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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별의 여행자
작가 : 아쿠아맨
작품등록일 : 2019.8.16

많은 상처를 품고 공화국의 기사가 된 엘 나이트리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뜻하지 않게 기사단 내부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세력을 직감한다.
그들의 음모를 추적하는 엘은 여태껏 몰랐던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데...

 
모든 것을 가진 소녀 1
작성일 : 19-08-16 15:38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4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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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라 노이타는 조용한 소녀였다.

 

 타라는 친구도 없었다. 언제나 교실 맨 뒤에 오도카니 혼자 앉아 있는 자그마한 여자아이.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그 정도로 밖에는 타라를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을 따져보면 그들은 타라에 대한 인식마저 희미한 편이었다. 타라가 머리 모양을 바꾼 모습도 누구도 보지 못했다. 타라는 언제나 곱슬거리는 긴 레몬색 머리카락을 단정히 틀어올리고 다녔다. 하루도 빠짐없이.

 

 예쁜 얼굴이었지만 돌아서면 아무런 인상도 남지 않는 기묘한 면도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면 그것이 꽤 괴상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타라에 대해서 그렇게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유령같은 소녀였다.

 

 타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또한 매우 효율적으로 말을 했다. 부득이하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의견을 모을 일이 생기면, 타라는 언제나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직접 말을 걸어봐도 살짝 웃는 정도의 감정 표현이 다였다. 하지만 그 작은 목소리로 짧은 말을 내뱉는다면, 사람들은 타라의 말에 집중한다. 다수의 의견이 타라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 타라는 가끔씩 끼어들어 한두 마디만 말한다. 그렇다면 토론은 어느샌가 타라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고 결론지어진다. 그러고 나서도 사람들은 타라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생각밖에는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타라는 다시 한 번 유유자적 사람들의 눈 밖으로 사라진다.

 

 

 

 '결국 내 기억은 꿈이었다. 단꿈이었다.'

 

 

 

 그날 문학 수업시간. 교사 칼스가 홀로그램 화면에 띄운 글귀였다. 칼스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연방 설립 이전의 작품들 중 가장 중요한 시의 한 구절이다. 이 시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학생 있나?"

 

 학생들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가끔씩 저들끼리 수군대기도 했지만 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아무도 없나? 이 정도는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거라 생각하는데."

 

 여전히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칼스는 교실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러던 중 한 책상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타라의 책상이었다.

 

 타라의 노트엔 시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루드비히'.

 

 칼스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타라의 앞을 지나쳤다.

 

 정답을 맞춘 사람 없이 수업이 끝났다. 학생들이 먼저 교실을 빠져나가고, 칼스는 천천히 물건을 챙겼다. 그때 교실 안에 유일하게 남은 학생에게 눈길이 갔다. 타라였다.

 

 칼스는 타라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타라의 짙은 파란색 눈이 그를 올려다 보았다.

 

 "아까는 왜 답을 말하지 않았니?"

 

 타라는 예의 그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틀릴까봐요."

 

 

 

 타라는 홀로 귀가했다. 그녀의 집은 학교에서 멀지 않았다.

 

 시내를 지날 때였다. 타라는 문득 작은 골목길에 시선이 닿았다. 그녀 또래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타라도 아는 얼굴이었다. 물론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다. 타라가 다니는 학교에서 유명한 불량배들이기 때문에 알 뿐. 그들은 약한 학생 하나를 희생양으로 붙들고 괴롭히는 중이었다. 그 학생 역시 아는 얼굴이었다.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봐온 광경이었다. 그 괴롭힘이 바깥에서까지 이어질 뿐이었다.

 

 

 

 힘세고 덩치 큰 소년이 약한 아이를 마구 때리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고 있었다. 나머지는 수상쩍은 생김새의 담배를 피우며 그 모습을 보며 낄낄대는 중이었다. 타라는 그곳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을 꾹 감았다. 숨이 가빠졌다. 이제까지 탁했지만 단순했던 머릿속을 불쾌한 기억의 편린들이 마구 헤집었다.

 

 남자들, 욕설, 구타, 그리고 검은색 자동차... 저항할 틈도 없이 무자비하게 닫히는 문... 목구멍을 틀어막은 천 탓에 도와달라고 외칠 수도 없었다.

 

 타라는 귀를 막고 고개를 홰홰 저었다. 그리고 도망치듯 그 장소에서 벗어났다. 어차피 타라는 도와줄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자신의 기억에 빠져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도 떠올리지 못했다.

 

 

 

 타라가 도착했을 때, 헨릭 노이타 경찰청장은 집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타라가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웬일로 집에 계셨네요."

 

 "요즘엔 약간 여유가 생겼어."

 

 타라는 아버지를 한 번 안아준 후 웃어보였다. 노이타 경찰청장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분을 느꼈다. 분명 그토록 사랑하는 딸의 미소인데, 가슴이 찢어졌다. 타라가 지은 미소는 껍데기뿐인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웃는 법까지 잊어버린 것 같았다.

