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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공작님이 싫습니다
작가 : 귤감이
작품등록일 : 2019.6.8

『”안돼요. 그러지 말고 나랑 놀아요. 역시 인간은 비명을 지를 때가 가장 아름다운 거 같아요. 그 봐주기 힘든 역겨운 얼굴들도 지금은 정말 아름다워요.”』

셋 중 가장 어린 하나가 주저앉아 엉엉 울어댔다. 치열을 보이며 웃는 내 말을 듣곤 시큼한 냄새를 뿜어대는 노오란 물이 치마와 바닥에 흥건히 스며들었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장면이지만 아주 통쾌하고 고소했다. 나의 그녀를 건드리면 그 누구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며, 그녀가 고통을 받은 만큼의 10배, 아니 딱 100배만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


「신」 의 단순 흥미로 인해 뒤틀린 운명의 삶을 살게 된 불운한 여자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첫만남
작성일 : 19-06-08 11:30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6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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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윽”

 

 내가 정신을 차린 이곳은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컴컴한 동굴 안, 온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울퉁불퉁하고 차가운 돌바닥에 짐승의 뼈가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었다.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는 환경이었다.

 

 혼란스러웠다. 내가 왜 이런 곳에 누워있는 것인지.

 먼저 교회에서 어처구니없이 끌려오게 되고, 숲속에서 정신을 잃고 또··· 아, 나 쓰러졌었지.

 

 그런데 아까부터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지난번 교회에서 느꼈던 시선과는 어렴풋이 달랐다.

 하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 나쁨을 느낄 수 있었다.

 

 “에?”

 

 주위를 둘러보며 기분 나쁜 시선의 정체가 누구인지 확인하자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운동 웬만큼 했다는 사람 저리 가라 할 몸에, 파아란 핏줄이 날을 세우고, 자잘한 상처가 온몸 여기저기에 있어 적지 않은 험난한 삶을 살아왔다고 느낄 수 있었다.

 변태다. 게다가 틀림없는 납치범, 변태 납치범 주제에 몸은 왜 이렇게 좋은 거야.

 

 눈을 떼지 못하고 위아래로 흘끔거리며 티 나지 않게 남자를 관찰했다. 그런데 죽일 듯이 노려보는 남자와 눈이 마주쳐 반사적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는 눈을 바닥으로 향하게 해 노려보는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피해 버렸다.

 

 “너 말이야.”

 

 남자가 입을 열자마자 훔쳐본 것이 부끄럽고 민망해 뒷일은 전혀 생각지 않고 입을 다급하게 틀어막았다.

 

 “······!”

 

 엄마, 나 미쳤나 봐요. 아무리 잘생겼어도 변태 납치범한테 호감을 느끼다니.

 

 문득 신문에서 본 납치범과 인질범의 결혼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름하여 스톡홀름 증후군.

 인질범이 납치범에게 동조해 호감을 느끼게 되는 마법 같은 이야기이다.

 나는 그 당시 그 신문 기사를 보며 마음껏 비웃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이 남자를 보고 생각을 고쳤지만 말이다.

 

 하지만 저 남자는 납치범이다. 숲속에 쓰러져 있는 나를 이런 차가운 곳에 방치한 채 두었다.

 뭐가 어찌 되든 저 남자 미모에 현혹되지 말자.

 

 남자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조심스레 떼어냈다. 갈 곳 없이 방황하는 손은 무릎 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저기요··· 납치범 씨 옷은 어디다 두고···.”

 

 남자는 나의 질문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짙은 분홍색 눈썹을 추켜세웠다.

 

 “옷? 그게 뭔데?”

 

 “네?”

 

 “하하, 농담이야. 비에 옷이 흠뻑 젖는 바람에 말리고 있던 차였어.”

 

 남자는 지금 이 상황이 아무렇지 않은 것인지 어깨를 으쓱하며 옅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세상에 남자가 저렇게 이쁠 수 있는 건가. 반칙이잖아.

 

 한 입 깨물어 먹으면 딸기 맛이 날 것 같은 분홍빛이 감도는 머리에 약간 노란 빛을 띠는 피부, 그리고 조각같이 갸름한 얼굴에 오똑한 코, 분홍빛 머리와 약간 다른 붉은빛에 가까운 눈이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주 아름다웠다.

