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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별의 여행자
작가 : 아쿠아맨
작품등록일 : 2019.8.16

많은 상처를 품고 공화국의 기사가 된 엘 나이트리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뜻하지 않게 기사단 내부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세력을 직감한다.
그들의 음모를 추적하는 엘은 여태껏 몰랐던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데...

 
배신 1
작성일 : 19-08-16 15:43     조회 : 164     추천 : 0     분량 : 4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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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엘은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내었다. 그리고 소총을 더욱 꽉 붙잡으며 벽에 몸을 밀착했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대부분이 신참 기사들이었고, 이번 작전이 처음인 사람도 있었다. 엘은 자신이 그들 중에서 나름대로 고참에 속한다는 사실에 낯선 불편함을 느꼈다.

 

 다른 작전이었다면 기사단 전투복의 헬멧 탓에 표정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좁은 통로로 열 명이 넘은 병력이 잠입해야 하는 작전의 특성상 전투복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긴장되는 일이었다. 한 번의 실수가 바로 죽음으로 직결될 수 있었다.

 

 수석 기사 펠라디가 원반 모양의 점착 폭탄을 꺼냈다. 위력이 강하지만 폭발 범위가 협소하고 파편이 튀지 않도록 만들어져 장애물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인 무기였다. 펠라디가 폭탄을 벽에 붙인 뒤 뒤쪽의 기사들에게 신호했다. 모두가 안전 범위로 물러났다.

 

 준비할 몇 초뿐이었다. 폭탄이 요란하게 터지며 벽처럼 보였던 비밀 문을 깔끔하게 날려버렸다.

 

 적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속전속결로 끝내야 했다. 엘을 비롯한 기사들은 신속하게 돌격했다.

 

 이쪽에 비밀 통로가 있는 것을 꿈에도 몰랐던 인질범들은 입구 쪽을 지키느라 뒤쪽이 훤히 비어 있었다. 빠르게 안쪽으로 진입한 기사들은 소총을 연사했다. 인질범들은 한동안 우왕좌왕했지만 기습의 효과는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상대도 매우 노련한 자들이었다. 곧장 대응사격이 시작됐다. 컴퓨터와 기록 기기들이 총탄에 맞아 스파크가 튀었다. 아군 기사들은 재빨리 몸을 숨겼다. 몇 명이 총을 맞았지만 치명상을 입은 자는 없는 것 같았다. 엘은 책상 위로 몸을 굴려 파티션 뒤로 숨었다. 발치에 총탄이 날아와 박혔다. 엘은 숨을 가다듬었다. 우습게도 여기가 정말로 생사를 가리는 전장이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지난 2년간 여러 작전에 투입되었지만 전투복 없이 이런 격렬한 총격전을 벌인 적은 처음이었다. 엘은 지금 자신이 첫 작전을 치르는 신참 기사들과 다를 바 없는 처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투복 없이 사지에 던져진 것은 처음이었고, 그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죽음으로 이어지는 진짜 전장이었다.

 

 한데 이상한 노릇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위축되어야 할 몸에 오히려 활력이 솟았다. 주체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엘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씩 웃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소총을 내던지고 엄폐물 밖으로 튀어나갔다.

 

 표적은 이미 정해졌다. 엘의 허리춤에서 검 두 자루가 뽑혀 나왔다. 다음 순간 엘은 자신을 겨눈 총이 불을 뿜기 전 총을 든 남자를 덮쳤다. 잠시 당황하던 남자는 엘을 떨쳐내고 다시 소총을 들어올렸다. 엘은 오른손에 든 검으로 총을 세게 후려쳤다. 총열의 방향이 크게 어긋나며 총탄이 천장을 긁었다. 반대쪽 검이 뻗어나가 남자의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남자가 방호복을 입고 있는 탓에 깊게 찌르는 느낌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주춤거리는 사이 엘은 남자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무릎으로 찍어버렸다. 남자는 그대로 쓰러져 일어나지 않았다.

 

 엘의 리시버에서 펠라디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이트리버! 뭐하는 거야! 당장 몸을 숨겨!”

 

 하지만 엘은 듣지 않았다. 곧장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한 바퀴 굴렀다. 총탄이 간신히 엘의 귀를 스쳐 지나갔다. 엘은 다시 검을 꽂아 넣고 방금 쓰러뜨린 남자의 소총을 빼앗아 들었다. 하나, 둘. 입속으로 박자를 세던 엘이 엄폐물 밖으로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하지만 엘을 쏘던 여자가 바로 파티션 뒤로 숨어버리는 바람에 적중하진 못했다.

 

 그때 엘의 왼쪽에서 남자 한 명이 튀어나왔다. 총구가 곧장 엘을 향했다. 엘의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남자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 번개같이 발검해 남자에게 집어던진 것이다. 검은 그대로 남자의 가슴에 적중했다. 하지만 역시 방호복 탓에 치명상은 입히지 못했다. 엘은 남자가 비틀거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바닥에 몸을 밀착한 채 미끄러지듯 다가가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그리고 쓰러진 남자의 머리를 소총 개머리판으로 찍어 기절시켰다.

