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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완벽한 카산드라에게 평화로운 삶을
작가 : 인싸집순이
작품등록일 : 2018.12.1

태양의 신 아폴론의 사랑을 받아 예언능력을 받았지만 결국 비참하게 요절한 그녀, 카산드라. 하지만 이번 생에선 촉망받는 사제 베르니스 로 굵고 길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남들 앞길은 족집게마냥 족족 맞춰도 자신의 운명이 보이지가 않는다?! 게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준다는 고대예언서를 찾는 도중 의도치 않게 도둑으로 몰려 일은 점점 더 꼬여가는데...

“완벽한 사제를 연기하시느라 무척 고되시겠습니다. 베르니스 사제”
“...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공작님”
“베르니스 사제 아니, 도둑이라고 해야 하나”

시몬 공작가를 위해 일하라고 협박받는 그녀 “난 그냥 평온한 삶을 원할 뿐인데!”
평온한 삶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베르니스 드니로의 좌충우돌 로맨스 판타지!

 
데뷔탄트(4)
작성일 : 19-03-14 00:25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5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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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니스는 괜히 오싹해져서 도서관을 나왔다. 도서관을 총책임을 맡고있는 이안이 모르는 기사갑옷. 누가 가져다 놓은건가. 가져다 놨다는 가정도 굉장히 우습다. 그걸 왜 가져다 놓는가. 그것도 인적 드문 황궁도서관에?

 

 베르니스는 그날 하루종일 기사갑옷에 대한 의문스러운 점 때문에 로제타의 춤 연습도 어영부영 보냈다. 레오넬2세는 역시나 오지 않았고 베르니스와 로제타 둘만 나란히 춤을 춰보며 스텝을 맞춰보았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지만 로제타는 황제가 안 와서 시무룩해 보이긴 했다.

 

 “아쉬우세요?”

 

 “네?”

 

 “폐하가 안 오셔서 섭섭해하는 것 같아서요”

 

 “아,아니에요”

 

 로제타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지만 베르니스는 눈치가 빨랐다. 수려한 외모의 남자가 춤 연습 상대를 해준다는데 싫어할 이가 누가 있겠는가. 게다가 이 나라 최고의 권력자 아닌가. 베르니스와 로제타는 그렇게 한 두시간 더 맞춰보다가 헤어졌다.

 

 다음 날, 황궁이 들썩들썩거렸다. 이른 아침부터 황궁악사들이 왔다갔다하며 음을 맞추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고 시종들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번잡한 분위기였다. 황궁근위기사들의 눈빛도 그 어떤 날보다 매서웠다. 불특정한 많은 방문객들이 드나드는 날이니 예민해져있다.

 

 그 시각, 베르니스는 자신의 방에서 수석시종인 레카타와 생각지도 못한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레카타의 곁에는 여 시종들이 나란히 서서 화려한 드레스들을 들고 서있었다.

 

 “폐하께선 두말하지 않으십니다. 가장 지척에서 보시는 분이시니 더 잘 아실텐데요”

 

 “연회용 예복이면 충분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런 건 입을 수 없습니다”

 

 베르니스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드레스들을 향해 가리켰다. 여 시종들이 난처한 표정으로 코르셋이며 각종 화려한 장신구들을 들고 둘을 바라보았다. 레카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제께선 오늘 사제로 참석하는게 아니라 여느 영애들과 다를 것 없이 참석하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이건 폐하의 작은 성의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그 성의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그녀는 사제 인생 통틀어 이런 화려한 옷들과 장신구들을 착용해본적이 없다. 수수하고 단정하게 입는 것이 사제의 미덕이었다.

 

 “여기있는 하스민이 사제님의 치장을 도울겁니다”

 

 레카타가 그말을 하자 나이가 중년으로 보이는 안경을 쓴 여인이 그들 앞에 나섰다.

 

 “하스민입니다. 사제님 ”

 

 “......”

 

 하스민은 만반의 준비를 마친건지 각종 화장도구들을 옆구리에 끼고 방긋 웃었다. 베르니스는 기가차서 말문이 막혔다. 레오넬2세는 애초에 이런 것까지 노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

 

 

 베르니스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믿기질 않았다. 자신의 보랏빛 머리칼과 대조적으로 은빛 드레스와 장갑 그리고 은은하게 골드빛이 도는 목걸이와 귀걸이, 반짝이는 은빛 티아라, 그리고 은은하되 고귀해보이는 화장까지. 하지만 묘하게 씁쓸해보는 표정이었다.

 하스민은 아무말도 못하는 베르니스를 보며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역시 원판이 아름다우면 무얼해도 아름답죠. 오랜 경력으로 깨달은 사실이에요. 사제의 고고한 분위기를 더욱더 부각시켜 보았답니다”

 

 리사 또한 감격한 듯 베르니스의 이리저리 보았다. 다른 여 시종들도 우뚝 멈춰서서 베르니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베르니스님, 너무 아름다우세요”

 

 베르니스는 얼굴을 붉혔다. 뭔가 약에 취한건가 싶었다. 자신의 얼굴이 말도 안될 정도로 아름다웠으니 말이다.

