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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별의 여행자
작가 : 아쿠아맨
작품등록일 : 2019.8.16

많은 상처를 품고 공화국의 기사가 된 엘 나이트리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뜻하지 않게 기사단 내부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세력을 직감한다.
그들의 음모를 추적하는 엘은 여태껏 몰랐던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데...

 
첫 번째 살인 2
작성일 : 19-08-16 15:42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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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타라는 어두침침한 방에 쓰러져 있었다. 방이 워낙 어두운데다 색감마저 검은 계열이어서 타라는 잠시 동안 깨어났다는 것도 착각은 아닌가 어리둥절했다. 몇 번이고 눈을 감았다 다시 뜨는 걸로 그건 아니라는 게 판명났다. 이윽고 눈이 어둠에도 차차 익숙해졌다.

 

 하지만 여기가 어떤 곳인지 파악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타라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정신을 잃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쥐어짜듯 떠올렸다. 동굴 틈 사이로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듯 서서히 기억이 되살아났다. 노점상과 중년 여자. 샌드위치. 수상한 음료수.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림 몇 개가 그려지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뻔했다.

 

 납치.

 

 그 단어를 떠올리자 타라는 납덩어리를 수십 개 삼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 타라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흠칫했다. 심지어 타라를 향하는 눈동자는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제야 타라는 그 방에 자신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모두 어린 소년소녀들이었다. 대부분은 타라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지만, 열 살 언저리의 어린 아이도 몇 섞여있었다. 그들은 모두 안쓰러울 정도로 말랐으며, 눈두덩은 퀭했고, 제대로 씻지 못해 꾀죄죄했다. 옷은 떨어져 기능을 상실하기 직전이었다. 겁먹은 타라를 보며 그들 사이에서 말이 파문처럼 퍼져나갔다. 아, 깨어났네. 약해보이는데. 저런 애가 왜 이런 데로 온 거지?

 

 이 상황이 무섭기도 했지만, 타라는 이렇게 많은 눈동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에 더욱 큰 불편함을 느꼈다. 어딘가 구석으로 도망쳐 웅크리고 숨고만 싶었다. 하지만 타라는 방 한가운데 누워있었고, 타라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방에 있었다.

 

 아이들은 한참동안 자기들끼리만 웅성대더니, 이윽고 한 소녀가 타라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야?"

 

 "타, 타라..."

 

 "어쩌다 이런 곳에 오게 된 거야?"

 

 "나는... 나는 그냥..."

 

 타라가 우물쭈물거리고 있는 사이 덩치 큰 소년이 끼어들었다. 입가에는 기분나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영 비실비실한데. 이래서 뭐 제대로 사람 구실이나 하겠어?"

 

 타라는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겨우 대답했다.

 

 "난... 여기가 뭘 하는 곳인지도 몰라. 여기가 어딘데? 설명해줄 수 있겠어?"

 

 "설명?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냥 구르고 깨지면서 다 배우는 거야. 야, 그건 그렇고 이 옷 비싼 거 아니냐?"

 

 소년이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타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순간 타라는 지금껏 겁먹었던 것도 잊고 소년의 손을 떼어내며 날카롭게 외쳤다.

 

 "손대지 마!"

 

 타라가 그렇게 앙칼지게 반응할 줄은 몰랐는지 소년은 조금 황망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타라는 무척이나 혐오스럽다는 듯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것보다도 본능적으로 나타난 감정이었다.

 

 소년은 곧이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분개했다. 그리고 앞뒤 볼 것도 없이 손을 들어 타라의 뺨을 내려쳤다. 안 그래도 온 몸에 힘이 없던 타라는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그때 타라를 휘감은 것은 낯선 감정이었다. 타라는 자신의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몰랐다. 석고같이 굳은 외면 속에 자기도 모르게 숨겨져 있었으니까. 그 사건, 그 빌어먹도록 재수없던 하루가 없었다면 타라 안의 그러한 싹은 자라지 않았을 것이다. 타라가 아직까지 밝고 순수한 소녀로만 자랐다면, 평생 이런 감정은 가질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싹은 은밀하게 뿌리내렸고, 지금까지 자라왔다. 그리고 더럽게 재수없는 두 번째 하루, 바로 오늘이 오자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냈다.

 

 타라는 얼얼한 뺨을 감싸쥐었다. 아직도 씩씩대는 소년의 시선이 느껴졌다. 악문 이에서 독기 어린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벌레같은 녀석이..."

 

 그리고 고개를 든 타라는 소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 서슬에 소년 쪽이 흠칫했을 정도였다.

 

 감히 너 따위가 나를 내려다 봐!

 

 하지만 소년이 멈칫한 것은 잠시 뿐, 이내 더욱 부아가 치미는지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그때 낡은 문이 벌컥 열렸다. 소년은 동작을 멈췄다. 다가올 충격에 대비해 눈을 질끈 감았던 타라는 잠시 후 살며시 눈을 뜨고 주변을 살폈다. 방금 전까지 노기로 충천했던 소년은 입을 떡 벌린 채 겁에 질려 있었고, 구경하던 다른 아이들 역시 긴장하여 몸을 수그렸다.

 

 타라는 조심스럽게 새로운 사람을 살펴보았다. 체구가 건장하고 인상이 거친 남자였다. 어디를 어떻게 보더라도 성격이 좋아 보이는 구석은 없었다.

 

 남자는 엉거주춤 선 타라와 소년을 보았다. 그리고 위협적으로 뚜벅뚜벅 다가왔다. 소년이 뒷걸음질치며 뭔가를 급히 말하려 했다. 하지만 남자는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대로 냄비같은 손을 들어 소년의 뺨을 후려갈긴 것이다. 소년이 타라를 때린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나름대로 큰 체구의 소년은 비명 한 번 못 지르고 형편없이 허물어졌다. 그걸로 끝도 아니었다. 두 번 세 번 짓밟더니 소년의 멱살을 쥐고 들어올렸다.

