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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여배우 월화의 생애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6.9.18

조선 최초 스크린의 여배우인 이월화의 일생 입니다.
척박한 조선 연극계와 영화계을 거치며 질곡의 삶을 산 그녀의 비극적인 생을 조감 합니다.

 
제3장 여배우의 길 (17)은막
작성일 : 16-09-27 10:41     조회 : 415     추천 : 0     분량 : 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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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장 여배우의 길 (17)은막

 

 조선의 첫 영화 <월하의 맹서>이후 조선의 영화계는 본격 영화제작의 시대에 돌입한다. 그것도 관객을 상대로 한 극장개봉용 극영화이다. 사실 백남의 영화는 저축 장려를 위한 무료 홍보영화이었다. 이 영화 이후, 빠르게 급류를 탄 조선의 영화는 여기 저기 우수죽순처럼 영화제작사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영화제작 시대로 돌입한다.

 

 그 전주(錢主)들은 일찍 영화에 눈을 뜬 일본사람들이었다. 그 선두에 선 사람이 <희락관>이라는 극장을 경영하던 하야가와(早川)이란 사람이다. 이 사람이 1923년 <동아문화협회>라는 영화사를 만들고 창립 작품으로 뜻밖에도 우리 고전소설인 <춘향전>을 들고 나온 것이다. 다년간 흥행계에 몸담았던 그는 한국인의 정서와 영화애호가들의 심리를 꿰뚫어 볼 줄 아는 혜안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제작, 각본, 각색에 메가폰까지 쥐고 영화 <춘향전>을 만든다. 이도령에는 조선극장의 미남변사 김조성과 춘향 역에는 장안기생으로 이름을 날린 한룡이 출연하였다. 전라도 남원까지 내려가 로케이션으로 찍어 온 이 영화는 일본인으로써 한국인의 고전명작을 작품다운 영화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해 12월 황금관에서 개봉을 하자 의외로 인기를 끌어 흥행적으로 대 성공을 하였다. 또한 비록 일본인이 만든 영화지만 이 영화는 최초의 조선의 극영화로 기록되는 우화를 낳기도 했다.

 

 이렇게 일본사람의 힘으로 <춘향전>이 만들어 지자 단성사 극장의 사주인 박승필은 극장 내 영화부는 만들어 민족자본을 동원하여 조선 최초의 촬영기사 이필우를 촬영기사로 등용하고 영사기사 출신의 극장 지배인인 박정현을 감독으로 내세워 <장화홍련전>을 만들어 흥행몰이에 들어간다.

 

 서울에서 만든 두 편의 영화가 대성공을 하자 이번에는 부산에서 총포상을 하는 나데(名出)라는 일본인이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나섰다. 그 작품이 <해(海)의 비곡>이다.

 

 그동안 백남은 당분간 영화와 연극 일에 손을 떼고 동아일보에 연재하는 역사소설 <대도전>을 집필하며 기약없는 칩거에 들어간다.

 <대도전>은 고려 말 나라가 극도로 혼란에 빠지고 신돈과 공민왕이 시해되는 역사적 배경을 작품의 소재로 삼고 있다. 무룡이라는 의적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왕을 비롯한 부패한 집권층을 타도하고 민중을 그들의 탄압에서 해방시키는 과정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고 가는 필법으로 독자들의 인기리에 연재 중이었다.

 

 민중극단이 비공식이지만 해체된 모양이 되자 단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종화는 '무대예술연구회'라는 극단을 따라 부산으로 간다. 부산에서의 <오! 무정><월광곡>등을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렸으니 연극흥행은 실패로 돌아가고 종화와 단원들 대부분이 여관에 불모 신세가 가 되었다. 어떻게 차비라도 마련해 서울로 돌아 갈 작정으로 무작정 남포동 거리를 걷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달려오며

 

 “안 상! 안 상!”

 

 종화를 부른다.

 

 “안 상 이라니?”

 

 이곳 부산에서 날 일본식 호칭인 안 상! 이라며 부를 사람이 없을 텐데 하고 돌아보니 몇 년 전 백남 선생님과 부산에 와서 만났던 남천사의 승려 다카사 이었다. 다카사는 짧은 머리에 승복을 벗고 양복을 입고 있었다.

 

 “아니? 다카사 스님이 아니십니까?”

 

 더욱 반가운 것은 종화 이다. 종화는 그를 승려로 알고 있기에 정중히 합장을 하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는 껄껄 웃으며

 

 “스님은 무슨? 하여튼 안 상을 만나서 반갑소. 나와 이야기 좀 합시다.”

 

 무작정 종화의 소매를 잡아끌며 근처 다과점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다과점 테이블에 앉자마자 다카사가 대뜸 하는 말이

 

 “안 상! 나를 좀 도와주셔야 겠소.”

 

 

 간절하게 읍소한다. 그 읍소에 종화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돕다뇨? 무슨 애긴지 자초지종이나 들어 봅시 다.”

