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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라진 가족
작가 : 장군12
작품등록일 : 2019.8.7

14년 전 발생한 일가족 실종 사건을 한 주간지 기자가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을 다룬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
서로를 파괴하며 처참하게 무너진 가족의 사연과 경찰이 숨긴 진실의 조각.
사실을 은폐하려는 세력과 모든 일을 백일하에 드러내려는 이들의 숨막히는 대결로 치닫는데……

 
5. 2016년 3월 12일 ②
작성일 : 19-08-13 18:02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7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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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6년 3월 12일 ②

 

  재우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승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한참 답이 없었다. 전날 당직을 서고 정신없이 자는 모양이었다.

  승미에게 딱히 용건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어머니 집에 조금이라도 늦게 갈 생각이었다. 재우는 동네 중국집에서 짬뽕으로 속을 풀고 원룸으로 돌아왔다. 성남 실종사건 자료를 보고 취재 내용과 사진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는 부천의 주택가 빌라 1층에 살았다. 방 하나에 거실과 주방을 합쳐 15평이었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자식들이 독립하자 집을 줄여 간신히 반지하를 벗어날 수 있었다.

  지상으로 올라갔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어머니가 하는 일은 여전히 고되고, 생활은 팍팍했다. 그렇다고 재우가 일을 그만두라고 할 상황도 아니었다. 각자의 삶은 스스로 챙길 수밖에 없었다.

  재우는 어머니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신경이 쓰였다. 어디에 앉아야 좋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 언제 일어서는 게 자연스러울지 등등. 주변에서 들은 얘기로 보면 시부모집에 처음 가는 새댁, 처갓집에 처음 가는 새신랑이 느낄 법한 감정이었다.

  불편함의 원인을 따져 보면 결국 어머니였다. 집에 가면 어머니는 어색한 표정으로 끊임없이 그의 눈치를 살폈다. 좁다 보니 어디 틀어박힐 재간도 없었다. 재우가 할 수 있는 건 묵묵히 앉아 있다 밥을 먹고, 일어나는 게 전부였다.

  다만 형이 오면 태도가 달라졌다. 평소와 달리 살가운 표정을 지으며 형과 재우에게 반찬을 건넸다. 재우는 갑자기 부모의 역할을 하려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어색한 신인 배우의 연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재우는 가끔 네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던 20년 전을 떠올렸다. 그럴 때마다 TV 드라마 속 풍경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이제 너무 멀리 와 버렸고, 어떻게 해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순 없었다. 말은 안 해도 사라진 아버지를 포함해 가족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재우는 형을 보러 갔고, 명절 때면 어머니를 찾았다. 형은 가끔 어머니를 보러 왔고,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 밥을 지었다. 이런 행위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어쩌면 모두 필사적인 연기에 불과한 지도 몰랐다.

  물론 재우가 형과 어머니를 볼 때마다 일종의 안도감 비슷한 걸 느끼는 건 사실이었다. 황량하고 거친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형과 어머니도 그런 게 아닐까. 서로를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면서도 함께 있으면 혈연의 유대를 느끼는 아이러니. 재우는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이어질지 불안하면서도 궁금했다.

 

  재우는 오후 5시 경 일을 마무리한 뒤 검은색 패딩을 입고 문을 나섰다. 언제나처럼 발이 무거웠다. 가는 길에 뭐라도 들고 가야 할 것 같아 근처 마트에 들렀다. 하지만 아무리 판매대를 돌아도 뭘 사야할지 감이 안 왔다. 어머니와 형이 좋아하는 게 뭔지 짐작조차 안 갔다. 결국 가장 무난한 건강 드링크 세트를 집어 계산대로 갔다.

  부천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했다. 문 앞에서 벨을 눌렀지만 답이 없었다. 집에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형은 밖에 나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 어머니는 찬거리를 사러 시장에라도 간 모양이었다. 일하는 반찬가게에 급한 일이 생겨 퇴근이 미뤄지는지도 몰랐다.

