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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별의 여행자
작가 : 아쿠아맨
작품등록일 : 2019.8.16

많은 상처를 품고 공화국의 기사가 된 엘 나이트리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뜻하지 않게 기사단 내부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세력을 직감한다.
그들의 음모를 추적하는 엘은 여태껏 몰랐던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데...

 
배신 2
작성일 : 19-08-16 15:43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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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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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은 종료되었다. 기사단은 곧장 본부로 복귀했다. 단장은 홀른에서 별안간 발생한 테러 사건을 진압하러 떠났기 때문에 현재 본부의 최고 권한을 가진 사람은 세 번째 기사 드라켈이었다. 그는 최종적으로 복귀한 기사들의 상태를 점검한 뒤 휴식시간을 주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엘은 자신의 장비를 꼼꼼히 정비하고 몸을 씻기 위해 일어섰다. 수도관에서 뜨거운 물이 흘러나와 몸을 적셨다. 엘은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이번에 얻은 상처 중에는 긁힌 상처보다 큰 것은 없었지만, 엘의 몸에는 수많은 흉터들이 남아 있었다. 엘은 그 흉터들을 어느 훈련에서, 작전에서 얻었는지 모두 기억했다. 동기들끼리는 농담 삼아 영광의 상처라고도 부르는 것들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해서 위험천만했던 경험들을 우스갯소리로 만들어 버리려는 무의식적인 언행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엘 역시 농담처럼 그렇게 말하면서도 진정으로 이 상처가 영광의 전투에서 얻은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엘은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엘은 기사단 기숙사의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레이를 비롯한 다른 룸메이트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방에서 홀른에 파견되지 않은 사람은 엘뿐이었다. 홀른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은 규모도 작지 않았지만 변방 행성에서 느닷없이 터진 테러였던 바람에 대응할 군대가 모자랐기 때문에 상당한 기사단 병력이 파견되어야 했다. 아라니라 연합이 기습적으로 도발을 감행한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잠시 거실의 소파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던 엘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뭔가를 꺼냈다. 안야 밀러에게서 얻은 데이터 칩이었다. 본래의 엘이었다면 얻은 즉시 드라켈에게 보고했을 것이고, 그게 규정에도 맞았다. 하지만 이번에 엘은 절대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엘은 직감이 발달한 사람이었다.

 

 엘은 기숙사를 나와 본부의 증거보관실로 갔다. 입구에 도착하자 당직을 서고 있는 신참 기사 한 명이 있었다. 이번에 실시된 작전 중 어느 것에도 참가하지 않고 본부에 잔류했던 기사들 중 하나였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글쎄. 난 내가 무사한지 잘 모르겠어.”

 

 어리둥절해하는 신참에게 엘이 다시 말했다.

 

 “시설을 좀 이용하고 싶은데.”

 

 “허가는 받으셨습니까?”

 

 엘은 사각형 유리 케이스에 든 기사단 배지를 꺼내 넘겨주었다.

 

 “보안등급 3급이야.”

 

 서임을 받은 지 고작 2년밖에 되지 않은 기사에게는 그 정도도 특권이라 할 만한 대우였다. 엘의 실력과 작전에서의 실적이 그만큼 우수했기에 주어진 권한이었다. 신참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선배님, 그게 사실입니까? 정말로 카디악 님이...”

 

 엘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작전 결과에 대해서 공식적인 발표는 내려오지 않았다. 단장을 비롯한 핵심 단원들이 본부를 떠나 있기에 내려진 조치였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내 배지나 돌려줘.”

 

 “아, 예.”

 

 엘은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 증거가 가득 쌓인 방을 지나고, 기록보관실로 들어갔다. 이번 작전 장소가 된 기사단 기록보관소에 비하면 규모는 매우 작았지만, 설비는 오히려 우수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배신자 일당이 점거한 기록보관소는 거의 가치가 없었다. 이미 보관된 기록들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면 수고가 많이 들어 계속 운영되고 있었을 뿐, 이번에 인질이 된 관리 인사들도 유지보수 외의 다른 일에 손을 대지 않고 있었을 정도의 구형 시설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배신자들이 굳이 그 시설을 노린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 그걸 알아볼 생각이었다.

 

 엘은 칩을 꺼내 컴퓨터에 꽂았다. 네모나고 작은 홀로그램 화면이 떠올랐다. 엘은 홀로그램을 조작해 안에 든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몇 분 후, 엘은 다소 실망했다. 이 칩은 보관소의 데이터를 내려 받는 도중 작업이 중단되었거나 시설 자체가 파괴되며 정보까지 손상된 것이 틀림없었다. 군데군데 정보가 비어있고 아예 손상된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조금은 있을 것이다.

