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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프린스는 살아있다
작가 : 올댓W
작품등록일 : 2016.9.28

어느 날 도착한 문자 '프린스는 살아있다'. 그리고 이틀 뒤 각종 매체를 도배한 기사들. '팝의 전설, 가수 프린스 사망'. 27세 직장인인 주인공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은 온라인 동호회의 58세 회원이다. 그의 장례식장에는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의문의 문자와 고인을 들러싼 기묘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1화. [프롤로그] 낯선 이의 부고(訃告)
작성일 : 16-09-28 12:40     조회 : 1,013     추천 : 0     분량 : 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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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동남 님이 4월 21일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빈소 시립의료원 장례식장.

 발인 4월 24일.

 장지 시립추모공원.

 연락처 비영리장례지원단 00-0000-0000>

 

 토요일 아침.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부고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부고 문자는 짧고 간단하고 분명하고 친절하다. 문자를 받은 사람이 취해야 할 행동의 유형을 정해준다.

 

 1번. 그렇군, 무시하거나.

 2번. 이 슬픔 함께 나누자, 지인에게 전달하거나.

 3번. 조용히 일어나 검은 정장을 찾거나.

 

 어떤 행동 유형을 선택하더라도 이는 모두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애도를 전제로 한다. 대상에 따라 그 강도가 다를 뿐이다.

 

 간혹 스팸 문자처럼 짜증이 치밀어 오를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자신을 경멸하거나 한심해하지는 말자. 기본적인 도리조차 모르는 무개념이어서가 아니니까.

 

 그저 슬픔에 대한 상호 공감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고, 때로는 회사 거래처 사돈의 팔촌의 이웃집 윗집에 사는 이의 경조사까지 알아야 하는 때도 있으니 말이다.

 

 경조사 문자를 받을 일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나의 사회생활도 점점 무르익어 간다는 증거다.

 

 나의 존재를 증명 수 있는 지갑 속 표시에 학생증이나 주민등록증 외에 명함이라는 것이 추가되기 시작하면 누군가의 슬픔과 기쁨을 '공식적으로' 함께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그러면서 점점 그 슬픔과 기쁨의 강도 또한 희석되기 마련이다.

 

 노동의 대가로 기업이나 국가나 개인사업자에게서 급여라는 걸 받게 되면 나도 모르게 엮이는 암묵적 약속에 익숙해져야 한다.

 

 변명이 길었지만,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토요일 오전의 부고 문자는 반가울 리 없는 존재다.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거다.

 

 이불 속에서 내용을 확인했으니 이제 행동 유형을 결정할 차례. 하지만 나는 1번 2번 3번 세 개의 보기 중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그저 멍청한 얼굴로 눈만 껌벅거리는, 보기에 없는 제4의 유형을 실행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4월 21일 별세하셨다는 남동남 님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남동남이 누군데?"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 인간의 기본 된 도리로 꽤 한참 열심히 되짚어 봤지만, 확실하다. 모르는 사람이다.

 

 어쩐지 으스스한 낯선 이의 부고 문자.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른인지 아이인지 당최 모르겠는 남동남 씨라는 사람의 죽음은 어쩌다 길을 잃고 내게 와서 헤매고 있는 건지.

 

 발신. '비영리장례지원단'이라.

 뭐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길 잃은 자의 죽음에 뭔가 서글픈 내막마저 있을 것 같은 그 이름.

 

 잘은 몰라도 정상적인 장례는 아닌 것 같은데 내게 잘못 온 문자 때문에 정말 그 사람의 죽음을 알아야 할 사람이 모르고 있다면 그것도 문제이지 않은가? 아, 귀찮아. 나는 전에 없던 적극성을 발휘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장례지원단입니다."

 

 "방금 문자를 받았는데요, 남동남이라는 분이 돌아가셨다고. 그런데 잘못 보내신 것 같은데요? 모르는 분인데."

 

 "네? 저희한테서 문자를 받으셨어요?"

 

 "네. 그러니까 전화했죠."

 

 날 선 말투가 좀 미안하긴 했지만 달콤한 휴일 오전을 방해한 저들의 행정 착오이니 이 정도쯤의 의사표시는 괜찮을 것 같았다.

 

 "남동남 님이라... 이 분은 무연고자라서 연락 갈 지인이 없을 텐데 이상하네요. 죄송합니다. 아마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무연고자? 노숙자나 복지시설 같은 데 있는, 가족도 아무도 없이 혼자인 사람? 그래서 장례지원단이...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나는 무연고자거든요.'

 나는 무연고자거든요...

 

 "아마 직원이 개인적으로 연락을 돌린 모양인데 아는 분 아니시면 그냥."

 

 "저기 잠깐만요. 남자예요? 돌아가신 분 나이가 어떻게 돼요?"

 

 "향년 58세, 남자분이십니다."

 

 "그분 혹시 퍼플레인님인가요?"

 

 "네? 퍼플 뭐요?"

 

 이제 스물일곱인 내 주변에 무연고자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지닌 이는 많지 않다.

