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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너무 밝은 곳의 그대
작가 : 드리민
작품등록일 : 2019.5.17
너무 밝은 곳의 그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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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의 인연을 끝으로, 사제가 된 남자.
5년 전의 사고를 끝으로, 흡혈귀가 된 남자.

너무 밝은 곳의 그대를 향한 이야기.

 
#20 기억 속의 그 아이 (5)
작성일 : 19-08-08 23:00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4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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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 저녁노을의 하늘은 무척이나 이상했다. 사람들은 그 하늘을 보자 갑자기 분주해졌고, 그건 그렉이나 조지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른들은 제 자시들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그렉과 조지의 부모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그들에게는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어디로 가는지는 알아?”

  “아니.”

 

  형리 카말은 이제 아르티제에 머물 이유가 없다며 서둘러 다른 마을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조지에게도 그건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그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똑같은 형리의 자식이기에 받는 부당한 대우. 그 속에서 유일하게 그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준 사람이 여기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를 떠나 그렉의 집에 머물 수도 없었다. 그렉의 부모 역시 조지를 반기지 않았다. 지금은 잠시 세가 약해졌다고 하나, 그렉의 집안은 본래 기사 가문. 그렉도 언젠가는 올곧은 주인을 만나 충성을 맹세할 훌륭한 기사가 되겠지. 기사의 뒤를 보필할 종자의 자리에 조지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조지는 떠나야 했다. 언제가 될지도 모를 재회를 기약하며. 그렉은 오늘이 왔을 때, 웃으면서 보내주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 잘 가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이 시간이 조금이라도 느리게 가기를 바랐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조지의 부모가 부르는 소리를 그들은 들었다. 조지는 뒤를 돌아보았다. 마차가 거의 다 준비된 모양이었다. 그렉은 자신이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려는 말을 그대로 쏟아내려 했다.

 

  “조지, 있잖아.”

  “그렉 형, 안 돼.”

 

  조지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는 목소리로 고개를 숙였다. 그렉의 어깨를 꽉 붙잡은 여린 두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 말은 안 돼. 그렉은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말을 조지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눈이 커졌다.

 

  “그 말은, 나중에 들을게.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래.”

 

  말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조지는 고개를 들었다. 옆에서 들어오는 노을의 햇살에 그의 안타까운 미소가 반짝였다.

 

  “그렉 형. 나 하나만 부탁해도 돼?”

  “응, 말해봐.”

  “나를 위해 기도해줘,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나, 그다지 믿지는 않지만, 형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기도할게.”

  “그래. 알았어. 매일 너를 위해 기도할게.”

 

  조지는 그렇게 떠났다. 그 저녁노을의 하늘을 보고 왜 어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는지 깨달았을 때는, 모든 것이 늦은 뒤였다.

 

  그 폭풍우 속에서 조지를 살릴 수 있다면, 조지와 다시 웃으면서 만날 수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평생 기도하며 살겠어. 그 부탁을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 그렉이 비바람을 뚫고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열을 끌고 성소로 들어왔던 이유였다.

 

  그렉이 눈을 다시 깜빡이자, 주변은 다시 성소로 돌아왔다. 환상이라도 본 것 같았다. 체칠리아가 겪었다는 그것 말이다. 그는 지금도 어른거리는 조지의 미소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렉이 조지에게 무심코 하려 했던, 목구멍 속에서 지금도 자신을 간질이는 그 말도.

 

  그렉은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아마도 조지의 것이었을 실반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너를 사랑했었나 보다.”

 

  그렉의 뺨 끝에 물방울이 맺혔다. 그 물방울이 끝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그렉은 바라보았다. 투명한 그것에 햇살이 반짝이고, 어딘가를 비추었다. 그렉은 그곳을 바라보았다. 스테인드글라스 저 너머, 시인의 숲에서 가장 멀리 뻗은 곳. 에어드부르가가 묻은 그믐달 왕의 자리였다.

 

  가야 해, 그곳으로. 그렉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신했다. 그곳에 조지가 있다고. 그는 옆구리에 끼워뒀던 악보도 내려놓고 계단을 내려왔다. 다급하게 걷는 소리에 아래에 있던 던스턴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그렉?”

  “그믐달 왕의 무덤이요!”

  “거기는 아직 위험하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던스턴은 대답 대신 자신을 돌아보는 그렉의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은 마치 가족들을 구하려고 비극의 한복판으로 뛰어들려던 자신의 얼굴과 똑같은 표정이었다. 던스턴은 너마저 뛰어들면 위험하다고 자신을 붙잡은 마을 사람들을 떨쳐내지 못했다. 던스턴은 끝내 구하지 못했다. 그렉은 달라야 했다. 그는 그렉을 붙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던스턴은 다시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그렉을 보며 말했다.

 

  “다녀오세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그를 꼭 구하세요.”

