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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완벽한 카산드라에게 평화로운 삶을
작가 : 인싸집순이
작품등록일 : 2018.12.1

태양의 신 아폴론의 사랑을 받아 예언능력을 받았지만 결국 비참하게 요절한 그녀, 카산드라. 하지만 이번 생에선 촉망받는 사제 베르니스 로 굵고 길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남들 앞길은 족집게마냥 족족 맞춰도 자신의 운명이 보이지가 않는다?! 게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준다는 고대예언서를 찾는 도중 의도치 않게 도둑으로 몰려 일은 점점 더 꼬여가는데...

“완벽한 사제를 연기하시느라 무척 고되시겠습니다. 베르니스 사제”
“...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공작님”
“베르니스 사제 아니, 도둑이라고 해야 하나”

시몬 공작가를 위해 일하라고 협박받는 그녀 “난 그냥 평온한 삶을 원할 뿐인데!”
평온한 삶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베르니스 드니로의 좌충우돌 로맨스 판타지!

 
브리사 성에서(2)
작성일 : 19-04-04 00:11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5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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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니스는 조슈아의 목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도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보다 더했을까. 그가 상의를 벗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베르니스는 고개를 황급히 돌렸다. 베르니스는 순간 아까 디오니의 비밀을 숨긴듯한 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베르니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디오니 짓이군”

 

 “네”

 

 조슈아가 담담히 말하자 베르니스는 그의 방에 있는 가구배치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면서 짧게 답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숨막히는 침묵이 얼마간 이어졌다. 베르니스는 얼굴이 차차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침대에서 허겁지겁 내려왔다. 베르니스가 여전히 조슈아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더듬더듬 말했다.

 

 “저,저는 제 방으로 가는게 좋겠네요.....”

 

 “방이 어디있는지는 알고 말하는거야?”

 

 조슈아는 그녀에게 무뚝뚝하게 말하며 보드카가 놓여져있는 탁상쪽으로 움직였다. 어쩐지 베르니스는 지금 이순간 모든 감각들이 예민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가 보드카를 유리잔에 따르는 그 소리가 그 어떤 순간보다 요염했다. 그는 유리잔을 들고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리곤 그녀에게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난 네 방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조슈아는 아까의 당황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느긋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베르니스의 머릿속에선 경보음이 켜지는 듯 했다.

 

 ‘위험해, 이 상황.’

 

 그가 아니라 자신이 위험하다는 생각이었다. 느긋하고 나른한 저 표정이 화가 나는게 아니라 끌리고 있었다. 그의 작은 행동하나하나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그가 보드카를 천천히 마시면서 베르니스가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럼 전 나가서 제 방을 찾아보죠”

 

 베르니스가 문 가까이 걸어가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자 조슈아가 그녀의 등 뒤에서 나지막히 말했다.

 

 “여기, 꽤 넓어. 그냥 여기에 있어”

 

 아니, 내가 당신하고 있으면 위험하다고.

 

 ‘몇 개월 만에 재회한 그렇고 그런 사이의 남녀가 한방에 있으면 무슨일이...... 없을 수가 있나’

 

 그녀는 단 한번도 남녀의 ‘비밀스러운 행각’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린 수도생들이 얼굴을 붉히며 장난스레 대화하는 걸 들은 것 정도. 아, 학생들 사이에 비밀스레 야설책이 돌긴했다. 호기심에 보기는 했지만 얼굴이 홧홧해져서 황급히 책을 덮은 기억이 있다. 그 때 당시만 하더라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들사이에 또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베르니스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의 침대에 앉았다. 도저히 그가 있는 소파에 앉을 마음은 들지 않았다.

 

 “베르니스”

 

 “네,네?”

 

 “나랑 침대에서 같이 자고 싶은거야?”

 

 “뭐,뭐라구요?”

 

 “침대에 앉길래”

 

 그가 장난스럽게 씨익 웃으며 말하자 베르니스는 놀라서 황급히 일어섰다. 그녀는 자신이 있을 자리를 눈을 굴리며 찾기 시작했다. 어디에 서있어야 그의 시선을 피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그녀는 창문앞에 섰다가 고민했다. 그러다가 다시 책장 앞에 섰다. 그녀는 책장에 꽂혀있는 책등에 집중했다. 그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유리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그러나 보드카 그녀의 등 뒤로 그림자가 겹쳐오기 시작했다. 베르니스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베르니스”

 

 숨결같이 내려앉는 그의 말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홱 돌렸다. 그녀의 뒤에 있는 책장에 손을 대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너무 가까웠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얼굴이 폭발할 것처럼 새빨개져서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그의 눈동자를 볼 자신이 없었다.

