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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22세기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19

22세기가 됐다. 주인공은 소속된 프로야구단에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당장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가 맞닥뜨린 22세기의 풍경은 가혹하다. 집권한 총리는 자신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펴고 그와 맞서는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22세기, 그 속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4. 야구의 비밀 -1
작성일 : 16-09-27 12:41     조회 : 390     추천 : 0     분량 : 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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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장 야구의 비밀

 

 

 18

 

  총리는 야구를 좋아한다. 그리고 어렸을 때 선수로 뛰었을 만큼 야구를 잘하기도 한다. 치명적인 발목 부상이 아니었다면 오랫동안 프로선수로 생활하다 유명한 감독이 됐을 것이다. 총리는 야구를 그만둔 후에도 야구를 사랑했다. 야구를 자주 했으며 야구장을 거의 매일 찾았고 야구선수들과 자주 만났다. 그러다가 자신이 직접 야구단을 만들어 구단주가 됐고 우수한 선수들을 영입해 한국시리즈에서 세 번이나 우승을 거뒀다. 야구협회에서 총리의 영향력은 모든 야구인들의 영향력을 합쳐놓은 것보다 크다. 그가 가지고 있는 재력과 권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팀이 더 많이 우승할 수 있는 규칙들을 경기에 반영했다. 그 규칙들에 이의를 제기하는 야구협회 임원들과 심판들은 야구계를 떠나야 했고 그들이 떠난 자리엔 오직 돈과 승리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채워졌다. 이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쓰는 것이 스포츠이지만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 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야구는 야구가 아니었다. 어제 바뀐 규칙으로 경기를 한 총리의 팀이 지면 오늘 그 규칙이 다시 바뀌었고 어제 부상을 당한 선수가 총리의 팀에 중요한 선수라면 팀 닥터는 하룻밤 사이에 그에게 치명적이지만 효과가 좋은 여러 가지 치료를 한 후 오늘 경기에 내보내야 했다. 선수들은 오늘까지만 살고 죽는 사람들처럼 현실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자신이 더 좋은 선수가 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안 선수들은 점점 기계처럼 변해갔다. 기계처럼 공을 쳤고 기계처럼 공을 던졌고 기계처럼 공을 잡았다. 상대팀의 넘어진 선수를 일으켜 세우지 않았고 빈볼을 자주 던졌으며 생명에 위험한 약을 먹어가며 근력을 증가시켰다. 감독들은 작전과 선수운용에 관한 생각을 하는 대신 성적이 좋지 못한 선수들을 협박하고 구타했다. 감독들은 선수들을 기계처럼 때렸다. 감독들은 선수들을 기계처럼 대했다. 그래서 선수들의 미래를 위한 충고와 배려 없이 그들의 성적으로 그들을 대했다. 경기에서 진 선수들은 선수대기실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곳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무서운 폭력에 겁을 먹고 있기 때문이었다.

 

  총리는 기계 같다. 사랑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타인을 위한 배려는커녕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않고 사람들을 대하고 자신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나쁘게 하는 사람에게 폭력과 폭언을 가한다. 총리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만 하면서 살아간다. 자신의 돈이 드는 일은 최대한 하지 않고 남의 돈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슨 일이라도 한다. 약속을 정할 때도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정책을 수립할 때도 국민보단 자신에게 이익이 있는 것인지 검토하기 바쁘다. 동물 중에서도 비슷한 것을 찾아볼 수 없는 총리의 비인간화된 성정은 처음부터 총리의 것이 아니었다. 총리는 귀여운 아기로 태어나 순수한 아이로 자라고 있었지만 그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사람이 그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총리의 아버지다. 총리의 아버지는 정신분열증 환자였다. 총리를 많이 때렸고 총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나도 하지 못하게 했다.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자신의 자유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총리의 아버지는 총리를 자신의 법 안에 가두고 그 법에 조금이라도 어긋남이 보이면 바로 처벌을 가했다. 그래도 총리는 그의 아버지를 사랑하기 위해 애를 썼다. 자신을 때리는 아버지가 자신을 편하게 때릴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고 자신의 아버지가 배가 고프다고 하면 학교에서 나눠준 간식을 가져다주었다. 아버지가 기침을 심하게 하면 따뜻한 배즙을 아버지의 입술 안으로 밀어 넣어주었고 친구들과 길을 가다가 아버지를 만나면 자신 있게 친구들에게 아버지를 소개하며 팔짱을 끼었다. 하지만 총리의 아버지는 자신의 팔에 붙은 총리의 팔을 뿌리치며 친구들 앞에서 때리고 면박을 주었다. 친구들 앞에서 아버지에게 맞는 것은 창피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지만 총리는 아버지의 권위를 인정하며 부끄러움을 참아냈다. 아니, 소극적으로 그 상황을 참아낸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아버지에게 복종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지켜본 친구들은 다음 날 부터 점점 총리를 멀리했다.

