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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독버섯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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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끝을 달리던 남자, 하루 만에 엄청난 부자가 되다.

엄청난 부 앞에서 착실하게 살던 그는 과연 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지.

욕심과 욕망 사이에서 이성의 끈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주인공의 처절함.

 
16화.
작성일 : 19-03-06 19:19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3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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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이를 많이 먹은 나무로 만든 고풍스러운 거실의 나무 탁자와 밑에 깔려있는 어느 솜씨 좋은 장인이 만든 듯한 양탄자.

 TV는 벽을 가릴 듯한 크기였고, 소파를 비롯한 모든 가구 심지어 벽지까지도 세련된 집이다.

 하지만 그 곳곳에는 음식 포장지가 구겨진 채 뒹굴고, 비닐봉지와 음식 부스러기가 바닥을 장식하고 있었다.

 

 침실에는 한 남자가 여름인데도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은 채 누워있었다.

 햇빛은 이미 방 안 곳곳에 들어와 남자를 깨우고 있었지만, 그는 시위라도 하듯 죽은 사람처럼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이미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

 

 한 시간쯤 흘렀을까. 남자는 이불을 걷으며 상체만 일으켰다.

 피곤한 표정이라기보다는 맥이 없는 표정을 보아하니 잠에서 깨어난 건 아닌 듯싶었다.

 

 머리는 기름진 채로 마구 헝클어져 있었고, 수염은 덥수룩했다.

 남자는 무심결에 핸드폰을 집어 열었다. 문자가 한 통 와있었다.

 

 최기현 님. AA 정신과 의원입니다. 오늘 16:00 시 예약하신 날입니다.

 

 기현은 한숨을 내뱉으며 전의 일들을 떠올렸다.

 

 “우울증이 심하시고, 공황도 있으시네요.”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보름 만에 병원을 찾아갔다.

 온종일 우울하지 않을 때가 없었고, 무기력증에 빠진 듯 힘이 없었고, 의욕이 없었다.

 밥은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로 입맛이 전혀 없었다.

 

 죽고 싶다기보다는 살기 싫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모든 사고는 정지되었고, 밖을 나가면 그는 숨을 쉬기가 어려워 밥조차 배달 음식만 먹었다.

 

 억지로 울어버려 감정의 응어리를 쏟아내고 싶었지만, 그 일이 가능하지도, 할 의욕도 없었다.

 

 서서히 곪아감을 느낀 그는 안 될 것 같아 병원을 찾아갔었다.

 병원을 다닌다고 해서 눈에 띄게 마음의 병은 고쳐지지 않았다.

 

 중요한 건 자신의 마음이었다.

 약은 그를 고쳐주는 게 아니다. 그저 더 최악을 생각하지 않게 해주는 것뿐이다.

 그 늪지대에서 발버둥 치는 건 자신의 두 팔과 두 다리다.

 

 “후….”

 

 그는 더 누워있지 않기 위해 마음속으로 신호를 주며 천천히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그는 가장 먼저 처방받은 약을 꺼내 삼켰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알약을 느끼며 그는 은근슬쩍 기운과 힘을 같이 삼켰다.

 매일 밤 불면증으로 인한 죄책감의 날갯짓에 괴로워 잠을 청하지 못하는 그였지만 새로운 하루에서는 조금씩, 조금씩 기운을 차리려 노력하고 있었다.

 

 식탁과 붙어있는 벽 위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니 두 시를 알리고 있었다.

 아직 두 시간이 남은 걸 확인한 그는 마땅히 할 게 없어 담배를 문 채 침대에 다시 누울까 하다 고개를 저으며 소파에 앉기로 했다.

 

 무엇이 되었든 마음 편히 즐겁게 시간을 보낼 만한 일을 하세요.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을 그는 떠올리며 소파에 웅크린 채 가만히 있었다.

 언제 쥐도 새도 모르게 검은 안개가 자신을 덮칠지 몰랐기에 그는 새로이 할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실 그는 이미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우울한 마음도 꽤 사라진 상태였고, 공황도 이제는 그의 곁을 떠난 지 꽤 되었다.

 

 그는 솔직하게 약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불신이라 하는 게 무방할 것이다.

 병원에 갈 때마다 약의 강도를 조금씩 올려 주는데 그는 그것이 결국 약에 의존하게 되는 일종의 병원의 수법이 아닌가라는 망상까지 했었다.