 

 “그거 알아......?”

 

 “......”

 

 “나도 너무 떨려......”

 

 그가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베르니스는 순간 당황해서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가 그녀의 입을 덮쳐왔다. 첫 입맞춤도 아닌데 그녀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눈만 껌벅거렸다. 그러자 그가 입을 떼고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눈 감아, 베르니스”

 

 그녀가 멀어지는 의식속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한번도 먹어본 적 없는 보드카의 알싸한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배려하는 듯 그의 움직임은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녀가 움찔하면서 자신의 혀를 그의 혀에 대자마자 그는 맹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사슴을 쫓는 맹수처럼. 그녀는 이내 그를 감당하기가 버거워졌다.

 

 “하아...... 잠,잠시만요...... 하아......”

 

 그녀가 다급하게 숨을 뱉어내며 그를 떼어냈다. 그도 얼굴이 붉어져있었다. 그도 이성을 잃은 채로 그녀를 배려하지 못했단 생각이 들었는지 자신의 손으로 이마를 매만졌다. 후회스러운 표정이었다.

 

 “미안......”

 

 베르니스는 그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보니 기분이 묘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미련했어...... 오늘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어린 아이처럼 말하자 베르니스는 난감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까 그 도적놈일은 잊은지 오래다. 그 순간은 굉장히 공포스러웠지만 지금은 다르다. 하지만 아까 일은 잊은지 오래라고 말한다면 베르니스도 어떻게 행동할지 두려워졌다. 그가 내뿜는 맹렬한 불길에 과감히 뛰어들지도 모른다. 베르니스의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 보였는지 그는 그녀에게서 몸을 떼고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내가 소파에서 잘테니까 침대에서 자도록 해. 괜히 나가서 길 잃지 말고”

 

 그의 담담한 말에 그녀는 어쩐지 안심이 됐다. 그녀는 깨달았다. 남녀간의 은밀한 일(?)은 오늘 일어나지 않는다. 그녀는 굳은 자세로 천천히 침대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아까 정신없이 뻗는 바람에 실내복으로 입지도 못했지만 이 분위기에선 도저히 옷을 갈아입을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서 등을 돌린 채 누워있었다. 상의 좀 걸쳐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또 그럴 수도 없었다. 자신이 의도한 건 아니지만 불청객인 건 자신이었다. 그의 방에서 불청객이 그런 요구를 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그녀는 그가 잠들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소파에 있는 그가 계속 눈에 밟혔다. 상의도 안 걸치고 자기엔 이 방이 엄청나게 따뜻한 편은 아니었다. 그가 꽤 조용했고 잠들었을 것 같았지만 그녀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말했다.

 

 “...... 침대에서 같이 자요”

 

 

 ***

 

 

 그녀의 말에 그가 움찔했다. 역시 잠들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러고 자기엔 춥잖아요. 이리 와요”

 

 “......”

 

 “왜 그래요?”

 

 그가 움찔하면서도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자 그녀가 물었다. 그러자 잠긴듯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참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참아? 뭘?

 그녀는 그가 말한 의도를 해석해보려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그 ‘성욕’이라는 건가. 그러나 그를 저렇게 냅둬서 감기걸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미치기 시작했다.

 

 “바보에요? 빨,빨리 들어오기나 해요”

 

 말을 했으니 어련히 잘 알아서 침대로 들어오겠지. 그녀는 오늘 하루 그와 침대를 공유한다고 속편하게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야말로 잠만 자면 된다. 침대가 삐걱하는 소리가 나더니 그가 침대로 들어왔다. 그와 나란히 누웠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와 등진 채였다.

 

 ‘이대로 잠들면 돼. 잠들면 된다고, 베르니스’

 

 베르니스는 눈을 감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숫자를 세다보면 어느 순간 잠이 들것이다.

 

 “...... 베르니스”

 

 “......”

 

 긴 침묵을 깬 건 조슈아였다.

 

 “옷, 갈아입어야 하지 않나?”

 

 “괜,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은데. 여긴 내 침대잖아. 그 예복으론 침대가 더러워질 것 같은데?”

 

 베르니스는 그 말을 하는 그의 의도가 궁금해져서 벌떡 일어나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고요한 바다처럼 잠잠했다. 정말 침대가 더러워지는게 싫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침대에서 나왔다.