 

  총리는 점점 혼자가 되어갔다. 눈물이 흘러도 닦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슬픔을 넘어선 비극인데 총리는 그 비극보다 더한 희극 속에서 삶을 유지했다. 눈물을 밀어내고 터지는 웃음, 그 웃음이 더러운 슬픔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깨달은 총리는 구타 후 밀려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웃음으로써 자신이 울고 있다고 아버지에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의 증오를 받고 내가 슬퍼해도 될까요?', ‘이 웃음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거야!',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당신이 나를 사랑할까? 이렇게 웃으면 알겠어!', '이렇게 희미하게라도 당신 앞에서 웃어주면 내 슬픔은 내 속에 들어있지 않고 발걸음을 빨리해서 우리 곁을 떠난다고 당신은 믿고 싶겠지.', '당신의 더러운 몸이 내 몸을 스칠 때 나는 당신을 죽여 버리고 싶어!' 라고 총리가 말하기 시작한 건 총리의 키가 아버지의 키를 넘어섰다는 것을 총리가 알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총리는 자신의 마음에 아버지를 증오하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영혼의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희열을 느꼈다. 짐승처럼 맞아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를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를 죽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총리는 기뻐했다. 그리고 자신의 육체가 아버지보다 더 커졌으니 아버지의 불의를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희열을 넘어선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슬픔은 누군가가 써놓은 비극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 자신이 됐다는 것을 알게 했다. 그래서 총리는 웃지 않았다. 입술에 병이 걸린 사람처럼 총리의 얼굴은 표정을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굳어진 그의 근육은 점점 범위가 넓어졌다. 넓어지는 슬픔만큼 더해가는 아버지의 폭력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총리는 아버지의 불의를 심판했다. 자신이 사랑했지만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은 사람을 죽이므로 자신은 결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에게 각인한 총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총리는 야구를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야구를 잘했던 것이 아니라 야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야구공이라도 때리고 야구공이라도 던져서 외로움을 때리고 슬픔을 던졌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야구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총리처럼 변해간 것이다.

 

 19

  우찬8은 야구장의 외야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마리3을 기다리고 있다. 조금 늦을 수도 있다는 마리3의 목소리가 그의 귓속에 울리자 그는 두리번거리던 자신의 시선을 경기장에 있는 선수들에게 집중한다. 투수는 공을 던졌고 타자는 공을 쳤다. 그리고 야수는 그 공을 잡았다. 우찬8은 단순한 그들의 행동 너머에 있는 것을 봤다.

 

 투수는 젊다. 젊지만 성숙한 태도로 마운드에 올라있다.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수없이 노력한 그의 시간이 그를 성숙하게 만들었고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존으로 밀어 넣을 수 있게 했다. 우찬8도 투수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의 새끼손가락이 3cm도 되지 않았던 11살,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섰다. 뒤에는 야수들이 수비를 위한 대열을 잡고 있고 앞에는 포수가 글러브를 들어 올린 채 자신의 공을 기다리고 있고 타자는 그 공이 어떤 공일지를 생각하며 뚫어져라 자신의 손을 쳐다보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는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기분이 좋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선수들뿐만이 아니라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까지 자신이 어떤 공을 던질지를 지켜보고 있는 순간은 11살 아이에겐 신기하고도 즐거운 감정이 솟구치는 장난에 가까웠다. 하지만 장난은 장난이 아니었다. 타자가 쉽게 자신의 공을 칠 수 있다는 것을 안 우찬7은 오랫동안 마운드에 서있을 수 없었다. 홈런을 맞았을 땐 같은 팀 야수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어야했고 대기실에선 감독의 욕설을 들어야했다.

