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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프린스는 살아있다
작가 : 올댓W
작품등록일 : 2016.9.28

어느 날 도착한 문자 '프린스는 살아있다'. 그리고 이틀 뒤 각종 매체를 도배한 기사들. '팝의 전설, 가수 프린스 사망'. 27세 직장인인 주인공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은 온라인 동호회의 58세 회원이다. 그의 장례식장에는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의문의 문자와 고인을 들러싼 기묘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2화. 등장인물 1. 온라인 쇼핑몰 CEO
작성일 : 16-09-28 12:50     조회 : 532     추천 : 0     분량 : 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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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립의료원 장례식장.

 예상은 했지만 빈소는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고 썰렁했다.

 작업복 같은 조끼를 입고 오가는 남자 두엇이 전부였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이의 마지막이란 그 살아생전이 어떠했던지 참으로 조촐하구나. 그리 어렵게 살아온 것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남은 돈 털어서 미리 누구한테 부탁이라도 좀 해 놓지.

 

 그나마 이렇게 이틀이라도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이는 운이 좋은 편이라는 장례지원단 직원의 설명이 다시 떠올랐다.

 

 "너무 젊은 나이에 가셨어요."

 

 상주도 없고 조의금 받는 이도 없는 빈소에서 두 번의 절을 하고 다음엔 뭘 하지, 생각하며 멍청하게 영정사진을 바라볼 때였다. 뒤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한 걸음 정도 뒤에 조끼 입은 남자가 손에 향합을 쥔 채 서서 영정사진을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조끼에는 '장례지원단'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전화 통화한 그분인가?

 

 "진단만 좀 빨리 받았어도 좋았을 텐데.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망 선고가 내려진 거나 마찬가지였대요. 그러고도 한참 버티시긴 했지만."

 

 남자는 제상 쪽으로 다가가 향로 옆에 향합 통을 내려놓았다.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제상 위 양초에 불을 붙인 남자는 방금 내려놓은 향합에서 향 몇 개를 꺼내 끝부분을 촛불에 태우고는 정성스레 분향했다.

 

 그러고 보니 빈 양초에 빈 향로였구나. 그제야 상갓집 특유의 무거운 향내가 눅눅하게 퍼지기 시작했고 비로소 퍼플레인님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실감 났다.

 

 살짝 고개 숙여 예를 표한 후 두 손을 가볍게 턴 남자는 잠깐 앉으시죠, 라며 빈소 한쪽으로 나를 이끌었다. 아무 것도 없는 좁디 좁은 빈소. 텅빈 빈소 구석에는 그래도 낡은 정수기와 페트병 음료 몇 개, 종이컵, 믹스커피가 궁색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쪼그리고 앉는 남자를 따라 얼결에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으니 남자는 종이컵에 음료수 한 잔을 가득 따라 내밀었다.

 

 "고인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요? 어려 보이시는데."

 

 "그냥, 온라인 동호회 회원이에요. 책 거래 때문에 한 번 오프로 뵀고요. 책 읽고 추천해주고 감상 나누는 뭐 그런 카페라서 가끔 책을 서로 교환하거나 중고로 판매하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책을 좋아하셨구나."

 

 "저는 별로. 그분은 뭐, 좋아하니까 가입하셨겠죠."

 

 "어쨌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인의 첫 문상객이시네요. 몇 분이나 더 오실지. 아, 저는 구청 주민생활지원과에서 나왔습니다. 이 조끼는 잠깐 빌렸어요. 장례지원단에서 수고 많이 해주고 계시죠."

 

 "네…."

 

 "고인이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하신 건 아셨어요?"

 

 "아니요."

 

 "혈혈단신인 데다 유언을 남긴 것도 아니라서, 나랏돈이랑 민간 지원을 받다 보니 이렇게밖에 못 해 드리네요. 서운하시더라도…."

 

 당황스럽다. 서운하다니. 내가 왜? 지금 내가 퍼플레인님 아니 남동남 님의 지인 내지는 문상객 자격으로 이 구청 직원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는 상황 자체가, 불편함을 넘어 이분께 괜한 에너지를 쓰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잘 모르는 분이에요, 저한테 그렇게 자세히 설명해주실 필요 없는데요, 하려다가 서로 뻘쭘해질까 싶어 관뒀다. 남자는 일이 좀 남아서, 잠깐 드시면서 계세요, 하고는 끙 하는 소리와 함께 일어섰다.