 

 “자, 베르니스님 이제 돌격하셔야 해요! 그 아름다운 미모로 어린 영애들을 밟으셔야 해요”

 

 리사, 진정해.

 리사는 기합이 잔뜩 들어가서 힘차게 베르니스의 머리칼을 마구 빗어댔다. 그 열정 때문에 오히려 그녀의 반묶음한 머리칼이 이리저리 흩날리자 하스민이 리사를 째려봤다. 베르니스는 둘을 부랴부랴 중재하고는 일어났다.

 

 “자, 이제 가죠”

 

 베르니스는 결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방을 나섰다. 연회장 앞에 서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데뷔탄트를 참석을 한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화려하게 등장할 줄이야. 베르니스는 긴장한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크게 쉼호흡을 했다. 연회장 앞을 지키는 황궁시종 둘이 예의바르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녀는 그들에게 간단하게 목례를 했다.

 

 “베르니스 드니로 사제 드십니다”

 

 연회장으로 들어서자 지금껏 보지 못했던 화려한 샹들리에와 온갖 장식품들이 있었다. 베르니스는 수많은 귀족가의 여인들과 눈이 마주쳤다. 부채로 입을 가렸지만 수군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차기 황후폐하로 거론되는 사제라죠?”

 

 “아무리 고귀한 척해도 황후자리에 오르려나보죠.”

 

 사교계는 역시 피곤하다. 베르니스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아무렇지 않은 듯 그들의 시선을 무시했다. 적당히 시간 떼우다가 가는게 오늘의 목표다. 베르니스는 눈에 띄지 않으려는 듯 벽쪽에 가까이 섰다. 문득 조슈아와 함께 외부작전을 나갔던 때가 떠올랐다. 어떻게든 그녀 옆에 있으려 했던 그였다. 베르니스는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보고 싶어’

 

 베르니스는 스스로도 놀랐다. 조슈아를 못 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한번쯤은 편지를 보낼만 하지 않나. 베르니스는 그를 떠올리며 멍하니 여러 영애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다가오는 영식들도 있었지만 그녀는 슬금슬금 자리를 옮겨다녔다. 화려한 데뷔탄트 연회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공허해졌다.

 

 “의외구나. 베니. 사교계엔 한 발짝도 내밀지 않을 것 같았는데.”

 

 베르니스는 자신의 애칭을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그녀의 어머니 드니로 부인이었다. 드니로 남작부인도 놀란표정으로 베르니스를 바라보았다. 꽤 오랜만에 재회지만 반가움보다는 의문이 앞섰다.

 

 ‘아무리 사교계의 여왕이라지만 황궁은 질색하던 분이신데 웬일이시지’

 

 드니로 남작부인은 눈을 동그랗게 뜬 베르니스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황궁엔 어쩐일이세요?

 

 “사교계에서 내 딸이 차기 황후폐하로 거론되고 있는데 돌아가는 상황은 알아둬야 하지 않겠니?”

 

 “그래서 권력이 탐이 나시던가요?”

 

 자신도 모르게 모난 말투가 나갔다. 어머니지만 자신과 달리 허영 가득하고 바깥 생활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자연스럽게 베니를 돌보는 것도 유모에게 넘긴 사람이었다. 하지만 유모의 사랑을 마음껏 받고 자랐으니 그녀에 대한 원망은 없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나서 어머니 역할을 자청하는 건 사양이었다.

 

 “글쎄..... 어미로서 적어도 딸 앞길에 있는 방해물들은 처리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드니로 남작부인은 싱긋 웃었다. 베르니스는 그녀의 진심을 읽을 수가 없어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 때 로제타 영애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녀들은 서로 드레스를 살짝 들고 인사했다. 로제타 영애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렇게 고민하더니 노란색 드레스를 고른 모양이었다. 노란색이라 더욱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드니로 남작부인이시죠? 말씀 많이 들었답니다”

 

 “로제타 플로렌시아 영애 맞지요? 어머, 플로렌시아 백작 님도 계셨군요”

 

 로제타의 옆엔 익숙한 얼굴의 노인이 서 있었다. 황궁도서관에서 그녀에게 예법서를 찾아달라고 요청한 거만한 느낌의 노인. 백작은 손녀딸 앞에서는 한없이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손녀 로제의 데뷔탄트라 에스코트하기 위해 참석했소. 베르니스 사제와도 안면이 있지요. 황궁도서관에서도 보고 또 뵙는군요.”

 

 베르니스는 그제서야 백작이 또 보자는 말이 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왜 뜬금없이 그녀에게 황후가 될거냐는 질문을 했는지도. 적인지 아군인지 아니면 상대를 할 가치도 없는 버리지인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베르니스는 굳은 얼굴로 백작의 말에 대꾸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일전엔 예법서를 못 골라드려 죄송했습니다. 손녀 분이 로제타 영애셨군요”

 

 베르니스가 아무렇지 않게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런 구렁이 노인네 앞에선 괜한 표정 변화는 삼가는게 좋다. 플로렌시아 백작은 허허 웃으며 물었다.

