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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의 죄명은 휴재
작가 : 야쿠레투르
작품등록일 : 2018.12.12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자신만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가 수명인 세계 - [포르테스]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불사'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목이 잘려도, 심장이 꿰뚫려도, 사지가 찢겨져도,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
다만, 고통스러워 할 뿐.

그러나 '불사' 이되, '불멸'은 아니다.
이야기 속의 '나' 가 죽으면, 현실의 '나' 또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때문에 사람들은 연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일정기간 이상의 휴재(休載)는 중죄(重罪)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그야...
[나의 죄명은 휴재]
니까.

 
샹그릴라 - 투기장 (2)
작성일 : 19-03-26 06:44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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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간 비워둔 곳의 동태를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나와 응가 녀석이 동행하게 되었다.

 본래는 아리아가 동행하려 했으나,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이번 일정을 아예 뒤로 미룬다는 말도 나왔으나, 언제 다시 기회가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결국, 아리아는 썩 믿을만한 제로스를 동행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응가의 귀환을 허락했다.

 

 응가 녀석의 본명은 운드가르.

 하지만 본명이라고는 하나, 이 또한 아리아가 제멋대로 지어준 것에 불과했다.

 본래 녀석의 이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름 대신 녀석을 칭하는 단어는 '숫자'였다.

 몇번이라 불렸는지는 듣지 못해서 알 수가 없었지만, 녀석은 아리아에게 구해지기 전까지, 투기장의 심부름꾼으로 활동해왔다.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의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수발을 들어주거나 투기를 도와주거나, 가끔씩은 화풀이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했었다.

 녀석과 아리아가 만난 것은, 유난히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던 날이었다.

 

 당시 이름이 없던 원숭이는, 기계와 기계 간의 혈투(?)가 벌어지는 투기 종목 담당으로 일하고 있었다.

 십수개에 달하는 경기장 중,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고 있는 경기장 근처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수발을 들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공기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던 경기가,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에 따라 환호성을 내지르거나 절규를 터트리는 사람도 한가득 생겨났다.

 이름 없는 원숭이는, 그런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음료를 나눠주고 있었다.

 그러던 원숭이가 허공을 가르며, 어느 경기장 위로 떨어진 것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일어난 일 또한 한순간이었다.

 십수개의 경기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던 해당 경기장.

 그런 경기장에 난데 없이 떨어진 원숭이는,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제 살과 피가 하늘을 향해 치솟는 광경을 봐야했다.

 그렇게 다색의 음료를 뒤집어쓴 원숭이는, 제 피로 음료의 흔적을 지워버리고는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갑작스런 난입에, 경기는 잠시 중단이 되었고, 기계의 주인 중 한명이 원숭이를 집어들어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던 다른 원숭이에게 넘겼다.

 

 "이것 좀 버려라."

 

 라는 말과 함께.

 심각한 몰골의 동료를 받아든 원숭이는 우끼끽! 거리며 흥분했으나, 사정없이 폭력을 가해오는 인간에 의해 금세 조용해지고 말았다.

 폭력에 굴한 원숭이는, 다 죽어가는 동료를 쓰레기장으로 들고 가, 그대로 버렸다.

 그리고 때마침 쓰레기장을 뒤지고 있던 아리아가, 버려진 원숭이를 발견했고, 그녀는 외출할 때면 항상 매고 다니는 커다란 배낭 속에서 의료 키트를 꺼내 원숭이를 치료해갔다.

 다행히 수술 장소가 쓰레기장이었기에, 모자란 부품따위는 어떻게든 임시로 때울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원숭이는 반금(半金) 원숭이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동물 따위가 손실된 신체를 금속으로 때우는 경우는, 주인되는 자가 정말 아끼는 것이 아니면 불가능 했기에-돈이 많이 들었기에-.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되살아난 원숭이는, '신사(紳士)' 라는 뜻의 샹그릴라 어(語) '운드가르' 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어째서 응가라 변질되었냐면, 순전히 응가 녀석의 실수였다.

 엡실론에서 세상에 공표한 언어, 일명 제로스 어(語)와 이곳 행성 샹그릴라 어(語)를 병행해서 익히던 운드가르 녀석이,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아리아의 앞에서 써보이는 날.

 긴장한 탓인지 이름을 잘못 끄적이고 말았다.

 제로스 어도 아니고 샹그릴라 어도 아닌, 제 3세계의 언어 같다랄까?

 자신이 잘못 썼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녀석은, 쓴것을 자랑스럽게 아리아에게 보여주었고.

 

 "정말 이렇게 불러달라고?"

 

 뭔가 이상한 아리아의 질문에도, 그저 욱끼! 하며 긍정의 울음 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렇게, 원숭이가 발로 쓴 것 같은 꼬부랑 글씨는, 아리아의 두뇌 회로를 거쳐, '응가'라는 단어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녀석이었지만, 이름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녀석이, 어찌 제 말을 전할 수 있을까.

 별 수 없이, 녀석은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지금이야, 가볍게 타자를 치는 것만으로도 의사를 전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되었지만 말이다.

