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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무제
작가 : 조세핀D
작품등록일 : 2019.6.1

 
1. 혼란
작성일 : 19-06-01 12:34     조회 : 397     추천 : 1     분량 : 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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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혼란.

 

 이 곳은 어디일까. 어지럽고 몽롱하다. 모든 것들이 마치 꿈인 것 같다.

 그런데 팔에 든 멍이, 그리고 그 시큰함이 결코 꿈이 아님을 가르쳐 주고 있다.

 입으로 넣어주는 달콤한 맛의 무언가를 먹고는 급속히 머리가 멍해지고 몸이 축 늘어졌다.

 그 상태로 두 명의 시녀복장을 하고 있는 중년의 여인들에게 양쪽 팔이 잡힌 채로 방 안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다.

 어둡고 하늘하늘한 천들이 드리워진 곳이다. 그러나 화려한 곳으로 끌려가고 있다고 인혜는 몽롱한 머리로 생각했다.

 몇 개 인지도 모를 문이 계속 열렸고, 안으로 끌려서 들어가고 있다.

 축 늘어진 몸으로도 몸부림을 친 것에 대한 앙갚음이라도 하듯이 두 여인이 멍이 들 정도로 팔을 꽉 잡았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전하께서는 곧 도착 하실 것입니다. 만약 조금 전과 같이 무례한 행동으로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힌다면 그 머리가 단칼에 잘려나갈 지도 모릅니다. ]"

 

 한 여인이 인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머리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그냥 둬. 어차피 우리말도 제대로 못 알아먹는 눈치야. 전하의 심기만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에휴. 괜히 이 좋은 날에 송장을 치우고 싶진 않은데 말이야]"

 

 "[2황자전하 드십니다]"

 

 인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거는 여자들 뒤로 커다란 키의 사내가 들어오는 것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몸이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술내음이 코를 찌르는 듯 했다. 장신의 남자가 인혜가 앉아있는 침대로 다가 왔다. 커다란 키를 구부정하게 숙여 가만히 인혜의 눈을 들여다 보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말했다.

 

 "[볼품 없군]"

 

 사내는 짧게 혀를 차며 어딘지 조소가 담긴 한 마디를 내 뱉는다. 굉장한 저음의, 그러나 어딘지 소름끼치도록 음습한 말투. 나중에야 인혜는 '볼품 없다'는 그 말을, 이 이상한 나라 '환'국의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그때, 남자가 느릿하지만 강한 힘으로 인혜의 어깨를 뒤로 밀쳐 그 위를 타고 엎어졌다.

 그리고는 귀찮듯이 옷을 벗겨나가기 시작한다.

 이내 정신을 차린 인혜는 손을 뻗어 앞의 사내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하지마, 이, 이게 뭐야. 너, 누구야. 안돼. 잠깐... 하지마!!>"

 

 "[기본적인 언어도 배우고 오지 못한 건가? 정말 한심하군.]"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조소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인혜의 저항이 거세졌다.

 이내 짧게 다시 혀를 찬 남자는 인혜가 자신의 쇄골에 손톱으로 생채기를 내자. 이내 눈빛을 날카롭게 굳혔다.

 

 "[건방지군.]"

 

 짝. 순간, 남자는 커다란 손으로 인혜의 오른 쪽 뺨을 내리쳤다.

 왼 쪽으로 돌아간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내 내리쳤던 오른 손으로 인혜의 머리카락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얼굴 가까이로 끌어당겼다.

 

 "[한번만 더 내가 손을 들게 만들면, 이 몸에서 유일하게 봐줄 만한 그 눈부터. 하나. 하나. 뽑아주지. 그런 몰골로 기어나가고 싶다면 저항을 계속해라]"

 

 남자는 손을 풀고 상체를 일으켜 앉아 주변의 시종을 눈짓으로 부른다.

 자신이 손을 쓰기도 싫다는 듯 시종에게 여자의 옷을 벗기도록 손짓한다.

 

 너무 큰 충격에 아무 말도 잇지 못하던 인혜는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남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하나도 알지 못했지만, 그 어조로 충분히 공포에 사로잡혔다.

