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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별의 여행자
작가 : 아쿠아맨
작품등록일 : 2019.8.16

많은 상처를 품고 공화국의 기사가 된 엘 나이트리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뜻하지 않게 기사단 내부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세력을 직감한다.
그들의 음모를 추적하는 엘은 여태껏 몰랐던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데...

 
배신 3
작성일 : 19-08-16 15:44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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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났다.

 

 “역시 번호를 따야겠어.”

 

 그렇게 엘은 비틀대며 무대 쪽으로 걸어가며 인파를 헤치려고 애썼다. 엘의 머리가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하지만 몰려든 사람들의 무리는 괴물이 먹이를 토해내듯 엘을 금세 다시 뱉어냈다. 레이는 한숨을 쉬며 엘의 어깻죽지를 붙잡고 질질 끌다시피 의자에 다시 앉혔다.

 

 “레이 잔.”

 

 레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대외적으로 그는 프로스트 가문의 레이였지만 그것은 진짜 이름이 아니었다. 스스로도 그 이름은 가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진짜 이름. 그는 그것을 몇 사람에게밖에 가르쳐 주지 않았고 엘도 그 중 하나였다.

 

 “그거 알아? 내가 옛날에, 마야를 죽일 뻔한 적이 있어.”

 

 레이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레이도 생도 시절 기사학교로 엘을 찾아온 마야를 만난 적이 있었다.

 

 “누나가 죽고 노튼 가문에 거둬진지 얼마 안됐을 때였는데... 그때는 모든 것이 그저 미웠어. 내가 뭘 미워하는지도 모르면서 온 세상이 다 미웠어. 누나를 죽이고도 잡히지 않았던 살인자들, 날 거둔 노튼 가문은 위선자라고 멋대로 생각했고... 마야도, 마야도 싫었어.”

 

 그렇게 말하는 엘의 눈은 허공을 향했지만 앞을 보고 있지 않았다.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난 거둬지고 나서도 밖으로 나돌았어. 질 나쁜 녀석들과 어울렸지. 솔직히 말하면 그 나이에도 잡혀 들어가고 남을 정도로 나쁜 짓도 많이 했어. 하하, 철이 없었던 건지.”

 

 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느 날에 마야가 날 말리려고 미행했지. 그런데 내 ‘친구’들이 마야를 다른 패거리 첩자로 착각했어.”

 

 엘은 한손을 들어 얼굴을 부볐다. 자조적인 웃음이 떠올랐다.

 

 “그날 마야는 강물 속에 처박힐 뻔했다. 전부 내 탓이야.”

 

 “하지만 마야는 널 용서했잖아. 자책하지 마. 빚이 있다면 갚으면 되는 거야.”

 

 “맞아. 마야는 나를 용서했어. 나라면 그럴 수 없었을 텐데...”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나서 내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 누나가, 죽은 누나가 말이야. 어딘가에서 날 보고 있다면, 내 그런 꼴을 보고 과연 무슨 말을 했을까?”

 

 “......”

 

 “분명히 원망했겠지. 그 한심한 모습을 본다면 누구나 그랬겠지. 그런 생각이 드니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언젠가 내가 죽어 누나를 만난다면 누나가 내게 무슨 말을 할까. 대체 얼마나 한 섞인 말로 나를 다그칠까. 그런 생각에 며칠을 잠도 잘 수 없었어.”

 

 엘은 술 한 잔을 다시 죽 들이켰다.

 

 “나도 이제야 알겠어. 난 그래서 기사가 된 거야. 그게 무서워서. 다시 누나를 만났을 때 말할 핑계를 만들기 위해서.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구했다며 누나에게 변명하려고 말이야.”

 

 엘은 손바닥을 펴 내밀었다.

 

 “가장 상처받고 힘들었던 건 마야였는데도 난 내 생각밖에 하지 못했어. 난 결국 이런 파렴치한 인간일 뿐이야.”

 

 레이는 가만히 엘을 바라보았다. 엘은 술에 취한다고 아무렇게나 헛소리를 늘어놓는 친구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금 엘은 만취한 상태도 아니었다.

 

 “그만. 취했어. 일어나자. 내일 복귀하려면 이젠 가는 게 낫겠어.”

 

 “레이 잔.”

 

 그렇게 말하며 엘은 레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표정은 풀려있었으나 눈만은 또렷했다.

 

 “넌 내 친구지.”

 

 레이는 한숨을 쉬며 일어나 엘까지 일으켜 세웠다.

 

 “난 네 친구고, 내일도 친구일 거고, 언제까지나 그럴 거야. 답지 않게 얼빠진 소리 그만하고 가자.”

 

 엘은 순순히 레이에게 어깨를 내줬다. 레이가 비틀대는 엘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며 이렇게 말했다.

 

 “넌 너무 생각이 많아. 내 눈에도, 다른 사람 눈에도 넌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기사야. 네 누나를 다시 만난다고?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런 날이 온다고 해도 말이지... 네 누나가 널 원망할 일은 없어.”

 

 그리고 잠시 후 이어 말했다.

 

 “오늘은 네가 취했으니 됐고, 네가 네 얘기를 해줬으니 보답으로 다음번엔 내 얘기 해주마. 나도 남들한테 말 안 하는 나름의 비밀이 있거든.”