 당장에, 저 덩치를 통해 말하는 것만 봐도 타속이 몇백은 나올 정도로, 할 말을 빠르게 입력할 수 있게 되었다.

 

 -

 

 아리아에게 치료를 받은 응가 녀석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아리아에게 전했고, 장고 끝에 아리아의 허락이 떨어졌다.

 몇가지 조건이 붙은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첫째, 아리아가 만들어준 인간형 기계 안에서 활동할 것.

 둘째, 위험한 일은 하지 않을 것.

 셋째, 다치면 바로 보고할 것.

 넷째, 혹여 좋은 재료가 나온다면 보고할 것.

 다섯째, 정기적으로 아리아에게 들러서 점검 및 수리를 받을 것.

 이러한 조건 하에, 녀석은 투기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뒤로 녀석은 투기장을 전전하며 여러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고통 받고 있는 동료들을 하나씩 빼돌리는 가 하면, 기계를 만들어 출품하기도 했다.

 스스로가 탑승할 인간형 기계를 만들기도 했고, 못되먹은 인간들의 소지품을 털어 복수하기도 했다.

 그리고 주인인 아리아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수집하기도 했다.

 

 엡실론에게 인가 받은 투기장은, 사람들에게 있어선 노다지나 다름 없었기에.

 타워에 입탑한 자들 또한 가끔씩 지상에 내려와 투기장에 들르곤 했다.

 단순하게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오는 자들이 많았고.

 어떤 이는 새로 만든 기계의 위력을 실험해 보기 위해, 어떤 이는 이곳에서만 허락된 쾌락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단순히 폭력적인 것을 즐기기 위해 오는 자도 있었고, 원수진 사람을 해치우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었다.

 무엇이 도움되는 정보인지 확신이 없던 때의 응가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겉핥기 식으로 나마 모두 모아, 아리아에게 전해주었고, 그러한 정보들은 아리아에게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그녀가 개인적으로 맡고 있는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응가가 보내오는 정보는 단물이나 다름 없었다.

 이번에 귀환하는 목적 또한 그 단물을 쪽쪽 빨기 위해서다.

 덤으로 마나 건까지 맞으며, 훔치는데 성공한 물건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아리아는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지만, 정보의 필요성과 응가의 고집에 의해 오게 되었다.

 

 -

 

 투기장 근처에 있는 거대한 숲.

 투기장이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샹그릴라 행성의 허파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을, 그런 숲.

 사실상 지금은 숲이라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인 공간에, 얼마 전 제로스와 응가 녀석이 발을 내딛었다.

 우리는 반금반목(半金半木)의 상태로 생을 이어나가고 있는 나무들을 헤치고 들어갔다.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나무들을 지나치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정말 거대한 쓰레기 동산을 마주할 수 있었다.

 

 우끼- 우끼-

 

 동산을 마주보니, 어디선가 원숭이 부유령이 내는 것 같은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검붉은 끼가 가득한 금속 쓰레기 더미가, 시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지라, 불길함은 한층 더 커져만 갔다.

 

 [...여기가 네가 살던 곳이라고?]

 -그렇다.

 [거참...]

 

 쓰레기 매립지가 살던 곳이라니...

 녀석이 다시금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뭐,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을 향한 연민이 씻은 듯이 사라지겠지만....

 차별이 적당히 심해야 말이지.

 나나 제로스나 같은 사람인데, 녀석은 제로스에겐 살갑게 대하는 반면, 나에겐 미친 원숭이가 따로 없을 정도로 난폭하게 다가왔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애초에 녀석이 어떻게 내 말을 알아듣는 건지도 모르는데 뭘.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우끼익-!

 

 걸음을 더 안쪽으로 옮긴 뒤.

 돌연, 허공을 향해 우렁찬 울음 소리를 토하는 녀석.

 그러자 놀랍게도, 사방에서 화답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끼! 우끽! 욱끼!

 

 그리고 하나둘씩 나타나는 원숭이의 그림자.

 붉게 물든 쓰레기 더미 위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들이 일렁인다.

 

 -내 부하들이다.

 

 가슴을 활짝 피며 자랑스럽게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다행히 녀석은 내 웃음 소리를 못들은 것인지, 제 할말을 계속 해나갔다.

 

 -운드가르가 돌아왔다!

 

 우끼끼! 우끼끼!

 

 금속 깡통을 통해 말한 것이 분명한데도, 원숭이들은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마냥 환호성을 터트려댔다.

 

 [거참, 똑똑한 원숭이들이네.]

 -똑똑한 대장 밑에, 똑똑한 부하들 생기는 법이다.

 [그래, 니 똥 굵다.]

 -나는 똥을 못싼다. 그래서 알 수가 없다. 내 똥이 굵은지 아닌지.

 [그...그러면 너... 배설물은 어떻게...?]

 -오줌 싸서 배출한다.

 [아.... 그,그래?]

 -그렇다.

 [...힘내라.]

 -고맙다.

 

 농담으로 던진 말이, 이렇게 묵직하게 돌아올 줄이야...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지은 거였나... 크흠.

 괜스레 미안해진 나는, 할 말을 줄임으로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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