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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별의 여행자
작가 : 아쿠아맨
작품등록일 : 2019.8.16

많은 상처를 품고 공화국의 기사가 된 엘 나이트리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뜻하지 않게 기사단 내부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세력을 직감한다.
그들의 음모를 추적하는 엘은 여태껏 몰랐던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데...

 
예언자들의 섬 1
작성일 : 19-08-16 15:44     조회 : 174     추천 : 0     분량 : 5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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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음날, 신고를 마친 엘은 곧장 갈가마귀급 소형 우주선을 타고 유리아 궤도를 벗어나 차원문을 통과했다.

 

 엘은 마야가 있는 생추어리에 방문한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로 차원문을 통과하고 난 후 접어든 곳은 생추어리가 있는 연합 중립 구역이 아닌 변방의 아르퀘 구역이었다. 계기판에 기록된 목적지 역시 생추어리가 아니었다. 몇 주 전 배신자의 데이터 칩에서 찾은 지도가 가리키던 위치. 그 지도에는 ‘베르드흘린’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베르드흘린은 정말로 소행성이나 다름없는 암석 덩어리였다.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칠 정도였다. 다행히 원뿔을 뒤집어 놓은 형태였기 때문에 평평한 암반 위에 착륙하기는 쉬웠다.

 

 맨몸으로 내릴 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주선은 주변 대기가 호흡에 문제없다는 신호를 출력했다. 엘은 반신반의했지만 일단 맨몸으로 밖에 나가보았다. 놀랍게도 정말로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 있었다. 엘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기권을 형성할 정도로 크지 않은 소행성이었기에 하늘이 있어야 할 곳에 우주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수많은 별들과 부유하는 암석들, 저 멀리엔 행성과 위성까지 여럿 보였다. 조그만 암석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고리처럼 소행성을 둘러싸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황량했고,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모든 면적이 잘 보였기에 이 공간이 주는 위압감은 굉장했다.

 

 엘은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이 사람의 손이 닿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보면 모두 자연물처럼 보이는 암석들이었지만 종종 인공적인 모습으로 가공한 흔적이 있었다. 엘이 걷고 있는 곳도 자세히 보니 사람의 손을 탄 길이었다.

 

 마치 별을 잡으려는 손 같이 생긴, 석순을 닮은 기둥들이 사방에 솟아 있었다. 생명의 흔적은 없었다. 물 한 방울, 이끼 한 포기 없었다.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어떻게 이런 곳이 존재할 수가 있을까? 이만한 소행성에 대기를 붙들어 맬 중력이 없음은 당연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인공적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주변엔 이렇다할 기계장치 하나 보이지 않는데?

 

 엘은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가 향하는 방향 끝에는 언덕 하나가 솟아있었고 그곳에 바위를 깎아 만든 계단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착륙했을 때부터, 엘은 기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그것은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더 심해졌다. 이윽고 그 위화감이 감각으로 느껴질 정도로 커졌을 때, 엘은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목소리였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었다. 하지만 속삭임도 되지 않는 웅얼거림에 가까웠기 때문에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는 하나도 없었다. 엘은 일단 그 목소리를 무시하기로 했다.

 

 계단 앞에 다다랐을 때, 엘은 인기척을 느꼈다. 흠칫 물러나며 경계했지만 기둥 뒤에서 나타난 것은 십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였다.

 

 “어...”

 

 검푸른 머리를 가진 탓에 검은 배경에 녹아들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머리칼은 어깨를 조금 넘는 길이에서 잘려 있었다. 머리에는 티아라 같기도 하고 서클릿 같기도 한 은색 링을 썼다. 그리고 귀가 무척 길고 뾰족했다. 그건 인간의 특징이 아니었다. 테라 연방의 한 축을 이루는 종족, 넬이었다.

 

 기둥에 달라붙어 있던 넬 소녀는 엘을 경계하는 듯했지만 곧 천천히 다가왔다.

 

 “당신은 기사인가요?”

