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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무제
작가 : 조세핀D
작품등록일 : 2019.6.1

 
1. 혼란
작성일 : 19-06-01 16:36     조회 : 249     추천 : 1     분량 : 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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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태무황자는 느릿느릿 자신의 왕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뒤로 호위무사 둘이 건들거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태무황자의 후궁들의 처소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여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태무 황자의 후궁들은 은의 궁에 머무르는데, 후궁을 포함해 조공으로 바쳐진 여인들의 수가 가히 오십에 달했다.

 그 중, 최근에 그의 가장 많은 부름을 받고 있는 이는 '장린'이라는 여인인데, 그녀는 황자의 후궁으로 있던 조희의 시녀였다.

 

 태무황자는 그의 화려한 전쟁이력 만큼이나 성적으로 문란하기로 유명했는데, 이상한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자녀가 없었다.

 

 환국의 황제들에겐 특이한 일이 아니었는데, 환속비사에 따르면 마하임을 소유한 황자들은 그들의 자녀의 성별까지 결정할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이는 확실히 입증된 것이 아니며 이것도 약 50년 전 민란이 일어났을 시에 현 황권을 흔들기 위해 꾸며진 이야기라는 속설이 지배적이다.

 

 태무황자 앞으로 요염한 몸짓의 장린이 교태를 부리며 다가왔다.

 

 “아이, 전하, 지난밤에는 그렇게 뜨겁게 저를 찾으시더니, 오늘 밤도 찾아주시는 건가요?”

 

 커다란 고양이 한마리가 비비적거리듯 태무황자의 팔에 가슴을 밀착시키며 말을 이었다.

 

 “전하, 오늘 밤은 저를 찾아주시는 거지요? 그렇지요?”

 

 가만히 장린이 하는 양을 바라보던 태무황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태무황자가 조용히 눈을 내려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자, 금방 희게 질린 장린이 얼른 손을 놓고 고개를 조아리며 뒷걸음질 쳤다.

 

 태무황자는 다시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에 주변에 있던 호위무사 둘도 다시 건들거리며 그 뒤를 따라갔다.

 

 호위무사들은 키가 큰 태무 황자만큼이나 키가 컸는데 한명은 호리호리 하고 한명은 근육으로 뒤덮였다. 호리호리한 쪽의 이름은 ‘세림’이고 근육질로 뒤덮인 쪽의 이름은 ‘양명’이다. 둘 다 처음에는 호리호리 했다고 누군가는 말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항상 세림이 황자의 오른쪽에 있고 양명이 왼쪽이다.

 

 세림이 오른쪽에서 말을 걸었다.

 

 “전하, 궁의 기술자로부터 뇌격무의 파괴력이 2배나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전하의 계획이 조금 더 앞당겨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양명이 황자대신 받아쳤다.

 

 “핫핫핫, 형님. 고작 그 정도로 전하의 마음에 차시겠습니까. 밤에도 한 두 여인으로 성이 안 차는 우리의 전하께서”

 

 두 호위무사의 농담과 익살이 익숙한 듯,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손에 있는 술병을 입으로 옮기며 걸어갈 뿐이었다.

 

 전쟁광인 태무황자는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창고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황자들도 무기창고가 있었지만 언제나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내는 곳은 태무황자의 무기고뿐이었다. 황제도 정보가 없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에 싸여있는 이곳은, 이곳의 정보를 가지고 다른 곳에 갔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비밀에 싸인 곳이었다.

 그런곳에서 뇌격무라는 무기가 탄생된 것이다. 처음으로 태무황자가 이 무기를 들고 려국을 점령하러 갔을 때의 려국인들이 받은 충격과 공포는 이루 설명할 수 없었다.

 

 충격과 공포를 준 뇌격무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원제 형님만 아니었으면. 태무황자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려국이 떠올랐고, 지난밤이 떠올랐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누워있던 여인이 얼핏 떠올랐다.

 조공으로 들어왔던 어떤 여인보다 볼품없었던 여인. 잔뜩 취한 몸으로 들어갔을 때라, 그 얼굴의 생김은 떠오르지 않지만, 심히 불쾌했던 밤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순간 잔인한 생각이 나서 설핏 입술 한 쪽 끝을 올려붙이며 저 끝에서 따라오던 시종을 바라보자, 시종이 종종거리며 머리를 조아렸다.

 

 “어제 그 여인은?”

 

 태무의 무표정한 얼굴에 두려움을 느낀 시종이 고개를 숙이며 급히 아뢰었다.

