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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별의 여행자
작가 : 아쿠아맨
작품등록일 : 2019.8.16

많은 상처를 품고 공화국의 기사가 된 엘 나이트리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뜻하지 않게 기사단 내부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세력을 직감한다.
그들의 음모를 추적하는 엘은 여태껏 몰랐던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데...

 
첫 번째 살인 3
작성일 : 19-08-16 15:42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3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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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렇게 며칠이 평이하게 흘러갔다. 어둡고 음습하긴 했지만.

 

 사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따금 문이 열리고 괴물이 들어올 때 바깥의 햇빛을 보고 낮과 밤을 구분하는 정도였다. 처음에는 예전과 같이 생활해보려고 했다. 밤이 된 것 같으면 잠에 들었고, 그렇게 일어나면 아침이 었다. 식사도 일정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사흘째에 이미 정상적인 시간 관념은 사라졌다. 불현듯 잠이 쏟아졌고 일어나면 몇 시쯤 되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분명 밤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할 수 없었다. 낮이라고 생각했는데 문이 열리자 밖은 캄캄한 어둠이었다. 아마 이 밖에는 가로등도 없는 모양이었다. 대체 여긴 어딜까?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타라는 처음으로 거래에 나가게 되었다. 타라와 같은 조로 거래에 참여하게 된 것은 공교롭게도 리사였다. 리사는 몇 번의 작업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것은 타라였고 그 사이에 리사가 진짜 거래를 진행하는 식이었다.

 

 괴물의 인도를 따라 밖으로 나왔을 땐 해가 진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타라는 그제서야 자신이 갇혀있던 건물이 외딴 곳에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이라는 걸 알았다. 주변엔 달리 다른 건물도 몇 없었고, 가로등도 거의 없었다. 포트빌을 완전히 벗어난 것 같진 않았지만, 도시 외곽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맞은편 거리엔 중형 자동차가 세워져 있었다. 괴물이 이끄는 대로 타고 보니 머리 위에 검은 천이 덧씌워졌다. 타라는 쓸데 없이 조심스럽다고 생각했다. 이곳의 위치를 안다 한들 도망칠 수 있을까.

 

 타라가 느끼기에 한 시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인 것 같았다. 괴물은 타라의 머리에서 천을 벗겨냈다. 리사도 마찬가지였다. 타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도시였다. 수백 개의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주변에 팽배했다. 괴물은 타라와 리사를 한 건물로 끌고 나갔다.

 

 타라는 계속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기회를 노려 도망갈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런 타라에게 리사가 은밀히 눈빛을 보냈다. 쓸데없는 생각은 관두라고.

 

 그들이 들어간 건물은 술집이었다. 이곳에서는 딱 중간 정도의 분위기를 가진 곳이었다. 실내 조명은 어둡지도 밝지도 않았고 퇴폐적이었지만 은밀하진 않았다. 그쯤에서 괴물은 자리를 빠졌다. 바 앞에 있는 바텐더와 눈빛을 교환하고선.

 

 타라는 괴물이 일러준 것을 똑똑히 기억했다. 품 안에 있는 작은 봉지의 감각을 다시금 확인했다. 리사는 일찌감치 타라와 갈라져 2층으로 올라갔다.

 

 엉거주춤 선 타라는 어색한 모습이 남들의 이목을 끌기 전에 얼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훑었다. 곧 찾던 사람과 인상착의가 동일한 남자를 발견했다. 덩치가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우락부락한 체형은 아니었고,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중절모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그 아래로 뺨에 긴 흉터가 하나 있었다. 타라는 태연한 척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 아저씨. 술 한잔 사주시겠어요?"

 

 남자는 중절모 밑으로 타라를 바라보았다. 초록색 눈이 얌전하게 불타고 있었다.

 

 "글쎄다. 몇 살이지?"

 

 "아저씨가 원하는 대로죠."

 

 "그럼 무슨 술을 마시고 싶지?"

 

 "그것도 마찬가지고요."

 

 "내가 술을 사면, 넌 나에게 뭘 줄 수 있지?"

 

 "당연히 아저씨가 원하는 거."

 

 남자는 한 팔을 들어 지나가는 종업원을 불렀다. 그리고 타라가 모르는 복잡한 이름의 술을 두 잔 주문했다.

 

 "이런 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이 같은데."

 

 "글쎄요. 전 제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해요. 한때는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차하는 순간에 전부 사라지더라고요. 제 삶을 이루고 있었다고 생각한 것들이 무용지물이 된 지금, 저는 뭘까요?"