 

 하….

 

 내 입에서도 끙 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왔다. 갑자기 내 발로 장례식장을 찾아온 게 후회된다. 고인이 내가 아는 퍼플레인님이 맞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막상 초라한 빈소를 보니 프린스가 살아있건 말건 그깟 문자 하나가 뭐 그리 중요한가 싶고.

 

 어쨌든 잘 가세요, 퍼플레인 아저씨. 그간 가족도 없이 외롭게 혼자 살아오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프린스랑 같은 날 가셨으니 그래도 좋으시겠어요. 거기서 프린스랑 친구 하세요. 행복하시구요.

 

 남은 음료를 입에 털어 넣고는 몸을 일으키려는데 한 여인이 빈소에 들어섰다. 세련된 정장 차림에 무표정한 얼굴로 영정사진을 바라보던 여인은 그대로 서서는 그저 제단 쪽만 바라보고 있다.

 

 막 일어서던 나는... 나갈 길이, 없다.

 

 좁은 빈소의 출입문을 막고 선 그녀는 전진도 후진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서 있었고, 어정쩡하게 서 있던 나는 그녀가 비켜줄 때까지 페트병들과 함께 얌전히 구석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영정사진만 바라보던 여인은 드디어 몸을 움직였고, 제단 앞으로 가 분향한 후 두 손을 모으고는 고개를 숙였다. 교회에 다니는 분이구나.

 

 여인이 조문하는 사이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지은 죄도 없이 발소리를 죽여가며 출입구 쪽으로 이동하려는데 어느새 조문을 마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혼자일 줄 알았는데 다행이네요."

 

 귀에 양손을 모으고 왁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닌데 그 나지막한 여인의 한 마디에 심하게 놀란 나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몸을 경직시키고는 멈춰 서야 했다.

 

 "네에."

 

 "가족은 아니신 것 같고."

 

 "그냥 어떻게 아는 사이입니다. 아침에 문자 받고 온 거예요."

 

 "참 인생 허무하네요. 그죠?"

 

 애초에 대답 같은 건 관심도 없다는 듯 여인은 나가자는 손짓과 함께 입구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향수 냄새가 훅 밀려들었다. 얼결에 여인의 뒤를 따라 빈소 밖으로 나왔다.

 

 "차나 한잔 할래요?"

 

 여인은 복도 끝의 자판기를 가리켰다.

 

 방금 마셨고, 저는 이만 가볼까 하는데…. 입에서만 맴도는 말을 삼킨 채 나는 이미 자판기 쪽을 향해 걸어가는 여인의 뒤를 쫄래쫄래 따랐다.

 

 여인은 커피를 뽑아서 내게 건네고는 두 번째 커피 버튼을 누른 후 팔짱을 낀 채 자판기 음료 배출구 부분만 쳐다봤다. 잘 마시겠습니다, 하고 그냥 갈까?

 

 "잠깐 앉죠."

 

 커피를 꺼낸 여인은 복도 벽을 따라 마련된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를 꼬아 올리고는 종이컵에 입을 댔다. 엉거주춤 한 칸 떨어진 자리에 앉은 나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후루룩 커피를 한 입 마신 여인은 내게 고개를 돌리곤 물었다.

 

 "직장인?"

 

 "네."

 

 "남동남 씨하고는 어떻게 아세요?"

 

 "안다고 하기도 뭣한 게 온라인 동호회 회원이고 겨우 두 번 봤어요."

 

 "저는 딱 한 번 뵌 분이에요. 오늘 문자 받고 좀 황당하더라고요."

 

 목에 통째로 박힌 고구마가 쑥 내려간 듯 시원함과 함께 반가움이 확 밀려들었다. 그거다. 황당함. 죽은 사람을 두고 내뱉기에는 좀 미안한 표현이어서 그렇지,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상황을 가장 잘 묘사한 말.

 

 "저도, 사실 성함도 오늘 처음 알았어요. 아이디로만 알아서."

 

 여인이 큭, 삐져나오는 웃음을 손으로 막으며 눈치를 살폈다. 비로소 뻣뻣한 어색함이 풀리며 동지를 만난 느낌이 들었다.

 

 계속 말해보라는 듯 쳐다보는 여인의 표정에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더 꿀꺽 삼켰다.