  재우는 익숙한 비밀번호를 눌렀다. 어머니는 예전 아파트에 살던 시절부터 쓰던 비밀번호를 여전히 쓰고 있었다. 형이 언제든 들어올 수 있도록 말이다. 문을 열던 재우의 머리 속에 문득 2년 전 폭우 때 반지하 집 앞에 앉아 있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재우가 따로 집을 얻은 지 얼마 안됐을 때, 30년만의 폭우가 수도권을 덮쳤다. 어머니가 혼자 지내던 반지하 방은 어김없이 물에 잠겼다. 어머니는 급하게 중요한 것만 들고 나와 당시 일하던 감자탕 집으로 피신했다. 재우는 연락했다가 집이 잠겼다는 말을 듣고 식당으로 달려왔다.

  "일단 저희 집으로 오세요."

  재우의 원룸은 산동네 초입의 고지대에 있어 비교적 안전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어머니는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너희 형이 오늘 집에 오면 어떻게 하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는 마당에 어떻게 찾아온단 말인가.

  "비가 많이 오니까 집이 걱정돼 와볼 수도 있지."

  어머니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말문이 막힌 재우는 이사를 권했다.

  "이제 혼자 사시니까 평수를 좀 줄여서라도 땅 위로 올라오세요. 언제까지 반지하에 사실 순 없잖아요."

  어머니는 들은 척도 않고 다시 형 얘길 했다. 재우는 할 수 없이 전화기를 꺼내 형 번호를 눌렀다. 신호는 가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다.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건설 현장이나 공장에서 일하느라 전화를 못 받는 건 아닐까. 재우가 그렇게 말하자 어머니의 걱정은 더 심해졌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일을 한다고? 비 오면 일할 때 위험한데…. 얘는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될까."

  어머니는 급기야 집에 메모라도 남겨놓고 와야겠다면서 몸을 일으켰다. 식당 주인까지 말렸지만 투명 장우산을 든 채 가게를 나섰다. 할 수 없이 재우도 우산을 들고 따라나섰다.

  비는 다소 약해진 다음이었지만 대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우산을 펴면 이삼초 만에 뒤집어졌다. 몇 번 우산이 뒤집힌 후 어머니는 우산을 반만 펴 머리만 간신히 가리고 손으로 잡은 채 걸었다.

  맞바람을 헤치며 나가는 터라 전진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도로 곳곳도 물에 잠겨 금방 신발이 축축해졌다. 재우는 한시라도 빨리 형으로부터 연락이 오길 바라며 묵묵히 뒤를 따랐다.

  식당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500m 남짓이었다. 그런데 이날 가는 데는 반 시간이 넘게 걸렸다. 어머니는 몇 번 발걸음을 멈췄지만 몸을 돌리진 않았다. 마치 피리소리에 홀린 사람처럼 조용히 앞으로 나갈 뿐이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둘은 강에 빠졌다가 방금 나온 것처럼 온 몸이 젖어 있었다. 반지하 집은 하수도가 역류하면서 정강이까지 물이 차 있었다. 옷장과 서랍장은 아랫단이 비워진 채였다. 침수에 익숙한 어머니가 집을 나서기 전 비상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럼에도 전단지와 비닐봉지 같은 것들이 물에 떠 다녔다.

  잠시 집 내부를 둘러보던 어머니는 어디선가 메모지와 필기도구를 들고 왔다. 재우는 밖에 나가 계단에 앉았다. 그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형이었다. 어머니가 걱정하는데 별 일 없느냐는 질문에 답은 간단했다.

  "괜찮아. 여긴 비 안 와."

  "거기가 어딘데?"

  "하여튼 괜찮아. 거긴 비 많이 올 텐데, 네가 어머니 잘 챙겨주라."

  재우는 소리쳐 형의 무사함을 알렸다. 어머니는 알았다면서도 한참 더 집을 둘러본 후에야 나왔다. 그러고는 피곤한지 아무 말 없이 재우 옆에 앉았다. 재우는 다시 이사를 권했다. 그리고 당분간 원룸에서 같이 지내자고 했다. 어머니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신경 쓰지 마라."

