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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별의 여행자
작가 : 아쿠아맨
작품등록일 : 2019.8.16

많은 상처를 품고 공화국의 기사가 된 엘 나이트리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뜻하지 않게 기사단 내부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세력을 직감한다.
그들의 음모를 추적하는 엘은 여태껏 몰랐던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데...

 
예언자들의 섬 2
작성일 : 19-08-16 15:45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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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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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엘은 귀를 막은 채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귀를 막는다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이 아니었다. 엘의 영혼을 사로잡기라도 한 듯 온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들이었다. 당황한 제니가 말을 걸었지만 엘은 듣지 못했다.

 

 “멈춰 줘! 저 목소리들... 멈춰 줘, 제발!”

 

 “목소리라고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여긴 우리 둘뿐인데...”

 

 거기까지 말하던 제니는 흠칫 말을 멈췄다. 어떤 가능성이 퍼뜩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하지만...

 

 “당신을 믿겠어요.”

 

 제니는 예배당의 연단 위로 올라섰다. 그곳엔 복잡한 곡선으로 그려진 문양이 있었고 선들이 맞닿는 곳마다 쇠 징 같은 장식이 박혀 있었다. 제니는 눈을 감고 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쇠 징들이 곡선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인 궤적들에는 빛이 남았다.

 

 빛나는 곡선들은 서로가 겹쳐져 도형이 되었다. 분주히 움직이던 징들이 모두 벽의 양 끝으로 밀려나자 문양은 전체가 희게 빛났다. 도형들은 서로가 밀치고, 맞물리고, 겹쳐져 천천히 구멍을 만들어내었다. 잠시 후, 연단 뒤의 벽은 커다란 비밀 방으로 향하는 입구가 되어 있었다.

 

 제니가 엘을 돌아보며 외쳤다.

 

 “잠깐만 기다려요!”

 

 제니는 비밀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거기엔 제니의 키와 비슷한 높이로 솟은 기둥이 있었다. 기둥 위에는 어떤 목걸이가 하나 감겨 있었는데 손바닥보다 약간 작고 납작한 푸른 보석이 매달려 있었다. 몇 초 동안 제니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어른들은 이 작은 장신구를 얼마나 오랫동안 지켜왔는가, 모두가 죽음 앞에 선 순간에도 이것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희생하지 않았는가. 그런 것을, 작고 어린 나의 판단만으로 외부인에게 이토록 쉽게 넘겨주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제니의 몸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 생각은 전부 떨쳐버렸다. 이제 모든 것의 결정권자는 제니였다. 베르드노르트란 이제 제니를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작은 손이 물고기처럼 빠르게 움직여 기둥에서 목걸이를 벗겨내었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지만 엘은 여전히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했다. 제니의 말도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수 천 년을 윤회하여 세월을 비껴 온 자.’

 

 ‘그리하여 형벌을 유예하고 회피한 자.’

 

 ‘우주의 끝에서 시간을 먹는 자가 결국 너를 여기까지 불렀으니.’

 

 

 

 엘은 목소리들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수백 명이 서로 앞 다투어 말하려는 것처럼 시끌벅적했던 목소리들이 하나 둘씩 줄어들더니,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단 두 명뿐이었다. 둘 모두 비슷한 여자의 목소리였기에 처음에는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두 목소리는 구분되기 시작했다. 물론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엘을 놓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 전보다 엘은 더욱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뭔가, 잊으면 안 되는 걸 잊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주 중요한 것을...

 

 

 

 ‘복수는 파멸로, 파멸은 탄생으로 이어졌으니.’

 

 ‘지금의 우주는 모두가 너의 후손이다.’

 

 ‘그리하여 너는 네가 지은 세상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되었으니.’

 

 ‘네가 택하는 건 또 한 번의 복수인가?’

 

 ‘아니면 속죄인가?’

 

 

 

 급하게 돌아온 제니는 엘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푸른 보석이 묵직하게 흔들렸다. 그때 엘을 괴롭히던 목소리가 멎었다. 대신 어떤 영상이 눈앞에 떠올랐다. 우주였다. 엘의 시선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로켓을 탄 듯 텅 빈 우주 공간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정적, 한숨을 돌렸다고 생각한 순간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속도로 어딘가로 내려 꽂혔다. 한 행성이었다. 온통 흰 행성, 잠시 후에 보니 그것은 모두 눈이었다. 행성 안으로 들어온 시선은 이제 설원을 달리고 있었다. 엘의 시선은 어떤 마을 위를 스쳐지나갔다. 다음은 눈동굴 안으로, 그 동굴 안에는...

 

 엘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제니의 얼굴이 있었다. 식은땀이 목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가슴을 만지던 엘은 이제까지 없었던 물건이 자신의 목에 걸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엘은 제니를 바라보았다. 엘이 묻기 전에 제니가 대답했다.

 

 “그게 바로 기사들이 원했던 물건이에요. 예언자들이 지키고 있던.”

 

 “이걸? 그냥 목걸이로 보이는데...”

 

 “맞아요. 그냥 목걸이죠. 우리도 그것이 정확히 어떤 용도인지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어요. 그저 그것이 우주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물건이고, 예언을 찾아온 사람에게 인도되어야 한다는 것밖에는.”

 

 “기사들이 이걸 찾아서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 대체 왜?”