 

 "책 동호회였거든요. 게시판에 절판된 책을 구한다고 퍼플레인님이, 저분 아이디가 퍼플레인인데요, 퍼플레인님이 글을 올리셨어요. 그 책이 저한테 있었거든요. 엄마 책이긴 하지만. 원래 잘 안 보던 책인데 너무 열심히 찾고 계시니까 제가 드리겠다고 했죠."

 

 "그래서, 만나서 책을 드린 건가요?"

 

 "드렸죠. 가격을 물으시기에 어차피 안 보는 책이라 그냥 가지시라고 했더니 근처 커피집으로 절 데리고 가셨어요. 거기서 커피 사주시고 젊은 시절 이야기, 이런저런 얘기 좀 하시고. 정말 구하고 싶던 책이었나 봐요. 계속 이리저리 들춰보고 만져보고. 받자마자 책 표지 안쪽에 자기 전화번호를 적는 거 있죠?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어머, 하며 놀란 여인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분 원래 습관이었구나. 저도 책 때문에 알게 된 건데? 지하철에서 이분 전화번호가 적힌 책을 주웠거든요."

 

 "정말요?"

 

 "빈자리에 책이 덩그러니 있더라고요. 좋은 책이라 앉아서 들춰보니까 '남동남'이라는 이름이랑 전화번호가 있는 거예요. 좀 웃기기도 하고. 진짜 책 주인인가 싶어 문자 보내봤죠. 혹시 지하철에 책 놓고 내리셨냐고. 바로 전화가 왔어요.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우와."

 

 "뒤따라 오겠다고, 저 내릴 역을 알려달라는 거예요. 전 한참 더 가야 하는데. 그래서 내가 지금 잠깐 내릴 테니 어디 어디 역 플랫폼에서 뵙자 했죠. 정말 금방 뒤따라 오셨어요. 하긴, 그럴 만도 한 게, <무소유>였거든요."

 

 "무소유요?"

 

 "법정스님 책, 절판된 거요. 이게 아직도 고가에 거래된다면서요? 생각해보니 에이 아까워. 처음 발견했을 때 그냥 슬쩍 가져갈 걸 그랬나 봐요. 가져갔어도 그 전화번호 때문에 내내 찜찜했겠지만. 그런데…. 왜 그래요?"

 

 장난스럽게 웃던 여인은 멍해진 내 얼굴을 보고는 말을 멈췄다.

 

 <무소유>. 너무나 열심히 구하는 바람에 선뜻 내어주고는 괜히 줬나 싶었던 엄마의 유품. 내가 퍼플레인님에게 준 바로 그 책이었다.

 

 엄마의 유품은 트래블백 하나가 전부라고 했다. 가방 안에는 옷 몇 벌, 책 몇 권, 화장품, 길거리에서 산 듯한 액세서리 몇 개가 전부였다.

 

 내 짐과 함께 장롱 속 한자리를 차지하던 엄마의 유품 가방을 정리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였다. 정리라고 해봐야 책은 책꽂이에, 옷은 옷장에, 액세서리는 책상 서랍에 넣은 것이 전부지만.

 

 <무소유>는 몇 권 안 되는 엄마의 책 중 하나였고, 퍼플레인님에게 넘길 때만 해도 이게 엄마 책인지 내 책인지 누구한테 빌린 책인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세상에! 진짜요? 세상 참 좁네. 어머 신기해라. 내가 그 책 안 찾아드렸으면 여기, 님께도 서운했겠어요. 성함이?"

 

 "이요한이라고 합니다."

 

 "신용숙이에요."

 

 그제야 여인과 나는 통성명을 하며 명함을 주고받았다.

 

 클러치에서 명함을 꺼내 능숙하게 건넨 여인은 꼬맹이 아들이 하나 있고 옷이나 핸드백 같은 걸 파는 작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한다고 했다. 여인이 건넨 명함에는 CEO 신용숙,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과 블로그 URL,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 아이디가 적혀 있었다.

 

 신용숙은 명함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대리님이시네."

 

 "코딱지만 한 회사라 입사하자마자 막 대리도 주고 과장도 주고 그래요."

 

 "줄 만하니까 줬겠죠."

 

 신용숙은 웃으며 명함을 클러치에 넣었다.

 

 그때였다. 장례식장 입구 쪽에 검은 옷차림의 젊은 여인이 나타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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