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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흉성과 와일드 헌터
작가 : 죽음의우라늄광선총
작품등록일 : 2019.8.15

배신자의 자손.
정체를 숨기고 불법으로 마수를 사냥하는 밀렵꾼.
말하는 비둘기 이카.
그들에게 배다른 여동생이 찾아온다.

 
2화
작성일 : 19-08-15 23:23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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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우르는 일그러졌던 표정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당신의 이름을 알 리가 없잖아요. 우리 가문은 그동안 당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찾고 있었습니다.”

 

 알코르는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나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았나?”

 

 우르는 비꼬면서도 단검을 다시 칼집에 꽂았다.

 

 “뭣 하러 찾아왔는지는 모르겠다만, 난 아무 관심도 없어. 그러니 돌아가.”

 

 “부탁이 있어서 온 겁니다. 그냥 돌아갈 순 없어요.”

 

 우르는 혀를 차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그걸 들어줘야 할 이유도 없지.”

 

 그리고 잠시 침묵에 잠겼다. 이카는 마당에 꽂혀있는 횃대에 앉은 뒤 입을 열었다.

 

 “습기가 심상치 않군. 우르. 일단 안으로 들이는 게 좋겠어. 어쨌든, 손님이기도 하고, 의뢰라면 내용을 듣고 거절해도 늦진 않아.”

 

 “돈벌이에 관련된 의뢰는 아닐 거 같은데. 그리고 사람이 혈연을 강조 할 때는 대개 싸게 해 처먹으려 할 때밖에 없지 않아?”

 

 “부정은 안 하겠다만 내가 가르친 걸 잊지는 않았겠지?”

 

 “저기……”

 

 알코르가 손을 들며 끼어들었다.

 

 “아까부터 누구랑 얘기하시는 거죠? 말소리는 들리는데, 모습은 안 보여서……”

 

 알코르는 당황스러운 투로 말했다. 우르는 턱짓으로 이카를 가리켰다.

 알코르의 시선은 턱을 따라갔고, 이내 새하얗게 질렸다.

 

 “비, 비둘기가 말을?!”

 

 “난 비둘기가 아니야!”

 

 이카는 거칠게 날아오르며 외쳤다.

 

 “조금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구구하고 울고 콩과 빵부스러기엔 환장한다만 일단 비둘기는 아니야.”

 

 “그걸 설명이라고 하고 앉았냐!”

 

 이카는 우르를 부리로 쪼려고 날아들었지만, 우르는 가볍게 피했다.

 그런 둘을 알코르는 얼빠진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이카가 지쳐서 횃대에 다시 앉자 우르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자 그럼 일단 비켜주겠어? 비싼 옷을 버려도 상관없다면 모르겠다만.”

 

 “…네?”

 

 알코르가 얼빠진 소리를 내자 우르는 하늘을 가리켰다.

 알코르는 그때야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집안에 들어오자 빗줄기가 쏟아붓기 시작했다.

 가재도구는 모두 낡았으나, 안은 정갈하게 정리되어있었다.

 우르는 천으로 감싼 물건을 침대 밑에 집어넣고는 갑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냄비 아래의 화로와 기름 램프에 불을 붙였다.

 램프 위 플라스크 안에 든 액체가 끓자 우르는 적색 가루를 안에 털어 넣었다.

 

 “뭘 만드는 거죠?”

 

 알코르는 탁자 앞에 놓인 의자에 앉고는 말했다.

 우르 대신 이카가 탁자 위에 앉아 설명했다.

 

 “포션. 적심초와 허브를 섞어 만드는 체력 회복용이지.”

 

 “…허가 없는 연금술은 불법 아닌가요?”

 

 “들키면. 거기에 우리가 저지른 게 한두 가지도 아니라서 말이야.”

 

 방 안에는 그 말고도 연금술 도구가 널려 있었다.

 약물이 담겨있는 플라스크. 대나무를 잘라서 만든 병. 검은 흙.

 납작한 국자 안에는 버터 같은 것이 눌러 붙어있었다.

 

 “그게 귀족의 예절인가?”

 

 우르는 램프의 불을 끈 뒤, 알코르와 마주 앉았다.

 

 “앉으라고 얘기한 적이 없는데.”

 

 “손님을 두고 딴 일부터 한 것도 예의는 아닌 거 같은데요.”

 

 알코르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고, 우르는 다리를 꼬았다.

 

 “그래서 용건이 뭐지?”

 

 “…조금 얘기가 길어질 텐데 괜찮겠어요?”

 

 “맘대로 해.”

 

 알코르는 뜸을 들이고는 입을 열었다

 

 “당신도 조금은 알 거로 생각해요. 우리 카노푸스 가문이 배신자라고 불리는걸.”

 

 우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알코르는 말을 이었다.

 

 “마수왕과의 마지막 싸움에서 배신한 헬리오 카노푸스. 네. 나와 당신의 아버님이죠. 하지만 그분이 진짜로 배신했다는 증거는 그 누구도 찾지 못했어요.”

