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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까칠한 내 이웃사촌
작가 : 류설량
작품등록일 : 2016.8.27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으르렁, 로맨스 작가만 7년째! 모코코의 새 교정 알바, 과격한 나라와 무심? 새침! 옆집 사는 편집장과의 코미디? 아니, 로맨스! "넌 날 좋아하게 될 거야" "네?" "내가 그렇게 만들거니까"
그와 그녀의 똘끼충만 엽기발랄 로맨스가 지금 바로! 시작됩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연재됩니다. / 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bluesky7412

 
10. 잠들 때까지만, 같이 있어주세요.
작성일 : 16-09-28 15:41     조회 : 584     추천 : 0     분량 : 5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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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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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바람에 그녀가 하마터면 오토바이에 크게 부딪힐 뻔 했다. 때 마침 어느 샌가 나타난 린이 그녀를 얼른 제 쪽으로 당겨준 덕에 겨우 피한 것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나라는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얼떨떨한 상황에 그녀가 많이 놀랐는지 그 토끼 같던 두 눈이 커지다 못해 동그래졌고, 갈 곳 잃은 시선은 멀뚱하게 두 눈만 깜빡거렸다.

 

 그런 나라가 걱정되었는지, 린이 그녀를 꼼꼼하게 살폈다.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 잘 보고 건너야지”

 

 속사포처럼 쉴 새 없이 말을 내뱉던 그가 그녀의 뒷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의 그런 부드러운 손길에 긴장이 풀려버렸는지 그녀가 다리를 후들거렸다.

 

 “아…”

 

 힘이 풀린 듯 털썩 주저앉으려는 나라를 린이 재빨리 부축해냈다.

 

 “나라야…”

 

 괜찮지 않았다. 괜찮지 않아보였다. 그녀가, 그녀의 몸이 몹시 떨리고 있었다. 가늘게 떨리는 그녀의 어깨를 린이 꽉 감싸 안았다. 그리곤 괜찮다며, 그녀를 따뜻하게 다독여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그녀가 쉬이 진정하질 못하자 린이 결국 나라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녀를 가볍게 안아든 채로 그가 곧 병원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그녀의 몸은 어느새 그에게 완전히 기대져버렸다. 기절한 듯 축 쳐져버린 채로.

 

 *

 

 “괜찮아?”

 

 스멀스멀 눈을 뜨는 나라에게 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나라의 이마를 손수건으로 다정히 닦아주고 있었다.

 

 “아까 너희 회사에서 전화 왔어, 점심시간이 끝나가도록 안 오길래 전화했다고 하더라. 곧 편집장이란 사람이 너 데리러 올 거야”

 

 나라가 멍한 눈빛으로 가만히 린을 응시했다. 그 때, 어디선가 낯선 의약품 냄새가 났다. 모든 것이 새하얀 이 세상이 대체 어딘지 가늠할 틈도 없이 가장 먼저 눈에 띈 린의 모습에 나라가 그저 제 시선을 고정시켰다.

 

 여기는 또 어디고, 편집장은 왜 또 이 곳으로 오신다는 거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게슴츠레한 표정의 나라가 눈을 한 번 깊게 감았다 뜨자 이번엔 낯선 병원의 풍경이 들어왔다.

 

 바삐 지나다니는 의사들과 간호사들, 그 틈에 응급용 베드(환자 운반 차)에 실려 오는 환자들, 그들을 보며 그녀는 지금 자신이 위치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서서히 알아채고 있었다.

 

 그녀는 곧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자 린이 그녀의 손을 말없이 꼭 잡아주었다.

 

 “내가 좀 더 같이 있어주고 싶었는데, 데려다 주고 싶었는데, 너희 집이 어딘지 몰라서…, 편집장이라는 사람이 너희 집 어딘지 안다고 하길래 오라고 했어. 믿음은 잘 안 가지만…”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린을 애써 안심시키며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고마워…”

 

 “그래도 내가 있어서 이렇지, 그 때 내가 거길 지나가지 않았으면 네가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찔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린에게 나라가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순간,

 

 지끈,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쓰러지기 전의 상황이 생각난 듯 표정을 찡그리는 그녀에게 린이 걱정스레 물었다.

 

 “왜 그래?”

 

 린이 나라의 급격한 표정 변화를 캐치해내고는 급하게 그녀의 동태를 살폈다.

 

 “아, 아냐. 그냥… 생각났어. 오토바이에 치이기 전 상황이…”

 

 “아…, 무리하지 마”

 

 나라의 이마에 어느 새 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들을 린이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그는 이후 그녀를 애써 안심시켰다.