 

 게다가 당시 우리 엄마와 같아 기억하고 있던 그분 나이. 그게 언제였더라. 올해 58 맞는 것 같은데? 나를 아는 58세에 무연고자인 아저씨라면 그분, 퍼플레인님이 틀림없다.

 

 가만. 그렇다면 퍼플레인님이 죽었다는 말이잖아?

 

 순간 서늘한 한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단지 길을 잃은 줄 알았던 부고 문자가 주인을 제대로 찾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 월요일, 바로 나흘 전 퍼플레인님이 보낸 문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 했던 정체불명의 서늘함이 스멀스멀 내 주변을 맴돌다가 오늘 이 부고 문자와 결합하여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고 정확히 나를 공격했다.

 

 그날의 문자도 오늘의 문자도, 길을 잘못 찾은 것도 아니고 우연도 아니었던 거다.

 

 <프린스는 살아있다>

 

 이게 다다. 나흘 전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은.

 머리 꼬리 다 떼고 다짜고짜 '프린스는 살아있다'라니.

 

 평소 안부를 챙길 만큼의 지인은 아니어도 퍼플레인님이 올드팝에 해박한 프린스의 오랜 팬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분명 가수 프린스를 말하는 것일 텐데. 생뚱맞기 그지없는 데다 기이하기까지 한 문자를 확인한 나는 뭐야 이거, 하고는 닫아 버렸다. 굳이 아 그래요? 또는 그래서요? 라는 답 문자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 했다.

 

 흘려넘긴 이 문자를 다시 떠올린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 그러니까 그저께였다. 퇴근길 스마트폰을 뒤적이다가 문득 눈에 확 들어와 꽂힌 기사 제목 한 줄.

 

 '팝의 전설, 가수 프린스 사망'.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 팝의 전설 프린스가 4월 21일 사망했다.

 그때 퍼뜩 머리를 스친 문장, <프린스는 살아있다>.

 

 머리끝이 서는 듯한 느낌에 다시 퍼플레인님이 보낸 문자를 뒤져봤지만 역시나 문자는 프린스는 살아있다는 단 한 줄 뿐이었다.

 

 설마 퍼플레인님이 이 세계적인 팝가수의 죽음을 예언한 것도 아닐 테고. 만에 하나 혹여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자여서 프린스의 죽음을 미리 알았다고 쳐도 '프린스는 죽는다', 내지는 '프린스는 곧 죽을 것이다'가 아니라 '프린스는 살아있다'?

 

 뒤늦게 문자를 보내봤다.

 

 <퍼플레인님, 오늘 가수 프린스가 죽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그저께 보내신 문자는 무슨 뜻인가요?>

 

 하지만 퍼플레인님에게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고 나서 오늘, 그가 이틀 전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프린스 사망 소식에 놀란 내가 문자를 보낸 바로 그날 그분은 돌아가신 것이다. 그래서 내 문자에 답을 할 수 없었던 거다.

 

 아, 정말 싫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 으스스함.

 

 게다가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제발 오늘만은 피해 주기를 바라는 주말, 게다가 그 첫째 날인 토요일 오전이 아닌가?

 

 어쨌든 전화기 속 남자에게 뭐라도 대꾸를 해줘야 했고, 나는 3번 유형의 행동을 취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곳에 가 봐야겠다.

 

 딱 한 번 만난 것이 전부인 그저 랜선 인연이지만, 장례를 챙길 만큼 친분이 있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음, 하고 최소 2초 정도는 생각해야 할 애매한 사이지만, 최소한 이 기괴한 한기에서만큼은 벗어나고 싶었다.

 

 "시립의료원 장례식장이라고 하셨죠?"

 

 "네."

 

 "제가 아는 분일지도 모르겠네요. 가서 확인해 볼게요."

 

 "그렇습니까? 그러시다면 어디 보자, 시립의료원 3호실인데요. 장례식장이 크지 않아서 병원만 잘 찾아오시면 됩니다."

 

 "내일이 발인이면... 갈 수 있는 날은 오늘뿐이네요. 그런데 21일에 돌아가셨는데 왜 발인이 24일인가요? 보통 사흘장 아닌가요?"

 

 "아, 이 분은 사흘장 아니고 이틀장이구요. 뭐라고 설명해 드려야 하나. 돌아가신 지 이틀 만에 이틀장이나마 치르는 것도 이 분은 사정이 되게 좋으신 편이에요. 무연고자는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냉동실 안에 있다가 장례도 못 치르고 바로 화장되는 경우도 많아요. 이 분은 그래도 병원이랑 구청에서 빨리 손을 썼고 여러 가지로 저희나 화장장하고 일정하고도 잘 맞았고. 운이 좋은 편이죠."

 

 뭔가 시작부터 우울하다.

 

 굳이 이 아름다운 토요일에 지인이라고 할 수도 없는 낯선 지인의 장례식장에 가려는 것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영정사진 앞에서 명복을 빕니다,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나는 그저 이 정체불명의 문자가 주는 찝찝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토요일 아침이 점심으로 막 넘어가려는 무렵, 기분만큼이나 꿉꿉한 검은 재킷을 찾아 걸치고 나는 시립의료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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