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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라진 가족
작가 : 장군12
작품등록일 : 2019.8.7

14년 전 발생한 일가족 실종 사건을 한 주간지 기자가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을 다룬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
서로를 파괴하며 처참하게 무너진 가족의 사연과 경찰이 숨긴 진실의 조각.
사실을 은폐하려는 세력과 모든 일을 백일하에 드러내려는 이들의 숨막히는 대결로 치닫는데……

 
9. 2016년 3월 20일①
작성일 : 19-08-20 18:08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7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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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16년 3월 20일①

 

  눈을 뜨니 밖에는 짙은 어둠뿐이었다. 무궁화 열차의 진동이 느껴질 때마다 어깨가 묵직했다. 승미는 그에게 기댄 채 정신없이 잠들어 있었다. 열차 안은 난방을 했지만 창가에선 냉기가 꾸물꾸물 흘러나왔다.

  재우는 승미의 머리를 다른 쪽으로 옮길까 생각하다 포기했다. 승미가 이불 대신 덮은 패딩 점퍼가 숨 쉴 때마다 오르락내리락 했다. 재우는 그 아래 있을 보드라운 가슴을 상상했다.

  승미는 언젠가부터 그의 일상 속으로 착실하게 한걸음 씩 들어오고 있었다. 딱 잘라 거절하지도, 솔직하게 환영하지도 못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지금 재우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어깨를 낮춰 편안하게 머리를 기댈 수 있게 해 주는 정도였다.

  같이 온 게 실수는 아니었을까.

 

  재우는 금요일 밤 승미가 현장 얘기를 꺼냈을 때 추가 취재를 위해 가야할 곳을 머리 속으로 추렸다. 그 중 하나가 부부의 스타렉스 승합차가 발견된 강릉 외곽도로였다. 마침 주말에 다른 일정이 없어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그 얘기를 하자 승미도 마침 시간이 된다며 동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재우는 가급적 승미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친구로서라고 하기에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이미 지나치게 많은 도움을 받은 처지였다. 하지만 운전면허도 없으면서 혼자 어떻게 다닐 거냐는 승미의 지적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부부의 승합차가 발견된 곳은 시내에서 20km 가량 떨어진 장소였다. 외진 곳이라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자니 요금 걱정이 앞섰다.

  결국 재우는 토요일 밤 11시에 만나 청량리 역에서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타기로 했다. 승미는 즉석에서 휴대전화로 좌석 예매까지 마쳤다. 둘은 머리를 맞대고 출장 계획을 세우면서 흥이 올라 폭탄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재우는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다른 기자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운전면허조차 없는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샤워를 하고 정신을 차렸다. 이후엔 반나절 동안 책상에서 기사 초고를 썼다. 막판에 취재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면 초고라도 미리 써 놓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완성된 원고는 예상대로 허점투성이여서 한숨이 나왔다. 남은 기간 허점을 최대한 메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음 날 취재 준비도 서둘렀다. 강릉경찰서에 연락해 취지를 설명하고 과거 사건을 담당했던 실무자와의 면담을 부탁했다. 승합차를 발견한 주민의 신원 파악도 요청했다. 인터넷으로 성남 실종사건을 다룬 탐사보도 방송을 재생하면서 찾아가야 할 곳을 메모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저녁으로 단골 중국식당에 자장면을 시켜 먹고 짐을 챙겨 뛰다시피 집을 나섰다. 역 앞에서 승미를 만났을 때는 열차 출발 15분 전이었다.

  멀리서부터 그를 보고 손을 흔드는 승미를 보며 재우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렸다. 오랜만에 하루 종일 아버지를 떠 올리지 않았다는 것. 마음 한 구석에서 죄책감이 느껴졌다.

 

  노력 끝에 다시 눈을 붙이는가 싶었는데 도착 안내 방송이 나왔다. 승미는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짐을 챙기고 있었다. 기지개를 펴며 커튼을 걷었다. 새벽안개와 거무칙칙한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최석우와 강희정도 스타렉스를 타고 이 바닷길을 달렸을까. 그러다 어딘가에 차를 세우고 아이들과 함께 안개 속으로 사라졌을까.

