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는 그가 사라진 자리 옆에 선 채로 그의 자리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뭇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신 남자는 찌뿌둥한지 기지개를 핀 뒤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기현이 봤던 화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남자의 화면에서는 소리가 또렷하게 흘러나왔다.
“기현이는 아직도 연락 안 되냐?”
그 중 한 명이 짜증 난 목소리로 답했다.
“몰라 나도. 어디서 뭐 하는지 연락은커녕 살아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가장 안쪽에 앉은 친구는 감정적이 되는 친구를 타이르듯 그렇게 말했다.
남자는 손을 옆으로 휙 넘겼다. 그러자 화면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기현의 여자친구와 그 옆에 있던 남자는 이제 헤어지려 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선배. 오랜만에 왔는데 하소연만 하고….”
선배라고 불린 남자는 당황한 듯 손사래를 쳤다.
“에이, 아니야. 중요한 일이잖아. 시간이 좀 필요할 거야.”
“네. 그런데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아주 많이요. 그래도… 언젠가는 잊을 수 있겠죠?”
그녀의 안타까운 미소에 선배라는 남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진짜 가야겠다. 조심히 가. 또 연락할게.”
“네. 선배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녀는 거짓말을 했다. 아마 자신은 자신의 남자친구를 잊지 못할 것이다.
왠지 오늘따라 더 목소리가 듣고 싶은 날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