리지 않았지만 티아의 뜨거운 눈빛을 못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한숨을 얕게 내쉰 나는 티아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누르며, 여전히 시선은 모디스를 향한 채로 티아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만 봐, 직접 해본다며?”

 유일하게 지금 티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였다.

 “맞다! 모디스, 어떻게 하면 되요?”

 모디스의 소매를 잡으며 말하는 티아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지로 활활 타고 있었다.

 <허가증······. 아니면 칩>

 모디스의 대답은 듣는 이로 하여금 여전히 맥이 빠질 만큼 간결했다. 티아한테는 손톱만큼의 타격도 주지 않았지만. 모든 게 처음이라도 티아는 상황을 술술 받아들이고 있었다. 처음 나가 본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큰 순진한 인어처럼.

 “여기요!”

 티아가 왼쪽 손을 쑥하고 내밀었다.

 <야채 10종 확인 완료. 허가증 및 승인 완료. BChouse69로 전송 시작.>

 빠르게 대답을 쏟아내는 모디스는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가 하려는 전송 방법보다는 덜했다. 허가증 확인까지만 같고 나머지는 완전히 달랐으니까. 본래 인형들을 통한 전송은 그들의 몸통 부분의 네모난 공간이 생기고 단순하게 그 안에 넣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과정이었다. 반면 모디스가 하는 방식은 똑같지도 비슷하지도 않았고 완전히 색달랐다. 그가 전송을 시작하겠다고 말하자 발밑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바닥이 모디스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그의 몸이 바닥의 일그러진 공간으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잠깐, 잠깐! 진정하자. 나는 겉으로는 물처럼 잔잔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었지만 속으로는 여러 개의 내가 의견을 제각기 꺼내놓으며 모디스의 전송방식을 해석하기 위해 패닉 상태였다. 지금 모디스는 식료품만 전송하는 게 아니라 그 자신도 같이 전송되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 일이야?

 <상급 시스템······. 특별함?>

 내 표정에서 의문을 읽은 모디스가 부연 설명을 붙이며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지금 자기가 귀엽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 그것보다 왜 끝이 의문인데?

 “그런 게 있다는 건 처음 듣는데요?”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나에게 모디스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 잘 가져다 놓고 올 테니.>

 너무도 당연하게 내가 원한 대답과는 다른 엉뚱한 말을 던진 모디스로 인해 뭔가 더 물어보려던 나는 멈칫했다. 가만, 놓고 온다는 게 설마 그 뜻은 아니겠지. 황당함에 모디스가 있던 자리를 봤지만 그는 이미 전송되어 자리에 없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내 반응을 기다리던 티아가 별로 놀랍지도 않은지 평온하게 물었다.

 “이제 과일 시장에 가는 거야?”

 그 물음에 다시 ‘그’가 떠오르며 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하, 모르겠다. 알려고 하지 말자. 그리고서 나는 모디스와 관련된 모든 의문들을 뭉쳐 어딘가에 쳐 박았다.

 “뭐, 비슷해.”

 한결 평온해진 마음으로 티아의 물음을 능구렁이처럼 넘긴 나는 좀 전까지 모디스가 있었던 곳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어느새 로봇인형들이 다른 사람들의 식품을 전송해주고 있었다.

 그럼 이제 티아에게 ‘그’를 소개 시켜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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