 

 제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죠. 사실 그들은 자기들이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는 것 같았어요. 솔직히 이곳에서 넬들을 만날 거라는 생각조차 못한 것 같더군요. 그건 우리 손에 들어오기 전부터 우주를 떠돌았던 물건이니 어디선가 소문을 들었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이걸 찾아왔는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엘은 조심스럽게 푸른 보석을 매만졌다. 그러고 있자니 중요한 질문을 빠뜨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만. 이걸 왜 나한테 걸어 준 거야? 너희가 기다리는 사람에게 줘야 될 물건이라며?”

 

 “바로 그것 때문에요.”

 

 “뭐?”

 

 제니는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의 치맛자락을 잡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저는 당신을 예언을 이행할 자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목걸이는 이제 엘 나이트리버, 당신의 소유이며, 저는 마지막 생존자로서 당신을 인도하겠습니다.”

 

 엘은 당황하며 일어섰다.

 

 “그건... 그럴 리가 없어. 난 여기 우연히 왔다고 이미 말했잖아.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 이렇게 귀한 물건을 다짜고짜 나한테 맡긴다고?”

 

 “아뇨. 증거는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 제니는 다짜고짜 다시 목걸이를 벗기려 했다. 엘은 흠칫하며 그 손을 쳐냈다.

 

 “뭘 그렇게 겁내죠?”

 

 “......”

 

 대답이야 뻔했다. 이 목걸이를 걸치고 나서야 엘을 괴롭히던 의문의 목소리들이 일제히 멈췄다. 다시 벗겨낸다면 목소리들이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당신이 들었다는 목소리. 그건 아주 오래된 영혼들이예요. 어떤 이유로 이 바위섬에 붙들려 떠나지 못하는 자들이라고요. 우리들은 그들의 존재는 알았지만, 접촉할 어떤 방법도 알지 못했어요. 그렇게 보면 우리에겐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자들이었죠. 하지만 당신은 오자마자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지금은 그 목걸이가 그들을 막아주고 있어요.”

 

 제니는 엘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아니, 목걸이를 만졌다.

 

 “그런데 당신이 이 목걸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인 것 같나요? 아니에요. 이것의 주인은 당신이에요.”

 

 잠시 말을 멈춘 제니가 속삭이듯 다시 말했다.

 

 “그러니 당신을 제가 인도하겠어요.”

 

 “인도하다니, 어디로?”

 

 “예언이 이끄는 곳으로.”

 

 엘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심호흡했다.

 

 “제니. 미안하지만 난 네가 찾던 사람이 아니야. 나는 운명이니 예언이니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에는 관심 없어. 지금 내가 알고 싶은 건 딱 하나. 기사단의 배신자들에 대한 거야.”

 

 엘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너 혼자서 여기서 살 순 없을 테니 네가 떠나고 싶다면 데려가줄 수는 있어. 넬란으로 갈 수도 있겠지. 적당한 후원자도 물색해줄 수 있고. 하지만 그것 이상을 바라진 마. 난 이 놀음에 어울려줄 생각이 없어.”

 

 말을 듣는 내내 제니의 얼굴이 붉어졌다. 마지막에 가서는 숨기지 못할 정도로 화가 난 모습이었다.

 

 “지금... 그게 그 목걸이를 목에 건 자가 할 말인가요? 그건 저와 우리 일족의 수백 년을 욕되게 하는 말이에요. 당신 한 명만을 기다리며 그 긴 세월을 버텨왔는데 거부한다고요? 그런 건 내가 용납 못해요!”

 

 엘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다 말하진 않았다. 엘은 자신이 예언이니 뭐니 하는 것과는 관련이 전혀 없다고 여겼고, 그것은 자신의 삶의 목표를 잃은 제니가 위안 받기 위해 자신에게 억지로 덮어씌운 의무일 뿐이라고.

 

 “그렇다고 생각하지도 앉지만, 설령 내가 그 예언이 말하는 사람이더라도 거부하겠어. 내 삶은 치열했어. 도태되지 않으려는 투쟁이었단 말이야. 그런데 그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절대자가 입맛대로 내 삶을 가지고 논 결과라고? 그런 건 받아들일 수 없어. 원한다면 이 목걸이도 돌려주겠어.”

 

 그때 제니가 비명을 질렀다. 아니, 실제로 목에서 나온 비명은 아니었다. 텔레패스가 내뿜는 일종의 정신적 폭발이었다. 머리 자체를 파고드는 실체 없는 굉음에 엘은 머리를 감싸 쥐며 무릎을 꿇었다.

 

 어질어질한 정신을 겨우 수습하는데 제니가 음울한 저음으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좋아요. 그럼 내기를 하도록 해요.”

 

 “내기... 라고?”

 

 “그 목걸이를 걸었을 때, 뭔가를 봤죠?”

 

 엘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랬다. 끔찍한 목소리들 탓에 혼란스러웠지만 분명히 눈으로 뒤덮인 행성을 보았던 것이다.

 

 “겨울 행성...”

 

 “엔지비크로군요.”

 

 제니가 말을 받았다. 엔지비크. 레이의 가문, 프로스트가문이 위치한 드자리노 구역의 행성으로 행성 전체가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있어 ‘겨울 행성’이라고 불렸다.

 

 “엔지비크까지 저와 동행해요. 거기에서도 당신이 예언의 사람이라는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하면 저도 당신을 깨끗이 포기하겠어요.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죠? 운명을 거스르려는 대가치곤 그리 대단한 수고도 아닐 테니.”

 

 그리고 제니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등 뒤에서 저절로 비밀 방의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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