 

 후에 인혜가 환국의 언어를 모두 익혔을 때, 그리고 이 밤에 사내가 남겼던 언어들이 해석되었을 때, 인혜는 그 사내의 말들이 어떤 뜻이었는지 알게 된다.

 때문에 그 후에도 꽤 오랫동안, 자신 보다 큰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몸이 굳어 버리며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왜 그때, 그렇게 밖에 당할 수 없었는지, 아무리 무서웠어도 끝까지 저항해야 했었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게 되는 그런 상처. 그것이 깊이 남아버린 밤이 흐르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눈물만을 흘리던 인혜의 옷이 하나하나 벗겨져갔다. 그리고 시종의 손에 의해 사내의 옷도 하나하나 조심히 벗겨졌다. 그때 사내는 공포에 젖어 잔뜩 몸을 굳힌채, 눈물만 흘리는 혜의 얼굴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의 심기를 빠르게 파악한 시종이 다가와 허리를 굽혀 조아린다.

 

 "[전하, 려국에서 보낸 여인이 마음에 안 차십니까, 다른 여인을 불러올릴 까요?]"

 

 사내는 침대에 눕혀진 비쩍 마른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 어떤 감흥도 담기지 않은 차가운 시선이 인혜의 얼굴에 꽂혀들었다. 덜덜 떨며 고작 눈물만 흘려대는 모습을 보니, 괴롭히고 싶은 잔인한 생각이 들면서도 왠지 귀찮아졌다.

 오늘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고 생각했다.

 형님이 그런 술수를 쓸 줄이야. 대단히 야비한 수였다.

 

 후에 이 여인 때문에 심장이 너덜거리는 고통을 알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채, 환의 두 번째 황자 태무. 환. 비틀린 시선을 담을 뿐이었다.

 

 태무. 환. 그는 현 황제인 소제. 환.의 두 번째 아들로서, 황제가 가장 신임했다고 알려진 락샤이 환. 황후의 장자이다. 락샤이 황후는 락샤이. 슬로타샤 국의 첫째 공주로써. 그 미모와 재색으로 유명했을 뿐만 아니라 검술에도 특출난 재능을 보였던 여인인데, 당시 왕권다툼에 밀려 결혼동맹이라는 미명하에 수십만 킬로미터 떨어진 환국으로 시집 와 환국의 50여년전 발생한 민란을 제압한 철의 여인이다. 북쪽에 위치한 슬로타샤는 그 피부가 유독 창백할 정도로 희고, 머리카락이 검은색이다.

 

 태무황자는 아버지의 갈색 피부와 그의 녹빛 눈동자, 어머니의 검은색 머리카락을 물려받았다.

 짙은 녹빛의 비틀린 시선이 이번엔 잔혹성을 띄기 시작했다.

 

 "[다른 여인, 창기를 불러라. ]"

 

 나가버릴 듯 몸을 일으켰던 남자를 바라보던 인혜는 갑자기 시종이 잰 걸음으로 다른 여인을 데리고 오자 다시 두려움에 떨었다. 그리고 곧이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그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부릅떠졌다.

 시종이 데리고 온 여인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내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사내를 흥분시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사내는 그 어떤 감흥도 없이 일련의 그 행위를 눈으로 담고만 있었다. 마치 타인의 일을 감상하듯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행위에 그 정신이 차마 따라가지 못해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사내가 몸을 일으켜 인혜에게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는 인혜의 마지막 남은 치맛자락만을 들춘 채, 그의 몸을 묻으려 들었다.

 

 "<악!>"

 순간적인 고통에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남자의 두꺼운 허벅지를 밀어내고,

 손으로는 그의 가슴팍을 때리며 격렬히 저항하기 시작했다. 순간 목적을 이루지 못한 사내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리고 강한 손으로 어깨를 움켜잡으며 다시 한번 인혜의 눈을 바라보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잘 들으라고. 난 지금 굉장히 피곤한 상태야. 이 손이 이 목으로 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 ]"

 

 어깨를 잡던 손이 목 줄기로 옮겨가는 것을 느낀 인혜는 더한 두려움에 공포 가득한 눈물만 주룩주룩 흘러 보냈다.