 게다가 눈꼬리가 아래를 향하고 있어 눈 밑에 있는 작은 점이 더욱 돋보였다.

 

 내가 보았던 그 어떤 남자보다 아름다웠다. 아니, 여자보다 이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어릴 적 한참 잘생긴 남자 아이돌에 꽂혀 응원봉을 휘두르던 그때보다 훨씬 가슴 떨리고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는 내가 질문해도 될까?”

 

 “아···. 네 그럼요.”

 

 “일단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어. 첫째, 난 납치법이 아니야. 숲속에 쓰러져 있던 너를 이곳까지 데려온 건 나야. 그러니까 쓸데없는 오해는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둘째, 이곳은 내가 사는 공간이자 집이나 다름없으니 몸이 회복되는 즉시 14일 이내에 빨리 나가 줬으면 좋겠어.”

 

 “아, 네 죄송합니다.”

 

 남자의 단호 하면서도 간결한 말에 반사적으로 죄송하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고 보니 저 남자가 아무리 나를 구해줬다고 해도 초면에 반말은 좀 아니지 않나? 이거 내가 이상한 거 아니지? 납치범···은 아니고, 동굴에서 사는 노숙자인가···?

 

 “그런데 말이야.”

 

 “···네!”

 

 “혹시 어디 아픈 데 있니?”

 

 뜬금없이 내 안부를 묻는 남자의 질문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부정했다.

 남자는 눈썹이 여전히 치켜 올라가 있었고, 입꼬리는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은 무표정을 띠고 있었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것인지, 내가 병이 있어 자신이 곤란하게 될까 확인차 묻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남자의 말투 하나만큼은 아주 부드럽고 다정했다.

 

 “아니요. 아주아주 건강해요.”

 

 남자는 내내 무표정이던 얼굴을 지우고 초승달 같은 눈웃음을 지어주었다. 이건 반칙이잖아··· 뭔데 저렇게 이뻐.

 

 “배고프지 않니?”

 

 “아니요. 괜찮아요···.”

 

 남자는 여전히 뜬금없는 질문을 이어나갔다.

 

 “거짓말, 너 일주일 내내 잠들어 있었어.”

 

 내가 일주일 내내? 말도 안 돼.

 

 “네 이름은?”

 

 “···네?”

 

 “이름.”

 

 남자의 얼굴에 한순간 웃음기가 사라지더니 이내 다시 옅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뭐야. 정체도 모르는 남자한테 함부로 이름 알려주기 찝찝한데. 이름을 꼭 알려줘야 하나.

 

 그때 문득 아주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만 빼고 다 멈추었다> 의 여자 주인공 이름이 떠올랐던 나는 영화의 대사 그대로 읊조렸다.

 

 “···벨이에요. 리니아 벨.”

 

 “예쁜 이름이네.”

 

 “당신은요?”

 

 “아론, 아론이라고 부르면 돼.”

 

 아론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얼굴은 웃고는 있지만, 속내를 알 수 없다고 해야 할까. 가까이 다가가기 괜히 꺼림직했다.

 

 “벨, 손.”

 

 손? 아론은 예고도 않고 훅 들어오는 게 취미인가.

 

 나는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내민 손을 머뭇거리며 잡았다.

 

 내 손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아론의 손은 이상하게 안도감을 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론은 손을 꽉 잡고, 앉아있던 나를 천천히 일으켜 주었다.

 

 “ㅇ···앗”

 

 오랫동안 누워 있었던 탓일까. 손을 잡고 일어난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딱딱하고 차가운 돌바닥에 슬라이딩하면서 넘어지자 뒤늦게 쿵 소리가 들렸다.

 

 조용한 동굴 안에 소리가 울려 퍼져 부끄러움이 더욱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지금의 내 자세는 남자친구에게 차여 울고 불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는 자세였다.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처량한 모습은 누가 봐도 아주 우스워 보였다.

 

 아, 죽고 싶다. 평생치 흑역사 여기서 다 만들고 가는구나. 제발 괜찮냐고 묻지 말아줘. 하나도 안 괜찮으니까. 그냥 넘어가 줘···.