 

 "마침 날씨가 좋아서 차나 마시려고 했는데, 너도 마실래?"

 

 "좋아요."

 

 딸과 아버지는 노을이 지는 창가에 마주앉아 찻잔을 하나씩 들었다. 노이타 경찰청장은 딸이 찻잔을 들어 입에 대는 것을 보았다. 타라의 시선은 창밖을 향해 있었다.

 

 노이타 경찰청장이 먼저 말을 걸었다.

 

 "요즘 학교는 어때?"

 

 "수업은 잘 듣고 있어요. 이번 성적도 괜찮았고요."

 

 물론 타라의 성적은 언제나 좋았다. 안 그런 적이 없었다. 하지만 노이타 경찰청장은 그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딸이 공부에 관심이 없더라도, 먼저 활짝 웃어주고 때로는 그 나이처럼 떼도 쓰는, 그런 아이이길 바랐다.

 

 "그런 거 말고 다른 것 말해줄 건 없니? 친구라든가."

 

 타라는 잠시 생각하는 기색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아빠는요? 이제 집에 자주 들어오세요?"

 

 "아마 며칠 동안은 그럴 거다."

 

 타라는 자기 이야기를 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때문에 노이타 경찰청장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청장은 이야기에 그리 재주가 많은 사람이 아니었고, 얘깃거리는 금세 떨어졌다. 그 사이 차를 다 마신 타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방으로 갈게요. 숙제해야 되거든요."

 

 그리고 자기 방으로 사라져버리는 딸을 보며, 노이타 경찰청장은 마지막 차 한 모금을 마셨다. 이미 전부 식어버린 후였다.

 

 어쩌다 딸이 저렇게 되어버린 걸까. 그날, 그 더럽게 재수없던 단 하루만 없었더라도.

 

 

 

 방으로 들어온 타라는 책을 펼쳤다. 그리고 곧 숙제에 빠져들었다. 적은 양이 아니었지만 타라는 금세 해치우고 다음 주 것까지 모두 마쳤다. 그 다음은 복습을 시작했다. 끝마치자 이번엔 예습에 달려들었다. 그 모든 것을 마치자 이미 해가 진 채였다.

 

 타라는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그녀의 책꽂이에는 고등학생이 읽기엔 어려운 학술적인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타라는 그 재미없는 책을 막힘없이 줄줄 읽어내려갔다.

 

 타라에겐 부족한 것이 없었다. 그녀는 예뻤고, 완벽한 부모님이 있었다. 집안의 재력도, 지위도 대단했다. 필요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타라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고 나서야 타라는 책장을 닫았다. 마치 자신의 세계처럼.

 

 

 

 다음날은 휴일이었다. 노이타 경찰청장도 오랜만에 출근하지 않았다. 타라는 언제나처럼 아침 일찍 일어났다. 세수를 하고 단정하게 용모를 정리했다. 그리고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모습으로 1층에 내려왔다. 노이타 부인은 이미 식사 준비를 마쳐 놓았고, 타라만 자리에 앉으면 되었다. 타라는 아버지 맞은 편에 앉았다.

 

 얌전하게 음식을 먹는 타라에게 노이타 부인이 달걀을 하나 더 주며 말을 걸었다.

 

 "타라. 오늘은 뭘 할 생각이니?"

 

 타라는 별로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도장에 다녀올까 해요."

 

 바깥에 잘 나서지 않고 취미도 별로 없는 타라였지만 2년 전부터 집 근처의 도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걸 들은 사람들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사실 타라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운동을 시작한 이유를 대라면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았다. 막연하게 잡념을 떨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할 뿐이었다.

 

 타라는 식사를 마치고 바로 활동적인 옷으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작은 가방을 든 채 밖으로 나왔다.

 

 수도성 모르노르의 도시 포트빌. 계절은 여름이었다. 여름에도 크게 덥지 않은 게 포트빌 날씨의 특징이긴 했지만, 역시 여름인지라 덥긴 더웠다. 타라는 휴대용 쿨러를 작동시켰다. 타라의 손에서 떠난 조그마한 기계 둘은 곤충처럼 타라의 주변을 맴돌며 시원한 바람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수도 헤니르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포트빌 역시 모르노르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였다. 수십 개의 마천루가 솟았고 시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타라는 사람들이 많은 곳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나고 자란 이 도시도 썩 마음에 들어하진 않았다.

 

 부지런히 걸어 도착한 곳은 비교적 초라해보이는 건물이었다. 타라는 익숙하게 계단을 올랐다. 2층에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목재 바닥에 온통 흰 벽으로 둘러싸인 탁 트인 공간이었다. 안에는 몇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펑퍼짐한 흰 옷에 허리띠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 중 타라보다 어린 사람은 없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가 타라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이구나, 타라."

 

 "안녕하세요. 원장님."

 

 타라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타라는 도장의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원장은 타라를 크지 않은 체구의 여성과 짝지어 주었다. 물론 타라보다는 컸지만. 타라와 여자는 가볍게 목례를 나눈 후 곧바로 대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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