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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완결)난,설헌
작가 : 아리곶
작품등록일 : 2016.7.22

조선 중기 최고이자 최초였던 여성 문학가 허난설헌.

그 시대와 이 시대의 '허초희'가 만나는 타입슬립 역사소설 <난,설헌>

※ 소설이므로 대부분의 내용은 픽션이며, 사실과 같은 이름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인용되는 시 구절은 모두 사실이며 출저는 네이버 입니다.^^

 
27화. 꽃 이 지 다(2)
작성일 : 16-09-29 00:42     조회 : 472     추천 : 0     분량 : 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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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약해지는 초희를 바라보며 봉과 균 만큼이나 가슴 졸이고 있는 설헌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초희는 쇠약해 져갔다. 송씨는 며느리가 역시 나약해 빠진 여인이었다며 방 앞을 지나갈 때 마다 혀를 끌끌차며 눈을 흘겼다.

 

 "부인, 내 다시 오겠소."

 

 이제야 초희에 대한 성립의 애정이 확고히 돌아온 듯 했다. 성립은 얼마 전 까지도 초희의 방에 자주 들러 안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나날이 쇠약해지고 성립마저 맞지 않는 초희를 보며 성립의 인내는 바닥을 드러냈다.

 

 "마님, 창을 열어 드릴까요?"

 

 초희는 짐짓 성립을 그리워하는 눈빛이었으나 이내 포기한 듯 눈을 내렸다 다시 방문을 봤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미 성립은 안방에 발길을 끊은 지 오래였다. 들리는 소리로는 성립이 부인을 잘 못 돌봐 벌을 받는 것이라며 성립을 나쁘게 보는 소문이 고을에 퍼졌다고 했다. 아마 그 소문때문에 성립의 마음이 상하였나 싶었다.

 

 "아니다. 바람이 차구나."

 

 항상 창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을 좋아하던 초희가 오늘은 왠일인지 바람이 차다며 창 열기를 거부했다.

 설헌은 초희의 말에 따라 창가에 갔다 문을 열지 않고 다시 돌아와 초희 앞에 앉았다.

 

 "어느새, 을씨년스러운 겨울이구나."

 "그러게요."

 

 설헌도 문득 자신의 삶이 생각났다. 갑자기 떨어진 이 공간, 적응할 겨를 없이 일하다 보니 초희의 둘도 없는 벗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몇 해를 났다. 언제쯤 자신은 돌아 갈 수 있을까.

 

 "참, 너를 위해 내 준비한게 있다."

 "예?"

 

 책상 밑 작은 서랍에서 초희가 꺼낸 것은 노리개였다.

 형형색색의 실로 수놓아진 단단한 바느질이 인상깊은 노리개였다.

 

 "네게 잘 어울릴 것 같다. 넌, 이런 형형색색의 노리개가 더 잘 어울려."

 "마님..?"

 

 갑자기 예전의 열 다섯 초희 처럼 밝아진 초희는 웃으며 설헌에게 말했다.

 

 "고맙다, 꽃순아."

 "예? 무..뭐가 말씀이십니까?"

 "시집 오던 첫 날, 내 옆에 꼭 붙어 조곤 조곤 내게 안내 해 주던 니 모습이 생각나는구나.

 마치 이모처럼 우리 아이들을 좋아했던 너였지. 어쩌면 넌, 내 벗임이 틀림없다."

 "마님..."

 "그래서 고마워. 이 한없이 차갑던 시댁에서 너에게만큼은 내가 따뜻한 마음을 느꼈구나."

 

 아직도 어리둥절해 하는 설헌을 옆에 두고 초희가 크게 시를 읊었다.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게 기대었구나.

 부용꽃 스물 일곱 송이가 붉게 떨어지니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시를 다 읊어가던 초희의 표정이 점점 차분히 가라앉았다.

 가만히 초희의 시를 듣던 설헌은 노리개와 함께 그녀의 갑작스러운 시가 의아했다.

 

 "콜록콜록."

 

 시를 다 읊은 초희가 다시 기침을 시작했다.

 

 "마님, 피..! 피!"

 

 그리고 각혈을 다시 반복했다.

 

 "어서 자리에 누우셔요, 마님!"

 "콜록. 그래. 그래야겠다. 내가, 약을 먹었던가?"

 

 곰곰히 생각하던 설헌은 아직 초희가 저녁 약을 먹지 않았음을 알았다.

 

 "제가...제가 약을 가져 올게요! 어서 가져 올게요!"

 "그래...."

 

 약을 가지러 가기 위해 설헌이 일어났다. 초희는 그런 설헌을 보며 자리에 누웠다.