  역을 나서니 어둠이 조금씩 걷히고 있었다. 식당과 여인숙, 편의점 간판이 보였다. 역 앞 잔디밭 그늘에는 아직 눈이 쌓여 있었다. 승미는 바닷바람을 맞자 패딩점퍼 안에 고개를 묻었다. 재우는 편의점에 들러 따뜻한 커피를 두 잔 사 왔다. 그리고 역사로 돌아와 함께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렌터카 사무실이 문을 열자마자 첫 번째 손님으로 들어가 예약한 소형차를 안내 받았다. 승미는 운전에 익숙한 듯 망설임 없이 시동을 걸고 페달을 밟았다. 차는 기다렸다는 듯 튀어 나갔다. 교차로에서 한 손으로 거칠게 핸들을 돌리던 승미는 재우와 눈이 마주치자 한 눈을 찡긋했다. 재우가 몰랐던 새로운 일면이었다.

 

  먼저 강릉경찰서로 향했다. 전날 전화를 해 놓은 덕분에 일요일 오전임에도 경찰 한 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성청소년과 실종 담당자라고 했다. 마흔 살 전후로 보이는 후덕한 인상의 여경이었다. 재우는 명함을 건넸고, 승미는 동료인데 명함을 안 가져왔다고 둘러댔다.

  "김순영 경사입니다."

  취재 대응 경험이 적잖게 있는 듯, 익숙한 어투로 설명했다.

  "당시 관련 자료는 성남 중원서로 다 넘겼어요. 저희에게 있는 건 차량 발견 당시 정황을 기록한 간단한 문서뿐이에요. 언론에서 여러 번 취재를 오시고 해서 참고용으로 남겨둔 거죠. 당시 출동하셨던 분들도 지금은 안 계세요. 퇴직하신 분도 있고, 다른 서로 옮기신 분도 있죠. 그래서 기대하신 것보다 설명이 조금은 부실할 수도 있어요."

  김 경사는 먼저 양해를 구했다. 담당했던 사람이 아니어서 힘이 좀 빠졌지만 사정이 그렇다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전날 오후에 연락했는데 만나준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었다. 김 경사는 둘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2002년 4월 15일 오후 2시 경 은색 스타렉스 승합차가 며칠 동안 방치돼 있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저희 교통과에서 현장에 출동했죠. 안에 아무도 없어서 일단 차량 번호를 조회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차량이 성남에서 발생한 실종사건과 관련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담당인 성남 중원서에 즉시 연락했습니다. 중원서에서는 아이들이 함께 있었을 수 있다면서 조속한 차량 수색을 요청했습니다. 저희 과에서 출동해 강제로 문을 열었죠. 그런데 트렁크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가족은 물론 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물품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성남에서 사건 담당 경찰들이 와서 차량과 안에 있던 물품 일체를 인계했습니다. 당시 차량 뒷자리에서 혈흔 비슷한 게 발견되긴 했습니다. 담당 서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는데 소량이고 오래돼 누구의 것인지는 결국 안 밝혀졌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건 이 정도입니다."

  모두 재우도 이미 아는 내용이었다. 차 안에서 무엇이 더 나왔는지, 혈흔은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 등을 물었지만 김 경사도 직접 본 게 아니어서 더 이상의 설명은 무리였다. 김 경사는 대신 본인 동의를 얻었다며 최초 차량 발견자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줬다.

  "이건 뭐 녹음기도 아니고."

  면담 내내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키던 승미는 운전대를 잡고서야 투덜거렸다. 재우도 동감이었다.

 

  최초 발견자는 아직 현장 부근에 살고 있었다. 약용 버섯을 재배한다는 조광범 씨였다. 나이는 예순 일곱이라고 했다. 먼저 본인과 통화해 자택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안내받은 대로 국도와 지방도로를 번갈아 가며 40분 동안 달린 끝에 ‘청산농원’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간판 앞에 차를 세우자 소리를 들었는지 조 씨가 유리문을 열고 나왔다.

  재우는 방송에 몇 차례 나왔던 조 씨를 대번에 알아봤다. 큰 키에 벌어진 어깨, 짙은 색 피부가 화면 그대로였다. 군용 점퍼에 고동색 작업용 바지, 국산 등산화 차림이었다. 젊었을 때 힘깨나 썼을 법한 인상이었다. 주름으로 골이 팬 얼굴도 예전엔 제법 터프해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었을 것 같았다.

  "어서 오시구랴."

  조 씨는 손을 들어 인사했다. 산자락이라서인지 바람이 찼다. 3월 하순인데도 말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왔다.

  "일단 현장부터 가 볼까요."