 

 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 엘은 휴가를 나오게 되었다. 거의 일 년 만에 가지게 된 휴가였다. 그런데 떠나기 하루 전 저녁, 누군가가 엘을 호출했다. 다름아닌 아드리안 드라켈이었다.

 

 엘은 복도를 지나 사무실에 도착했다. 드라켈의 기사단 내 서열은 세 번째로 부단장 바로 다음 가는 서열이었고, 개인 사무실을 가질 수 있는 위치였다. 엘이 노크하자 문이 열렸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일단 앉아.”

 

 엘은 시키는 대로 드라켈의 맞은편에 앉았다. 드라켈이 선뜻 웃어 보이며 말했다.

 

 “떠나기 전에 얼굴이나 한 번 보려고 불렀어.”

 

 “겨우 그것 때문에 말입니까?”

 

 “그렇게 딱딱하게 대답할 건 없는데. 공적인 자리가 아니니까 편하게 말해도 돼.”

 

 드라켈은 굉장히 젊은 나이에 같은 연배의 기사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누구보다 빠르게 세 번째 기사로 승급하였다. 신입인 엘이 기사 서임을 받고 적응을 거칠 때 특히 엘에게 신경을 써준 사람도 드라켈이었다. 그렇게 소탈한 성품의 드라켈이 그토록 높은 계급이라는 걸 몰랐던 엘이 조금 충격받기도 했다. 사과하려고도 했지만 드라켈은 웃으며 어려워할 것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엘은 드라켈을 친근하게 대할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엘은 카디악과 그 휘하의 ‘배신자’일당이 정말로 그림자 속에 숨은 미지의 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자들이 정말로 있다면... 그건 바로 앞에 앉아 있는 드라켈일 것이다.

 

 “용건이 정말 커피 한 잔 뿐입니까?”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나있는 모양이군.”

 

 “화나지 않았습니다. 저한테 화가 날 뿐.”

 

 “필요한 명령이었어.”

 

 “그건 잘못이었어요. 앞으로 기사단에게 그런 사건은 없어야 합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

 

 “그렇게 되려면 네가 먼저 명령권자가 되어야 할 텐데. 내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말인가?”

 

 엘은 시선을 내리며 대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하하, 네가 하극상이라도 할 거냐고 묻는 건 아냐. 음, 솔직히 진심으로 내 후임을 고른다면 널 고르겠지.”

 

 엘은 그 인사치레 같은 말에 교묘한 제안이 숨겨져 있다는 걸 눈치 챘다. 드라켈은 지금 엘을 회유하고 있는 것이다.

 

 엘은 조금 과감해져보기로 했다.

 

 “카디악이 죽은 날 제게 말씀하셨죠. 기사단 뒤에 숨어서 암약하는 자들이 있다고. 네. 저도 구체적이진 않지만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습니다. 그 정체야 말할 것도 없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배신자들이겠습니다만, 그들이 다일 리는 없지 않습니까? 잔당을 색출해낼 방법은 있습니까?”

 

 “이번에 처형된 자들의 기사단 내 위치를 생각하면 그들이 수뇌거나, 최소한 중요인물이었겠지. 남았다고 해봐야 한줌일 뿐이야. 참고 기다리다보면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어 있는.”

 

 “수면 위로 떠오를 때라면 이미 늦겠지요.”

 

 엘은 잠시 쉬었다가 말했다.

 

 “이번 일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 나기 전에 손을 쓸 겁니다. 선배님이 그 잔당이라면, 그러지 않겠습니까?”

 

 그 말은 기록보관소 인질극 사건을 말한 것이지만 동시에 드라켈을 겨냥한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드라켈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 손을 쓰고 있었다. 지금 엘을 회유하려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카디악 일당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 낡은 기록보관소를 점거해 인질극을 벌인 걸까? 엘처럼 드라켈의 낌새를 눈치 챘을 수도 있었고, 본래 같은 편이었다가 토사구팽 당했을 수도 있었다.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긴장이 흘렀다.

 

 “그렇다면 너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물론 조심하고 경계해야겠죠. 너무 대놓고 뒤진다면 그들은 오히려 꼬리를 말고 몸을 감춰 버릴 테니. 물밑에서 추적하며 은밀히 덫을 치는 겁니다.”

 

 “네 말이 옳군. 그렇다면 네게 비밀임무를 주겠어. 그들의 동태를 포착해봐. 기사단 내부를 은밀하게 뒤져서, 네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지원해 줄 테니 내게 말하고. 아, 물론 휴가를 갔다 온 이후에 말이야.”

 

 그리고 드라켈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커피 한 잔만 하자고 부른 건 아니지.”

 

 그것은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말이자, 엘을 자신의 감시 하에 두겠다는 의도였다. 엘은 자신의 경솔함에 대해 후회했다. 의중을 내비침으로써 자신을 경계하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만 완전히 밑바닥에서 시작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보고가 좀 늦어져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엘은 사무실을 나왔다. 결과적으로 놀아난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엘에게도 이득이 없지는 않았다. 엘의 의심은 이제 확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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