 

 ***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꽃이 좋고, 나비가 좋았던 어린 시절엔 아무 눈치 없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자신의 글을 보는 사람 모두가 훌륭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런 칭찬들이 초희는 참 듣기 좋았다.

 

 어머니며, 아버지며, 가족들은 초희를 많이 사랑했다.

 아버지는 초희를 위해 글과 그림을 가르쳐 주셨다. 오라버니 허 봉은 친구를 통해서 배움의 기회를 넓혀주었다.

 어머니도 기특해 했고, 동생 균이는 누이를 부러워 하며 칭찬하기에 바빴다.

 

 시집을 왔다. 원하던 상대가 아니었지만 별 수 없었다. 남편은 항상 자신을 등한시 했다.

 시집에 와 그를 본적이 얼마 없었다. 시어머니 송씨의 닥달도 날이 갈 수록 더해갔다.

 쓸쓸해지거나 괴로울때면 글과 그림을 남겼고, 그 모습이 송씨에게 들킬때면 꾸중과 시집살이를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불행속에서 행복이 꽃 핀다고, 아기가 났다. 딸이었다. 극진히 살폈다.

 그러나 그 정성이 부족해서 였을까, 혜연은 얼마가지 못해 죽었다.

 그 슬픔을 위로라도 하듯 몇 해 안되어 청웅이 태어났고, 선물로 또 다른 아이가 복중에 났다.

 그러나 초희의 행복이 보기 싫었는지 불행은 다시 초희를 뒤덮어 아이와 함께 남편의 사랑도 다시 앗아갔다.

 

 슬픔이 휘몰아쳤다. 슬픔의 소용돌이 속에서 초희는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옛 생각에 잠겼던 초희가 설헌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방문을 바라보던 눈을 살며시 감았다.

 

 ***

 

 약을 가지러 부엌에 간 설헌은 서둘러 약을 찾아와 마당에서 달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약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아 달여졌다.

 빨리약을 먹으면 초희의 고통이 덜해진다는 생각에 설헌의 마음이 바빴다.

 약을 들고 뛰었다. 찰나의 거리이건만 그 순간만큼은 만리나 되는 것 같았다.

 

 "마님, 약 드세요!"

 

 방문을 활짝 열었다. 누워 있는 초희의 모습이 참 평안해 보였다.

 

 "마님, 작은 마님!"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잠에 들어도 한 번만 부르면 깨던 초희였는데 지금은

 몇 번을 불러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불러본다.

 

 "마..님? 마님..."

 

 아니다. 아닐것이다.

 

 "마..님.."

 

 가까이 다가가 약을 내려놓고 코 밑으로 손가락을 가져가 본다.

 더 이상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지런히 모은 초희의 두 손을 만져본다.

 더 이상 온기가 없다. 두 손을 어루만지며 아니겠지 생각하지만 설헌의 머리는 이미 알아버렸는지 눈물샘을 작동시켰다. 설헌도 모르는 새 설헌의 두 눈엔 눈물이 흘러넘쳤다.

 

 "마님...일어나세요. 약...약..드셔야죠. 마님...!!"

 

 설헌의 외침이 어찌나 컸던지 마당을 지나던 돌쇠가 방으로 들어왔다.

 초희의 두 손을 잡은 설헌의 얼굴에 눈물이 범벅이었다.

 돌쇠도 예감했다. 그는 서둘러 방을 나와 사랑채로, 큰 안방으로 뛰어다니며 초희의 죽음을 알렸다.

 

 ***

 

 수많은 사람들이 안방 마당앞으로 모였다. 장례는 초희의 방에서 치르기 정해졌다.

 그 사이 초희의 임종이 봉과 균에게 전해졌다. 귀양 가 있던 봉은 차마 가 보지 못해 하늘만 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균이 누이의 부탁대로 글과 그림을 모두 가져갔다.

 

 그 일들을 하나하나 보고 있던 설헌이었다.

 자신을 꽃순이라 불려주며 웃던 초희의 얼굴이 계속 기억났다.

 

 '어떻게, 이렇게 죽어. 어떻게 이렇게... 보는 사람 하나 없이 방에서 그렇게 혼자..'

 

 초희가 죽는 순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에 설헌의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아이고, 마님~"

 "아이고~"

 

 성립의 집에서 일하는 모든 종들이 마당에 모여 앉아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갑자가 설헌에게 다가 왔다.

 

 "그래, 니도 고생이 많았제."

 "..아니에요. 제가 뭘..."

 "아휴, 우리 작은 마님이 우째 이리 돌아가시노. 우째..."

 

 갑자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울고 있는 무리들을 보고 있자니 설헌도 안 울수가 없었다.

 임종의 그 순간, 함께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친듯이 눈물이 나왔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도무지 서 있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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