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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별의 여행자
작가 : 아쿠아맨
작품등록일 : 2019.8.16

많은 상처를 품고 공화국의 기사가 된 엘 나이트리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뜻하지 않게 기사단 내부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세력을 직감한다.
그들의 음모를 추적하는 엘은 여태껏 몰랐던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데...

 
고대의 목소리 2
작성일 : 19-08-16 15:53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4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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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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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금없는 질문에 엘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첫 기억이라고? 엘은 갑자기 혼란에 빠졌다. 그에게 부모는 기억조차 없었다. 그의 삶의 첫 페이지는 지저분한 골목을 헤매던 그때였던 것이다. 그때가 언제였던가. 열 살?

 

 그건 첫 기억이라기엔 너무 늦었다. 엘은 처음으로 그것이 이상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망각이 네 누이의 선물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나?”

 

 “선문답만 하지 말란 말이야!”

 

 엘은 발을 구르며 외쳤다.

 

 “우리 누나는 거지들한테 밀쳐져서 허무하게 죽었어! 그런 죽음에 의미가 있다는 말은 하지 마! 나는 아직도 누나가 죽는 악몽을 꾸고...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데, 매일 아침마다 지금까지의 삶이 꿈이길 기도하면서 깨어나는데... 그 모든 게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었다고 쉽게 하지 말라고! 그런 말을 하려거든 내 사명이란 게 뭔지 제대로 설명해준 다음에나 해!”

 

 “설명해줄 수 있지. 다만 이대로는 안 되겠군. 넌 아직 아무것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이니 말이야.”

 

 그렇게 말하던 남자는 뭔가가 나타나기라도 한 듯 허공을 휘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안타깝게도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됐어. 젊은 기사. 네가 이런 모습으로 날 찾아올 거라곤 예상 못했는데.”

 

 “난 더 이상 기사가 아냐!”

 

 어딘지 모를 깊은 곳에서부터 둔중한 진동이 울렸다. 남자와 엘의 머리 위에 있는 수정이 점멸했고, 남자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그에 공명하듯 빛났다.

 

 “네가 내게 뭔가를 바란다면, 네가 먼저 나한테 뭔가를 주어야 해! 난 지금까지 충분히 많이 잃었으니까!”

 

 어째선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빛이 점점 더 강해져 더 이상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남자를 향해, 엘은 있는 힘껏 고함을 질렀다.

 

 “그러니 말해! 내 운명이라는 게 뭔지, 왜 누나가 죽어야 했는지!”

 

 손바닥보다 작은 목걸이에서 나온 빛이 거대한 탑, 나아가 동공을 모두 삼켜버렸다. 엘은 의식이 흐려지며 몸이 붕 떠오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이리저리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로 가라. 거기서 리아드라를 만나.”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스스로의 인지가 몸을 떠나 한없이 멀어졌다.

 

 

 

 ‘...렇게 해주세요.’

 

 ‘정말로 이게 옳다고 생각하느냐? 유예일 뿐이다. 이 아이의 삶은 이미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야. 결국엔 과녁에 도달할 운명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과녁을 뒤로 무르지요. 눈속임이라도 상관없어요. 이게 유일한 길이니까.’

 

 ‘대가가 있을 거다.’

 

 ‘제가 받겠어요. 저주도, 희생도, 죽음도. 모두 제가 가지겠어요. 이게 제가 동생을 구하는 방법이에요.’

 

 

 

 

 

 

 “슬슬 깨어날 때가 되지 않았어요?”

 

 “그만 보채라. 이렇게 멀쩡히 돌아온 것만도 이미 기적이야. 이제 깨어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야.”

 

 그런 대화가 들렸다. 정신은 돌아왔지만 몸이 너무 노곤하여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만난 지 이틀 만에 시체 꼴이 되어서 돌아오더니 또 사흘 내내 잠만 자다니. 이 사람 정말 믿어도 될지 모르겠네.”

 

 “그런데 둘은 대체 어떤 사이야? 내 평생 넬을 볼 일이 있을 줄도 몰랐는데 테라랑 같이 다니는 넬은 더 처음 보네.”

 

 익숙한 목소리와 낯선 목소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엘은 그만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손끝이 꿈틀, 움직였다.

 

 “제 미래를 건 사람이요.”

 

 대화가 거기까지 진행됐을 무렵, 엘은 천천히 눈을 떴다.

 

 “아...”

 

 엘이 누운 곳은 작은 병원인 모양이었다. 집으로도 쓰이는 모양인지 침대가 놓인 한쪽을 제외한 곳에는 가구도 늘어서 있었다. 엘의 침대 옆에는 제니와 의사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엘이 일어나자 둘의 시선이 동시에 엘을 향했다.

 

 “일어났군요!”

 

 제니가 먼저 활짝 웃으며 외쳤다.

 

 “여기가 어디야?”

 

 “우리 마을이네. 눈여울이라고 부르지.”

 

 중년 의사가 대답했다.

 

 “내 이름은 아거스라고 하네. 의사야.”

 

 “네. 엘 나이트리버입니다... 절 치료해주신 모양이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자네가 여기 왔냐고?”

 

 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발견된 건 저 꼬마였는데 말이지. 정말 오랜만에 하울의 울음소리가 들려 찾아가 주변을 수색해 보니 이 애가 있더군.”

 

 “하울이요?”

 

 “자네들이 만났다고 하던데. 흰 다이어울프 말이야.”