 

 마침내 알아볼 만큼 손상되지 않은 정보를 찾았다. 어떤 지도였다. 유리아에서 제법 떨어진 아르퀘 구역의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엘은 홀로그램을 조작해 지도를 확대해 보았다. 그리고 의문은 더욱 증대되었다. 이 일대에는 엘이 알기론 착륙이 가능한 행성이나 우주 정거장이 없었다. 좀 더 살펴보니 지도가 가리키는 목적지는 커다란 소행성이었다. 소행성이 아닐지도 몰랐지만 정보가 부족한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엘은 그 위치를 손목에 찬 휴대폰에 기록했다.

 

 그 이상 건질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엘은 컴퓨터를 종료하고 다시 칩을 뽑아냈다. 그리고 검을 뽑아 손잡이로 칩을 내려쳐 부숴버렸다. 그렇게 증거보관소를 나오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에 들러 세면대 물에 칩의 잔해를 흘려보냈다.

 

 다시 기숙사의 자기 방으로 들어온 후, 엘의 휴대폰이 울렸다. 레이였다.

 

 “여, 엘. 잘 지내냐?”

 

 그렇게 말하는 레이는 비교적 멀쩡해 보였다.

 

 “그다지.”

 

 “말 짧은 거 봐라.”

 

 “네가 나랑 임무가 바뀌어야 했는데.”

 

 “말 막하네. 여긴 뭐 편한 줄 알아?”

 

 평소처럼 농담 같은 대화였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인 둘이 서로의 감정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애써 밝은 체 하고 있어도 레이 역시 기사단 동료들이 배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이 컸을 것이다.

 

 그 후로 레이는 자신이 본부를 떠난 후로 무슨 일이 더 벌어졌는지에 대해 몇 가지를 더 묻고는 내일이면 복귀할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

 

 

 

 몇 주 후, 엘은 레이와 함께 기사단 본부 근처 번화가를 걷고 있었다. 홀른에서의 사건은 별 탈 없이 넘어가 언론에도 공개되었고, 기사단 내부 동향 역시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 물론 그 정도의 사건의 흔적이 완벽하게 지워질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앞으로도 수년간은 이번 사건의 영향이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엘과 레이는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 첫 외박을 나온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레이가 과장된 몸짓으로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아, 그리웠어. 이 공기.”

 

 그리고 엘을 돌아보며 말했다.

 

 “넌 소감 없냐?”

 

 “매연 밖에 없구만, 무슨 공기가 좋아.”

 

 “비유적인 표현도 몰라? 하여튼 재미없는 놈. 이런 놈이랑 귀한 외박을 나오다니, 이번 외박도 망했네, 망했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 달에 한 번 꼬박 엘과 함께 외출을 나오는 레이였다.

 

 “어디 갈래? 그 뭐냐, 내가 신참들한테 들었는데 헬파이어 클럽이라고 새로 생겼다더라. 물 좋다던데?”

 

 “무슨 클럽 이름이 그래? 죄다 태워 죽이는 곳인가?”

 

 레이는 어디서든 붙임성이 좋아 누구와도 잘 어울렸다. 타고난 외모 덕에 여기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상당했다. 보아하니 벌써 신참들과도 제법 친해진 모양이었다.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마음대로 해.”

 

 헬파이어 클럽은 상당히 화려한 곳이었다. 엘은 본래 시끄러운 곳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가끔은 나쁠 것도 없었다. 색색의 빛이 번쩍거리고 무대 위에선 헐렁한 옷을 입은 가수가 올라왔다. 엘은 몰랐지만 꽤 유명한 가수인지 사람들의 함성이 클럽 전체를 울렸다.

 

 들어오고 얼마 되지 않아 레이는 군중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엘은 어깨를 으쓱하고 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엘이 바 앞에 앉아 술을 마시는 동안 가수는 다섯 곡쯤을 연달아 부르고는 환호 속에서 무대를 내려갔다. 다음으로 올라온 것은 걸친 게 별로 없는 여자였다. 여자는 느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클럽의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다. 그 여자가 다시 다섯 곡 정도를 불렀을 때쯤 되어서야 레이가 벌개진 얼굴로 엘을 찾아 다가왔다.

 

 “여기까지 와서 술만 마시고 있어? 나가서 놀자고. 여기 진짜 마음에 든다.”

 

 레이는 엘 앞에 놓인 술잔들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야,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렇게 마셨어?”

 

 엘은 씩 웃으며 옆자리를 가리켰다. 누가 봐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너도 앉아서 마셔.”

 

 레이는 순순히 앉았다. 엘이 킬킬대며 아직 노래를 부르고 있는 여가수를 가리켰다.

 

 “야, 저 여자 끝내주는데? 번호 달라고 하면 줄 것 같아?”

 

 레이는 친구를 보았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고 있지만 레이는 엘이 드러내지 않는 내면을 볼 수 있었다.

 

 “안 좋은 일 있냐.”

 

 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일은 잊어버려.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었어.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아니, 그게 아니야. 아니, 실은 맞지만... 네가 생각하는 거랑은 좀 달라.”

 

 “무슨 소리야?”

 

 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레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 취했어.”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냐.”

 

 레이는 그게 제일 중요한 거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

 

 “중요한 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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