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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공작님이 싫습니다
작가 : 귤감이
작품등록일 : 2019.6.8

『”안돼요. 그러지 말고 나랑 놀아요. 역시 인간은 비명을 지를 때가 가장 아름다운 거 같아요. 그 봐주기 힘든 역겨운 얼굴들도 지금은 정말 아름다워요.”』

셋 중 가장 어린 하나가 주저앉아 엉엉 울어댔다. 치열을 보이며 웃는 내 말을 듣곤 시큼한 냄새를 뿜어대는 노오란 물이 치마와 바닥에 흥건히 스며들었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장면이지만 아주 통쾌하고 고소했다. 나의 그녀를 건드리면 그 누구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며, 그녀가 고통을 받은 만큼의 10배, 아니 딱 100배만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


「신」 의 단순 흥미로 인해 뒤틀린 운명의 삶을 살게 된 불운한 여자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첫만남
작성일 : 19-06-09 13:21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4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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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론!”

 

 부푼 배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고,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아론을 반갑게 맞이했다.

 

 양손 가득 열매와 사냥감을 가득 들고 오는 아론을 보고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벨, 보고 싶었어.”

 

 아론은 어린애처럼 칭얼거리며 나를 조심스레 안아 들었다.

 

 “벨, 오늘 뭐 했어?”

 

 “나야 뭐, 똑같죠.”

 

 아론은 빠른 속도로 내게 마음을 열어주었다. 그날 노을이 비추는 언덕 아래서 있었던 일을 계기로 떠나지 않고 아론의 곁에 쭉 머물렀다. 아마 햇수로 2년째 됐을 것이다.

 

 만약 그때 아론의 뒤를 따라나서지 않았다면 이렇게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너무 좋다···. 어쩌면 「신」이라는 존재는 삶에 지친 나를 위해 이곳에 보내준 것이 아닐까? 이렇게 근사하고 멋진 남자와 만나게 해주고. 새삼 욕했던 것이 미안해지네.

 

 “우리 아가는 잘 있었고?”

 

 “그럼요. 아주 건강하게 잘 있어요.”

 

 아론은 볼에 가볍게 입술을 부딪치고 나를 살포시 내려주었다. 부드러운 미소. 여전히 달콤했다.

 

 아론은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끈적한 살덩이를 입안에 밀어 넣었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당황스러웠지만 싫지 않아 눈을 감고 몸을 맡겼다.

  

 아론의 혀와 교차되면서 서로의 타액이 섞여 들어갔다. 끈적한 느낌이지만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아론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은 세상 어떠한 것보다 소중하고, 황홀했다.

  

 아론의 숨소리가 조금 격해지고 품속에 안겨 있던 나를 더욱 꽉 안아 들었다. 목덜미를 갑작스럽게 무는 느낌에 흠칫했지만 야릇한 기분에 참을 수 없었다. 아론은 입안으로 오물거리다가 강하게 빨아들였다.

 

 아론 특유의 목소리가 좋았다. 낮은 신음을 흘리는 아론의 모습은 나를 강하게 자극했다.

 

 아론이 어떤 표정을 하는 지 보고 싶어 얼굴을 살짝 뒤로 뺐다. 아론은 귀까지 벌게져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벨···.”

 

 또다시 진한 키스를 이어나갔다. 입술을 물고 빨면서 입안에 혀를 넣었다. 보들보들한 속살을 끈적이게 핥고는 다시 혀를 휘감았다.

 

 그리고 마침내 입술을 떼고 내게 말을 건넸다.

 

 “벨, 내가 오늘처럼 늦으면 자도 괜찮아. 무리해서 마중 나오려고 하지 말고.”

 

 “싫어요.”

 

 내 삶의 유일한 낙이 아론 얼굴 한 번 더 보는 건데, 누구 마음대로 그 재미를 뺏으려 들어. 말도 안 되지.

 

 “그런 말 할 줄 알았지. 이리 와.”

