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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별의 여행자
작가 : 아쿠아맨
작품등록일 : 2019.8.16

많은 상처를 품고 공화국의 기사가 된 엘 나이트리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뜻하지 않게 기사단 내부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세력을 직감한다.
그들의 음모를 추적하는 엘은 여태껏 몰랐던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데...

 
첫 번째 살인 4
작성일 : 19-08-16 15:43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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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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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달린 타라는 잠시 전봇대에 기대서 숨을 돌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일단은 괴물의 손에서 벗어났다. 잠깐 동안은 안심해도 될 것이다. 그대로 주저앉은 타라는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했다.

 

 지금 괴물은 눈에 불을 켜고 타라를 찾고 있을 것이다. 그자가 조직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이들에게 운반책 중 한 명이 물건을 가지고 도망쳤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좋을 리가 없으니.

 

 물건.

 

 중요한 건 물건이었다.

 

 타라는 조심스레 품 안으로 손을 넣어 작은 봉지를 만져보았다. 이 조그맣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에 타라의 목숨이 달려 있었다.

 

 일단 여기가 어딘지 아는 게 중요할 것 같았다. 타라는 어느 가판대에서 신문 하나를 훔쳤다. 오늘은 타라가 납치 된지 한 달하고 반이 되는 날이고, 여기는 블랙 시티라는 도시였다. 포트빌 외곽의 작은 소도시인데, 타라도 한두 번 들러 본 적이 있었다. 기껏해야 관광 정도라서 아는 사람은커녕 지리조차 제대로 모르지만, 그래도 아예 외딴 곳으로 끌려온 게 아니라는 것은 어느 정도 심적 안정을 주었다. 과한 상상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내심 여기가 아예 다른 세계라면 어떡할지 걱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타라는 신문을 좀 더 훑어보다가 어떤 기사를 발견했다. 포트빌의 노이타 경찰청장이 암살당했고,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으며, 새로운 경찰청장으로는 실무국장 포브 에투아가 임명되었다는 기사였다. 이가 절로 갈렸다. 이렇게 빨리 새 청장이 임명되었다는 건 이 일이 오래 전부터 계획된 음모라는 뜻이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기사에는 청장이 살해된 현장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었다. 손톱과 이빨로 집을 부수다시피 한 로아가 모르노르 한복판에 나타났는데, 일부러 은폐하려 하는 게 아니라면 그것을 언급하지 않을 리 없었다. 거기다 기사에는 멀쩡히 살아 도망친 타라를 포함한 일가족이 전원 살해당했다고 보도되었다. 곧바로 몸을 숨긴 타라의 선택은 옳은 셈이었다. 어쩌면 지금 경찰은 포트빌에서 타라의 흔적을 찾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납치되어 이런 곳으로 끌려온 것이 어찌 보면 타라의 목숨을 살린 셈일까?

 

 에투아 청장은 전임 청장을 살해한 범인을 조속히 찾아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냥 적당한 얼간이 한 명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가능성도 충분했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현재였다. 타라는 자신이 블랙 시티에 대해 알고 있던 사실을 총동원했다. 블랙 시티는 미아 강의 상류가 휘돌고 있는 도시였다. 하류는 포트빌을 지나고 헤니르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강을 타고 각종 물자들을 운반하기도 했다.

 

 강이라...

 

 타라는 다시금 품에 손을 넣었다. 어쩌면 이게 타라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다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타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당연히 돈이었다. 이걸 팔아치운다면?

 

 타라는 자신이 이걸 어디에다 팔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다. 떠오르는 장소는 하나였다. 하지만 거긴 위험할 것이다. 그 어떤 장소보다 더.

 

 그래도 안 갈 순 없었다.

 

 그 술집은 이전보다 사람이 약간 많았다. 타라는 그게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어색한 표정이 탄로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최대한 태연하려고 노력하며, 타라는 술집으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이전 거래에서 괴물이 바텐더와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눈여겨 봐두었다. 따라서 타라의 목표는 그 바텐더였다. 다행히 바 안에는 그때 그자가 한치도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술을 흔들고 있었다. 타라가 자연스럽게 바에 앉아 메뉴를 들여다보자 그의 눈썹이 올라갔다.

 

 "아가씨. 죄송하지만 나이가 어떻게?"

 

 "열여덟이요."

 

 미칠듯한 당당함에 바텐더는 어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미안하지만 술은 더 자라고 먹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왜 이러세요. 지난번에는 그냥 눈감아주셨으면서. 저 기억 안 나세요?"

 

 그때 타라는 주먹을 들어 올려 펼쳐보였다. 그 안에는 흰 가루 한 줌이 있었다.

 

 "의심스러우면 확인해보세요. 제가 직접 빼돌렸으니. 품질은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겠죠."

 

 바텐더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놀라워했다가, 곧 재미있어하는 표정이 되었다.

 

 "글쎄다. 그게 얼마에 거래되는 물건인지는 알고서 말하는 거냐?"

 

 "아뇨, 몰라요. 알고 싶지도 않고요. 전 그냥 돈 조금이랑 갈아입을 옷만 있으면 돼요. 당신이 얼마를 남겨먹든 제 알 바 아녜요. 괜찮은 거래 아닌가요?"

 

 "글쎄다. 생각해보지. 좀 기다려라."

 

 그때쯤에 바텐더는 능글맞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타라는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바텐더는 아닌 모양이었다. 기다려보라더니 바 안쪽으로 들어가 기계를 좀 만지다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술 한 병을 들고 나와 손님에게 따라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 바텐더는 다시 타라 앞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아, 뒤 조심해라."

 

 "뭐..."