  조 씨는 익숙한 태도로 중형 SUV에 둘을 태웠다. SUV는 10분 정도 달린 후 나뭇가지가 드리워진 지방도로 갓길에 멈췄다. 완만한 경사의 산기슭이었다. 도로가 꺾어지는 지점이라 갓길이 제법 넓었다. 그늘에는 눈이 발목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지금 차를 세운 장소가 바로 스타렉스가 발견된 장소란 말입니다."

  조 씨는 헛기침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 땐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약수를 뜨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낡은 스타렉스 한 대가 시동을 끈 채 떡 하니 서 있더란 말입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산으로 올라가는 샛길이 있습니다. 그래서 단풍철에는 관광객들이 차를 꽤 오래 세워놓는 경우도 있긴 하죠. 그런데 그 때는 단풍철도 아니고….

  처음엔 졸린 운전자가 차를 세우고 안에서 자는구나 싶어서 신경을 안 썼습니다. 그런데 물을 뜨면서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본 것 같더군요. 아무래도 일주일 전 약수를 뜰 때부터 있었던 것 같더군요. 돌아오면서 차를 세우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안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산이라도 올라갔나 싶어서 일단 돌아왔습니다.

  근데 그날 밤 꿈자리가 영 뒤숭숭한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더란 말입니다. 다음 날 일이 손에 안 잡혀서 점심을 먹고 다시 가 봤죠. 그랬더니 아직도 차가 있는 게 영 수상쩍더군요.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차가 여기 있었던 건 최소 일주일 이상이네요."

  재우가 확인 차 묻자 조 씨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투로 답했다.

  "물론이죠. 제가 이래 뵈도 눈썰미가 있어요. 한 번 보면 눈에 착 들어온단 말입니다. 신고 전주부터 있었던 게 맞습니다."

  "매주 약수를 뜨신다고 하셨는데…. 그럼 발견하시기 이주 전에 물 뜨러 가셨을 때는 없었고요?"

  이번에는 승미가 물었다.

  "그럼요, 그 때도 있었으면 제가 단박에 알아봤겠죠."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말투였다. 그 말이 맞다면 스타렉스가 그 자리에 있던 시기는 발견되기 일이주 전부터였다. 3월 30일 밤에 사라진 게 맞다면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일주일의 공백이 있는 셈이었다. 그 동안 부부와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재우는 대화를 나눌 동안 지나간 자동차가 한 대도 없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원래 이렇게 차량이 드문 곳인가요."

  조 씨는 이번에도 당연하다는 태도로 말했다.

  "여기 위쪽으로는 약수터하고 기도원 하나 밖에 없습니다. 국도하고 합류하는 도로가 직전에 있으니 대부분 그 쪽으로 빠지고 여기까지 올라오는 차들은 거의 없죠. 단풍철을 제외하면 낮에도 한 시간에 차 서너 대 보기 어려운 곳입니다."

  사라진 부부는 어떻게 이런 외진 곳까지 오게 된 걸까. 그리고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어쨌든 좋은 일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재우는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차에 올랐다. 조 씨는 둘을 농원 사무실로 안내한 뒤 뜨거운 믹스커피를 내왔다.

  "제가 담배도 안 피고 술도 진즉에 끊었는데 요거 하나, 커피는 안 되더란 말입니다. 하긴 애들이 다 커서 결혼했고 마누라도 손주 돌봐준다고 딸네 집에 가 있으니 이런 낙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조 씨는 헛헛하게 웃었다.

  재우는 차량을 신고한 전후 상황을 좀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송에도 여러 번 나와서 얘기했는데요, 어디 보자. 신고를 하니 금세 경찰 두 명이 왔습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잠깐 옆에 있으라고 하고 한참 무전을 치더군요. 그러더니 경찰차 두 대가 더 왔습니다. 사복을 입은 경찰이 나와 뭔가 상의하는 듯 하더니 지렛대 같은 걸 들고 와 창문을 깨고 문을 열었습니다. 제가 옆에서 그래도 되냐고 물었더니 실종 차량이라고 하더군요.

  공사하러 다니는 차량 같았습니다. 안에서 소형 발전기하고 사다리가 나오더군요. 하지만 다른 공구라고 할만한 건 없었습니다.

  경찰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차 안을 뒤지더군요. 한참 지나 뭔가 발견한 듯 웅성거렸습니다. 한 명이 무전기를 들고 보고를 하더군요. 궁금해서 가 봤더니 혈흔 같은 게 발견됐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손전등으로 비추는 뒷좌석 매트 구석을 보니 확실히 작은 얼룩이 보였습니다. 핏자국인지 아닌지는 검사를 해봐야 안다더군요.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다시 경찰차 한 대가 더 왔습니다. 높아 보이는 사람이 내리더니 저한테 와서 몇 가지 묻더군요. 어떻게 발견했는지, 왜 신고했는지 같은 걸요. 이미 다른 경찰이 다 물어본 건데….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같은 걸 왜 돌아가면서 여러 번 묻는지 의아했습니다."