  무심한 말투였다. 재우는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어머니는 여전히 미동 없이 반지하 현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이제 돌아가야죠."

  재우가 어깨에 손을 짚자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맞췄다. 드문 일이었다. 오랜만에 정면으로 본 어머니의 눈동자는 뭔가를 호소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머니는 돌아오는 길에 이사를 하겠다고 알렸다. 그러면서도 당분간 원룸에서 같이 지내자는 제안은 끝내 거절했다. 재우는 이후에도 가끔 그 때 어머니의 시선이 생각났다. 어머니는 당시 재우에게 뭔가 중요한 걸 말하려 했던 건 아닐까.

 

  문을 열었지만 역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썰렁한 공기만 감돌았다.

  거실에는 오래된 TV와 탁자가 놓여 있었다. 앞에는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낡은 소파 하나. 낮은 책장에는 재우가 만드는 주간지가 날짜별로 꽂혀 있었다.

  입사 후 주간지 구독자를 한 명이라도 늘리라는 지시를 받고, 어머니 이름으로 구독 신청을 했다. 집을 떠나 독립한 후에도 구독을 중지하지 않았다. 구독료는 그가 계속 냈다. 재우가 하는 거의 유일한 효도였다.

  거실 왼쪽 방에는 전기장판이 깔려 있었다. 어머니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사용하는 것 같았다. 재우는 어린 시절 형과 전기장판 위에서 같이 뒹굴던 기억이 났다. 추운 겨울 따뜻한 장판이 뼈와 살에 온기를 퍼뜨리면 마음까지 훈훈해졌다.

  재우는 백팩을 옆에 놓고 등을 대고 누웠다. 극심한 피로가 느껴졌다. 취재를 하면서 봉인했던 어제의 취기까지 한꺼번에 올라왔다. 전기장판에 전원을 넣었다.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눈도 조금씩 감겼다.

  어디선가 비밀번호를 눌리는 듯한 소리가 낫다. 눈을 뜨기 싫었다. 남루한 어머니와 삶을 포기한 형. 재우는 조금만 더, 라고 생각하면서 잠으로 빠져들었다. 누군가 조심스레 문을 닫는 기척이 났다.

 

  얼마나 잤을까. 재우가 무거운 눈꺼풀을 들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고 있는데 밖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방문이 살짝 열려 있는 모양이었다.

  "재우도 결국은 알게 되겠지."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해, 엄마."

  "그러게,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형과 어머니의 대화였다. 무슨 얘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던 어머니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은 안 돼요."

  형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힘이 있었다.

  어머니는 조용조용 한숨을 쉬었다.

  "요즘에 너희 아버지가 자꾸 꿈에 나온다. 차라리 원망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서 있기만 하더라. 왜 그랬냐고 묻지도 않아. 그냥 조용히 서 있는 거지. 근데 눈을 보면 마치 나한테 할 말 없냐고 묻는 거 같아. 그런데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니. 그 사람한테 그런 짓을 하고…."

  숨죽여 우는 듯한 소리가 이어졌다. 울음이 잦아들자 형이 달래듯이 말했다.

  "엄마,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지? 지금 약해지면 안 돼."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재우는 살짝 눈을 떴다. 예상대로 방은 컴컴했고 방문은 약간 열려 있었다. 몇 시나 됐을까. 옆에 둔 휴대전화가 생각났다. 하지만 자칫 움직이다가 소리를 낼까 싶어 가만히 있었다.

  형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엄마 탓도 아니야. 처음부터 그럴게 될 수밖에 없었어. 누구 잘못도 아니야.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야."

  어머니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재우는 이미 잠이 싹 달아난 후였다. 하지만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마음에 뭔가가 똑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잉크가 물에 번지듯 순식간에 번지는 의혹. 어머니와 형은 8년 전 집을 나갔다던 아버지에 대해 얘기하는 게 분명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재우는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아버지의 부재를 알게 된 건 상병휴가를 나와서였다. 집에 오니 아버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또 술 마시러 나갔구나 싶어 행방을 묻지도 않았다. 어머니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귀대 전날에야 계속 집에 안 들어오는 게 이상해 어머니에게 행방을 물었다.