 

 인혜는 생각했다.

 벌을 받는가 보다고. 혼자 있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결혼하자던 그를 따라가겠다고 도망친 벌.

 결국은 배신할 그를 알면서도.

 

 인혜는 순간 모든 힘을 풀고 눈을 감았다. 받아야 한다면 받아야지.

 내 운명의 시련이 아직 진행 중 이어서, 대가를 치루지 않고는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다면 받으리라.

 무슨 일이 있어도 살라고 말했던. 절대 자살만은 생각하지 말라던 엄마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도.

 

 인혜의 옷을 찢어버릴 듯 풀어내던 태무황자는 순간 달라진 기류를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누워있는 인혜를 보고는 실소를 터뜨렸다.

 

 "[큭. 이건 뭐. 시체행세를 하고 있으니. 김이 새는 군.]"

 

 큭큭. 낮은 웃음을 흘리며 술기운에 젖은 몸을 비틀비틀 일으켰다. 그리고는 앞에 앉아있던 여인의 팔 한쪽을 잡더니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조용히 문 닫히는 소리가 여러 개 들린 후에야 인혜는 감았던 눈을 떴다. 어깨, 팔뚝, 허리에 생긴 멍의 흔적.

 그러나 다행히 인혜가 두려워한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옆으로 밀려난 이불자락을 덮었다. 서러운 눈물이 쏟아졌다.

 

 "<흡. 흑흑........... 엄마........>"

 

 울면서 몸을 감싸 안았다.

 

 그때 어딘가에서 한 여인이 나타나 인혜를 다독거렸다.

 

 "[쉬십시오. 다 끝났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선례들을 봐왔던 늙은 여종이 서툴게 위로했다.

 

 "[다시는 전하를 뵙게 될 기회도 없겠지만, 차라리 당신에게는 그게 더 큰 위로가 되려나요.]"

 

 인혜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다독거리는 손길에 잠을 청하다 정말로 기절하듯 잠이 들어버렸다.

 

  나중에야 인혜는, 현대에서 려국이라는 낯선 땅에 떨어졌다는 것을, 친절히 자신을 돌봐주던 한 노파의 손에 이끌려 '려'국의 왕실로 인도되어지고, (환국으로 몸을 싣게 된 후에야 그 노파가 려 왕실의 신하였으며 친절을 가장하여 자신을 팔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려국의 벙어리 공주의 대신으로 환국에 조공으로 바쳐졌다는 것을 알게된다.

 

  후에 려국은 인혜가 조공으로 환에 압송된 후, 약 한 달 후에 환의 제1황자 원제.환 (태무황자의 형)이 이끄는 군대 아래 멸망하고, 환국의 통치를 받는 하나의 공국으로 전락하게 된다. 환국의 영토 확장 방식은 조금 특이했는데, 강한 군사력으로 주변의 소국을 위협하여 조공목록을 요구한 후, 소국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그것을 핑계로 전쟁을 일으키고, 호전적인 황자들의 정복 욕구를 충족시켜, 제국 내 왕위 다툼을 최소화 하려는 선왕들의 방책이었다.

 

 태무황자가 말한 원제황자의 야비한 술수가 바로 이것이었다. 태무 황자와 원제 황자는 동시에 려국을 노렸다.

 그런데 결국 려국을 가져간 것은 원제 황자였다. 마지막에 숟가락을 얹더니 그대로 꿀꺽해버린 것이다.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그에게 중요한 군사 요충지 중 하나인 ‘장원’ 성을 내렸다.

 

 태무 황자의 심복들은 모두 원제 황자에게 이를 갈았다. 그럴 만 했다.

 기껏 려국의 왕자들을 이간질 시켜서 서로를 죽이게 만들었더니, 그 공을 가로챈 것이다.

 자신을 향해 승리의 웃음을 짓던 원제 황자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불안으로 흔들리던 어떤 조공의 눈빛도 떠올랐다.

 그리고는 동시에 태무 황자의 눈이 잔인한 빛으로 웃었다.

 

 그날 밤. 여러 명의 창기가 황자의 침실로 불려졌다.

 황자의 침실은 밤이 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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