 

 푸흡

 

 푸흡?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 나왔다. 보통은 여기서 괜찮니? 하고 물어주는 게 맞는 거잖아. 아, 잊고 있었다. 이 남자 보통이 아니었지.

 

 남자의 머리칼과 같은 분홍빛을 띠는 입술은 꼬물거리며 더는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웃고는 있지만 내내 가면을 쓰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아니, 애초에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근육이 두드러진 배를 부여잡고, 소리 내며 웃기 시작했다. 아름다웠다. 깔깔 웃을 때마다 움직이는 두껍고 단단해 보이는 팔과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통의 여자보다 아름다워 보일 지경이었다.

 

 남자는 한참 동안 웃어대다가 이내 표정을 굳힌 채로 말했다.

 

 “좋아. 넌 특별히 살려줄게.”

 

 여전히 영문 모를 말을 하는 남자. 이 남자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갑자기 웃다가 날 살려주겠다니. 나를 죽이기라도 할 셈이었어?

 

 혼란스럽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일투성이다. 아무튼 이게 꿈이라면 하루빨리 깨어났으면 좋겠다. 보고 싶다 엄마.

 

 * * *

 

 

 “딸, 우리 딸.”

 

 어둠 속 작은 빛이 한 켠 빛나고 있다. 작은 빛 가운데서 나에게 한 번도 보인 적 없던 슬픈 표정을 짓더니 이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고생을 많이 한 것인지 입가 주변은 주름으로 자글자글했다. 우리 엄마, 내가 고생만 시키고···. 호강시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딸, 이제 ···.”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 듯하다. 들리지 않아.

 

 “헤···어질···.”

 

 엄마. 잠시만요. 잘 들리지 않아요. 다시 말해주세요.

 엄마의 눈가는 눈물로 희뿌옇게 흐려져 무언가를 말하는 듯했지만 끝내 들리지 않았다.

 

 “있어···.”

 

 저 멀리 어둠 속으로 등을 보이며 사라져간다. 구부정한 등으로 천천히 사라져 가는데도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었다.

 

 아무리 달려도 손은 여전히 닿지 않고, 더욱더 멀어져만 간다. 엄마, 잠시만요···! 가지 말아주세요!

 

 자그맣게 빛나던 것은 거짓말같이 사라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어둠이 찾아왔다.

 몸을 꿈틀거리며 출구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발을 디딜 때마다 허공을 걷는 듯한 아찔한 느낌 때문에 쉽사리 발을 내디딜 수 없었다.

 

 결국 긴 시간 동안 누군가가 구해주길 바라며 무릎을 꿇고 쪼그려 앉았다. 칠흑 같은 어둠, 두려웠다.

 

 “엄마···.”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쓸쓸하게 기다렸다.

 어디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인지 서늘한 바람이 불어 오한이 느껴졌다.

 

 “누구든 좋으니까··· 제발···.”

 

 그때였다. 내게 빛이 비추었다.

 

 조금 전과 비교도 되지 않게 훨씬 밝은 빛. 그것이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를 보는 것처럼 무척 아름답게 느껴져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자그마한 소리가 들려왔다.

 

 “야···.”

 

 목소리? 굵은 저음의 목소리···. 누구지.

 

 “어나···.”

 

 누구 있어요···?

 

 

 “일어나라고!”

 

 캄캄한 어둠이 완전히 사라지고 밝은 빛이 보였다. 여긴 어디지···? 엄마? 눈 앞에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며 나를 빤히 보고 있다.

 

 빛에 가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이 느낌. 틀림없는 엄마였다.

 

 “엄마···!”

 

 두 팔을 벌려 앞에 있는 사람에게 안겨들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푹신푹신해야 할 품 안이 돌덩이에게 안긴 것 같이 딱딱했다. 게다가 평소보다 큰 느낌.

 

 “이거 놓지.”

 

 굵은 저음의 목소리가 귓가에 나직하게 들렸다. 아, 나 또 실수한 건가.

 허리를 세게 감싸고 있던 팔을 슬그머니 빼 들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잠꼬대를 하며 아론에게 안겨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미쳤지. 미쳤어. 너 이거 성추행이야. 이 정도면 전과범에 징역살이라고!

 

 아론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론을 보고 얼굴을 들 낯이 없어 땅에 이마가 닿을 만큼 고개를 푹 숙이고 사과했다.