 

  손가락을 얼마만큼 벌리고 공의 어디를 잡느냐에 따라 변화구가 될 수도 있고 직구가 될 수도 있는 작은 차이 속에서 투수는 자신의 운명이 얼마나 쉽게 변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몇 년 후 그가 먹게 될 음식과 그가 타게 될 차가 공 하나에 달려 있다는 것이 얼마나 웃긴 일인지 투수는 웃을 수 없다. 타자는 매서운 눈으로 투수의 손에서 빠져나오는 공을 쳐다본다. 공이 포수의 글러브까지 도착하는 짧은 순간동안 투수가 어떤 위치에서 공을 던졌나를 생각하고, 바람이 불고 있는 방향과 세기를 가늠하고, 이전에 던졌던 구질과 구속을 기억해 낸 후 배트를 휘두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가혹한 기술이다. 그 가혹함을 이길 수 있다면 기계가 될 수 있다. 스트라이크존에 꽉 차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적당한 스윙으로 칠 수 있는 기계. 160km의 강속구가 안쪽으로 오는지 바깥쪽으로 오는지 똑똑히 보고 그곳으로 배트를 가져간 후 야수의 수비위치를 파악해서 안타가 될 만한 스윙을 할 수 있는 기계. 아니면 발목과 무릎, 허리와 어깨, 손목의 힘을 꽉 주고 배트를 휘둘러서 홈런을 칠 수 있는 기계. 타자는 기계가 되려고 하고 투수는 기계를 망가트리기 위해 빈볼을 던지기도 한다. 우찬7은 유난히 빈볼을 많이 맞는 선수였다. 투수들이 작정하고 그에게만 빈볼을 던진 것도 아니었는데 일 년에 두 세 번은 빈볼로 인한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며칠 씩 제외되곤 했었다.

 

  2군의 생활은 부상이 아니라면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열악했다. 제공되는 식사와 잠자리는 형편없었고 감독과 코치의 폭언이 1군에 비해 두 세배는 많았다. 그리고 상대하는 투수들의 실력이 좋지 않아서 타격실력이 늘지 않았다. 지루한 경기를 해야 했고 승리에 대한 기쁨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언제였을까… 우찬7이 2군 경기에서 3연타석 홈런을 쳤을 때, 그는 공이 담장을 넘어가는 것을 보고 갑자기 밀려오는 허무가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채우는 것을 느꼈다. 그는 1루에서 2루로 뛰어가면서 홈으로 들어가는 것이 허무를 완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허무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3루 베이스를 밟은 후 잠시 멈춰 서서 투수를 바라봤다. 홈런을 허용한 선수는 몇 년째 2군에서 1군 진입을 노리는 백전노장이었다. 우찬7은 1군에 있을 때 그에게서 안타도 뽑아낼 수 없었다. 직구는 묵직했고 커브는 자신의 몸 쪽에서 급하게 떨어졌으며 커터는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가 너클볼을 던질 때는 느리게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슬라이더는 예리한 칼로 스케치북을 오려내 듯 자신의 앞에 있는 공기들을 오려내면서 바깥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런데 그 투수의 공을 세 번이나 홈런으로 만든 것이다. 투수는 늙었고 힘이 없었다. 어깨인대재건수술과 팔꿈치인대재건수술을 받으면서 그의 팔은 더 이상 1군 투수의 팔이 아니었다. 밋밋한 직구와 높은 슬라이더, 제구가 되지 않는 커브를 던질 수밖에 없는 2군 투수가 된 것이다. 투수는 허무한 공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찬8도 언젠간 젊은 투수들의 공을 전혀 칠 수 없을 때가 올 것이다. 그는 그때를 미리 보고 있는 듯 허무한 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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