 

 "여기가 네놈 놀이터인 줄 아나보지?"

 

 소년은 터진 입술로 뭔가를 중얼거렸지만 그 방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말을 알아들은 사람은 없었다. 남자는 소년을 물건처럼 팽개치고는 방 안의 다른 아이들에게 돌아섰다.

 

 "이 안에서 뭔가를 할 생각은 마라. 너희에게는 위계니, 질서니 하는 건 필요없다. 여긴 연장통이고, 너희는 연장이다. 연장끼리 부딪쳐서 부러지면, 버린다."

 

 그리고 남자는 방을 슥 훑어보았다. 그리고 소년과 소녀 한 명씩을 지목했다.

 

 "너랑 너. 나와라."

 

 지목당한 둘은 당장이라도 목을 메고 싶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거역할 순 없었다. 남자는 이곳에서 신이었다. 그들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잔혹한 신.

 

 "다시 올 때까지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다."

 

 남자는 그 둘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 방 안에 있는 누구도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쓰러진 소년만 애처롭게 씨근거리고 있을 뿐. 맞은 상처가 보기보다 큰 것 같았다. 아주 고통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아 어딘가 부러졌는지도 모른다. 매우 처참한 몰골이었지만 타라는 그 소년이 조금도 불쌍하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서 이상한 감정이 다시 솟았다.

 

 너 같은 녀석에게는 그 바닥이 어울리지.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

 

 

 

 잠시 후, 처음 타라에게 말을 걸었던 소녀가 다시 다가왔다.

 

 "여기 조금... 거칠지? 그래도 숨 죽이고 지내면 별일은 없을 거야. 아마도..."

 

 소녀의 이름은 리사였다. 서로 자기소개를 마치고 조금 더 대화를 나눠본 타라는 리사의 간단한 약력을 들을 수 있었다. 리사는 친부모는 일찌감치 잃어버리고, 친척 집에 몸을 의탁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없었다. 아니, 그뿐이면 다행이었다. 친척이란 작자들은 리사를 차별했고, 폭행했고, 제대로된 교육도 시켜주지 않았다. 그리고 열 여섯이 되는 생일날. 그들은 리사를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팔았다.

 

 "......"

 

 이제 타라의 출신을 말해줄 때였다. 하지만 타라는 왜인지 자신에 대해서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타라는 대강 부모를 잃은 뒤 갈 곳이 없어 길을 헤매다가 붙잡혀 들어왔다고만 얼버무렸다. 다행히 리사는 더 자세히 캐묻지 않았다.

 

 이제 이곳이 어디인지 자세히 알아야 할 차례였다.

 

 "그 남자는 여기를 개미굴이라고 불러. 우리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거야."

 

 "돈벌이라니, 어떻게?"

 

 "운반책. 저 남자는 위험한 물건을 거래하는 조직의 일원이야. 아마 약 같은 걸 거래하겠지. 그 물건들을 우리가 거래장소로 운반해. 이미 다른 곳에서 거래는 끝났고, 물건만 재빨리 전달해주는 식이지. 지금 끌고 나간 두 명도 그런 일을 하려고 나간 거야. 한 명은 두어 번 경험이 있고, 한 명은 없지. 경험 없는 애를 연막으로 쓰고 그 사이에 진짜 물건을 거래하는 수법이야."

 

 "너도 그... 거래를 해봤어?"

 

 "응. 난 세 번 나갔어. 한 번은 진짜 잡힐 뻔했지."

 

 "잡히면 어떻게 돼?"

 

 "잘 모르겠어. 좋은 꼴을 못 볼 거라는 건 확실하지. 실은 네가 오기 며칠 전에 한 명이 발각되서 끌려갔어. 빈자리를 메꾸려고 널 데려온 모양이야."

 

 타라는 입술을 짓씹었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탈출할 수 있을까. 나중에 타라가 일을 맡게 되면, 차라리 거래 현장을 들키는 게 어떨까? 타라는 경찰청장의 딸이었다. 아버지가 이미 죽었다고는 해도 간과할 수 없는 신분인 것이다. 경찰에 체포된다고 해도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까 그 남자는 누구야?"

 

 "우리끼린 그냥 '괴물'이라고만 불러. 우릴 관리하는 것 외에 다른 건 아무것도 몰라. 며칠에 한 번씩 들어와서 사람만 빼가니 어쩔 수 없거든."

 

 타라는 잠자코 듣고 있다가 불쑥 말했다.

 

 "저 남자. 죽일 수 없을까?"

 

 리사는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까 못 봤어? 우리가 한 번에 달려들어도 저 괴물 상처 하나 못 낼걸. 마땅한 무기도 없는데 무슨 수로?"

 

 "......"

 

 타라는 다시 침묵했다. 잠시 후 다시 얼마동안 대화가 이어졌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먹을 것은 들어왔다. 포장지에 싸인 싸구려 빵 몇 덩어리였다. 물론 그마저도 사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지만. 타라는 자기 몫의 빵을 받아 들고 포장지를 벗겨 한 입 깨물었다. 아무리 비참하고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살려면 먹어야 했다. 지금껏 식사라는 행위를 일종의 의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살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매우 생소한 일이었다. 먹을 것이 이토록 귀한 것이었다니.

 

 타라를 해코지했던 소년은 한참동안 바닥에서 버르적대다가 일어나 자기 몫의 음식을 받았다. 그야말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었다. 타라는 마지막 빵조각을 입에 넣고 오랫동안 씹었다. 마침내 꿀꺽 삼켰다. 당연히도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불평할 수는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대로, 타라는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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