 

 “신 나라 씨!”

 

 그 때, 갑자기 멀리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의 고함 소리에 놀란 나라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꽤 먼 거리에서 그녀를 찾고 있는 주환이 보였다. 그는 적잖이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부리나케 찾고 있었다.

 

 “편집장님…?”

 

 꽤 가까운 곳에서 나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따라 그가 발걸음을 내딛었다.

 

 “나라 씨!”

 

 그를 먼저 발견한 건 그녀였다. 멀리서 허둥대며 그녀를 찾는 그의 얼굴은 적잖이 놀란 정도를 넘어서 새하얗다 못해 창백해져 있었다.

 

 이내 그가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드디어 그녀를 찾은 모양이었다. 그가 그녀에게로 급히 다가서며 가쁜 숨을 색색 몰아쉬었다.

 

 “편집장님…….”

 

 “괜찮아요? 다친 데 없습니까?”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훑어보는 주환의 모습이 그녀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평소엔 그렇게도 목석같은 모습만 내비치던 그였는데, 대체 그녀의 얘기를 어떻게 들었는지.

 

 흥분해 마지않는 모습으로 그가 그녀를 걱정스럽게 챙겨주었다.

 

 “네, 괜찮아요…….”

 

 낯설고도 따뜻한 그의 행동에 그녀가 문득 이질감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걱정해줄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까지 걱정 받을 일이 아닌데, 제가 그의 뭐라도 된 것 같아 그녀는 마냥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나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괜찮다는 그녀의 말에 그저 제 이마를 심각하게 짚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드디어 한시름 놓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셨으니,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귓가에 닿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주환이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곧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급하게 뛰어오느라, 크게 다쳤을 나라 생각만 하느라 옆에 누가 있는 지도 몰랐던 그는 문득 보이는 낯선 실루엣에 조금 놀란 표정을 내지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저희 직원 보호해주시느라 실례 많으셨습니다.”

 

 맞다, 그랬다. 이 남자가 나라 씨의 전화를 대신 받아주었었지.

 

 주환이 린의 앞에서 애써 놀란 표정을 감췄다. 그리고는 그가 누군지 다 알면서도 구태여 그를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 그런 주환에게 린이 태연한 미소를 건넸다.

 

 “친구로서 할 일을 한겁니다. 사실, 그 쪽한테 얘 맡기는 거 좀 걱정되긴 하지만, 제가 얘 집을 잘 몰라서…”

 

 주환을 조금 자극하는 린의 말투에 주환이 말없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 때 그곳에 저라도 있기에 망정이었지, 저 역시도 거기에 없었더라면 우리 나라가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린이 얼굴을 살짝 찡그려보이고는 나라의 머리를 다정스레 쓰다듬었다.

 

 …나라? 하. 우리 나라?

 

 린이 주환의 말을 꼬투리 잡으면 잡을수록 그의 표정이 조금씩 더 굳어져갔다.

 

 “아, 예.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조금 아까 가신다고 하지 않으셨나? 안 가십니까? 이제 제가 왔으니까 가셔도 될 텐데요”

 

 날이 선 듯 날카로운 주환의 태도에 린이 그에게 응수하듯 비아냥거렸다.

 

 “갑니다, 가지 말라고 해도 갑니다.”

 

 린이 나라의 머리 위에 가볍게 손을 얹고는 그녀의 머리칼을 살짝 헝클었다.

 

 “나 간다”

 

 다음에 보자는 말을 차마 건네지 못한 채로 쿨한 척 뒤돈 린이 곧 병원을 빠져나갔다. 그가 둘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곧 주환이 나라가 누인 침대 옆 의자에 조심스레 앉았다.

 

 “정말 괜찮습니까?”

 

 “괜찮다니까요”

 

 걱정스런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 나라가 빙그레 웃어보였다.

 

 “갑시다, 그럼”

 

 느닷없이 등 뒤로 쑥 들어오는 주환의 손길에 놀랐는지, 나라가 몸을 움찔거렸다.

 

 “어, 어딜요?”

 

 당황한 듯, 떨리는 그녀의 기색이 목소리에 무던하게 묻어났다.

 

 “집에 갑시다, 집에 가서 쉽시다. 오늘은”

 

 집에 가서 쉬자는 말이 이렇게 따뜻한 말이었나.

 

 주환을 올려다보는 나라의 눈빛이 유연해졌다. 이 사람의 말이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다니.