  "높은 사람이라면 서장이 직접 오신 건가요?"

  재우가 끼어들자 조 씨는 곰곰이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서장은 아니고 과장급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그러고 나서 실무자가 고맙다면서 이제 가도 좋다고 해서 연락처를 남기고 돌아왔죠.

  가족들한테 말하니 집사람이 잘 신고했다고 하더군요. 저녁을 먹고 TV를 보면서 쉬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저한테 가도 된다고 했던 실무자가 미안하지만 다시 잠깐 현장에 와 달라고 하더군요. 그 때가 일고 여덟시 쯤 됐을 겁니다.

  가 보니 주차된 스타렉스는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순찰차들이 사이렌을 울리고, 차선을 통제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다니는 차들도 없는데 말이죠.

  성남에서 왔다는 경찰 두 명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차량 발견 당시 얘기를 해 달라고 해서 다시 얘기했습니다. 이미 몇 번이나 얘기한 거라 말이 술술 나오더군요. 조리 있게 잘 얘기한다고 칭찬도 받았습니다.

  두 명 중에 연배가 있는 경찰이 다시 스타렉스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발견했을 때하고 달라진 게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없는 것 같아 그렇게 말하니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진짜 끝이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이후엔 나중에 한 번 강릉서에 나가서 참고인 진술이란 걸 한 게 전부입니다."

 

  여러 번 언론 인터뷰에 응했던 탓인지 조 씨의 설명에는 막힘이 없었다. 재우는 출력해 온 지도와 방송에 나왔던 발견 당시 차량 사진 등을 보여주며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조 씨의 말을 듣다 보니 어느 순간 눈앞에 당시 풍경이 그려졌다. 나뭇가지와 그늘에 숨어 있던 은색 스타렉스. 누군가 차를 세우고 내렸을 것이다. 그 때 아이들도 함께 내렸을까. 문을 잠그고 떠나는 뒷모습은 몇 개였을까. 경찰은 차량 발견지역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했다.

  차에서 내린 가족은 산과 바다, 어디로 향했을까. 바다는 발견 장소에서 직선거리로 6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가기엔 먼 거리였다. 실종 가족을 태웠다는 택시기사도 없었다. 그러면 산으로 올라가 계곡 아래로 몸을 던진 걸까.

  승미가 불쑥 물었다.

  "기자들이 아직도 종종 찾아오나요."

  조 씨는 헛웃음을 지었다.

  "사건 직후엔 방송에도 여러 번 나오고 해서 마을에서 스타 대접도 받았단 말입니다. 그것도 금방 사그라들더군요. 요즘에는 그 건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일년에 한두 명 올까 말까지요. 그래도 제가 아는 건 가급적 충실하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경찰도 사건 초기엔 뻔질나게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거의 안 옵니다. 성남 경찰 한 분은 한 동안 잊을 만하면 찾아오시곤 했습니다. 첫 날 저를 스타렉스로 데려가서 달라진 게 있으면 말해 달라고 물어보셨던 분이죠.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안 오시네요. 당시에도 나이가 지긋하셨으니 지금쯤은 아마 정년퇴직을 하셨을 테죠.

  제가 어쩌다 사건에 얽히게 됐는지 생각할수록 참 이상합니다. 나름 평범하게 살아왔던 인생인데 말입니다. 그 때 고등학생이던 두 딸은 이제 결혼해 엄마가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큰 생수통을 두 개씩 들던 저도 이제 슬슬 은퇴를 생각할 나이가 됐죠.

  사건 직후부터 지금까지 관련 뉴스는 계속 챙겨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지금도 전혀 단서를 못 찾은 모양이더군요. 요즘엔 제가 살아있을 때 사라진 가족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이것도 제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겠죠."

  조 씨는 안쪽 방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찾아왔던 이들의 명함 뭉텅이를 찾아 왔다. 승미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재우는 조 씨와 농원의 사진을 찍었다. 촬영을 마친 후 인사를 하고 농원을 떠났다. 고 씨는 사람이 그리웠던 듯 소형차가 사라질 때까지 뒤에서 연신 손을 흔들었다.

 

 
작가의 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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