 

 “전하, 그 여인은 은의 궁에서도 북문 가까이 위치한 달의 전각으로 옮겨졌습니다.”

 

 달의 전각은 총애를 잃은 여인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장소로 알려진 만큼 그에 스스로 자결한 여인들이 많았다.

 때문에 흉흉한 소문이 들어 시종들조차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전각이었다.

 보통 황자와의 하룻밤을 보내고 총애를 받게 되면 은의 궁내부의 소궁들을 하사받기도 하지만,

 인혜는 초라한 신분으로 알려진 만큼 궁은커녕, 궁에서도 가장 초라하다는 달의 전각으로 처소가 정해지게 된 것이었다.

 

 태무황자가 계속 무표정하게 쳐다보았다.

 그러자 시종이 더욱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 여인에게는 보름치만 궁의 경비를 지급하겠나이다. 이 환국땅에서 살아가려면 환국의 법도를 따라야하지 않겠나이까”

 

 태무황자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나타났다가 곧 사라졌다.

 그녀의 모국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므로 그녀는 더 이상의 원조조차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시종은 태무황자와 그 호위무사들이 지나가고 나서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은 붙어있게 된 것이다. 려국의 그 여인 대신에

 

 환국은 실용주의가 강한 나라였는데, 그 국풍은 황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후궁들의 시기와 암투를 경계한 환국은 그들이 다른 곳에 신경을 쓰도록 그녀들의 생활비 일부를 스스로 감당하도록 했는데, 때문에 많은 지참금을 가지고 온 후궁들은 생활이 퍽 편하고 여유로웠으나 그렇지 못한 후궁들은 스스로 벌어서 감당해야했다.

 때문에 수를 놓아 팔거나, 약초를 재배하거나 때로는 옷감을 지어 파는 일도 후궁들 사이에서는 비일비재했다.

 후궁이 아이를 낳는 경우에는 그 양육 또한 후궁 스스로가 해야 했다. 태무황자는 그 슬하에 자녀가 없어, 아직 까지는 자녀의 양육까지 하는 후궁은 없었다.

 

 그러나 태무황자도 알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인혜는 애초에 려국의 공주가 아니었고, 그녀는 려국의 공주 대신 바꿔치기된 노예 신분이었다. 때문에 그 어떤 지참금도 주어지지 않았고, 려국에서는 환국에 대한 그 어떤 지식도 없는 시녀 한 명만이 따라왔을 뿐이었다.

 

 달의 전각으로 옮겨진 인혜는 한 밤 중에야 그 눈을 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달라져버린 환경이, 이곳이, 꿈인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서 이런 세계에 떨어졌는지, 어째서 이런 운명으로 끌려왔는지, 인혜는 벌써부터 너무 지쳐버린 자신을 느꼈다.

 

 이곳에 와서 적응한지도 열흘이 흘렀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다. 언어도 생활도 삶의 방식도 모두 달랐다.

 이런 곳에서는 숨죽이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친하게 지내던 후궁중 하나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린 것 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른 후궁들이 쉬쉬하면서 찾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인혜는 알게 되었다.

 그 후궁의 시체가 저잣거리에서 발견되었다고 했다. 그날 밤, 인혜는 너무 두려워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려국의 시녀로 따라왔던 주아가 인혜를 불렀다. 이제는 슬슬 먹을거리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곳의 말을 알지 못하는 인혜에게 바닥을 보이는 항아리를 내려다보며 손짓 몸짓을 이용해 알려주었다.

 당장 의식주의 문제가 눈앞에 닥쳐와 있었다. 한숨을 쉬며 인혜는 방안을 돌아보았다. 방 안에는 귀중해 보이는 그 어떤 물건도 보이지 않았다.

 환국으로 끌려올 때 보았던 그 휘황찬란한 모습들, 그들은 그렇게 배부르고 호화롭게 지내는데, 이곳은 마치 다른 세상 같지 않은가.

 

 “<그때 방안으로 끌려들어갔을 때 뭐라도 가지고 나올걸 그랬어>.”

 

 쌀 항아리를 보며 중얼거리는 인혜를 보던 주아는 인혜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가씨도 걱정되시는 거죠? 그래서 그 이상한 언어로 걱정된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인혜가 알아들은 단어는 ‘아가씨’ 와 ‘걱정’과 ‘언어’였다. 대강 뜻이 통하는 듯하자 인혜는 곤란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 거렸다.

