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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별의 여행자
작가 : 아쿠아맨
작품등록일 : 2019.8.16

많은 상처를 품고 공화국의 기사가 된 엘 나이트리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뜻하지 않게 기사단 내부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세력을 직감한다.
그들의 음모를 추적하는 엘은 여태껏 몰랐던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데...

 
고대의 목소리 1
작성일 : 19-08-16 15:48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4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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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엘은 느리게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가장 먼저 본 것은 은은한 푸른색 광원이었다. 엘은 눈을 가늘게 뜨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서 뭔가가 빛나고 있었다. 거대한 돌... 아니, 수정이었다. 그것이 사방을 비추고 있었다. 태양처럼 밝지는 않았지만 동공을 밝힐 정도로는 충분했다.

 

 약한 빛에 시야가 익숙해진 엘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가 있는 곳은 거대한 구 형태의 동공이었다. 어찌나 컸는지 수십 층짜리 빌딩이 두 채는 통째로 들어오고도 남을 것 같았다.

 

 엘이 있는 곳은 그 구의 중앙에 지름처럼 그어진 커다란 다리 위였다. 눈으로 다리를 따라가 보니 동공 정중앙에 커다란 건축물이 있었다. 모습은 묘했다. 궁전 같기도 하고 요새 같기도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희고 푸른 금속으로 지어졌는데 맨 아래는 눈 결정같이 생긴 구조물들로 장식이 되어 있었고, 그 위로 첨탑이 있었다. 탑은 하나의 구조물이 아니라 몇 개의 덩어리로 나뉘어져 나선처럼 솟아 있었다. 한데 그 모습이 기묘했다. 구조물들은 서로 이어져 있지 않았음에도 견고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니 모든 구조물들을 휘돌아 오르는 계단이 있긴 했지만 고작 그런 계단으로 지탱하기에 구조물들은 너무 육중했다. 한 마디로, 첨탑은 허공에 떠 있는 상태였다.

 

 엘의 시선이 위로 올라갔다. 탑의 끝은 언뜻 보기에 뾰족해보였지만 다시 보니 약간 뭉툭하게 깎인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거리로 보건대 꼭대기 면적은 열 걸음 정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위에 광원, 즉 푸른 수정이 떠 있었다. 그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떠받치는 구조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저 거대한 수정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이다.

 

 무릎에 한손을 딛고 일어선 엘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이 커다란 동공을 둘러싼 것은 벽이나 철골 구조물이 아닌 눈과 얼음이었다. 엘은 자신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히 크레바스로 떨어져 정신을 잃었다. 그렇다면 여긴 엔지비크의 지하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했다. 여기가 지하를 파내어 만든 시설이라면, 격벽 같은 시설도 없이 어떻게 동공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천장 쪽을 바라보는데, 별안간 육각형 모양의 반투명한 일종의 타일이 푸른빛에 반사되어 언뜻언뜻 보였다. 그러니까 일종의 보호막이 이 구를 감싸고 있는 거였다.

 

 엘은 한참동안 기묘한 경이에 사로잡혀 발을 뗄 수 없었다. 지금껏 이런 것이 있다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공간이었다. 이토록 엄청난 기술력을 이렇게까지 우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종족이 누가 있단 말인가? 엘은 확신했다. 그런 종족은 없다. 그 대단하다는 넬과 아라니란도 이런 것을 만들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엘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꿈에? 환상 속에?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엘은 그런 생각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자신이 알려지지 않은 어떤 고대 유적을 발견한 것 같다고 결론내렸다.

 

 그게 정답인지 알 순 없었지만 어차피 그 이상 나은 결론이 떠오를 것 같지도 않았으므로 엘은 다른 생각에 빠져들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그가 들어온, 혹은 떨어진 입구나 구멍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리 한복판에서 눈을 뜬 걸 보면 공중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닌가 싶은데 부러진 곳은커녕 긁힌 상처 하나 없었다.

 

 잠시 생각해봤지만 그 의문 역시 어떻게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로 나가는 건 무리겠고,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엘은 다리를 가로질러 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빛을 뭉쳐 만들기라도 한 듯한 다리와 엘의 신발이 닿는 소리가 울렸다. 탑까지 걸어가는 동안 엘은 또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동공 안은 전혀 춥지 않았던 것이다. 생각할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만 일어나는 공간이었다.

 

 굉장히 멀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모르게 탑 앞에 도착해 있었다. 문처럼 보이는 것은 있었지만 손잡이나 여닫는 장치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들어갈 방법이 없나 고민하고 있는데, 엘은 문득 자신의 품 안에서 뭔가가 빛나고 있는 걸 깨달았다. 목걸이었다.

 

 품 안으로 손을 넣어 목걸이를 끄집어냈다. 엘은 그제야 목걸이의 푸른 보석이 탑 꼭대기의 수정과 매우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목걸이의 고향을 제대로 찾아온 걸까.

 

 엘의 품 안에서 나오자마자 목걸이는 엘의 손을 벗어나 제멋대로 둥실 떠올랐다.

 

 그때 쩡,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문이 수십 개의 도형으로 변해 저들끼리 맞물리고 합쳐지며 커다란 입구를 만들어냈다.

 

 “보안이 형편없군.”