 

 “이번에 내가 활동사진을 찍게 되었소. 그것도 감독으로 말이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불당에 앉아 염불이나 외던 승려가 영화감독이라니? 몇 년 전 남천사로 다카사를 찾아 갔을 때 주지실 그의 방엔 불경 대신 대중 예술지와 영화잡지가 널려 있었다. 그때 그는 백남에게 영상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고 활동사진 예술을 칭송하였다. 그런 그의 야망이 그를 영화감독으로 만들었고 다카사라는 이름은 버리고 왕필렬이라는 국적불명의 이름으로 이제 영화감독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하여튼 안 상이 날 적극 도와야 겠소. 이미 안 상은 백남 선생님과 함께 활동 사진을 찍어 본 경험이 있지 않소.”

 

 이미, 다카사는 종화가 백남을 도와 활동사진을 찍은 전력까지 다 알고 있다. 이런 우연한 만남으로 해서 종화는 다카사 아니... 왕필렬 감독의 영화의 협조자로 나선다. 더욱 다행인 것은 이제 자신과 단원들이 여관에 붙잡혀 있는 신세는 면하게 생겼다. 더욱이 종화의 얼굴을 유심히 보던 왕필렬은

 

 “가만.. 이제 보니 안 상은 정말로 잘생긴 미남이 구료. 내가 아직 주연남자의 배역을 못 정 했는 데 배역의 역할이 딱 안 상과 동일하담 말이요. 어떻소? 이번 기회에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사실 종화는 오래전부터 배우의 경력을 갖고 있었다. 신파극의 대부 임성구가 이끄는 <혁신당>의 들어가 소녀 역을 도맡아 할 정도로 어린나이부터 무대경험이 많았다. 이렇게 하여 종화는 얼결에 주역 역할의 배역까지 따내게 된다.

 

 “좋습니다. 그런데 주연 여배우는 누구 입니까?”

 

  “신인여배우를 몇 명 골라 놓기는 했지만 아직 연기라고 하기는 그 능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어디 마땅한 여배우가 있으면 추천을 해 보시오?”

 

 “그럼...이월화양은 어떻습니까?”

 

 이월화 라는 말에 다카사는 심마니 산삼 발견한 듯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월화양은 이미 스타가 아닙니까? 그 유명한 배우가 나 같은 초보 감독의 영화에 출연을 해준 답디까?

 

 겸손한 건지 비굴한 건지.. 왕필렬은 너무 자신을 비하하고 있다. 그 만큼 의욕보다는 실력이 뒤져 있다는 증거다.

 

 “제가 정중히 부탁을 한번 해보죠.. 대신 출연료는 많이 책정하셔야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저로써도 영광 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저 안 상 만 믿겠습니다.”

 

 왕필렬은 연신 고개를 숙인다. 종화는 속으로 쾌재를 불렸다. 세상사가 이처럼 쉽게 풀린다면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일까? 종화는 왕필렬과 헤어진 즉시 우체국으로 달려가 경성부 창성동 월화의 주소로 전보를 친다.

 

 '영화출연결정 / 부산급래/ 안종화'

 

 월화는 부산에서 온 종화의 전보를 받아 들고 전혀 믿어지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동안 일본인 촬영기사와의 추문에 시달리며 한동안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그때 구원처럼 손을 내민 건 박승희의 토월회 이었고 연극이었고 사랑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도.. 연극도...사랑도... 또 다른 아픔을 주고는 내게서 멀어져 갔다. 또 다시 고통스런 시간의 연속이었다. 칩거와 은둔의 날들이 조 씨의 눈총과 잔소리와 함께 계속 되고 있었다. 다시 인천의 그 카페로 갈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런 매 마른 고통스러운 시기에 종화가 나를 부른다. 그가 또 나를 구원한 것이다. 월화는 창문을 열어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아! 달이다!”

 

 오늘따라 월화의 심정을 아는지 둥근달이 높게 떠 있다. 그날 첫 촬영 장 배면에 비친 인조 달과는 완연히 다른..밝고 둥근 보름달이 밤하늘에 떠 있다. 월화는 그 둥근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백남 선생님! 저 월화는 그날 촬영장에서 비록 진짜 달은 아니었지만 인조 달 아래 선생님을 향한 월하의 맹서를 하였답니다. 비록 저의 몸은 오래 전 만신 창의로 부서졌지만 저의 순수하고 순결한 마음만은 오직 선생님을 향해 있을 뿐입니다. 저 달이 오늘도 저렇게 지지 않고 떠 있음으로 해서 저는 언제까지 아직 존재하는 하나의 청춘이랍니다.”

 

 달을 보며 그렇게 간절하게 생각하니 이제 마음이 한결 편하다. 또 다시 새로운 용기가 솟는다. 종화가 고맙고 고맙다. 이제 월화는 더 이상 달을 보고 서 있는 시간이 없다. 월화는 서둘러 부산으로 가는 여장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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