 

 정문 입구에서 검은 전투복을 입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입구를 막은 부비트랩들을 해제하고 진입해 들어온 것이다. 그 시점에서 작전은 성공이었다. 인질범들은 전투복을 입은 기사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들의 얼굴에도 숨길 수 없는 낭패감이 드러났다.

 

 아직 제압되지 않은 범인들은 열 명 남짓이었다. 그들은 가능한 한 포화를 퍼부으며 빠져나갈 곳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전투복을 입은 기사들은 육중하지만 빠르게 달려들었고 굳이 사살하지 않고도 범인들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작전은 완료되었다. 기사단은 배신자들을 모두 체포했다.

 

 

 

 인질들은 기록보관소의 별실에서 발견되었고 전원 무사했다. 사상자는 적었다. 기사단 측은 부상자는 많았지만 목숨이 위험한 자는 없었다. 반면 배신자들은 세 명이 죽었다. 전투의 고취가 가시고 아드레날린이 가라앉은 엘은 그 참상을 보며 씁쓸한 기분을 느꼈지만 애써 가라앉혔다. 이들은 배신자이자 기록보관소의 죄 없는 사람들을 위협한 폭도들이었다. 엘은 파괴된 기록보관소의 시설들을 가로질러 결박된 배신자들 중 한 명에게 다가갔다. 이 여자는 기억이 날 것 같았다. 안야 밀러라는 이름이었다.

 

 엘이 나지막이 말했다.

 

 “왜 이런 짓을 했지?”

 

 “......”

 

 대답은 없었다. 하기야 기대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이제 기사단 본부로 압송되고 제대로 심문하면 알게 될 테니 급할 것도 없었다. 엘은 그렇게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안야의 눈빛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엘은 눈썹을 찌푸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배신자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자신이 하는 일이 당당하다고 말하는 듯했고, 엘에게 뭔가를 간절히 전하고 싶어 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는 필사적으로 은밀히 자신의 손을 곁눈질했다. 엘이 영문을 몰라 가만히 있는데, 지휘관 아드리안 드라켈이 배신자들을 한 곳으로 모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안야는 마지막까지 엘에게 은밀한 눈짓을 보내며 끌려갔다. 뭔가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때 엘의 등 뒤에서 총성이 울렸다.

 

 엘이 뒤를 돌아보자 전투복을 입은 드라켈이 권총을 들고 있었고, 배신자들의 리더 알버트 카디악이 쓰러진 채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깜짝 놀란 엘은 드라켈의 앞을 막아서며 외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비켜라. 이들을 즉결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직 심문도 하지 않았잖습니까! 단장님의 명령도 없이 독단으로 이런 결정을 내릴 순 없습니다!”

 

 “지금 현장 지휘관은 나다. 당장 비켜라, 엘 나이트리버. 지금이라면 그냥 넘어가 줄 테니.”

 

 그리고 드라켈은 손을 들어올렸다.

 

 “모두 사살하라.”

 

 전투복을 입은 기사 전원이 총을 들어올렸다.

 

 “잠깐!”

 

 엘의 외침이 무색하게도 총구들은 일제히 불을 뿜었고 배신자들은 몇 초 만에 모두 죽어버렸다. 엘은 그 참상에 말을 잃었다.

 

 경험이 없는 게 아니다. 각오가 덜 된 것도 아니었다. 엘 역시 필요하다면, 그러니까 죄 없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일 각오는 되어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방금 전만 해도 서로를 죽이려고 총구를 겨누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건 달랐다. 이미 작전은 끝났고 이들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았다. 죽일 필요가 없었다.

 

 어느새 드라켈이 다가와 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엘은 당장이라도 떼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드라켈의 헬멧이 저절로 벗겨져 전투복 안에 수납되었다. 드라켈은 진심으로 유감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친근한 선배 같은 말투로 말을 걸었다.

 

 “내 결정에 너무 실망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으니 말이야. 하지만 엘 너도 느끼고 있지 않았어? 최근 기사단에 어떤 위험한 세력이 침투하고 있다는 느낌을.”

 

 엘은 생각했다. 엘 역시 누구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최근 느끼고 있는 위화감이었다.

 

 “홀른에 테러가 일어나 병력 대부분을 파견한 사이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건 이 배신자들이 이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는 뜻도 돼. 살려뒀다간 위험한 싹을 방치하는 꼴이야. 그 정체불명의 세력들에게 확실히 본보기를 보여줘야지. 이자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충분한 조사로 알아낼 수 있어.”

 

 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드라켈의 말은 공허하게 귓전에서 울릴 뿐이었다.

 

 내 맹세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엘은 주먹을 꽉 쥐었다. 파르르 떨렸다. 그 안에는 안야 밀러가 필사적으로 넘겨주려 했던 데이터 칩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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