 

 “그런 것 치곤 세간의 반응이 살벌하지 않나.”

 

 우르가 빈정거렸지만, 알코르는 담담한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아버지가 배신했는지 직접 본 사람은 없어요. 그 덕에 작위와 봉토를 반납하는 거로 그쳤고요. 공식적인 처벌만 그랬다는 거지만.”

 

 “구구절절한 사정은 그쯤하고 결론이 뭐지?”

 

 “새벽별은 죽었고, 검성은 아무런 증언 없이 종적을 감추었어요. 우리 가문은 그동안 아버님의 무죄를 주장해왔고요. 물론 우리의 주장도 증거는 없었지만……”

 

 우르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알코르를 봤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그 순간 말을 꺼낸 건 우르가 아닌 이카였다.

 

 “대체 어디서 그 증거를 찾았다는 거지?”

 

 알코르는 대답 대신 꺼림칙한 눈으로 이카를 봤다.

 우르는 짧게 한숨을 쉬고는 알코르를 재촉했다.

 

 “입이 가벼운 사람은 아니야.”

 

 “…북쪽의 ‘계절선’너머에서요. 물론 관계자가 아닌 분 앞에서는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혹독한 추위가 시작되는 땅이자 마수왕과의 옛 전쟁터.

 알코르는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지만,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아…… 헬리오가 배신자가 아니라는 증거가 나왔다는 건가? 그게 어쨌다는 거지?”

 

 “그 증거를 바탕으로 전하께 가문의 복권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종교재판 요구에도 국법의 한해서 최소한의 처벌로 제한하신 분이니까요. 분명 우리 편이 되어주실……”

 

 “그런 건 내 알 바가 아니고.”

 

 “…네?”

 

 우르의 심드렁한 태도에 알코르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쪽이 날 찾아올 이유도 되지는 않잖아.”

 

 “그건……”

 

 알코르가 뜸을 들이는 사이 냄비 뚜껑이 덜컹거렸다.

 우르는 화로 앞에 가서는 냄비 안을 국자로 젓기 시작했다.

 

 

 “어머님께서 정하신 일입니다. 가문이 복권되면 그동안 뿔뿔이 흩어져서 돌보지 못한 가족들을 거두시겠다고요.”

 

 “첩의 자식도 그리 부르는 건가? 통이 크군.”

 

 “…확실히 아버님은 여색을 밝히시는 편이었죠. 그 점에 대해선 어머님도 달갑게 여기시는 건 아니지만.”

 

 

  알코르는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태어난 아이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오히려 가문이 어렵다고 해서 챙기지 못한 걸 늘 마음에 두셨어요.”

 

  우르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역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군.”

 

 “어째서죠? 얼자라고 하지만, 가문이 복권되는 순간 당신의 삶은 보장되는 셈이에요. 숨어 사는 것보단 낫지 않나요?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야.”

 

 우르는 양동이에 받은 물로 화로의 불을 껐다.

 그리고는 냄비 안의 걸쭉한 내용물을 그릇 안에 퍼 담았다.

 시든 채소를 토막 썰어 끓인 수프. 그리고 거친 흑빵을 알코르 앞에 두었다.

 

  “날씨도 험하고 늦었으니 잠자리까진 제공하겠어. 단 오늘 하룻밤만이야.”

 

 알코르는 흑빵을 집어 들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묻죠. …크라이산더는 어디에 두셨죠?”

 

 우르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이카 앞에 빵부스러기를 뿌렸다.

 이카는 구구거리고는 쪼아 먹기 시작했다.

 

 

 “모르겠는데.”

 

 “그렇군요.”

 

 알코르는 우르의 말에 수긍한 뒤 빵을 먹기 시작했다.

 우르는 그녀를 잠시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잘도 먹는군.”

 

 “아. 여행길이 고되어서 배가 고팠거든요. 무슨 문제라도?”

 

 “아니. 아무것도.”

 

 우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거친 빵을 이로 뜯어 삼켰다.

 

 

 어둠을 틈타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자는 다른 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움직이며, 침대 아래를 살폈다.

 어두웠지만, 눈은 이미 어둠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윽고 그자의 손에는 천으로 감싼 기다란 물건이 들려 있었다.

 

 미소.

 

 그러나 미소는 곧바로 사라졌다.

 무언가 이상하다. 이렇게 가벼울 리가 없는데.

 그자는 조용하고 신속한 손놀림으로 천을 풀었다.

 천으로 감싼 건 원했던 것이 아니라 썩은 부목……

 

 “이럴 줄 알았으면 무게 좀 채워두는 건데. 너무 빨리 눈치채는 거 아냐?”

 

 우르가 단검으로 상대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번개가 쳤고, 찰나의 빛 속에서 알코르의 굳은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실소를 터뜨렸다.

 

 “언제부터?”

 

 “연기력이 꽝이었거든.”