 

 왠지 그라면 이렇게 말할 것만 같았다. 사무실 소파에서 조금 쉬었다가, 나아지면 그 때 오늘 할 일을 끝마치라고.

 

 그런데 그렇게 딱딱하게 말할 줄만 알았던 그의 다정스레 쉬자는 말 한 마디에 나라의 마음이 왠지 모를 안정을 되찾았다.

 

 “뭡니까? 왜 그렇게 봅니까? 오늘 일 못해서 오늘 치 월급 못 받을까봐 걱정돼서 그럽니까?”

 

 애처로운 표정의 나라에게 주환이 조금 비뚤어지게 말했다. 그의 눈엔 그녀의 모습이 단지 그렇게만 보였나보다.

 

 그저 하루치 일당을 깎아 먹힐까봐, 전전긍긍하는 그런 모습으로 보였나보다. 그렇게 오해한 주환이 나라에게 무심히 덧붙였다.

 

 “오늘 치는 입원 일당이라고 치죠.”

 

 “네?”

 

 “교통사고 산재 처리한 걸로 치고, 병원비도 모코코 측에서 내겠습니다.”

 

 “네??”

 

 어째서요? 밥 먹고 오다가 쓰러진 건 전적으로 내 탓인데, 왜 그걸 회사에서 감당해요?

 

 그녀가 그에게 아무 말도 못 건넨 채로 그저 벙찐 표정만 지어보이자 그가 조심스레 그녀를 일으켜 앉혔다. 그런 그에게 나라가 조금 용기 내어 말했다.

 

 “신세, 질 수 없어요…”

 

 “신세 아닙니다. 근무 중에 일어난 사고니까 회사에서 처리하는 겁니다.”

 

 그래도 신경 쓰인다구요!

 

 나라가 할 말이 몹시 많아 보이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그녀의 입을 막듯, 먼저 말을 뱉어냈다.

 

 “신경 쓰지 마요.”

 

 신경 쓰지 말라니까 더 신경 쓰이잖아!!

 

 초조한 표정의 나라를 주환이 억지로 일으키며 부축해주었다.

 

 “표정 좀 풀지, 뭐가 그렇게 불만 이길래 똥 씹은 표정입니까”

 

 난 원하는 대답을 다 해준 것 같은데,

 

 오히려 제가 더 불만인 것 같은 주환에게 나라는 끝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가 이끄는 대로 끌려갈 뿐이었다.

 

 이내 주환의 손에 이끌린 채로 그녀가 병원을 빠져나갔다.

 

 *

 

 두 사람은 곧 나라의 집에 도착했다. 어두컴컴한 방의 불을 켜고 들어간 주환이 나라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혔다.

 

 “오늘은 아무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요”

 

 짐짓 드러난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며 주환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그런 주환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나라가 재빨리 주환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아무래도 나라를 혼자 두고 가긴 걱정되었던 차였는데, 그런 그녀가 제 옷깃까지 붙잡으니 그는 돌연 무슨 일인가 싶었다. 주환이 급히 나라를 향해 돌아보자 표정 없는 얼굴의 그녀가 그를 애타게 바라보았다.

 

 “저, 잠들 때까지만 같이 있어주세요.”

 

 사실은,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잠들 때까지만 같이 있어달라는 말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막 깨어났을 때 그녀는 제가 악몽을 꾸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집 근처에 막 다다랐을 무렵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병원에서 잠들어 있었을 때, 무서운 악몽을 꾸었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사실은, 그녀는 그에게 가지 말라는 말을 했어야 했다. 잠이 들었을 때도, 잠에서 깨었을 때도 계속 같이 있어달라는 말을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차마 제 마음을 온전히 다 전하지 못했다. 그저 작은 행동으로 조금의 마음을 보여줄 뿐이었다.

 

 “……”

 

 말이 없는 그의 옷깃을 나라가 더욱 꽉 움켜쥐었다. 이미 많은 량의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는지 그녀의 손에서 묻어난 땀 때문에 그의 옷깃은 어느덧 축축해져 있었다. 악몽을 꾸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이후부터인지 그녀는 어느 샌가부터 땀을 비 오듯 쏟아내고 있었다.

 

 어느새 그녀의 새하얘진 얼굴에 새카맣게 그늘까지 드리워지자 결국 발길을 돌린 그가 그녀의 침대 끝에 털썩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픈 사람을 혼자 두고 가려니 주환의 마음도 그리 편치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는 그저 말없이 그녀가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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