 

 엘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소녀는 엘과 같은 방향, 즉 계단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얼마 전 테라의 검은 기사들이 여길 찾아왔어요. 그들은 우리를 붙잡았고 심문했죠. 하지만 우리 중에 그들이 원하는 걸 실토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계단을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소녀가 계단을 올랐다. 엘도 따라 올랐다. 그 위엔 일종의 제단이 있었다. 소녀는 제단 위를 손으로 쓸었다.

 

 “그리고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자 모두의 목숨을 빼앗았어요.”

 

 엘은 여전히 머리에서 웅웅대는 목소리를 무시하려 애쓰며 소녀에게 말했다.

 

 “그 기사들은 누구였지?”

 

 “이름은 몰라요. 한 명의 얼굴만을 봤을 뿐.”

 

 넬들은 겉모습은 테라와 비슷했지만 여러 면에서 달랐다.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은, 타고난 몇몇이 정신력을 기반으로 초능력에 가까운 힘을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지금 이 순간 소녀가 엘에게 한 일도 그것이었다.

 

 엘의 머릿속에 순식간에 짧은 영상이 몽타주처럼 지나갔다. 검은 전투복을 입고 베르드흘린을 방문한 한 무리의 기사들. 그들을 맞아주는 넬들. 그리고 기사들은 넬들을 모두 결박하고, 심문하다가... 모두 살해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머릿속에서 본 것은 투구를 벗은 드라켈의 모습이었다.

 

 환상에서 빠져나온 엘은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이건 대체... 너희들은 대체 누구지? 생존자는...”

 

 엘은 잠시 머뭇거렸다.

 

 “너 뿐이니?”

 

 소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 손으로 모두를 묻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했죠.”

 

 엘은 입술을 짓씹었다. 한참동안 침묵이 내려앉았다. 엘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엘은 드라켈의 그러한 만행을 몰랐고, 관여하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엘은 소녀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저 담담하게만 보이는 소녀의 표정 뒤에 새겨진 슬픔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안해.”

 

 소녀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난 엘 나이트리버야. 너희를 습격한 기사들과 같은 곳에 소속되어 있었지.”

 

 엘을 바라보는 소녀의 눈이 떨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부턴 아니야. 그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대신 사과하겠어. 그리고 그들이 죗값을 치르도록 만들 거야. 그러니 질문에 답해줘. 너희들은, 죽은 넬들은 누구였지?”

 

 소녀는 고개를 숙였다. 엘을 믿어도 될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엘이 소녀를 구슬리려 하는 학살자들의 끄나풀이라면 자신이 본래 기사단 소속이라는 것을 밝힐 리 없었다.

 

 한참 후에야 소녀는 마음을 정했다.

 

 “제노바 오르페예요. 제니라고 불러요.”

 

 그리고 제니는 엘의 질문에 답했다.

 

 “우리의 이름은 베르드노르트. 공용어로는... 완벽히 옮기진 못하겠네요. ‘예언자’라고 하는 게 가장 가까울 거예요. 맞아요. 저 빼고 다른 예언자들은 모두 죽었어요. 우스운 꼴이죠. 수천 년 후의 미래를 걱정하던 자들이 목전에 닥친 위험을 보지 못했다니.”

 

 “기사들이 원했다는 것, 그건 뭐였지?”

 

 “보여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설명은 해드릴 수 있죠.”

 

 제니는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더니 계단 반대편, 즉 높은 언덕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당황한 엘이 내려다보자 소녀는 무슨 조화를 부린 건지 아래쪽 바닥에 가볍게 안착한 뒤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정도 높이를 뛰어내릴 수 없는 엘은 어쩔 수 없이 헐레벌떡 계단을 뛰어 내려가야 했다.

 

 소녀가 향하는 곳에는 지하실같이 움푹 파인 곳이 있었고 거기에 내려가는 계단이 또 있었다. 소녀는 헐레벌떡 뛰어온 엘을 잠시 바라보더니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엘은 어쩐지 놀림 받는 기분이라고 생각하며 소녀를 따라갔다.