 

 “나름 철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이전의 공손한 말투는 그만두고 조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말투는 그럴싸한데 행동이 영 아니잖아. 귀족이라면서 값진 옷이 비에 젖을 걱정도, 거친 음식을 거부하지도 않고.”

 

 “그래? 다음번에는 좀 더 신경을 쓸게.”

 

 “다음?”

 

 우르는 단검을 좀 더 가짜의 목에 가까이 대며 말을 이었다.

 

 “덜 아프게 죽고 싶다면 순순히 대답하는 게 좋을 거다. 너 정체가 뭐지?”

 

 단검의 날이 목을 누르는데도 가짜는 서늘하게 웃었다.

 

 “아 물론. 다음이 있지. 너는 아니고 나한테는.”

 

 그러나 가짜가 꺼낸 건 대답이 아니었다.

 

 “무슨 소릴……”

 

 가짜가 무어라 빠르게 외쳤고 그 순간 집안 전체가 우지끈거리며 흔들렸다.

 우르는 무언가 눈치채고 가짜를 찌르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나무의 마술.

 

 말뚝같이 굵고 뾰족한 가지가 바닥에서 천장까지 꿰뚫고 올라왔다.

 재빨리 피한 터에 단검을 쥔 손등이 베이는 거로 끝났다.

 

 그러나 가지는 궤도를 꺾어 우르를 쫓아왔고 집 밖으로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술사였나.”

 

 우르는 빗물로 손등에 흐른 피를 씻어내며 말했다.

 오두막을 꼬치처럼 꿰뚫은 가지는 뚫고 나온 자리를 통해 점점 줄어들었다.

 

 이걸로 한 번.

 

 “험한 세상을 살려면 재주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난 너처럼 상은 무기는 없거든.”

 

 가짜가 도도하게 걸으며 오두막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띠고 있었으나, 시선만큼은 날카로웠다.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어째서 눈치챈 시점에서 손을 쓰지 않은 거지?”

 

 “적은 가까이 두고 감시하라고 누가 가르쳤거든.”

 

 우르가 대답하자 가짜가 폭소를 터뜨렸다.

 

 “나쁘지 않네. 다만 관찰이 부족했다는 게 문제지만.”

 

 “크라이산더는 안 물어보시나?”

 

 “아. 그랬지. 쿡쿡.”

 

 가짜가 입가에 손을 올리며 쿡쿡 웃었다.

 

 “물론 그게 내 목적이야. 그건 특별한 물건이니까. 이 근처를 뒤지다 보면 나오지 않겠어?”

 

 “그럴까? 집을 보면 알겠지만, 생활고에 허덕여서 말이지.”

 

 우르는 태연한 척 말했으나 상황은 불리했다.

 

 “정말로 몰랐거나 엿 바꿔 먹었다면 ‘모르겠는데.’라고 대답하진 않았겠지. 게다가 그게 없으면 마수 사냥도, 마술에 대항할 수도 없잖아. 안 그래?”

 

 가짜는 한 걸음씩 다가왔고 우르는 단검을 고쳐 쥐었다.

 그 모습이 무언가를 자극했는지, 그녀의 표정은 황홀경에 물들어갔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그리고 그녀는 오른팔을 내뻗으며 외쳤다.

 「우에드 에직크 니튜에스!」

 그녀의 외침이 끝나는 순간 또다시 나뭇가지가 솟구쳐 올라 달려들었다.

 우르는 한 뼘의 차로 피하거나 단검으로 쳐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가지는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우르는 피하는 순간마다 수십 분이 지나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론 찰나에 지나지 않았고 마술 지속 시간은 한참 남아있었다.

 

 “과연 몸놀림은 빠르네. 하지만 이래도 피할 수 있을까?”

 

 가볍게 손짓하자 가지의 움직임이 변했다.

 좁게 찌르던 형태에서 채찍처럼 넓게 후려치는 형태.

 우르는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혔고 단검은 바닥을 굴렀다.

 다시 일어나려고 했으나 가지가 발목을 감싼 채 단단히 굳어져 있었다.

 

 “제법이야. 내가 마술을 ‘두 번’ 쓸 때까지 피할 줄이야.”

 

 가짜는 손뼉을 치며 우르를 향해 걸어왔다.

 빗물에 젖은 흙이 질척한 소리를 냈다.

 우르는 묶인 발목을 풀려고 애썼으나 맨손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지루해서 말이지. 이제 죽어주실까?”

 

 가짜가 흉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시아 이그듀 세이즈.」

 

 그녀의 주문이 아니었다.

 기다란 다이아몬드 형태의 비수.

 세 개의 얼음 화살이 가짜의 앞과 우르의 발목 위를 스치며 지나갔다.

 가짜는 뒤로 빠르게 물러나 비수가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간헐천처럼 솟구친 빗물의 기둥.

 그 위에 떠다니는 얼음의 발판.

 초승달 같은 흰색의 대낫.

 회색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물의 기둥을 밟고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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