  "한 달쯤 전에 집을 나갔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찾고 싶지도 않구나."

  확실히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그 때 이미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아버지가 스스로 집을 나갔다는 건 사실일까. 어머니가 그 사람한테 그런 짓을 했다, 고 말한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버지에게 못되게 굴어 집을 나가게 했다는 자책일까. 하지만 어머니의 꿈 얘기는 마치 세상을 떠난 사람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아버지는 이미 세상에 없는 게 아닐까. 어머니가 일시적으로 화를 못 이겨 아버지를 어떻게 한 건 아닐까.

 

  재우는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재우가 기억하는 한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소리를 지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업이 잘 안돼 형편이 궁색해지고, 갈수록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가도 바가지 한 번 긁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식당에 일자리를 구했을 뿐이었다. 아버지가 패물을 들고 집을 나갔을 때 어머니는 크게 숨을 한 번 쉬고 아버지를 찾아다녔다.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입원했을 땐 병원에서 먹고 자며 수발을 들었다. 몇 달이고 술에 절어 지낼 때 이혼을 요구한 적은 있었다. 그 때도 화를 내진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류를 건넸을 뿐이었다. 그런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였을 리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하긴 했다. 재우가 집에 왔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를 찾아다니지 않았다. 마치 없어진 게 당연하다는 태도였다. 재우는 당시 어머니의 슬프면서도 망연한 표정을 떠 올렸다. 그 얼굴에 죄책감이 포함돼 있었던 걸까.

  재우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건 또 있었다. 대화 내용으로 보면 형은 어머니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떻게 재우만 빼고 둘이서만 비밀을 공유하게 된 걸까. 우연히 알게 된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둘이 힘을 합쳐 아버지라는 존재를 세상에서 지워버린 걸까.

  재우는 아버지 어머니 형 모두에게 화가 났다. 동시에 자신이 판도라의 상자를 눈앞에 놓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열지 말아야 할 금단의 상자.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은밀한 공모. 진실은 그게 아무리 끔찍하고 아픈 것이라도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걸까. 출구가 없는 미로에 갇힌 듯 현기증이 났다.

  다시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저녁 다 됐으니 재우 깨워라.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네."

  어머니의 목소리는 평소대로 돌아와 있었다. 재우는 눈을 감고 기다렸다. 잠시 후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저녁은 은대구탕과 갈비찜이었다. 은대구탕은 날씨가 쌀쌀한 때 어머니의 단골 요리였다. 재우는 담백한 국물을 마시며 예전 기억을 떠 올렸다.

  어머니는 바람이 차가워졌다 싶으면 손에 은대구 한 마리를 들고 왔다. 큼직하게 썬 후 무와 미나리를 넉넉히 넣고 탕을 끓였다. 겨울맞이 연례행사였다. 형편이 어려워지고 나서도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재우와 형은 꼬리와 몸통을 나눠 받아서 열심히 젓가락질을 했다. 아버지에게는 미나리와 함께 머리를 줬다. 아버지는 술잔을 기울이면서 천천히 머리 부위를 먹었다. 눈동자, 볼살, 아가미살…. 나중에 ‘어두육미’라는 말을 알고 재우는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추측이 가당키나 한 걸까.

  "일은 할 만 하지."

  형이 말을 걸었다.

  "그럭저럭."

  재우는 고개를 숙이고 살점을 발랐다. 평소에는 재우가 말을 거는 편이었다. 지금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거라는 건 충분히 짐작이 갔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할 말이 없었다.

  "갈비찜도 좀 먹어 봐."

  어머니가 눈치를 보며 형과 재우의 밥에 차례로 갈비를 얹었다.

  "가게에서 배워온 양념이야. 처음 먹고 나서 주인한테 왜 반찬가게를 하냐고 했다니까. 갈비찜을 파는 식당을 차리면 돈도 더 많이 벌 텐데 말이야. 아니, 내가 아예 식당을 내 버릴까."

  어머니가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그 모습이 왠지 낯설어 재우는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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