 

 “그렇소. 그런데 축복을 하러온 사제 치고는 너무 화려하게 입은게 아닌가 싶소만?”

 

 가만히 상황 파악을 하던 드니로 부인이 상황 파악을 끝냈는지 여유롭게 백작의 말을 방어했다.

 

 “따지고 보니 제 여식도 오늘 사교계 데뷔더군요. 그래서 폐하께서 특별히 신경써주신 듯 합니다”

 

 “어머, 그럴리가요? 오늘 사제께선 축복만 하신다고 하셨는걸요. 폐하께서 제 춤연습을 도와주시면서 말하시던걸요”

 

 로제타의 말에 베르니스는 어이없어서 웃음도 나오질 않았다. 베르니스는 로제타를 빤히 바라보았다. 로제타의 눈엔 독기가 숨겨져있었다. 가식적인 눈웃음도. 지금껏 그것을 읽지 못한 자신이 한심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아니, 폐하께서 직접 춤 상대를 해주시더냐? 이거 참 놀라운 일이구나. 여러분! 제 손녀딸이 폐하와 데뷔탄트 춤 연습을 했답니다!”

 

 플로렌시아 백작은 곁에 모여든 귀족들에게 자랑스럽게 외쳤다. 그러자 ‘경하드립니다!’ ‘폐하께서 로제타 영애가 맘에 드신 모양입니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로제타는 얼굴을 붉혔다.

 

 “부끄럽습니다”

 

 지금까지 로제타 영애를 바라보는 레오넬2세 왜 그렇게 차갑고 냉정하기 그지없었는지 알았다. 저런 행동 하나하나까지 가식이라는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프레하 제국의 빛, 황제 폐하 드십니다”

 

 그 때 황궁시종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레오넬2세는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연회장에서 들어섰다. 그가 입은 붉은 색 망토가 휘날렸다. 드니로 남작부인, 로제타, 백작 그리고 베르니스까지 그를 향해 예를 다했다. 그는 재빠르게 베르니스를 발견하고는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갔다. 레오넬2세가 지나갈 때마다 뭇 영애들이 얼굴을 붉혔다.

 

 “프레하 제국의 빛,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로제타 영애가 반색하며 드레스를 살짝 들고는 인사했다. 레오넬2세는 로제타를 보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이고는 베르니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허리를 살짝 굽혀 베르니스의 손에 입을 살짝 맞추었다.

 

 “데뷔탄트 첫 춤의 영광을 제게 주시겠습니까. 레이디 드니로?”

 

 “네, 폐하”

 

 황궁에 들어온 뒤로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눈부신 미소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 보기엔 둘은 완벽한 연인 사이처럼 보였을 것이다. 베르니스는 그의 손을 마주잡았다. 레오넬2세도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사실 베르니스는 레오넬2세의 춤이 그리 반갑진 않았지만 오늘은 제외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은 저 가식적인 로제타와 독사같은 플로렌시아 백작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보고싶었다.

 

 둘이 로제타 영애와 백작을 지나치자 로제타 영애는 입술을 깨물며 분한 표정이었다. 베르니스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그러게 통하지도 않을 거짓말을 왜 해’

 

 백작은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드니로 남작부인은 부채를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분명 어깨를 들썩이며 쿡쿡 웃었다.

 

 그들이 연회장의 중앙으로 나아가자 황궁악사들이 왈츠곡을 켜기 시작했다. 레오넬2세는 허리를 굽혀 인사했고 베르니스는 우아하게 드레스를 들어 그에게 인사했다. 그는 익숙한 듯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고 다른 한손으로는 그의 손을 잡았다. 음악에 맞춰 그들이 몸을 움직였다.

 

 “이제 사건의 전말을 알아챈 느낌이네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체념한 표정보니까 로제타 영애를 알아챈 느낌이 드니까요”

 

 “폐하께선 다 알고 계셨군요”

 

 그는 그녀의 말을 하며 그녀의 손을 들고 턴을 돌 수 있도록 리드했다. 베르니스도 춤이라면 학을 떼지만 그의 부드러운 리드엔 박수를 쳐줄만 했다.

 

 그러고보면 그는 로제타 영애를 처음 본 그날부터 낌새가 이상한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 때부터 그녀를 보는 눈길이 서늘했다.

 

 “누구보다 가식에 민감한 편이라. 그런 점에선 그대는 진실한 편이죠”

 

 갑자기 그가 그녀의 손을 놓아버렸다. 그녀는 순간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그는 그런 그녀의 허리를 폭 감싸안고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대는 표정 하나하나가 다 진실하니까”

 

 따뜻한 숨결에 그녀가 당황하자 그가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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