 

 “그럼 옷 갈아입을테니까 눈 감고 있어요. 아니면 딴 데 보고 있던가”

 “실내복, 내가 갈아 입혀줄까?”

 

 “맞고 싶은거에요?”

 

 그녀는 조슈아의 장난스러운 말에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눈을 감았다. 그녀는 그를 한참동안 노려보다가 이내 후닥닥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침대속으로 쏙 들어가서 이불로 자신의 몸을 돌돌 말았다.

 

 “이러면 내가 침대에 들어온 의미가 없잖아”

 

 조슈아가 큭큭대며 그녀에게 말하자 그녀는 슬금슬금 이불을 펼쳤다. 그녀의 행동이 귀여운지 그는 큭큭대다가 그녀의 등 뒤에서 껴안았다.

 

 “뭐,뭐하는거에요?”

 

 “잠자려고”

 

 “이러면 불편해서 내가 못 자요”

 

 “익숙해져 그냥. 나도 너 없는 몇 달간 잠을 제대로 잔 적 없어. 너 있으면 그래도 잠은 잘 잘 것 같아”

 

 “......”

 

 그녀가 ‘왜요’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이런 묘한 순간에 그 말을 하면 좀 위험해질 것 같다.

 그녀는 고개를 그냥 끄덕였다. 몇초간의 정적이 흐르다가 조슈아가 그녀의 귓가에 중얼거렸다.

 

 “베르니스, 그건 알아둬”

 

 “...... 뭘요?”

 

 “오늘은 참는거야. 다음 번엔 나도 통제 못해”

 

 그의 나지막한 말에 그녀는 온몸이 굳었다.

 뭘 참아? 통제를 못한다고?

 그녀의 반응이 즐거웠는지 그는 잠결에 또 웃어댔다. 이내 그는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잠든듯했다. 그녀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이 상황에서 잠이 오냐?’

 

 그녀는 다소 불편한 자세였지만 어느새 스르륵 잠들어버렸다.

 

 다음 날, 베르니스는 옆 자리가 허전한 걸 깨닫고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분명 잠들 땐 조슈아와 함께였던 거 같은데 옆에 아무도 없다. 그녀는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하지만 오늘 따라 더 피곤하다. 졸려서 더 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그녀는 다시 누웠다.

 

 “그만 자시죠, 사제님. 이러다가 누가 들어오면 곤란하지 않을까?”

 

 조슈아의 목소리에 그녀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기사 예복을 살짝 걸치고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 몇시에요?”

 

 그녀가 잠결에 헤롱거리며 눈을 부비며 묻자 조슈아는 그런 그녀가 귀여웠는지 그녀의 앞에 앉았다.

 

 “더 자고 싶어?”

 

 “응”

 

 “그럼 어제 못한 거 마저 하고 잘까? 그럼 정말 푹 잘 수 있을텐데?”

 그는 나른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이마의 입을 맞췄다. 베르니스는 그의 말과 입맞춤에 눈이 번쩍뜨였다.

 

 “됐,됐어요!”

 

 아침부터 더운 기운이 느껴져서 그녀는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서 창을 열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청명한 하늘과 푸른 녹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비교적 싸늘한 기운까지 느껴지자 그녀는 여기가 브리사 산맥이라는 걸 체감했다.

 

 “아침이라 꽤 추워”

 

 조슈아는 그말을 하며 그녀에게 자신의 겉옷을 덮어주었다. 그녀는 정신없이 창 너머 브리사 산을 바라보며 신기해했다. 한 평생 프레하 수도인 레나타를 벗어나 본적이 없는 그녀에게 이곳은 새로운 곳이었다.

 

 “베르니스”

 

 “네”

 

 “나 좀 봐”

 

 베르니스가 고개를 돌리자 그가 그녀의 얼굴을 잡았다. 그녀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만 보고 있자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자, 따라해”

 

 “뭘요?”

 

 “나 베르니스는 더 이상 위험한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

 

 그녀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질색하는 표정을 짓자 그는 예상한 반응이었는지 그녀의 볼을 꼬집고는 늘리기 시작했다.

 

 “아아여(아파요)!”

 

 “그럼 따라해”

 

 그가 싱긋 웃으며 그녀의 말에 답했다. 그녀는 그를 째려보다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아 에으이으는 어이상 위어안 지슬 하지 않겠습니다(나 베르니스는 더 이상 위험한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녀가 말하자 그가 싱긋 웃으며 꼬집은 손을 내렸다. 그 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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