 

 아론은 바닥에 누워 멀뚱거리며 서 있는 내게 팔을 뻗었다. 밤마다 항상 나를 껴안고 자는 그의 모습은 곰 인형을 껴안고 자는 5살을 연상케 했다.

 

 그런데 가끔 악몽을 꾸는 것인지 땀을 뻘뻘 흘리며 중얼거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덩치는 나의 2배만 한 남자가 끙끙거리는 것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다. 뭐라고 하더라? 죄송해요···?

 

 근육이 잘 두드러진 아론의 팔을 베고 옆에 꼬옥 붙었다. 따스한 그의 체온에 몸이 사르르 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 2년간 행복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엄마를 보지 못해 잠깐 우울했던 적도 있었지만, 아론이 곁에 있다는 행복에 묻혀 자주 생각나진 않았다. 역시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사실인 것 같다.

 

 혹시 30년을 가까이 살았던 전(前) 세상이 사실 꿈이었던 것이고 이게 진짜 현실이 아닐까? 난 긴 꿈을 꾸었던 것이 아닐까?

 

 “아론, 있잖아요···.”

 

 “······”

 

 피곤했던 것인지 벌써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는 아론이 보였다. 달빛에 환하게 비치는 분홍빛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면서 나 또한 잠을 청했다. 늦가을이 되어 밤공기가 제법 쌀쌀했다.

 

 “잘 자요. 아론”

 

 

  * *

 

 

 아침 일찍 아론이 눈을 비비며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는 듯했다. 곧 다가올 겨울을 준비해야 해 궂은일은 혼자 도맡아서 하는 것에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바삐 움직이는 아론을 보면서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했다.

 

 저녁! 아론에게 저녁을 만들어주는 거야!

 

 “벨, 기분 좋아 보이네.”

 

 “그래 보이나?”

 

 역시나 아론은 눈치가 아주 빨랐다. 혹시라도 그가 내 계획을 눈치챌까 봐 노심초사하며 최대한 말을 줄이고 배웅해주었다.

 

 “다녀와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냥을 나서는 그에게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고, 나 또한 나갈 채비를 했다.

 

 그게 어디 있더라. 동굴 구석에 잡다한 것이 쌓여 있는 곳을 한참 동안 샅샅이 들추었다. 찾았다. 직접 만든 수제 사슴 가방!

 

 농익은 벼처럼 황금색을 띠어 은은한 광택이 돌고, 허리까지 길게 늘어진 끈, 명품 못지않은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가방.

 이거 만드느라 엄청 고생했지. 혼자 감동에 벅 착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무를 깎아 만든 물통과 말린 고기를 가방 안에 넣었다.

 

 “준비 완료!”

 

 준비를 모두 마친 나는 오랜만의 외출에 한껏 들떠있었다.

 

 머릿속은 온통 손수 구한 재료로 아론에게 근사한 저녁을 대접해줄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먹음직스럽게 구운 토끼요리에 그의 눈과 닮은 새빨간 사과, 그리고 강가 근처에 있는 오리의 알을 이용한 달걀 프라이.

  

 아론이 내가 손수 만든 요리를 먹고 기뻐해 줄 생각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얼마나 걸은 것일까.

  

 다리가 살짝 저리는 느낌을 받아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괜히 나왔나. 이렇게까지 깊은 곳은 안 오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지난번 멧돼지 사건을 계기로 깊은 숲속은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동굴 주변은 열매가 없어 어쩔 수 없었다.

  

 저리는 다리를 힘겹게 주물렀다. 서늘한 바람이 불면서 낙엽이 떨어지자 낙엽 냄새가 코끝을 스몄다. 냄새에 휘감겨 휴식을 취하자 그간의 피로가 살짝 풀어지는 듯했다.

  

 찌르르르

  

 어디선가 새 소리가 들려오자 귀를 기울이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배를 조심스레 감싸 안고 나무를 짚어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분명히 저곳에 새들이 몰려 있을 거야. 토끼고기는 포기하고 새 고기라도!”

  

 혼자 결의를 다지며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살금살금 향했다. 소리가 점점 더 가까운 곳에서 들리자 더욱 숨을 죽이고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수풀 너머로 모여있는 새를 포착했다.