 

 타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우악스런 손이 뒷덜미를 잡고 곧장 바닥에 패대기쳤기 때문이었다. 숨이 가슴에서 터졌다. 그리고 타라를 공격한 손은 얼굴을 통째로 붙잡고 어딘가로 끌고 갔다.

 

 2층의 은밀한 구석이었다. 타라는 다시금 벽에 밀쳐지고, 혼미한 정신 속에서 괴물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평소에도 괴물같은 녀석이었지만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지금은 지옥불 속의 악마보다도 무서운 모습이었다.

 

 그는 소년을 폭행했을 때보다 배는 더 세게 타라를 후려쳤다. 그가 첫 마디를 꺼냈을 때 타라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

 

 "내놔. 당장 내놔!"

 

 "드, 드릴게요... 죄송...해요. 그만, 그만 때려요. 제발..."

 

 괴물은 손을 내밀었다. 타라는 겁에 질려 고개를 저었다.

 

 "지금 없어요. 다른 곳에 숨겨놨어요. 정말이에요. 안내할 수 있어요. 살려주세요. 절 죽이면... 영영 못 찾을 거예요."

 

 괴물은 더더욱 속이 터지는 모습이었다. 타라를 거칠게 벽에 밀치고 으르렁대며 말했다.

 

 "조금이라도 빠진 게 있으면 네 뼛가루로 대체해야 할 거야."

 

 타라는 정신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라가 괴물을 안내한 곳은 강가의 버려진 부두였다. 그 어떤 곳보다 으슥한 그곳에 인적 따윈 없었다. 타라는 부두 관리소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로 괴물과 함께 들어갔다. 그리고 버려진 가구를 타고 올라서 헐거운 천장을 뒤졌다.

 

 "여기에... 분명히 여기에 숨겨놨는데..."

 

 지치고 다친 타라는 필사적으로 천장 위를 뒤졌다. 하지만 곧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그걸 본 괴물은 분통이 터진 모양이었다. 타라를 내버려두고 자신이 직접 천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타라와는 달리 괴물은 뭔가를 딛지 않아도 여유롭게 천장에 손이 닿았다.

 

 그 뒤에서 타라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사실 일찍이 숨겨둔 물건은 이미 타라의 손에 있었다.

 

 타라는 낡은 책상을 타고 그림자처럼 빠르게 남자의 등 위로 뛰어올랐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어떻게 그런 체력이 남아있는지 몰랐다. 그리고 타라는 방금 전 천장 위에서 꺼낸 물건, 예리한 날붙이를 남자의 뒷목에 정통으로 꽂아 넣었다.

 

 "......"

 

 남자의 목구멍에서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가 터져 나왔다. 타라는 멈추지 않았다. 어느새 또 다른 날붙이가 타라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번에 괴물의 앞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힘껏 도약했다. 날붙이는 그대로 괴물의 목젖을 꿰뚫었다. 괴물의 몸이 힘없이 허물어졌다.

 

 타라는 그대로 주저앉아 남자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피가 홍수처럼 흘러나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타라가 평생 본 모든 피를 합쳐도 이것보단 적을 것이다.

 

 타라는 자신의 피 묻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죽도록 떨리고 긴장됐는데,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몸도 마음도 진정되고 있었다. 피가 무섭지도 않았다. 죽은 사람은 무섭지 않다. 죽었는데 무서울 이유가 없었다.

 

 "너 같은 녀석에게는... 그 바닥이 어울리지..."

 

 어느새 타라의 눈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타라는 싸늘하게 주검을 바라보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강이 흐르고 있었다. 어둠의 강. 타라는 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잠시 후 타라의 손에는 지금껏 죽 품고 있었던 약 한 봉지가 들려있었다.

 

 그가 원하는 건 타라가 쥐고 있었다.

 

 타라는 망설이지도 않고 그것을 강물 속으로 홱 집어던져버렸다.

 

 타라는 비틀대며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든 갈 생각이었다. 이미 타라에게서 옛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재밌는 녀석이군."

 

 타라는 눈을 크게 치떴다. 황급히 등을 돌리자 어떤 남자가 웃고 있었다.

 

 "물건이야. 이건 정말 물건이야."

 

 이상하게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기다 묘하게 어디선가 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였더라.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뺨에 길게 그은 흉터가 보였다. 그러자 타라는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당신이었군요. 놀랐어요."

 

 "내가 더 놀랐다. 평생 온실 속에서 자랐을 여자애가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다니."

 

 "죽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 바로 그거다. 아주 좋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구나. 자, 그래서 이제 어쩔거냐. 널 쫓는 자는 제거했지만 여전히 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어디든... 갑니다. 제가 살 곳이 이 세계에 한 곳은 있겠죠. 여기가 아니라면 다른 세계라도."

 

 "글쎄, 그것도 좋긴 하겠다만."

 

 어느새 타라 앞으로 다가온 남자는 한 손을 내밀었다.

 

 "나랑 같이 가지 않겠느냐?"

 

 "......"

 

 "넌 자질을 가졌어. 내가 널 왕으로 만들어줄 수 있어."

 

 "왕... 이라고요?"

 

 "그래. 모두가 두려워하는 뒷세계의 지배자. 어둠의 여왕으로 만들어주마. 모두가 네 발 밑에 엎드릴 거다. 방금 네가 죽인 얼간이같은 놈들이 말이야."

 

 "제가 당신을 어떻게 믿고요? 다시 나를 그 감방같은 곳에 처넣을지 제가 어떻게 알죠?"

 

 "선택은 네 자유야. 하지만 나는 네가 다른 선택을 할 것 같진 않군."

 

 그리고 남자는 타라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등을 돌리고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타라는 남자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직전에, 그를 따라 텅 빈 부두를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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