 

 “<이러다가는 진짜 굶어죽을 수도 있겠다. 진짜로.>”

 

 계속 중얼거리는 인혜를 바라보던 주아가 말했다.

 

 “아가씨, 제가 다른 전각이라도 가서 먹을 것을 좀 구해와야겠어요.”

 손으로 먹는 시늉을 하며 다른 전각을 가리키던 주아에게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 거렸다.

 주아가 밖으로 나가자, 인혜는 유일하게 예쁜, 그러나 많은 후궁들이 목숨을 던졌다고 전해지는 연못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쪼그려 앉아 주변에 있던 길게 솟은 풀을 꺾어서 연못을 휘저었다.

 그러자 생각이 생각으로 꼬리를 물며 처음 이곳에 떨어졌던 순간이 떠올랐다.

 

 “<결혼해줘 인혜야.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인 거지?>”

 

 선하게 웃던 현태가 떠올랐다.

 소파에 앉아서 차를 들이키며 인혜를 향해 말하던 어떤 우아한 여자도.

 

 “<안된다. 당장 정리해. 너한테는 이미 약혼한 여자가 있어.>”

 

 울며 인혜를 말리던 엄마도.

 

 “<그런 고고한 집안에서는 너를 받아 줄 생각이 없어. 상처받기 전에 헤어져, 인혜야!>

 “<엄마, 난 현태를 믿어, 우리 서로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야!>”

 

 미안한 얼굴로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있던 현태도.

 그리고 용기가 없어 나서지 못했던 내 모습도.

 

 “<그러게 이 딱한 것아, 내가 말하지 않았니, 현태는 절대로 자기 어머니를 배신할 수 없는 놈이라고. 그럴 배짱이 없는 놈이야 그놈은.>”

 

 허망한 마음으로 도로를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안돼!! 라고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다. 앞에서는 밝은 빛과 함께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는데 눈을 떠보니 바로 이 세계였다.

 난 죽은 걸까?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걸까.

 혹시 여기서 죽으면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걸까.

 

 문득, 인혜는 흥얼거리고 싶은데 기억나는 멜로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공부하느라 다른 곳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목표는 오직 성공이었다. 그러다가 치기어린 고백을 하는 어느 한 남자를 만났다. 불나방같이 그 남자와의 사랑에 빠져들었다. 그게 너무 달콤해서 주변에서 어떻게 보는 지도 몰랐다. 그와 나만 몰랐던 것이다.

 

 인혜는 어느새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당장 한 끼 조차 해결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는 시선을 내려 연못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몸을 던지면 편안해질까? 그럼 ....현태를 용서할 수 있을까?

 인혜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이 삶이 꿈이라고 할지언정 아직은 포기하지 말자.

 저물어가는 하늘을 보며 인혜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태무황자는 두 호위무사를 거느리며 무기창고로 향했다.

 황자가 들어오는 것을 본 모든 대장장이 들이 일시에 작업을 중단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 중의 한명이 머리를 조아리며 뇌격무를 공손히 건냈다.

 

 오른쪽에 있던 세림이 더 커진 뇌격무를 보며 말했다.

 “오호~ 이게 성능이 향상된 뇌격무로군요”

 

 그때, 왼쪽에 있던 양명이 빨리 시험하고 싶다는 눈빛으로 태무황자를 쳐다보았다.

 황자가 뇌격무를 장착하며 양명을 조준했다.

 양명이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어우, 제가 첫 번째 대상이 되는 영광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황자가 대신에 뇌격무를 가져다준 대장장이의 머리에 조준했다.

 대장장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났다.

 대장장이가 물러난 만큼 한 걸음 더, 황자가 가까이 다가갔다.

 대장장이의 시선이 황자 뒤에 있던 호위무사들에게 닿았다.

 

 호위무사들도 황자를 못 말린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한걸음 물러났다.

 

 대장장이는 이내 포기한 듯 눈을 꼭 감았다. 한걸음 더 다가서며 황자가 뇌격무를 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그렇게 눈을 감으면 쏴버릴 마음도 사라진다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소리를 지껄이며 이내 황자가 돌아섰다.

 

 “시험해 볼 소국이 어디 있나 한번 찾아보자고.”

 

 느릿느릿 뇌격무를 어깨에 매며 황자가 중얼거렸다. 또 어떤 소국이 멸망할지 모르지만, 누군가가 황자의 잔인함에 자신들 또한 일조한다고 말한다면 그들도 할 말이 있었다. 자신들의 목숨 역시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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