 

 그 말을 하며 타라는 품속에 소중히 품고 있던 봉지를 꺼내 남자에게 건넸다. 그건 가짜였다. 이 거래는 연막이었고, 진짜는 지금 리사가 전달하고 있을 것이다.

 

 남자는 봉지를 받아들며 타라의 말에 대답했다.

 

 "글쎄. 모르겠다. 아무튼 빈자리가 생겼다면, 그 자리에 술을 채워 넣으면 되겠지."

 

 이윽고 술이 나왔다. 타라는 자신의 잔에 담긴 초록색 술이 매우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 영롱한 색에 혹한 타라는 조심하지도 않고 한 모금을 죽 넘겼다. 그리고 바로 뱉어버릴 뻔했다. 타라는 태어나서 술을 처음 마셔보았다. 거기다 남자가 시킨 술은 아주 독한 리큐르였던 것이다. 간신히 표정을 수습한 타라가 약한 기침을 내뱉었다.

 

 "술은 처음이냐?"

 

 "......"

 

 "역시 이런 일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녀석이군."

 

 타라는 어쩐지 분한 기분이 들어 다시 술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여전히 맛없었지만, 첫 번째 보다는 나았다.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이제 슬슬 일어날 때가 되었다. 타라가 여기에 잡담을 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을 때가 있잖아요."

 

 "그렇다면 상황을 바꿔야지."

 

 "어떻게 말이죠?"

 

 "네가 꼭대기에 서면 돼."

 

 "그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방법을 모르겠어요."

 

 남자는 자신의 빨간 술을 한 번에 전부 털어 넣었다. 그리고 말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손에 쥐어야지."

 

 타라는 다시금 자신의 잔을 쥐었다. 그리고 남은 술을 모두 마셔버렸다. 이젠 정말로 돌아갈 때였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제가 한 잔 사죠."

 

 그리고 타라는 일어섰다. 처음 마셔본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이 퍽 우스꽝스러웠다. 그 모습을 보며 남자는 유쾌하게 웃었다.

 

 "나도 만나서 반가웠다네."

 

 처음치고 거래는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괴물도 나름 만족스러웠는지 타라와 리사에게 칭찬 비슷한 말도 한 마디 했다. 물론 그런다고 다른 보상이 있을 리는 없었다. 둘의 머리엔 다시 검은 천이 뒤집어씌워지고, 다시 차에 탔다. 그리고 감옥으로 돌아왔다.

 

 안으로 들어온 타라에게 리사가 속삭였다.

 

 "오늘은 운이 제법 좋았어. 꼬리도 하나도 잡히지 않고. 너 꽤 뻔뻔하게 잘하더라?"

 

 타라는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런 걸 잘한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어. 언젠가는 잡힐 테고, 그게 아니어도 소모품으로 버려질 텐데."

 

 "그건... 그렇긴 해도, 일단 어쩔 수 없잖아. 여길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제발 받아들여. 어차피 죽을 거라도 조금이라도 더 살다 죽는 게 낫잖아."

 

 타라는 결연하게 고개를 저었다.

 

 "난 나갈거야."

 

 리사는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다가... 정말로 안 좋은 꼴을 당할 수도 있어. 타라."

 

 타라는 빈손을 쥐었다.

 

 "여기보다 더 바닥은 없어."

 

 

 

 다시 시간이 흘러갔다. 이전과 다르지 않은 나날이었다. 그동안 타라는 리사와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점점 혼자서 허공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타라의 머릿속엔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그 안에서 가락을 잡아내어야 했다.

 

 다음 거래는 언제쯤일까? 그때도 타라가 나가게 될 수 있을까? 어느 순간 타라는 자신이 한 번 더 거래에 나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유야 어찌됐든, 바깥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어둠 속을 나갔을 때 느낀 그 해방감. 그것만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세 번의 거래가 진행될 동안 타라는 선택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세 번의 거래 동안 돌아오지 못한 아이 한 명이 있었다. 첫날 타라를 때렸던 그 소년이었다. 며칠 후 그 자리는 또 새로운 아이로 채워지게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며칠 후, 타라는 두 번째 외출을 할 수 있었다. 이번에 타라는 연막이 아니었다. 어쩌면 지난번 거래 때 썩 괜찮은 모습을 보여줘서였을지 모른다. 타라는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타라는 검은 천을 뒤집어쓰고 거래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차에서 내렸을 때, 지금껏 누구도 해보지 않은 일을 저질렀다. 물건을 품 안에 가진 채 인파 사이로 달려 도망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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