 

 “···”

 

 침묵. 말없이 담담하게 있는 이 고요함이 더 무서웠다. 차라리 화를 내고 나무라는 것이 더 편할 지경이다.

 

 “아론, 죄송해요.”

 

 아론은 눈을 지그시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게 말을 건넸다.

 

 “괜찮아.”

 

 항상 똑같은 반응이다. 아론은 내게 큰소리 한 번 낸 적이 없었다. 내가 배고픔을 참지 못해 비축해둔 식량을 꺼내 먹었을 때도, 이렇게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가 달려들 때도.

 

 아론은 나를 항상 없는 사람 취급했다. 역시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난 불청객이나 마찬가지인가.

 

 아론은 나를 빤히 보다가 푸른 잔디가 족 깔린 언덕을 무심하게 내려갔다. 햇볕이 언덕 가득 내리쬐어 아론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마에 송송 맺힌 땀방울을 손을 들어 닦아내고 위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굵은 가지가 팔을 쭉 뻗듯이 갈라져 있어 넓게 그늘이 졌다.

 얼굴에 거무스름한 그늘이 져 하늘을 똑바로 응시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론! 같이 가요.”

 

 앞서서 먼저 가는 아론을 향해 큰소리로 외쳐보았지만, 여전히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아론을 쫓아야겠다는 생각에 앞뒤 안 가리고 그의 뒤를 따랐다.

 

 그때였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자그마한 돌부리에 걸려 앞으로 나엎어지고 말았다.

 

 “···!”

 

 비가 와 땅이 축축하게 젖어 있어 입고 있던 옷이 더러워졌다.

 게다가 질척질척하게 짓이겨진 흙이 여기저기 묻어 꼴이 말이 아니었다.

 

 큰 소리를 내며 우당탕 넘어진 소리를 들은 것인지 아론은 바삐 걷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헐레벌떡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숨차게 달려온 아론은 사색이 된 채로 한쪽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앉았다.

 

 “넌, 정말···.”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혀를 쯧 차는 아론은 마치 엄마가 꾸중하는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아론, 엄마 같아요.”

 

 “···”

 

 아론은 말없이 붉은 피가 흐르는 내 무릎을 살폈다.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와 아이 다루듯이 살살 살피는 것이 마치 간지럽히는 것 같았다.

 지금 여기서 웃으면 혼나겠지. 잠자코 있어야겠다.

 

 눈이 아프도록 비추는 태양의 열을 받아 뜨겁게 대펴진 언덕 위에서 아론도 더운 것인지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가득 맺혀 있었다.

 

 입을 떼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아론을 보고 그가 평소보다 긴장하고 있음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너는 넘어지는 게 취미야? 그런 괴상한 취미는 진작에 버렸어야지.”

 

 역시나였다. 아론은 여전히 쌀쌀맞고, 매서운 투를 담고 있었다. 아프다. 마치 날카로운 칼에 베여 신음을 토하는 기분이다.

 

 “아니거든요.”

 

 “···업혀.”

 

 뭐? 이거 혹시 꿈은 아니겠지? 그 쌀쌀맞던 아론이, 나랑 닿는 것조차 꺼려했던 아론이 업히라고?

 

 “저 걸을 수 있어요. 그리고 저 더러워요.”

 

 “조용히 하고 업혀.”

 

 “···”

 

 척 봐도 넓어보이는 등을 보이며 나직하게 말하는 아론은 그 어느 때보다 다정했다.

 언제나 알 수 없는 두꺼운 장벽이 있어 조금만 선을 넘으려 들면 더욱더 견고하고 두꺼운 벽을 쌓아 더는 다가올 수 없게 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론은 첫 만남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금은 마음이 열린 것일까. 빨리 업히라는 그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아론, 무겁지 않아요?”

 

 “응. 엄청 무거워.”

 

 요즈음 아론이 주는 고기만 넙죽 받아먹었던 터라 살이 조금 붙긴 했다. 앞으로 조금 자중해야 할 것 같다.

 

 “죄송해요.”

 

 “ ···뭐가?”

 

 “그냥 다요.”

 

 경사진 언덕을 아무렇지 않게 내려가는 아론은 이 말을 끝으로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론의 등에 업혀 있어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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