 

 한 달 가까이 돼갈 쯤, 그는 솔직히 의사 선생님께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아. 아니에요. 약을 먹는 건 안정을 찾게 해주는 거고 그 상태에서 우울증에서 빠져나오는 게 목적이죠. 약이 필요 없을 때까지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그는 그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지금 병원을 갈지 말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문득 오늘따라 여자 친구가 더 보고 싶다고 그는 느꼈다. 당장에라도 전화를 걸어 지금까지 있던 일과 자신의 회개하지 못할 일들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분열되어가는 정신 속에서도 그 일만은 하지 않은 걸 보니 그의 후회는 아마 과거의 미화가 만든 것이 아닌 진심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집 안이 이렇게도 넓었나 싶으면서 갑갑함을 느꼈다.

 

 그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결심이 선 듯 일어나 옷장을 열어 오랜만에 정장을 꺼내었다.

 그는 오늘 자신의 친구인 가족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보이기로 결정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늘 생각했던 일이었다. 마침 오늘이 병원 진료 날이니 나가는 김에 가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깨어나 있지 않았으면.

 

 병원으로부터 그런 연락이 없어 물론 깨어났지 않았겠지만 그는 그래도 그러길 바랐다.

 그게 두려웠고, 죄송했고, 무서웠으며 변명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깨어나 있지 않았으면.

 

 그래서 그는 하면 안 되는 기도를 마음속으로 올렸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그는 자신의 한심함에 자괴감이 들었다.

 

 현실을 마주하기 무서워하는 겁쟁이.

 엄마 뒤에 숨어 아버지의 호통을 두려워하는 어린아이.

 

 쓰레기.

 

 그는 자신을 그렇게 정정했다.

 세상의 우여곡절을 다 겪으며 버텨온 그 자신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떨어졌는지 그 스스로 신기해했다.

 

 그는 이제 분리수거가 될 쓰레기일지, 아니면 그마저도 포기해버릴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는 스스로 후자 쪽임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건 악함을 더 악함으로 물드는 데 있어서 합리화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시선을 끌지 몰랐다. 그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이 여름에 모자를 쓴 채 도시 속에 섞여 있는 큰 병원 정문 앞에 서 있었다.

 

 환자들이 밖에서 걸어 다닐 공간은 차고 넘칠 만큼 아주 넓었다.

 

 기현은 입구에 서서 잠시 긴장을 풀고 있었다.

 다시 한번 그는 초조한 마음에 시계를 쳐다보았다. 들어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그의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가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뱉은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가 접수처에 다가가 전부터 하려던 일을 처리했다.

 

 "감사합니다."

 

 "네... 저... 몇 호실인가요?"

 

 

 결국, 그는 병실 앞까지 와 있었다. 문 옆에 서서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간호사분의 말로는 아직 깨어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선뜻 들어가지 못했다.

 그럴 수가 없었다.

 

 그건… 욕심이었다.

 분수를 넘는 것 같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들이 얼마나 다쳤고, 얼마나 회복했는지를 두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억지로 들어가려던 그는 결국 방 안으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다.

 

 착잡함을 느낀 그는 축 늘어진 어깨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고개를 떨구며 병원을 나왔다.

 

 왠지 유난히도 담배가 타들어 가는 게 힘없어 보였다.

 축 처진 모습으로 담배를 끈 그는 차에 시동을 걸려 했고 그 순간 그는 정신이 아득해짐과 동시에 가슴을 짓이기며 조여 오는 느낌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

 

 그는 감히 고통의 속에서 어떤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저 막힌 목을 비집고 나오는 신음만이 전부였다.

 

 30초는 되었을까. 숨이 막힌 채로 심장을 부여잡은 채 얼굴은 핏발로 가득 섰고, 몸을 완전히 웅크린 채로 그는 그렇게 아무 생각도, 심지어 119에 전화 할 생각조차 그는 하지 못했다.

 

 "하아..."

 

 죽음을 직감했던 그의 생각은 그를 스쳐 갔다.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심장이 있는 쪽에 손을 올려다보았다.

 

 쿵… 쿵….

 

 평소보다 조금 빠른 듯 느껴졌다. 아니면 오랜만에 듣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어색해서 일수도 있겠다.

 

 난생처음 겪는 이상 징후에 그는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차에 시동을 걸며 병원을 빠져나오며 그는 탁경의 가족이 있을법한 곳에 시선을 옮겼다.

 

 어쩌면 벌을 받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그런 자책을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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