 

 “다이어울프... 그 늑대한테 이름도 있었나요?”

 

 “그래. 이 주변 설원을 지배하는 왕이지. 자네들 앞에 나타난 것도 구해주려 했던 거야. 우리들에게 자네들의 위치를 알려준 것도 그렇고.”

 

 엘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도 눈표범을 모두 쫓아버린 커다란 늑대를 떠올렸다. 그 늑대가 다이어울프, 설원의 왕이었단 말인가.

 

 “그래서 저 꼬마를 구해 왔는데, 자꾸 자네를 구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서 말일세. 사실 크레바스에 빠져버렸다면 손쓸 수가 없지만 혹시 모르니 수색을 해봤지.”

 

 엘이 물끄러미 제니를 바라보았다. 제니는 얼굴을 조금 붉혔다.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 그리고 정말로 죽지 않았지. 조금만 더 있었으면 눈에 파묻혀 얼어 죽었을 테지만, 다행히 발견했으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맨몸으로 크레바스를 기어 올라오기라도 했나?”

 

 엘은 혼란스런 머리를 정돈하려 애썼다. 문득 옷 안쪽에 묵직한 것이 느껴져 만져보았다. 목걸이였다. 분명 그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준 후 돌려받은 적이 없었는데? 설마 그 일이 전부 꿈이나 환상이었단 말인가?

 

 “그래. 그 목걸이도 마찬가지로 이상하더군. 벗겨낼 수가 없었어.”

 

 “뭐라고요?”

 

 “말 그대로일세. 보이지 않는 손이 붙잡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더군. 여기 이 꼬마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고. 대체 그건 무슨 물건인가?”

 

 엘은 의아한 표정으로 두 손을 들어 목걸이를 벗어 보았다. 목걸이는 아무런 저항 없이 스르륵 벗겨졌다.

 

 엘이 아거스를 바라보자 그도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히 안 됐는데 말이야...”

 

 엘은 목걸이를 한쪽으로 밀어 놓으며 말했다.

 

 “잠시 제니와 이야기하고 싶군요. 괜찮습니까?”

 

 아거스는 순순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몸은 괜찮은 거야?”

 

 “당연하죠. 당신이 행방불명된 지가 벌써 사흘이라고요. 이제 가뿐해요.”

 

 그리고 제니는 득의만만한 미소를 가득 지으며 엘을 바라보았다.

 

 “의사 선생님이 한 말은 사실이에요. 정말 별짓을 다 해도 그 목걸이는 못 벗기겠더라고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어? 지금은 그냥 평범한 목걸이잖아.”

 

 “간단하죠. 이제 타흘루가 당신을 진짜 주인으로 인정한 거예요.”

 

 “타흘루?”

 

 “그 목걸이 이름이요.”

 

 엘은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그런 걸 왜 여태 말 안 한 거야?”

 

 “끝끝내 자기는 이런 거랑 관련 없다고 박박 우기는 사람한테 뭐하러 그런 것까지 말해줘요?”

 

 “......”

 

 “자, 그럼 이제 당신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줄 차례인 것 같은데.”

 

 엘은 한숨을 한 번 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딘지 모를 이상한 공간에 떨어진 일부터, 기계 인간을 만난 일, 타흘루를 사용해 정체불명의 남자를 만나 무엇을 들었는지도.

 

 그러자 제니는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또 아무것도 모른다고 얘기할 생각은 아니겠지?”

 

 제니는 눈을 흘겼다.

 

 “당신이 만난 건 벨다의 사념 내지는 데이터 같은데요.”

 

 “벨다?”

 

 “우주와 함께 태어났다는 고대 종족이에요. 그들의 과학과 기술력은 지금 우주의 그 어떤 종족도 엄두도 못 낼 수준이었다고 해요. 거의 마법에 가까웠다고. 그들은 은하를 뛰어넘는 굉장한 크기의 제국을 세웠고 융성했다고 하는데, 오래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사라졌죠. 베르드흘린과 타흘루도 그들의 작품이고, 우주 곳곳에 아직 남아 있는 유적들도 있어요. 테라들에겐 잊혀 졌나 보죠?”

 

 엘로서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러고 보니 유래를 알 수 없는 유적들은 기사단 임무로 여러 행성을 돌아다니며 몇 번 본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에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그래... 어른들이 말씀해주신 게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이 예언은 그들의 계획이에요. 그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우주를 뛰어넘은 지식으로 먼 미래를 보았고, 당신이 선택된 거죠.”

 

 남자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천 년 전 죽은 별들이 네 이름을 가르쳐 주었어.

 

 “이해가 안 돼. 내가 선택된 이유도 모른 채 남들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예언이 아니라 계획이라면 대체 왜 그들은 나를 선택했지?”

 

 “그건 좀 더 이 길을 걸어야 알 수 있겠죠.”

 

 엘이 한동안 대답이 없자 제니는 허리에 손을 올리며 나무라는 어조로 말했다.

 

 “엄살 좀 그만 피워요. 무슨 어린애예요? 그건 당신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없는 거란 말예요. 당신 같은 사람은 시대의 강물을 이끄는 물길잡이에요. 도망쳐봤자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고요. 그리고 또 하나.”

 

 제니는 검지 하나를 척 세워 들었다.

 

 “내기에서 졌잖아요. 내 말을 따라야죠.”

 

 엘은 입술을 짓씹다가, 결국 웃어버렸다.

 

 “동의하는 걸로 알아듣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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