 

 안으로 들어온 엘은 수많은 조각과 장식물을 지나쳤다. 모두가 엘이 처음 보는 생물들의 모습이었다. 엘이 아는 것들과 비슷한 건 많았지만 똑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얼음박쥐는 날개가 네 장이었고 눈표범은 날개가 달려 있었다. 하늘말은 고양이를 닮았고 불도마뱀은 두 발로 걷고 있었다.

 

 그들을 모두 지나쳐 마침내 엘은 나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목걸이의 빛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았다.

 

 마침내 엘은 궁전 밖으로 나와 바깥에서 첨탑이라고 생각했던 곳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보면 지탱하는 구조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첨탑을 이루는 구조물들은 정말로 떠 있었다. 엘은 꼭대기, 목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하긴 저렇게 큰 수정도 떠 있는데 이 정도는 장난일지도 모르겠군.

 

 기나긴 계단이 끝나고 엘은 탑의 꼭대기에 올라섰다. 넓이는 엘이 멀리서 바라보며 상상했던 것과 같았다. 엘이 선 곳 맞은편엔 바닥과 붙어있는 의자 하나가 있었는데, 여섯 개의 곤충 다리처럼 보이는 뾰족한 막대들이 바닥에서 솟아 의자를 지키듯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의자 위에는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엘은 의자로 다가갔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사람을 감추고 있는 천을 벗겨냈다.

 

 공허한 사람이 거만하게 앉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발짝 물러서 그 사람을 관찰해본 엘은 그게 진짜 사람의 시체나 미라 같은 게 아니라 일종의 로봇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니, 어쩌면 사람이자 로봇일지도 모르지. 탈론 같은 기계 생명체가 실제로 존재하기도 하지 않은가.

 

 엘은 한참동안 기계 인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불현듯 목걸이를 벗어 기계 인간에게 걸어주었다.

 

 기계 인간의 목에 걸린 목걸이는 잠시 눈부신 광채를 발하다가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빛은 의자를 타고 내려가더니 바닥을 지나 여섯 막대들을 타고 다시 올라갔다. 막대들이 일제히 의자를 중심으로 넓게 원을 만들며 누웠다. 그리고 뾰족한 끝에서 질긴 끈 같은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빛은 기계 인간을 붕대처럼 휘감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목과 허리뿐이다가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집어삼키고는 마침내 전부 뒤덮어버렸다. 엘은 몇 걸음 더 물러났다. 빛이 점점 더 강해져 눈을 뜨고 있기 힘들 지경이 되었다.

 

 이윽고 빛은 모두 기계 인간의 몸으로 모두 흘러들어가 사라졌다. 아니, 더 이상 기계 인간이 아니었다. 의자 위에 지금껏 없었던 자가 앉아서 웃고 있었다.

 

 젊은 남자였다. 검은 머리와 같은 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은 사제들의 복장과 비슷해 보였지만 훨씬 짧고 활동적으로 보였다. 손목에는 은팔찌를 차고 있었다. 가슴에는 엘이 걸어준 목걸이가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젊은 기사.”

 

 엘은 혼란스러웠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만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몰라 제일 시시한 질문부터 내뱉었다.

 

 “나를 알고 있는 듯한 말투인데.”

 

 “그래. 알고말고. 오랫동안 너를 지켜봐왔어. 젊은 기사, 별의 방랑자. 내가 죽음을 맞기 전,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말이야. 네가 언제 어떤 식으로 나를 찾아올지는 몰랐지만 드디어 긴 기다림이 결실을 맺는구나.”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럴 리가. 내가 아는 것은 편린에 불과해. 하지만 너에 대해 네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라면 맞겠군.”

 

 “당신은 신인가?”

 

 “아니. 이 우주의 어떤 필멸자도 신을 흉내 내진 못해. 그들은 자신들의 우주에만 정신이 팔린 나머지 우리처럼 작은 존재들은 굽어보지 않지.”

 

 남자가 한 말 중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 엘은 신은 신답게 종이쪼가리 안에만 있길 바랬다.

 

 “당신이 누군지 가르쳐줄 마음은 끝내 없는 모양이군. 그럼 이건 대답할 수 있나? 계속 당신이 나를 불렀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나로선 영문을 모르겠어. 내가 여기까지 찾아온 것은 우연일 뿐이야.”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연이 아니야. 천 년 전 죽은 별들이 나에게 네 이름을 가르쳐주었어. 그리고 네 사명을 모른 채 날 찾아올 거라고도 했지.”

 

 “사명이라... 최근에 비슷한 이야기를 듣긴 했지. 이제 명확한 설명을 들을 때도 됐어. 당신이 그 목걸이의 원래 주인이고, 예언자들에게 의무를 안겨준 사람이라면 말이야. 내 사명이란 뭐지? 왜 날 여기로 불렀지?”

 

 “널 부른 건 너 자신이야.”

 

 엘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순간 머릿속에 주마등같은 기억들이 스쳐갔다. 지저분한 길거리에서 살던 시절, 언제나 따뜻하게 자신을 보호해줬던 누나.

 

 가슴속에 묘한 감정이 치솟았다. 그리고 부아가 치밀었다. 엘은 자기도 모르게 가시 돋친 어조로 내뱉고 말았다.

 

 “당신의 말은 내 삶의 모든 것이 한 가지를 위해 존재해왔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나에게는 매순간 절박했던 순간들이 누군가가 내 운명을 공깃돌처럼 갖고 놀았던 결과라고 말하는 것 같군. 그래서, 모든 것이, 누나가 죽은 것까지... 의미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네 첫 기억은 무엇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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