 

 계단 밑에 따로 문은 없었다. 그저 긴 복도가 계속될 뿐이었다. 걷다 보니 방문 몇 개가 나타났다. 하지만 들어가진 않았다.

 

 기분 탓인지, 계단을 내려오자 이곳에 처음 착륙했을 때 들었던 목소리들이 점차 커지는 듯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통제할 수 있었다. 엘은 애써 목소리들을 무시하며 말했다.

 

 “예언자라니, 미래를 내다보는 힘이 있었던 거야? 마법처럼?”

 

 엘은 넬들의 불가해한 초능력들을 생각했다. 처음엔 예언자라는 말이 황당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생각하니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방금 전에 제니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보지 않았는가. 그건 텔레파시 능력이었다.

 

 하지만 제니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일족에게 예지의 힘이 조금이나마 깃든 것은 맞아요. 하지만 손바닥 뒤집듯 미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한두 명이라면 아주 조금의 흐름밖에는 보지 못하죠. 그것도 읽는다는 말도 부끄러울 정도로 빈약하고요. 하지만 수십, 수백 명이 모인다면 달라요. 수많은 지류를 보고 바다로 흘러가는 강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되죠. 물론 흐름만을 볼 수 있을 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어요.”

 

 엘은 태연하려고 애썼지만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엘의 귓전을 때리는 정체불명의 목소리들이 점차 통제를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지하로 들어오고 나서, 복도를 걷기 시작하고 나서는 더욱 그랬다. 엘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제니와의 대화에 집중하려 애썼다.

 

 “너희들은 왜 이곳에서 살았지?”

 

 “어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주 오래 전, 그가 이곳으로 오게 될 거라는 예지가 있었기에 예지의 힘을 가진 넬들이 고향을 떠나 여기에 정착했죠. 저는 우리가 여기로 왔기 때문에 그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어른들은 순서는 상관없는 거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그를 기다리기 위해 우리는 넬란을 떠났고 동족들에게도 잊힌 채 오랫동안 은둔했어요.”

 

 점점 더 제니의 말을 알아듣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엘은 계속 목소리들을 뿌리치려 했다. 아니, 애써 없는 것으로 여기려 했다. 그저 자신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일이라고. 그것들이 실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이유는 모르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기나긴 넬의 수명조차도 찰나로 보일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렀고 생명이 다해 눈을 감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우리의 숫자는 점점 더 줄어만 갔고 저는 바위섬으로 이주한 이래 태어난 유일한 아이예요. 이대로는 기다리는 자가 오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어른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셨어요. 별들이 우리를 삼키기 전에, 기다리는 자는 올 것이라고.”

 

 복도가 점차 넓어지고 있었다.

 

 “모든 예언자들은 죽었어요. 가장 작고 어리석은 저만 빼고 말이죠. 제가 있으니 아직 모두가 사라지지는 않은 셈이지만, 제겐 지식도, 지식을 물려줄 자식도 없으니 제가 죽으면 모든 예언자들은 사라져요. 그러니 멸족이 목전에 닥친 이때, 저를 찾아온 당신이 우리가 기다리던 자일까요?”

 

 엘은 점차 정신마저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가능한 한 내색하지 않으려 하며 엘은 간신히 대답을 짜냈다.

 

 “내가 여기 온 건 우연일 뿐이야. 이곳의 위치를 안 것도 마찬가지고.”

 

 “글쎄요. 어른들은 언제나 우연 속의 필연을 꿰뚫어봐야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 선택은 이제 온전히 제 몫이 되었죠.”

 

 곧 긴 복도가 끝나고 커다란 방으로 접어들었다. 방은 둥글었고 가운데는 낮은 연단이 있었다. 예배당이 아닐까 싶은 모양새였다.

 

 하지만 엘은 그 방을 자세히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그 방에 들어서자마자 목소리들이 더욱 날뛰었던 것이다. 슬슬 몇 가지 목소리는 무슨 말인지 구분이 될 정도로 또렷해졌다.

 

 

 

 ‘무슨... 로... 여길...’

 

 ‘그 영혼... 복수...’

 

 ‘네 존재가... 다...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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