 

  그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성소 밖으로 달려갔다. 던스턴의 뒤에서 캐서린이 올라왔다. 답을 찾아낸 것 같군요. 던스턴은 그런 거 같다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두 사람은 조용히 그렉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시작했다.

 

  그렉은 루카스의 작업실을 지나쳤다. 그 근처를 그렇게 뛰어다니는 사람은 없었기에, 루카스는 문을 열고 뛰어가는 그렉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는구나, 그곳으로. 루카스는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포개 그 위에 올렸다. 그리고 영원한 빛들에게 말했다. 바라건대, 그가 잠시만 저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하소서.

 

  체칠리아는 숲을 거닐다가 그렉이 뛰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향하는 방향을 보고, 체칠리아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영원한 빛들에게 말했다. 그가 넘어지지 않게 하시고, 헛되이 길을 잃지 않게 해주소서. 그러자 영원한 빛이 길게 줄기를 드리워 그렉의 양옆으로 퍼져나갔다. 그렉은 그대로 빛이 가리키는 대로 뛰어갔다.

 

  에어드부르가는 숲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숲속의 생명들에게 속삭여 뛰어가는 아이의 길을 막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눈을 돌려 조지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조지는 무덤의 그림자에 누워 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렉은 그믐달 왕의 무덤이 있는 곳까지 달려왔다. 갑자기 멈춘 다리가 비명을 질렀다. 그는 숨을 가쁘게 내쉬며 주저앉았다. 무덤으로 심어진 나무는 에어드부르가가 고성에 심은 나무처럼 그 주변에 다른 나무가 자라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거대한 나무의 그루터기에 누워, 그늘 속에서 조지가 자고 있었다.

 

  그가 조지의 이름을 외치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영원한 빛이 나타나 그렉의 두 눈을 살며시 가렸다. 햇살을 마주 본 듯 그의 시야가 번쩍였다. 잠시 뒤, 그렉의 시야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니, 원래대로는 아니었다. 평소 보지 못했던 영원한 빛들을 그는 볼 수 있었다.

 

  나무의 그림자를 경계로 영원한 빛들이 조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지에게도 영원한 빛처럼 은은한 금색 반짝임이 드리웠다. 그렉은 이것이 뜻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조용히 조지에게 다가갔다. 그의 앳된 얼굴은 알고 있던 것보다도 창백했지만, 자신의 꿈을 꾸고 있는지 순수하고 안쓰러운 미소를 담고 있었다.

 

  아, 조지. 너무 밝은 곳에 있던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였어.

 

  그렉은 그의 옆에 누웠다. 얕은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반짝이던 시각은 다시 닫히고, 그의 눈에는 오직 조지만이 들어왔다. 해가 조금씩 떨어지고, 조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조지는 몸을 일으키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렉을 발견했다.

 

  “잘 잤어?”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조지의 눈이 떨렸다. 그렉이 자신을 찾아온 적은 없었다. 언제나 울고 있던 조지가 그를 찾아갔을 뿐. 그렉은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어?”

 

  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한 눈빛이 거둬지지 않았다.

 

  “너를 위해 기도하지 않은 날이 없어. 너를 위해 노래하지 않은 날도.”

  “미안. 나는 흡혈귀가 되어버렸어. 형을 위해 기도할 수 없었어.”

  “괜찮아. 너의 몫까지 내가 기도했으니까.”

 

  그렉은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 많이 늦었지만, 다시 만났잖아.”

  “응. 그러네.”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그는 몸을 일으켜 과거에 갇힌 조지를 끌어안았다.

 

  “미안해. 나 알지 못했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너를 사랑하고 있었어.”

 

  조지는 그의 고백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벌레가 우는 소리가 들릴 즈음에야 조지는 입을 열었다.

 

  “형, 나 정말 기뻐. 기쁘고 고마운데. 미안해.”

  “뭐가?”

  “나는 흡혈귀잖아. 돌아갈 수 없어.”

  “하지만 너는….”

  “나는 흡혈귀야. 그것만으로도 나는 형의 곁에 있을 수 없어. 나를 위해 기도해줘서 고마워. 언제나 형의 곁에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는 안 돼. 형의 마음을 돌려줄 수 없어.”

 

  그렉은 조지에게 사실은 네가 흡혈귀가 아니라는 말을, 영원한 빛이라는 말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조지의 생각은 확고했다. 거기에 어떤 말을 늘어놓아도, 그는 영원한 빛이 된 자신을 믿지 않을 게 분명했다.

 

  “나는 항상 여기에 있겠지만, 나를 찾지 말아줘.”

 

  조지는 그렉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고 검은 안개로 변해 그렉의 앞에서 사라졌다. 그렉은 조지의 이름을 외치며 돌아오라고 부탁했지만, 조지는 그렉이 성소로 돌아갈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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