  

 새들은 내가 코앞까지 와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함을 품은 것인지 여전히 찌르르 울고 있었다.

 

 가방 안에 있는 돌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어 무리 지어 몰려있는 새를 향해 던질 준비를 했다. 저기 있는 통통한 새는 내꺼다.

  

 머릿속으로 새를 명중시키는 시뮬레이션을 몇십번 반복하면서 돌을 던질 준비를 마칠 때였다.

  

 파삭.

  

 아차 싶었다.

  

 아래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한 발 내디딘 그 순간 자그마한 나뭇가지를 밟고 만 것이다.

  

 푸드드득

  

 새들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한 마리도 빠짐없이 시야 밖으로 모두 날아가 버렸다.

  

 계획은 처절하게 무너졌다.

  

 아론의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될까 봐 괜히 잘못 없는 나뭇가지를 벅벅 밟아 있는 힘껏 하늘을 향해 던져버렸다.

  

 “망할.”

   

 이미 오랫동안 걸어 충분히 지친 상태였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론이 기뻐했으면 한다는 바람 하나에 무작정 나왔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개고생만 했다.

 

 시작은 방대하나 끝은 참담하다는 말이 딱 이 꼴을 보고 말한 것 같다.

 

 아, 포기할까. 더 깊이 들어가면 길을 잃을지도 모르고, 역시 돌아가야겠어.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발끝에 딱딱한 무언가가 부딪쳤다. 새빨갛고 동그란 것은 발끝에 맞고 툭 튕겨 나가 데구르르 굴러갔다.

  

 굴러가고 있던 것은 그토록 애타게 찾고 있던 사과였다. 조금 전 새들이 파먹었던 것인지 약간 멍이 들어 있었고 한쪽 부분이 파여있었다.

 

 근처에 사과나무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근처를 한참 동안 서성이며 사과나무가 있는지 꼼꼼히 둘러보았다. 오랜 시간 숲속을 걸어 피곤함이 극도로 치달아 있던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수많은 낙엽이 이리저리 길 위를 굴러다녀 주위가 어수선했다. “찾았다···!”

 

 드디어 시야에 사과나무가 들어와 반가운 마음에 빠르게 향했다.

  

 기뻐하며 총총 달려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과나무 앞에 섰다.

  

 사과나무는 껍질이 바싹 말라 있어 볼품없어 보였지만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사과 만큼은 매우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과를 향해 까치발을 들고 손을 쭉 뻗었다. 응? 생각보다 높다.

  

 최대한 높이 까치발을 들어도 손에 닿지 않자 씩씩거리며 나무를 잡고 있는 힘껏 흔들었다.

  

 투두두둑

  

 가지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사과가 바닥에 데구르르 구르며 떨어졌다.

  

 사과는 흙이 묻어 약간 더러웠고, 울퉁불퉁하면서 노란빛과 주황빛을 띠는 사과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사과는 생긴 것도 제각각이었다.

  

 붉은빛을 띠고 있지만 약간 노란 빛을 띠고 있는 것도 있었고, 어떤 사과는 검은빛을 띠고 있지만 동그랗고 모양이 아주 이뻤다.

  

 그리고 뜨거운 용암과 갈대를 연상케 하는 붉은색과 금빛이 섞인 사과의 주위에는 벌레들이 득실거렸다.

  

 벌레를 쫓아내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저것을 쟁취할까 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고 그나마 이쁜 것을 주워들어 가방에 담아냈다.  

  

 한 개, 두 개, 세 개 …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론이 내가 딴 사과를 맛있게 먹고 있는 상상을 했다. 생각만 해도 뿌듯하고 기뻤다.

  

 볼 일을 다 마친 나는 왔던 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마른 낙엽의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서늘한 바람이 풍선같이 부른 배를 쓰윽 스치면서 지나갔다.

  

 약간 서늘했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사르륵 나는 낙엽 소리가 좋아 귀를 기울이면서 최대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소름 끼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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