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st my fault!”
그렇게 말하며, 흐느끼는 여자를 보았다.
“where you at now? come back!”
거짓되어오길 바랐던 까닭에, 눈두덩이를 진하게 물들였던 화장은
흑색 물줄기가 되어 뺨을 타고 떨어진다.
“come, back..... please.....”
술에 잔뜩 취한 여인의, 결별한 애인을 향한 송신.
비오는 도심의 풍경이 공중전화 박스의 유리에 일렁이며 흐른다.
연신 닦아내 보아도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애인의 뺨 대신 볼에 바짝 가져다댄 수화기만이 흑색 물줄기에 물든다.
[뚜―, 뚜―, 뚜―.].
그곳은 고풍스런 건물들에 둘러싸인, 뚫리지 않는 광장.
내려다보는 건물들과 어렴풋한 빛의 가로등은 흑백사진처럼 조용하고
그 거리의 빛에 달궈진 빗방울이 탁한 눈부심을 자아내는 가운데
검은 피를 흘리는 수화기들이, 진자운동을 하고 있었다.
체념한 채 주저앉은 이들로부터 방치된 채로.
전화 줄에 발목을 매달고서.
째깍째깍.
시간이 느려진 듯
모두들 같은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