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종선
“아 됐어.. 여기까지 왔는데... 갔다 온다.. 망 잘 보고 아 혹시라도 늦어질 수도 있는데 새벽 4시까지 안 오면 너도 올라와봐.. 그전에는 절대 전화 걸지 말고”
“알았어..”
이제 하중이가 큰 백팩을 메고 산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저 가방에 돈이 될만한 것들을 많이 챙겨와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내 거니깐.
난 핸드폰을 보며 하중이가 올라간 지 30분이 될 때까지 차에서 기다리다가 뒷좌석에 있는 형의 카메라를 챙기고 따라올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 집이 한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발걸음을 늦추고 주변에 하중이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집에 불이 켜져 있었으니 분명 아직 하중이는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난 집을 가운데 두고 주변을 크게 돌아봤다.
그때, 집의 뒷마당에 붙어있는 놈이 보였다.
난 바로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집에서 새어 나오는 빛 덕분에 누군지 구별은 가능할 정도였다.
하중이는 한참을 그렇게 집 뒤에 붙어있었고 나도 멀리 떨어져 수풀 사이에 숨어 한참을 쪼그려 앉아있으니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집 불이 꺼지고 하중이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나도 따라 집 정문 방향으로 이동했고 하중이가 거실 창문을 열고 들어갈 때, 사진을 몇 번 더 찍었다.
아까보다 더 어두워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협박용으로는 충분할 것 같았다.
이제 다시 카메라를 챙기고 차로 향했다.
차에 도착해 비타민 음료에 약을 타고 흔들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혹시 하중이인가 싶어 확인해봤는데 재혁이었다.
“어 여보세요?”
“어 종선아 하중이 혹시 지금 집에 들어갔어?”
“어 집에 들어갔고 아마 훔치고 있을 거야”
“아 그래? 알았어 그럼”
“응 아 맞다 야 하중이한테 전화하지 마. 거기 집안에 사람 있고 하니깐 아직 전화하면 안 돼. 그 자식 무음도 안 해놨을걸?”
재혁이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이제 나는 차에 히터를 틀어놓고 하중이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하중이가 가져온 돈으로 계속 갖고 싶었던 게임기를 사고 남은 돈으로 옷이나 몇 벌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차에 누워있으니 기분이 좋아져 웃음이 나왔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걸 보니 꽤 가져올게 많은가 보다.
난 기다리다가 눈을 잠깐 붙이기로 했다.
....
누군가 차 창문을 치는 소리에 잠을 깨고 긴장한 상태로 주변을 둘러봤다.
하중이 놈이 눈이 퀭한 상태로 창문을 쌔게 두드리고 있었다.
나는 차 문을 빨리 열어줬다.
“야 종선아 트렁크 좀 열어봐 박스 좀 집어넣게”
난 녀석의 박스에 흥분하며 트렁크를 열어줬다.
하중이는 트렁크에 박스 두 개를 싣고 보조석에 타며 뒷좌석에 가방을 집어던졌다.
“야 생각보다 엄청 오래 걸렸네 너 집 들어간지는 꽤... 아니 산에 올라간지는 꽤 됐잖아”
“문제가 조금 생겼었어”
“.. 무슨 문제?”
하중이는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냐 몰라도 돼..”
“야 저 뒤에 박스는 뭐야? 엄청나게 챙겼나 본데?”
“아 저거 라면이랑 인스턴트야.. 자세한 건 묻지 마 복잡해”
“엥? 그래.. 뭐 돈은 좀 챙겼어?”
“하 얼마 없더라 급하게 챙기느라 잘 못 봤는데 한 300 정도?”
“그 정도면 뭐 괜찮지”
녀석은 내 생각보다 적게 가져왔지만 만족하기로 했다.
“야 힘들었겠다 이것 좀 마셔 오기 전에 내가 산 거야”
나는 하중이에게 음료 뚜껑을 열고 건넸다.
“하 고맙다 목말라 죽을뻔했는데”
하중이는 의심 없이 음료를 한 번에 마셨다.
“야 많이 힘들었을 건데 좀 자 둬.. 내가 운전하는 동안에라도”
“하 모르겠다 잠이 오려나.."
출발하며 하중이의 표정을 봤는데 생각이 많아 보인다.
녀석의 배포는 누구보다 커 평소에 긴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아무리 하중이라도 도둑질은 많이 긴장했었나 보다.
그렇게 20분 정도 운전을 하다 보니 하중이는 잠들어있었다.
아직 주변엔 시골이었고 나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헀다.
“하중아....하중아...박하중...박하중!”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중이의 몸을 흔들어보지만 역시 일어나지 않는다.
난 차를 갓길에 세우고 뒤에 가방을 뒤져봤다.
돈다발이 좀 있고 그 외엔 보이지 않는다.
난 운전석에서 나와 하중이를 들어서 갓길 바닥에 눕히고 메모를 녀석의 안주머니에 넣어놓는다.
물론 하중이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집 앞에 눕혀놔도 되지만 놈에게 경고를 주기 위해서 길거리에 버려놓는 거다.
난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독한 놈이라는 경고이다. 어차피 날도 춥지도 않고 생존력도 강한 놈이라 어찌어찌 살아서 돌아갈 거다.
나 혼자 차에 다시 타 출발을 하려다가 뒤에 있는 박스가 생각났다.
저놈 집에 마땅히 먹을 것도 없을 건데 이것까지 뺏진 않을 생각이다.
하중이도 얼마나 집에 먹을 게 없으면 도둑질하러 갔다가 라면을 훔쳐 오겠는가?
난 박스를 하중이 옆에 쌓아놓고 혼자 집으로 출발했다.
당장 내일 게임기를 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